[오태훈의 시사본부] “이재용·오거돈…당신은 지금 제대로 사과하고 있습니까?”
입력 2020.05.08 (16:44)
수정 2020.05.0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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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사과의 시대’ 윤리 의식 발전하고, 커뮤니케이션 매체 발달.. 사과 중요해져
- 이재용의 사과문은 대상이 잘못돼.. 소액 주주와 해고 노동자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 오거돈 시장의 사과 역시 같은 문제점... 사과의 대상은 부산시민 아니라 피해여성
- 사과는 타이밍도 중요... 태영호의 경우 여론에 떠밀러 마지못해 한 사과로 보여
- 사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로 인해 피해 받은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
- 보석을 살 때 불순물이 섞이면 값이 떨어지듯, 사과에도 변명 섞이면 진정한 사과 아냐
- 연예인들은 사과할 때 잘못 정확히 말하지 않아.... 가장 많이 쓰는 표현 ‘불미스러운 일’
- 단서 다는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또는 주어 없는 ‘실수가 있었어’ 등의 표현은 잘못
- 가까운 관계일수록 사과 어려워 그러나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사과해야 관계 단단해져
■ 프로그램명 : 오태훈의 시사본부
■ 코너명 : 시사본부 초대석
■ 방송시간 : 5월 8일(금요일) 12:20~14:00 KBS 1라디오
■ 출연자 : 이현우 교수(한양대 광고홍보학과)
▷ 오태훈 : 이번 주에는 참 많은 사과가 있었습니다. 지난 수요일이었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고 또 미래통합당 태영호, 지성호 당선자도 김정은 위원장 건강이상설과 관련해서 사과를 했죠.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과는 지난달 말에 있었습니다. 참 사과를 많이 접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KBS1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 금요초대석 사과에 대해서 좀 말씀을 나누려고 하는데요. 사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사과 전문가 사과의 공식이라는 책을 쓰신 분입니다.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이현우 교수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현우 : 안녕하세요?
▷ 오태훈 : 구체적인 말씀 시작하기 전에 번역하신 책 제목이 한마디 사과가 백마디 설득을 이긴다였는데 첫 장 제목이 우리는 지금 사과의 시대에 살고 있다였습니다. 왜 지금 시기에는 사과가 중요한 겁니까?
▶ 이현우 : 우리가 지금 사과의 시대에 살고 있는 2가지를 먼저 말씀드리면 첫째는 윤리의식의 발전입니다.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행동도 이제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어요.
▷ 오태훈 : 별거 아니었는데 지금은 심각해졌어요.
▶ 이현우 : 그렇죠. 예를 들어서 과거에는 직장에서 남자 직원들이 여자 직원들에게 성차별적인 언어를 일상적으로 장난삼아 사용했다면 이제는 그런 행동은 사법적 처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세상의 윤리의식과 기준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데 사람들은 과거의 습관에 따라 행동해서 결국 사과해야 할 일들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발달이 우리가 사과의 시대에 살고 있는 두 번째 이유가 됩니다. 과거에는 두 사람 사이에 사적인 영역에 해당되는 일들도 이제는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유튜브에 올라서 전 세계가 관심을 갖게 되는 사건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 오태훈 : 그러네요.
▶ 이현우 : 이제 사과는 현대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 오태훈 : 그러면 구체적으로 사과에 대해서 평가를 부탁드릴까 하는데 그제였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사과를 했습니다. 이 사과는 어떻게 보셨어요?
▶ 이현우 : 제가 유튜브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 전문을 살펴봤는데요. 몇 가지 말씀드릴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사과문이 너무 길어요.
▷ 오태훈 : 길다.
▶ 이현우 : 전체 거의 한 10분쯤 되는데 그중에 약 5분은 잘못에 대한 사과 내용이 아니라 삼성의 미래 혹은 새로운 삼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뭐 삼성 비전 출범식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과거의 잘못에 대해 보다 집중해서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의 미래에 대한 내용으로 속칭 물타기 이런 거 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둘째로 사과의 대상이 잘못 되었어요.
▷ 오태훈 : 대상이 잘못됐다.
▶ 이현우 :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 내용은 크게 경영권 승계 문제 그리고 노조 탄압에 대한 2가지 문제였잖아요.
▷ 오태훈 : 그렇습니다.
▶ 이현우 : 그렇다면 사과의 1차적인 대상은 당연히 그러한 불법적인 개입에 따라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은 소액 주주들 그리고 노조 설립을 추진하다가 해고되어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삼성 해고 노동자들에게 먼저 사과를 하고 그다음에 일반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순서가 맞죠. 또 노조 탄압이라는 잘못을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애매하게 노조 문제로 피해 입은 모든 분들께 사과한다고 말했잖아요. 이건 핵심은 피해가고 변종만 울리는 반쪽짜리 사과문 같은 그런 느낌이 드네요.
▷ 오태훈 : 그리고 언론들은 이걸 기사 제목으로 많이 꼽았습니다. 뭐였냐 하면 아이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이렇게 밝혔거든요. 이게 이번 사과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으로 보십니까?
▶ 이현우 :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Excuse me, thank you, sorry 이 세 마디 영어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다고 그러잖아요. 그렇지만 미안해라고 간단히 사과하기는 쉽지만 제대로 사과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미국의 사과 전문가 존 케이도라는 분이 말씀하시기를 사과에서 꼭 들어가야 할 필수적인 요소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재발 방지에 대한 다짐입니다. 그래서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약속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 부회장이 제 아이들에게 다시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오태훈 :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건 의미가 있고. 하지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분들이라든가 노조 탄압에 대한 부분들에 대한 사과는 많이 부족했다. 이렇게 말씀해주셨고. 기업인들이 사과하는 것. 카메라 앞에서 이제 머리를 이렇게 숙이면서 사과하는 건 우리가 꽤 많이 봤습니다. 대한항공이라든가 오너 가족들의 사과도 많이 있었는데 그런데 뭐 회사 전체적으로 이런 사과의 과정 속에서 손해를 끼친다거나 아니면 사과를 한 상황에서 매출이나 사업에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 이런 거 보고서 사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여기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죠.
▶ 이현우 : 그리고 사실 기업 활동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위기에 노출이 많이 되잖아요. 그래서 위기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없지만 위기를 잘 관리하면 우리 말에 비온 후에 더 단단한 땅이 된다는 표현처럼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어요. 위기라는 단어의 의미를 보면 이 단어가 원래 의학용어였다고 그럽니다.
▷ 오태훈 : 위기가 의학용어였어요?
▶ 이현우 : 네. 그래서 의학적으로 crisis 위기라는 그런 말은 환자의 상태가 회복되어서 이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거나 혹은 회복 불능의 상태로 진입하게 되는 전환점을 지칭했다고 그래요. 그런데 그러한 갈림길에서 어떤 길로 갈 것인가는 기업의 사과 능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기업의 경영인들은 위기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다 사용해본 다음에야 최후의 수단으로 사과를 선택하거든요.
▷ 오태훈 : 가장 끝에 가서.
▶ 이현우 : 그렇죠. 그런데 위기 커뮤니케이션 혹은 사과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사과는 기업의 위기 상황에서 최초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 오태훈 : 가장 먼저 해야 한다.
▶ 이현우 : 그렇습니다.
▷ 오태훈 : 그러면 제대로 된 사과를 했다거나 가장 먼저 사과해서 성공한 사례 같은 거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 이현우 : 그런데 뭐 미국의 경우는 그런 사례가 많이 있는데.
▷ 오태훈 : 우리는 없나 봐요.
▶ 이현우 : 확실히 우리나라는 부분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는 있지만 모범적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운데요.
▷ 오태훈 : 모범 사례를 알려주시죠.
▶ 이현우 : 대표적인 위기 관리에 대표적으로 항상 언급되는 사례가 1982년도에 미국 시카고에서 타이레놀. 우리가 머리 아플 때 먹는 해열제 타이레놀 있잖아요. 이 약을 먹고 7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을 했어요. 그런데 결국은 이제 연방 당국이 수사를 해서 이것은 누군가가 고의로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집어넣어서 결국은 사람이 죽게 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타이레놀 혹은 이 제품을 만든 존슨앤존슨의 어떤 잘못은 아니라는.
▷ 오태훈 : 그러니까 누명이 벗어졌군요.
▶ 이현우 : 누명은 풀렸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공포에 빠졌잖아요. 타이레놀 먹고 죽은 사람이 발생했으니까. 소비자의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졌는데 이때 존슨앤존스 CEO가 직접 광고에 나와서 이런 말을 했어요. “소비자 여러분, 지금 당장 타이레놀 복용을 중단하시고 이전에 제조된 모든 제품은 폐기해주십시오.”
▷ 오태훈 : 단호하네요. 명쾌하고.
▶ 이현우 : 이런 말을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런 CEO가 직접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앞에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런 모습 플러스 용의자 신고에 현상금을 내걸고 피해자에게 일일이 위로편지를 쓰고 제품을 개선하고 하는 이런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서 거의 뭐 망할 뻔했던 존슨앤존슨이 불과 몇 달 만에 시장 점유율을 이전 상태로 다시 회복한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위기 관리의 모범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오태훈 : 우리와는 좀 다른 사과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정치인들 사과도 많이 나옵니다, 기업인 말고도.
▶ 이현우 : 그렇죠.
▷ 오태훈 : 최근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사과를 발표하고 사퇴를 했습니다. 제가 일부분을 읽어볼게요.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저는 한 사람에게 5분 정도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습니다. 해서는 안 되는 강제추행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경중에 상관없이 어떤 행동과 말로도 용서가 안 됩니다. 이 사과는 어떻습니까?
▶ 이현우 :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에서 나타난 문제와 똑같은 문제가 여기서도 발견되네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사람은 부산 시민이 아니라 자신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입니다. 350만 부산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그렇게 사과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먼저 사과해야죠. 요즈음 유행어 중에 뭐가 중한디라는 이런 표현이 있잖아요.
▷ 오태훈 : 맞습니다.
▶ 이현우 : 사과문에서는 당연히 피해자의 회복이 가장 중요합니다.
▷ 오태훈 : 빨간펜 선생님 같으세요. 하나 더 보겠습니다. 이번에 당선자로 사과의 대상에 올랐던 사람들이 미래통합당 태영호 당선자 또 미래통합당 지성호 당선자입니다.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 막 이야기를 했었고 이게 잘못으로 드러나니까 비난 여론에 못이겨서 사과한 것으로 보여요, 시점으로 봤을 때. 이건 타이밍도 걱정이 되네요.
▶ 이현우 : 그렇죠. 사과에도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사과는 잘못을 저지른 즉시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죠. 그래서 태영호, 지성호 두 당선자의 경우에도 자신의 추측성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 밝혀진 즉시 사과를 했어야 마땅하죠. 이틀이나 지나서 하는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 여론에 떠밀려서 마지못해 하는 사과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 오태훈 : 여러 사안에 대해서 정치인들은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특징을 갖고 있어요. 타이밍도 중요할 것 같고 그 내용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사과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점, 주의할 점도 알려주시죠.
▶ 이현우 : 제가 아까 소개해주신 사과의 공식이라는 책을 쓰면서 수백 개의 실제 사과 사례를 수집했거든요. 그리고 정치인, 연예인, 언론인, 종교인, 기업인 이런 식으로 분류를 해서 분석을 해봤어요.
▷ 오태훈 : 분류까지 하셨어요?
▶ 이현우 : 그런데 저의 결론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사과 수준은 사회의 리더격인 그들의 지위하고는 달리 거의 낙제점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 오태훈 : 주어진 지위보다도 사과의 수준은 낙제점이다.
▶ 이현우 : 훨씬, 훨씬 낮죠. 그들이 발표한 수많은 사과문을 살펴보면 그들이 사과하는 이유는 사과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사과를 하는 거지 결코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바라면서 사과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가장 사과에서 중요한 것은 관점이에요. 사과는 나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나로 인해서 피해 받은 상대방을 위한 행동이 사과인 거죠.
▷ 오태훈 : 기준이 거기 가 있어야 하니까.
▶ 이현우 : 그렇죠. 그런데 사과를 하면서 자기를 보호하고 싶은 아주 강력한 그런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 오태훈 : 그 유혹이 있군요.
▶ 이현우 : 그러다 보니 자기 변명도 하고 합리화도 하고 뭐 그런 결과가 만들어지는 거죠. 사실 우리가 보석상이라서 보석을 살 때 불순물이 섞이면 값이 많이 떨어지잖아요.
▷ 오태훈 : 그렇죠.
▶ 이현우 : 사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과를 할 때는 상대방에 대한 관점만 가져야 합니다. 나를 위한 관점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면 진정한 사과를 할 수가 없는 거죠.
▷ 오태훈 : 여기서 박수 한번 나와야겠네요. 금요초대석 사과 전문가 이현우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와 함께 말씀 나누고 있습니다. 앞서서 직종별로 분류를 하셨다고 했는데 연예인들도 이런저런 논란, 일탈 때문에 사과 참 많이 했습니다.
▶ 이현우 : 그렇죠.
▷ 오태훈 : 대부분 진정성 없다고 비판도 많이 했던 것 같고. 한때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이런 이야기 상당히 논란도 됐었고 했는데 연예인들의 사과는 어때요?
▶ 이현우 : 우리나라에서 스타 연예인들은 엄청난 인기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누리고 있잖아요. 그런데 자료를 수집해보니까 정치인 못지않게 사과를 많이 하고 있는 집단이 바로 이 연예인들이었어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스타 연예인들과 관련된 사과문이 굉장히 수준이 천차만별이에요.
▷ 오태훈 : 그래요?
▶ 이현우 : 잘하시는 분도 계시고 또 형편없는 분도 계시고. 그런데 스타 연예인들이 범하고 있는 가장 흔한 잘못을 찾아보니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그저 그냥 용서만 빌고 있는 거죠.
▷ 오태훈 : 내 잘못은 많이 드러내야 하는데 오히려 그렇지 않고 감추고 용서만 받기를 원한다.
▶ 이현우 : 그렇습니다. 표절 문제가 발생해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요.
▷ 오태훈 : 에둘러 표현하는.
▶ 이현우 : 뭐 세금 탈세 문제가 발생해도 불미스러운 일로 사죄드립니다. 가장 연예인들이 좋아하는 단어가 불미스럽다는 그런 표현인 것 같아요.
▷ 오태훈 : 검찰 앞에 포토라인 서면 항상 그 이야기를 해요.
▶ 이현우 : 그렇죠. 그래서 제대로 된 사과를 하려면 시작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명확하게 하지 않고서 어떻게 올바른 사과문을 쓸 수 있겠습니까?
▷ 오태훈 : 그러니까 그 표현들 보면 본의 아니게, 불미스러운 일.
▶ 이현우 : 그런 게 다 불순물입니다.
▷ 오태훈 : 그렇군요. 그런데 말씀을 듣다 보니까 우리가 많이 들었던 사과들을 접해봤지만 막상 사과한다는 건 또 제대로 사과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왜 이렇게 사과하는 게 어려운 일인가요?
▶ 이현우 : 이유야 많죠.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사과를 하면 약해 보일 수 있다는 생각. 또 사과를 하면 사람들의 존경심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 또 사과를 하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자신을 공격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 이런 생각들이 사과를 주저하게 만들죠. 그래서 사과는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사과가 용서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사과는 잘못과 용서를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거든요. 그래서 사과 없이 용서 그리고 관계 회복을 기대할 수는 없는 거죠.
▷ 오태훈 : 말씀을 듣다 보니까 그동안 했던 나는 사과했어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용서를 구하고자 하는 대상에게는 잘못된 사과를 해왔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 이현우 : 용서는 전적으로 피해자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가해자가 용서를 요구할 수는 없는 거죠. 자기가 다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진정성 있게 최선을 다해서 사과하는 거기까지가 가해자가 할 수 있는.
▷ 오태훈 : 그러니까 거대한 사과 말고 친구나 연인끼리의 관계에서도 사과 같은 것들 많이 하고는 하지 않습니까? 이럴 때도 잘못된 사과들 많이 있죠.
▶ 이현우 : 정말 많이 있죠. 대표적으로 잘못된 사과의 유형 몇 가지만 소개해드릴까요?
▷ 오태훈 : 그래주세요.
▶ 이현우 : 예를 들면 내가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이런 것처럼 앞에다 뭔가 이제 애매한 해명하는 변명하는 그런 사과. 혹은 반격하는 사과. 사과하다가 갑자기 싸우는 경우가 있잖아요. 혹은 실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식의 수동태 문장의 사과. 사실 이 수동태 문제의 사과는 주어가 생략된다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정치인 뭐 연예인, 기업인 이런 분들의 사과문들을 보게 되면 잘못을 범한 사람의 주어가 생략된 경우가 너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혹시 청취자 여러분 혹시 사과문 보실 때는 주어가 명확히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 오태훈 : 그러면 연인 간에는 아니면 친구들끼리 가족 간에 사과할 때 가장 좋은 건 어떻게 하는 게 좋아요?
▶ 이현우 : 글쎄요, 뭐 일단 시작이 좋아야겠죠. 올바른 사과의 첫 단추는 자신의 잘못을 확인하는 거죠.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올바른 사과를 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일단은 잘못을 확인하고 자기가 잘못했으면 책임을 인정하고 또 뭔가 상대방에게 심각한 그런 피해를 입혔으면 피해를 보상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이런 기본적인 사과의 원칙들을 지켜나가면 이 사과는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잘못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잘못을 한 다음에 사과를 하게 되면 오히려 더 긍정적인 그런 관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거죠.
▷ 오태훈 : 그런데 교수님께서 광고홍보학과 교수잖아요. 그런데 이 사과에 관심을 두셨어요?
▶ 이현우 : 저는 원래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분야 연구를 주로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의 위기관리 관련 논문이나 특강 이런 것들이 많은데 사실 위기관리의 핵심은 효과적인 사과에 있습니다. 아마도 그 점이 이 책의 출판사에서 저에게 번역을 부탁한 것 같은데요. 그런데 번역을 하면서 묘한 사과의 매력에 빠졌어요. 설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게 하는 능력인 반면에 사과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얻게 하는 능력이잖아요.
▷ 오태훈 : 설득과 사과의 차이가 거기에 있군요.
▶ 이현우 : 그래서 설득은 자신한테 이롭지만 사과는 관계에 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번역한 책 제목도 한마디 사과가 백마디 설득을 이긴다 뭐 이렇게 정한 이유도 있고요.
▷ 오태훈 : 한국형 설득 전략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으세요.
▶ 이현우 :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 오태훈 : 그러니까 사과 말고도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도 쓰시기도. 번역하기도 하셨고요. 또 거절 당하지 않는 힘 이런 책을 쓰시기도 했습니다. 이 관련된 연구를 계속 이어가실 생각이세요?
▶ 이현우 : 교수에 대한 조크 중에 이런 게 있다고 그러네요. 교수의 연령에 따라서 가르치는 내용이 달라진다는 건데요. 30, 40대 교수는 자기가 배운 대로 굉장히 어렵게 가르친다면 50대 교수는 가르치다가 지혜가 생겨서 어려운 것은 빼고 쉬운 것만 가르친대요. 그러다가 60대가 되면 교수는 기억 나는 것만 가르친다는 그런 조크가 있는데 그래서 저도 기억 나는 것이 남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서 설득 관련 저서를 준비 중입니다. 아마도 다음 책은 어떻게 말해야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주제에 관한 건데요. 어쨌든 여러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오태훈 : 알겠습니다. 갑자기 생각이 들어서 하나만 더 여쭤볼까 해요. 부모와 자녀 간에도 사과가 필요합니다.
▶ 이현우 : 그렇습니다.
▷ 오태훈 :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그것도 똑같아요?
▶ 이현우 : 사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사과를 하는 게 쉽지는 않죠. 왜냐하면 이미 이제 상대방이 어떤 입장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쌍방이 공유하고 있는 상태여서 구태여 사과라는 형식을 취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사과를 해야만 그 관계를 더욱더 잘 가꿔나가지 않을까. 그래서 부모, 자식 같은 경우에도. 특히나 부모가 자식한테 사과하는 것은 더 어렵잖아요. 그래서 부모가 제대로 된 사과의 모범을 보여주면 자식 역시 사과라는 훌륭한 그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오태훈 : 진정한 사과가 많아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렇게 된다 그러면 정말 선진국이 되고 행복한 그런 우리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입니다. 사과 전문가 이현우 교수께서 추천해주시는 노래 한 곡 듣고 인사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떤 노래 들어볼까요?
▶ 이현우 : 같이 들어보고 싶은 노래는 1976년에 발표된 영국 가수 엘튼 존의 Sorry Seems To Be Hardest Word 옛날에 많이 들어보셨죠?
▷ 오태훈 : 참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 이현우 : 오늘의 주제하고 딱 맞잖아요. 그래서 노래 가사를 보면 “이별한 애인에게 당신이 나를 다시 사랑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고 있어요. 아마도 무슨 잘못을 했으니까 이별했겠죠. 그런데 미안하다는 말은 정말 하기 어렵다고 계속해서 말하고 있거든요.
▷ 오태훈 : 그래요. 맞아요.
▶ 이현우 : 글쎄요.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지도 않고 어떻게 헤어진 애인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요? 아무리 사과가 힘들어도 잘못을 했으면 일단 최선을 다해서 사과 먼저 하고 그다음에 애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방송을 듣는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꼭 기억해두시면 좋겠고요. 사람이 살면서 잘못하지 않고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세상에는 2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잘못하고 사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죠. 여러분은 꼭 사과하는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 오태훈 : 알겠습니다. 금요초대석 이현우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현우 : 고맙습니다.
- 이재용의 사과문은 대상이 잘못돼.. 소액 주주와 해고 노동자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 오거돈 시장의 사과 역시 같은 문제점... 사과의 대상은 부산시민 아니라 피해여성
- 사과는 타이밍도 중요... 태영호의 경우 여론에 떠밀러 마지못해 한 사과로 보여
- 사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로 인해 피해 받은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
- 보석을 살 때 불순물이 섞이면 값이 떨어지듯, 사과에도 변명 섞이면 진정한 사과 아냐
- 연예인들은 사과할 때 잘못 정확히 말하지 않아.... 가장 많이 쓰는 표현 ‘불미스러운 일’
- 단서 다는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또는 주어 없는 ‘실수가 있었어’ 등의 표현은 잘못
- 가까운 관계일수록 사과 어려워 그러나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사과해야 관계 단단해져
■ 프로그램명 : 오태훈의 시사본부
■ 코너명 : 시사본부 초대석
■ 방송시간 : 5월 8일(금요일) 12:20~14:00 KBS 1라디오
■ 출연자 : 이현우 교수(한양대 광고홍보학과)
▷ 오태훈 : 이번 주에는 참 많은 사과가 있었습니다. 지난 수요일이었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고 또 미래통합당 태영호, 지성호 당선자도 김정은 위원장 건강이상설과 관련해서 사과를 했죠.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과는 지난달 말에 있었습니다. 참 사과를 많이 접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KBS1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 금요초대석 사과에 대해서 좀 말씀을 나누려고 하는데요. 사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사과 전문가 사과의 공식이라는 책을 쓰신 분입니다.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이현우 교수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현우 : 안녕하세요?
▷ 오태훈 : 구체적인 말씀 시작하기 전에 번역하신 책 제목이 한마디 사과가 백마디 설득을 이긴다였는데 첫 장 제목이 우리는 지금 사과의 시대에 살고 있다였습니다. 왜 지금 시기에는 사과가 중요한 겁니까?
▶ 이현우 : 우리가 지금 사과의 시대에 살고 있는 2가지를 먼저 말씀드리면 첫째는 윤리의식의 발전입니다.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행동도 이제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어요.
▷ 오태훈 : 별거 아니었는데 지금은 심각해졌어요.
▶ 이현우 : 그렇죠. 예를 들어서 과거에는 직장에서 남자 직원들이 여자 직원들에게 성차별적인 언어를 일상적으로 장난삼아 사용했다면 이제는 그런 행동은 사법적 처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세상의 윤리의식과 기준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데 사람들은 과거의 습관에 따라 행동해서 결국 사과해야 할 일들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발달이 우리가 사과의 시대에 살고 있는 두 번째 이유가 됩니다. 과거에는 두 사람 사이에 사적인 영역에 해당되는 일들도 이제는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유튜브에 올라서 전 세계가 관심을 갖게 되는 사건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 오태훈 : 그러네요.
▶ 이현우 : 이제 사과는 현대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 오태훈 : 그러면 구체적으로 사과에 대해서 평가를 부탁드릴까 하는데 그제였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사과를 했습니다. 이 사과는 어떻게 보셨어요?
▶ 이현우 : 제가 유튜브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 전문을 살펴봤는데요. 몇 가지 말씀드릴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사과문이 너무 길어요.
▷ 오태훈 : 길다.
▶ 이현우 : 전체 거의 한 10분쯤 되는데 그중에 약 5분은 잘못에 대한 사과 내용이 아니라 삼성의 미래 혹은 새로운 삼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뭐 삼성 비전 출범식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과거의 잘못에 대해 보다 집중해서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의 미래에 대한 내용으로 속칭 물타기 이런 거 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둘째로 사과의 대상이 잘못 되었어요.
▷ 오태훈 : 대상이 잘못됐다.
▶ 이현우 :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 내용은 크게 경영권 승계 문제 그리고 노조 탄압에 대한 2가지 문제였잖아요.
▷ 오태훈 : 그렇습니다.
▶ 이현우 : 그렇다면 사과의 1차적인 대상은 당연히 그러한 불법적인 개입에 따라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은 소액 주주들 그리고 노조 설립을 추진하다가 해고되어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삼성 해고 노동자들에게 먼저 사과를 하고 그다음에 일반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순서가 맞죠. 또 노조 탄압이라는 잘못을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애매하게 노조 문제로 피해 입은 모든 분들께 사과한다고 말했잖아요. 이건 핵심은 피해가고 변종만 울리는 반쪽짜리 사과문 같은 그런 느낌이 드네요.
▷ 오태훈 : 그리고 언론들은 이걸 기사 제목으로 많이 꼽았습니다. 뭐였냐 하면 아이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이렇게 밝혔거든요. 이게 이번 사과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으로 보십니까?
▶ 이현우 :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Excuse me, thank you, sorry 이 세 마디 영어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다고 그러잖아요. 그렇지만 미안해라고 간단히 사과하기는 쉽지만 제대로 사과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미국의 사과 전문가 존 케이도라는 분이 말씀하시기를 사과에서 꼭 들어가야 할 필수적인 요소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재발 방지에 대한 다짐입니다. 그래서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약속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 부회장이 제 아이들에게 다시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오태훈 :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건 의미가 있고. 하지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분들이라든가 노조 탄압에 대한 부분들에 대한 사과는 많이 부족했다. 이렇게 말씀해주셨고. 기업인들이 사과하는 것. 카메라 앞에서 이제 머리를 이렇게 숙이면서 사과하는 건 우리가 꽤 많이 봤습니다. 대한항공이라든가 오너 가족들의 사과도 많이 있었는데 그런데 뭐 회사 전체적으로 이런 사과의 과정 속에서 손해를 끼친다거나 아니면 사과를 한 상황에서 매출이나 사업에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 이런 거 보고서 사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여기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죠.
▶ 이현우 : 그리고 사실 기업 활동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위기에 노출이 많이 되잖아요. 그래서 위기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없지만 위기를 잘 관리하면 우리 말에 비온 후에 더 단단한 땅이 된다는 표현처럼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어요. 위기라는 단어의 의미를 보면 이 단어가 원래 의학용어였다고 그럽니다.
▷ 오태훈 : 위기가 의학용어였어요?
▶ 이현우 : 네. 그래서 의학적으로 crisis 위기라는 그런 말은 환자의 상태가 회복되어서 이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거나 혹은 회복 불능의 상태로 진입하게 되는 전환점을 지칭했다고 그래요. 그런데 그러한 갈림길에서 어떤 길로 갈 것인가는 기업의 사과 능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기업의 경영인들은 위기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다 사용해본 다음에야 최후의 수단으로 사과를 선택하거든요.
▷ 오태훈 : 가장 끝에 가서.
▶ 이현우 : 그렇죠. 그런데 위기 커뮤니케이션 혹은 사과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사과는 기업의 위기 상황에서 최초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 오태훈 : 가장 먼저 해야 한다.
▶ 이현우 : 그렇습니다.
▷ 오태훈 : 그러면 제대로 된 사과를 했다거나 가장 먼저 사과해서 성공한 사례 같은 거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 이현우 : 그런데 뭐 미국의 경우는 그런 사례가 많이 있는데.
▷ 오태훈 : 우리는 없나 봐요.
▶ 이현우 : 확실히 우리나라는 부분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는 있지만 모범적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운데요.
▷ 오태훈 : 모범 사례를 알려주시죠.
▶ 이현우 : 대표적인 위기 관리에 대표적으로 항상 언급되는 사례가 1982년도에 미국 시카고에서 타이레놀. 우리가 머리 아플 때 먹는 해열제 타이레놀 있잖아요. 이 약을 먹고 7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을 했어요. 그런데 결국은 이제 연방 당국이 수사를 해서 이것은 누군가가 고의로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집어넣어서 결국은 사람이 죽게 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타이레놀 혹은 이 제품을 만든 존슨앤존슨의 어떤 잘못은 아니라는.
▷ 오태훈 : 그러니까 누명이 벗어졌군요.
▶ 이현우 : 누명은 풀렸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공포에 빠졌잖아요. 타이레놀 먹고 죽은 사람이 발생했으니까. 소비자의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졌는데 이때 존슨앤존스 CEO가 직접 광고에 나와서 이런 말을 했어요. “소비자 여러분, 지금 당장 타이레놀 복용을 중단하시고 이전에 제조된 모든 제품은 폐기해주십시오.”
▷ 오태훈 : 단호하네요. 명쾌하고.
▶ 이현우 : 이런 말을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런 CEO가 직접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앞에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런 모습 플러스 용의자 신고에 현상금을 내걸고 피해자에게 일일이 위로편지를 쓰고 제품을 개선하고 하는 이런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서 거의 뭐 망할 뻔했던 존슨앤존슨이 불과 몇 달 만에 시장 점유율을 이전 상태로 다시 회복한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위기 관리의 모범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오태훈 : 우리와는 좀 다른 사과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정치인들 사과도 많이 나옵니다, 기업인 말고도.
▶ 이현우 : 그렇죠.
▷ 오태훈 : 최근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사과를 발표하고 사퇴를 했습니다. 제가 일부분을 읽어볼게요.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저는 한 사람에게 5분 정도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습니다. 해서는 안 되는 강제추행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경중에 상관없이 어떤 행동과 말로도 용서가 안 됩니다. 이 사과는 어떻습니까?
▶ 이현우 :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에서 나타난 문제와 똑같은 문제가 여기서도 발견되네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사람은 부산 시민이 아니라 자신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입니다. 350만 부산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그렇게 사과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먼저 사과해야죠. 요즈음 유행어 중에 뭐가 중한디라는 이런 표현이 있잖아요.
▷ 오태훈 : 맞습니다.
▶ 이현우 : 사과문에서는 당연히 피해자의 회복이 가장 중요합니다.
▷ 오태훈 : 빨간펜 선생님 같으세요. 하나 더 보겠습니다. 이번에 당선자로 사과의 대상에 올랐던 사람들이 미래통합당 태영호 당선자 또 미래통합당 지성호 당선자입니다.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 막 이야기를 했었고 이게 잘못으로 드러나니까 비난 여론에 못이겨서 사과한 것으로 보여요, 시점으로 봤을 때. 이건 타이밍도 걱정이 되네요.
▶ 이현우 : 그렇죠. 사과에도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사과는 잘못을 저지른 즉시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죠. 그래서 태영호, 지성호 두 당선자의 경우에도 자신의 추측성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 밝혀진 즉시 사과를 했어야 마땅하죠. 이틀이나 지나서 하는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 여론에 떠밀려서 마지못해 하는 사과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 오태훈 : 여러 사안에 대해서 정치인들은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특징을 갖고 있어요. 타이밍도 중요할 것 같고 그 내용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사과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점, 주의할 점도 알려주시죠.
▶ 이현우 : 제가 아까 소개해주신 사과의 공식이라는 책을 쓰면서 수백 개의 실제 사과 사례를 수집했거든요. 그리고 정치인, 연예인, 언론인, 종교인, 기업인 이런 식으로 분류를 해서 분석을 해봤어요.
▷ 오태훈 : 분류까지 하셨어요?
▶ 이현우 : 그런데 저의 결론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사과 수준은 사회의 리더격인 그들의 지위하고는 달리 거의 낙제점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 오태훈 : 주어진 지위보다도 사과의 수준은 낙제점이다.
▶ 이현우 : 훨씬, 훨씬 낮죠. 그들이 발표한 수많은 사과문을 살펴보면 그들이 사과하는 이유는 사과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사과를 하는 거지 결코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바라면서 사과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가장 사과에서 중요한 것은 관점이에요. 사과는 나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나로 인해서 피해 받은 상대방을 위한 행동이 사과인 거죠.
▷ 오태훈 : 기준이 거기 가 있어야 하니까.
▶ 이현우 : 그렇죠. 그런데 사과를 하면서 자기를 보호하고 싶은 아주 강력한 그런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 오태훈 : 그 유혹이 있군요.
▶ 이현우 : 그러다 보니 자기 변명도 하고 합리화도 하고 뭐 그런 결과가 만들어지는 거죠. 사실 우리가 보석상이라서 보석을 살 때 불순물이 섞이면 값이 많이 떨어지잖아요.
▷ 오태훈 : 그렇죠.
▶ 이현우 : 사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과를 할 때는 상대방에 대한 관점만 가져야 합니다. 나를 위한 관점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면 진정한 사과를 할 수가 없는 거죠.
▷ 오태훈 : 여기서 박수 한번 나와야겠네요. 금요초대석 사과 전문가 이현우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와 함께 말씀 나누고 있습니다. 앞서서 직종별로 분류를 하셨다고 했는데 연예인들도 이런저런 논란, 일탈 때문에 사과 참 많이 했습니다.
▶ 이현우 : 그렇죠.
▷ 오태훈 : 대부분 진정성 없다고 비판도 많이 했던 것 같고. 한때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이런 이야기 상당히 논란도 됐었고 했는데 연예인들의 사과는 어때요?
▶ 이현우 : 우리나라에서 스타 연예인들은 엄청난 인기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누리고 있잖아요. 그런데 자료를 수집해보니까 정치인 못지않게 사과를 많이 하고 있는 집단이 바로 이 연예인들이었어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스타 연예인들과 관련된 사과문이 굉장히 수준이 천차만별이에요.
▷ 오태훈 : 그래요?
▶ 이현우 : 잘하시는 분도 계시고 또 형편없는 분도 계시고. 그런데 스타 연예인들이 범하고 있는 가장 흔한 잘못을 찾아보니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그저 그냥 용서만 빌고 있는 거죠.
▷ 오태훈 : 내 잘못은 많이 드러내야 하는데 오히려 그렇지 않고 감추고 용서만 받기를 원한다.
▶ 이현우 : 그렇습니다. 표절 문제가 발생해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요.
▷ 오태훈 : 에둘러 표현하는.
▶ 이현우 : 뭐 세금 탈세 문제가 발생해도 불미스러운 일로 사죄드립니다. 가장 연예인들이 좋아하는 단어가 불미스럽다는 그런 표현인 것 같아요.
▷ 오태훈 : 검찰 앞에 포토라인 서면 항상 그 이야기를 해요.
▶ 이현우 : 그렇죠. 그래서 제대로 된 사과를 하려면 시작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명확하게 하지 않고서 어떻게 올바른 사과문을 쓸 수 있겠습니까?
▷ 오태훈 : 그러니까 그 표현들 보면 본의 아니게, 불미스러운 일.
▶ 이현우 : 그런 게 다 불순물입니다.
▷ 오태훈 : 그렇군요. 그런데 말씀을 듣다 보니까 우리가 많이 들었던 사과들을 접해봤지만 막상 사과한다는 건 또 제대로 사과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왜 이렇게 사과하는 게 어려운 일인가요?
▶ 이현우 : 이유야 많죠.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사과를 하면 약해 보일 수 있다는 생각. 또 사과를 하면 사람들의 존경심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 또 사과를 하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자신을 공격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 이런 생각들이 사과를 주저하게 만들죠. 그래서 사과는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사과가 용서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사과는 잘못과 용서를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거든요. 그래서 사과 없이 용서 그리고 관계 회복을 기대할 수는 없는 거죠.
▷ 오태훈 : 말씀을 듣다 보니까 그동안 했던 나는 사과했어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용서를 구하고자 하는 대상에게는 잘못된 사과를 해왔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 이현우 : 용서는 전적으로 피해자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가해자가 용서를 요구할 수는 없는 거죠. 자기가 다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진정성 있게 최선을 다해서 사과하는 거기까지가 가해자가 할 수 있는.
▷ 오태훈 : 그러니까 거대한 사과 말고 친구나 연인끼리의 관계에서도 사과 같은 것들 많이 하고는 하지 않습니까? 이럴 때도 잘못된 사과들 많이 있죠.
▶ 이현우 : 정말 많이 있죠. 대표적으로 잘못된 사과의 유형 몇 가지만 소개해드릴까요?
▷ 오태훈 : 그래주세요.
▶ 이현우 : 예를 들면 내가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이런 것처럼 앞에다 뭔가 이제 애매한 해명하는 변명하는 그런 사과. 혹은 반격하는 사과. 사과하다가 갑자기 싸우는 경우가 있잖아요. 혹은 실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식의 수동태 문장의 사과. 사실 이 수동태 문제의 사과는 주어가 생략된다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정치인 뭐 연예인, 기업인 이런 분들의 사과문들을 보게 되면 잘못을 범한 사람의 주어가 생략된 경우가 너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혹시 청취자 여러분 혹시 사과문 보실 때는 주어가 명확히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 오태훈 : 그러면 연인 간에는 아니면 친구들끼리 가족 간에 사과할 때 가장 좋은 건 어떻게 하는 게 좋아요?
▶ 이현우 : 글쎄요, 뭐 일단 시작이 좋아야겠죠. 올바른 사과의 첫 단추는 자신의 잘못을 확인하는 거죠.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올바른 사과를 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일단은 잘못을 확인하고 자기가 잘못했으면 책임을 인정하고 또 뭔가 상대방에게 심각한 그런 피해를 입혔으면 피해를 보상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이런 기본적인 사과의 원칙들을 지켜나가면 이 사과는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잘못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잘못을 한 다음에 사과를 하게 되면 오히려 더 긍정적인 그런 관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거죠.
▷ 오태훈 : 그런데 교수님께서 광고홍보학과 교수잖아요. 그런데 이 사과에 관심을 두셨어요?
▶ 이현우 : 저는 원래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분야 연구를 주로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의 위기관리 관련 논문이나 특강 이런 것들이 많은데 사실 위기관리의 핵심은 효과적인 사과에 있습니다. 아마도 그 점이 이 책의 출판사에서 저에게 번역을 부탁한 것 같은데요. 그런데 번역을 하면서 묘한 사과의 매력에 빠졌어요. 설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게 하는 능력인 반면에 사과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얻게 하는 능력이잖아요.
▷ 오태훈 : 설득과 사과의 차이가 거기에 있군요.
▶ 이현우 : 그래서 설득은 자신한테 이롭지만 사과는 관계에 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번역한 책 제목도 한마디 사과가 백마디 설득을 이긴다 뭐 이렇게 정한 이유도 있고요.
▷ 오태훈 : 한국형 설득 전략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으세요.
▶ 이현우 :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 오태훈 : 그러니까 사과 말고도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도 쓰시기도. 번역하기도 하셨고요. 또 거절 당하지 않는 힘 이런 책을 쓰시기도 했습니다. 이 관련된 연구를 계속 이어가실 생각이세요?
▶ 이현우 : 교수에 대한 조크 중에 이런 게 있다고 그러네요. 교수의 연령에 따라서 가르치는 내용이 달라진다는 건데요. 30, 40대 교수는 자기가 배운 대로 굉장히 어렵게 가르친다면 50대 교수는 가르치다가 지혜가 생겨서 어려운 것은 빼고 쉬운 것만 가르친대요. 그러다가 60대가 되면 교수는 기억 나는 것만 가르친다는 그런 조크가 있는데 그래서 저도 기억 나는 것이 남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서 설득 관련 저서를 준비 중입니다. 아마도 다음 책은 어떻게 말해야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주제에 관한 건데요. 어쨌든 여러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오태훈 : 알겠습니다. 갑자기 생각이 들어서 하나만 더 여쭤볼까 해요. 부모와 자녀 간에도 사과가 필요합니다.
▶ 이현우 : 그렇습니다.
▷ 오태훈 :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그것도 똑같아요?
▶ 이현우 : 사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사과를 하는 게 쉽지는 않죠. 왜냐하면 이미 이제 상대방이 어떤 입장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쌍방이 공유하고 있는 상태여서 구태여 사과라는 형식을 취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사과를 해야만 그 관계를 더욱더 잘 가꿔나가지 않을까. 그래서 부모, 자식 같은 경우에도. 특히나 부모가 자식한테 사과하는 것은 더 어렵잖아요. 그래서 부모가 제대로 된 사과의 모범을 보여주면 자식 역시 사과라는 훌륭한 그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오태훈 : 진정한 사과가 많아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렇게 된다 그러면 정말 선진국이 되고 행복한 그런 우리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입니다. 사과 전문가 이현우 교수께서 추천해주시는 노래 한 곡 듣고 인사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떤 노래 들어볼까요?
▶ 이현우 : 같이 들어보고 싶은 노래는 1976년에 발표된 영국 가수 엘튼 존의 Sorry Seems To Be Hardest Word 옛날에 많이 들어보셨죠?
▷ 오태훈 : 참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 이현우 : 오늘의 주제하고 딱 맞잖아요. 그래서 노래 가사를 보면 “이별한 애인에게 당신이 나를 다시 사랑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고 있어요. 아마도 무슨 잘못을 했으니까 이별했겠죠. 그런데 미안하다는 말은 정말 하기 어렵다고 계속해서 말하고 있거든요.
▷ 오태훈 : 그래요. 맞아요.
▶ 이현우 : 글쎄요.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지도 않고 어떻게 헤어진 애인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요? 아무리 사과가 힘들어도 잘못을 했으면 일단 최선을 다해서 사과 먼저 하고 그다음에 애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방송을 듣는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꼭 기억해두시면 좋겠고요. 사람이 살면서 잘못하지 않고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세상에는 2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잘못하고 사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죠. 여러분은 꼭 사과하는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 오태훈 : 알겠습니다. 금요초대석 이현우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현우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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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훈의 시사본부] “이재용·오거돈…당신은 지금 제대로 사과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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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5-08 16:44:55
- 수정2020-05-08 17:44:11
- ‘지금은 사과의 시대’ 윤리 의식 발전하고, 커뮤니케이션 매체 발달.. 사과 중요해져
- 이재용의 사과문은 대상이 잘못돼.. 소액 주주와 해고 노동자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 오거돈 시장의 사과 역시 같은 문제점... 사과의 대상은 부산시민 아니라 피해여성
- 사과는 타이밍도 중요... 태영호의 경우 여론에 떠밀러 마지못해 한 사과로 보여
- 사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로 인해 피해 받은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
- 보석을 살 때 불순물이 섞이면 값이 떨어지듯, 사과에도 변명 섞이면 진정한 사과 아냐
- 연예인들은 사과할 때 잘못 정확히 말하지 않아.... 가장 많이 쓰는 표현 ‘불미스러운 일’
- 단서 다는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또는 주어 없는 ‘실수가 있었어’ 등의 표현은 잘못
- 가까운 관계일수록 사과 어려워 그러나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사과해야 관계 단단해져
■ 프로그램명 : 오태훈의 시사본부
■ 코너명 : 시사본부 초대석
■ 방송시간 : 5월 8일(금요일) 12:20~14:00 KBS 1라디오
■ 출연자 : 이현우 교수(한양대 광고홍보학과)
▷ 오태훈 : 이번 주에는 참 많은 사과가 있었습니다. 지난 수요일이었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고 또 미래통합당 태영호, 지성호 당선자도 김정은 위원장 건강이상설과 관련해서 사과를 했죠.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과는 지난달 말에 있었습니다. 참 사과를 많이 접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KBS1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 금요초대석 사과에 대해서 좀 말씀을 나누려고 하는데요. 사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사과 전문가 사과의 공식이라는 책을 쓰신 분입니다.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이현우 교수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현우 : 안녕하세요?
▷ 오태훈 : 구체적인 말씀 시작하기 전에 번역하신 책 제목이 한마디 사과가 백마디 설득을 이긴다였는데 첫 장 제목이 우리는 지금 사과의 시대에 살고 있다였습니다. 왜 지금 시기에는 사과가 중요한 겁니까?
▶ 이현우 : 우리가 지금 사과의 시대에 살고 있는 2가지를 먼저 말씀드리면 첫째는 윤리의식의 발전입니다.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행동도 이제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어요.
▷ 오태훈 : 별거 아니었는데 지금은 심각해졌어요.
▶ 이현우 : 그렇죠. 예를 들어서 과거에는 직장에서 남자 직원들이 여자 직원들에게 성차별적인 언어를 일상적으로 장난삼아 사용했다면 이제는 그런 행동은 사법적 처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세상의 윤리의식과 기준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데 사람들은 과거의 습관에 따라 행동해서 결국 사과해야 할 일들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발달이 우리가 사과의 시대에 살고 있는 두 번째 이유가 됩니다. 과거에는 두 사람 사이에 사적인 영역에 해당되는 일들도 이제는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유튜브에 올라서 전 세계가 관심을 갖게 되는 사건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 오태훈 : 그러네요.
▶ 이현우 : 이제 사과는 현대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 오태훈 : 그러면 구체적으로 사과에 대해서 평가를 부탁드릴까 하는데 그제였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사과를 했습니다. 이 사과는 어떻게 보셨어요?
▶ 이현우 : 제가 유튜브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 전문을 살펴봤는데요. 몇 가지 말씀드릴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사과문이 너무 길어요.
▷ 오태훈 : 길다.
▶ 이현우 : 전체 거의 한 10분쯤 되는데 그중에 약 5분은 잘못에 대한 사과 내용이 아니라 삼성의 미래 혹은 새로운 삼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뭐 삼성 비전 출범식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과거의 잘못에 대해 보다 집중해서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의 미래에 대한 내용으로 속칭 물타기 이런 거 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둘째로 사과의 대상이 잘못 되었어요.
▷ 오태훈 : 대상이 잘못됐다.
▶ 이현우 :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 내용은 크게 경영권 승계 문제 그리고 노조 탄압에 대한 2가지 문제였잖아요.
▷ 오태훈 : 그렇습니다.
▶ 이현우 : 그렇다면 사과의 1차적인 대상은 당연히 그러한 불법적인 개입에 따라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은 소액 주주들 그리고 노조 설립을 추진하다가 해고되어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삼성 해고 노동자들에게 먼저 사과를 하고 그다음에 일반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순서가 맞죠. 또 노조 탄압이라는 잘못을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애매하게 노조 문제로 피해 입은 모든 분들께 사과한다고 말했잖아요. 이건 핵심은 피해가고 변종만 울리는 반쪽짜리 사과문 같은 그런 느낌이 드네요.
▷ 오태훈 : 그리고 언론들은 이걸 기사 제목으로 많이 꼽았습니다. 뭐였냐 하면 아이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이렇게 밝혔거든요. 이게 이번 사과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으로 보십니까?
▶ 이현우 :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Excuse me, thank you, sorry 이 세 마디 영어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다고 그러잖아요. 그렇지만 미안해라고 간단히 사과하기는 쉽지만 제대로 사과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미국의 사과 전문가 존 케이도라는 분이 말씀하시기를 사과에서 꼭 들어가야 할 필수적인 요소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재발 방지에 대한 다짐입니다. 그래서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약속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 부회장이 제 아이들에게 다시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오태훈 :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건 의미가 있고. 하지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분들이라든가 노조 탄압에 대한 부분들에 대한 사과는 많이 부족했다. 이렇게 말씀해주셨고. 기업인들이 사과하는 것. 카메라 앞에서 이제 머리를 이렇게 숙이면서 사과하는 건 우리가 꽤 많이 봤습니다. 대한항공이라든가 오너 가족들의 사과도 많이 있었는데 그런데 뭐 회사 전체적으로 이런 사과의 과정 속에서 손해를 끼친다거나 아니면 사과를 한 상황에서 매출이나 사업에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 이런 거 보고서 사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여기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죠.
▶ 이현우 : 그리고 사실 기업 활동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위기에 노출이 많이 되잖아요. 그래서 위기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없지만 위기를 잘 관리하면 우리 말에 비온 후에 더 단단한 땅이 된다는 표현처럼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어요. 위기라는 단어의 의미를 보면 이 단어가 원래 의학용어였다고 그럽니다.
▷ 오태훈 : 위기가 의학용어였어요?
▶ 이현우 : 네. 그래서 의학적으로 crisis 위기라는 그런 말은 환자의 상태가 회복되어서 이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거나 혹은 회복 불능의 상태로 진입하게 되는 전환점을 지칭했다고 그래요. 그런데 그러한 갈림길에서 어떤 길로 갈 것인가는 기업의 사과 능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기업의 경영인들은 위기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다 사용해본 다음에야 최후의 수단으로 사과를 선택하거든요.
▷ 오태훈 : 가장 끝에 가서.
▶ 이현우 : 그렇죠. 그런데 위기 커뮤니케이션 혹은 사과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사과는 기업의 위기 상황에서 최초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 오태훈 : 가장 먼저 해야 한다.
▶ 이현우 : 그렇습니다.
▷ 오태훈 : 그러면 제대로 된 사과를 했다거나 가장 먼저 사과해서 성공한 사례 같은 거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 이현우 : 그런데 뭐 미국의 경우는 그런 사례가 많이 있는데.
▷ 오태훈 : 우리는 없나 봐요.
▶ 이현우 : 확실히 우리나라는 부분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는 있지만 모범적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운데요.
▷ 오태훈 : 모범 사례를 알려주시죠.
▶ 이현우 : 대표적인 위기 관리에 대표적으로 항상 언급되는 사례가 1982년도에 미국 시카고에서 타이레놀. 우리가 머리 아플 때 먹는 해열제 타이레놀 있잖아요. 이 약을 먹고 7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을 했어요. 그런데 결국은 이제 연방 당국이 수사를 해서 이것은 누군가가 고의로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집어넣어서 결국은 사람이 죽게 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타이레놀 혹은 이 제품을 만든 존슨앤존슨의 어떤 잘못은 아니라는.
▷ 오태훈 : 그러니까 누명이 벗어졌군요.
▶ 이현우 : 누명은 풀렸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공포에 빠졌잖아요. 타이레놀 먹고 죽은 사람이 발생했으니까. 소비자의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졌는데 이때 존슨앤존스 CEO가 직접 광고에 나와서 이런 말을 했어요. “소비자 여러분, 지금 당장 타이레놀 복용을 중단하시고 이전에 제조된 모든 제품은 폐기해주십시오.”
▷ 오태훈 : 단호하네요. 명쾌하고.
▶ 이현우 : 이런 말을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런 CEO가 직접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앞에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런 모습 플러스 용의자 신고에 현상금을 내걸고 피해자에게 일일이 위로편지를 쓰고 제품을 개선하고 하는 이런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서 거의 뭐 망할 뻔했던 존슨앤존슨이 불과 몇 달 만에 시장 점유율을 이전 상태로 다시 회복한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위기 관리의 모범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오태훈 : 우리와는 좀 다른 사과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정치인들 사과도 많이 나옵니다, 기업인 말고도.
▶ 이현우 : 그렇죠.
▷ 오태훈 : 최근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사과를 발표하고 사퇴를 했습니다. 제가 일부분을 읽어볼게요.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저는 한 사람에게 5분 정도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습니다. 해서는 안 되는 강제추행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경중에 상관없이 어떤 행동과 말로도 용서가 안 됩니다. 이 사과는 어떻습니까?
▶ 이현우 :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에서 나타난 문제와 똑같은 문제가 여기서도 발견되네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사람은 부산 시민이 아니라 자신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입니다. 350만 부산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그렇게 사과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먼저 사과해야죠. 요즈음 유행어 중에 뭐가 중한디라는 이런 표현이 있잖아요.
▷ 오태훈 : 맞습니다.
▶ 이현우 : 사과문에서는 당연히 피해자의 회복이 가장 중요합니다.
▷ 오태훈 : 빨간펜 선생님 같으세요. 하나 더 보겠습니다. 이번에 당선자로 사과의 대상에 올랐던 사람들이 미래통합당 태영호 당선자 또 미래통합당 지성호 당선자입니다.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 막 이야기를 했었고 이게 잘못으로 드러나니까 비난 여론에 못이겨서 사과한 것으로 보여요, 시점으로 봤을 때. 이건 타이밍도 걱정이 되네요.
▶ 이현우 : 그렇죠. 사과에도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사과는 잘못을 저지른 즉시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죠. 그래서 태영호, 지성호 두 당선자의 경우에도 자신의 추측성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 밝혀진 즉시 사과를 했어야 마땅하죠. 이틀이나 지나서 하는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 여론에 떠밀려서 마지못해 하는 사과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 오태훈 : 여러 사안에 대해서 정치인들은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특징을 갖고 있어요. 타이밍도 중요할 것 같고 그 내용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사과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점, 주의할 점도 알려주시죠.
▶ 이현우 : 제가 아까 소개해주신 사과의 공식이라는 책을 쓰면서 수백 개의 실제 사과 사례를 수집했거든요. 그리고 정치인, 연예인, 언론인, 종교인, 기업인 이런 식으로 분류를 해서 분석을 해봤어요.
▷ 오태훈 : 분류까지 하셨어요?
▶ 이현우 : 그런데 저의 결론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사과 수준은 사회의 리더격인 그들의 지위하고는 달리 거의 낙제점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 오태훈 : 주어진 지위보다도 사과의 수준은 낙제점이다.
▶ 이현우 : 훨씬, 훨씬 낮죠. 그들이 발표한 수많은 사과문을 살펴보면 그들이 사과하는 이유는 사과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사과를 하는 거지 결코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바라면서 사과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가장 사과에서 중요한 것은 관점이에요. 사과는 나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나로 인해서 피해 받은 상대방을 위한 행동이 사과인 거죠.
▷ 오태훈 : 기준이 거기 가 있어야 하니까.
▶ 이현우 : 그렇죠. 그런데 사과를 하면서 자기를 보호하고 싶은 아주 강력한 그런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 오태훈 : 그 유혹이 있군요.
▶ 이현우 : 그러다 보니 자기 변명도 하고 합리화도 하고 뭐 그런 결과가 만들어지는 거죠. 사실 우리가 보석상이라서 보석을 살 때 불순물이 섞이면 값이 많이 떨어지잖아요.
▷ 오태훈 : 그렇죠.
▶ 이현우 : 사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과를 할 때는 상대방에 대한 관점만 가져야 합니다. 나를 위한 관점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면 진정한 사과를 할 수가 없는 거죠.
▷ 오태훈 : 여기서 박수 한번 나와야겠네요. 금요초대석 사과 전문가 이현우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와 함께 말씀 나누고 있습니다. 앞서서 직종별로 분류를 하셨다고 했는데 연예인들도 이런저런 논란, 일탈 때문에 사과 참 많이 했습니다.
▶ 이현우 : 그렇죠.
▷ 오태훈 : 대부분 진정성 없다고 비판도 많이 했던 것 같고. 한때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이런 이야기 상당히 논란도 됐었고 했는데 연예인들의 사과는 어때요?
▶ 이현우 : 우리나라에서 스타 연예인들은 엄청난 인기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누리고 있잖아요. 그런데 자료를 수집해보니까 정치인 못지않게 사과를 많이 하고 있는 집단이 바로 이 연예인들이었어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스타 연예인들과 관련된 사과문이 굉장히 수준이 천차만별이에요.
▷ 오태훈 : 그래요?
▶ 이현우 : 잘하시는 분도 계시고 또 형편없는 분도 계시고. 그런데 스타 연예인들이 범하고 있는 가장 흔한 잘못을 찾아보니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그저 그냥 용서만 빌고 있는 거죠.
▷ 오태훈 : 내 잘못은 많이 드러내야 하는데 오히려 그렇지 않고 감추고 용서만 받기를 원한다.
▶ 이현우 : 그렇습니다. 표절 문제가 발생해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요.
▷ 오태훈 : 에둘러 표현하는.
▶ 이현우 : 뭐 세금 탈세 문제가 발생해도 불미스러운 일로 사죄드립니다. 가장 연예인들이 좋아하는 단어가 불미스럽다는 그런 표현인 것 같아요.
▷ 오태훈 : 검찰 앞에 포토라인 서면 항상 그 이야기를 해요.
▶ 이현우 : 그렇죠. 그래서 제대로 된 사과를 하려면 시작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명확하게 하지 않고서 어떻게 올바른 사과문을 쓸 수 있겠습니까?
▷ 오태훈 : 그러니까 그 표현들 보면 본의 아니게, 불미스러운 일.
▶ 이현우 : 그런 게 다 불순물입니다.
▷ 오태훈 : 그렇군요. 그런데 말씀을 듣다 보니까 우리가 많이 들었던 사과들을 접해봤지만 막상 사과한다는 건 또 제대로 사과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왜 이렇게 사과하는 게 어려운 일인가요?
▶ 이현우 : 이유야 많죠.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사과를 하면 약해 보일 수 있다는 생각. 또 사과를 하면 사람들의 존경심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 또 사과를 하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자신을 공격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 이런 생각들이 사과를 주저하게 만들죠. 그래서 사과는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사과가 용서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사과는 잘못과 용서를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거든요. 그래서 사과 없이 용서 그리고 관계 회복을 기대할 수는 없는 거죠.
▷ 오태훈 : 말씀을 듣다 보니까 그동안 했던 나는 사과했어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용서를 구하고자 하는 대상에게는 잘못된 사과를 해왔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 이현우 : 용서는 전적으로 피해자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가해자가 용서를 요구할 수는 없는 거죠. 자기가 다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진정성 있게 최선을 다해서 사과하는 거기까지가 가해자가 할 수 있는.
▷ 오태훈 : 그러니까 거대한 사과 말고 친구나 연인끼리의 관계에서도 사과 같은 것들 많이 하고는 하지 않습니까? 이럴 때도 잘못된 사과들 많이 있죠.
▶ 이현우 : 정말 많이 있죠. 대표적으로 잘못된 사과의 유형 몇 가지만 소개해드릴까요?
▷ 오태훈 : 그래주세요.
▶ 이현우 : 예를 들면 내가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이런 것처럼 앞에다 뭔가 이제 애매한 해명하는 변명하는 그런 사과. 혹은 반격하는 사과. 사과하다가 갑자기 싸우는 경우가 있잖아요. 혹은 실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식의 수동태 문장의 사과. 사실 이 수동태 문제의 사과는 주어가 생략된다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정치인 뭐 연예인, 기업인 이런 분들의 사과문들을 보게 되면 잘못을 범한 사람의 주어가 생략된 경우가 너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혹시 청취자 여러분 혹시 사과문 보실 때는 주어가 명확히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 오태훈 : 그러면 연인 간에는 아니면 친구들끼리 가족 간에 사과할 때 가장 좋은 건 어떻게 하는 게 좋아요?
▶ 이현우 : 글쎄요, 뭐 일단 시작이 좋아야겠죠. 올바른 사과의 첫 단추는 자신의 잘못을 확인하는 거죠.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올바른 사과를 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일단은 잘못을 확인하고 자기가 잘못했으면 책임을 인정하고 또 뭔가 상대방에게 심각한 그런 피해를 입혔으면 피해를 보상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이런 기본적인 사과의 원칙들을 지켜나가면 이 사과는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잘못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잘못을 한 다음에 사과를 하게 되면 오히려 더 긍정적인 그런 관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거죠.
▷ 오태훈 : 그런데 교수님께서 광고홍보학과 교수잖아요. 그런데 이 사과에 관심을 두셨어요?
▶ 이현우 : 저는 원래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분야 연구를 주로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의 위기관리 관련 논문이나 특강 이런 것들이 많은데 사실 위기관리의 핵심은 효과적인 사과에 있습니다. 아마도 그 점이 이 책의 출판사에서 저에게 번역을 부탁한 것 같은데요. 그런데 번역을 하면서 묘한 사과의 매력에 빠졌어요. 설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게 하는 능력인 반면에 사과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얻게 하는 능력이잖아요.
▷ 오태훈 : 설득과 사과의 차이가 거기에 있군요.
▶ 이현우 : 그래서 설득은 자신한테 이롭지만 사과는 관계에 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번역한 책 제목도 한마디 사과가 백마디 설득을 이긴다 뭐 이렇게 정한 이유도 있고요.
▷ 오태훈 : 한국형 설득 전략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으세요.
▶ 이현우 :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 오태훈 : 그러니까 사과 말고도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도 쓰시기도. 번역하기도 하셨고요. 또 거절 당하지 않는 힘 이런 책을 쓰시기도 했습니다. 이 관련된 연구를 계속 이어가실 생각이세요?
▶ 이현우 : 교수에 대한 조크 중에 이런 게 있다고 그러네요. 교수의 연령에 따라서 가르치는 내용이 달라진다는 건데요. 30, 40대 교수는 자기가 배운 대로 굉장히 어렵게 가르친다면 50대 교수는 가르치다가 지혜가 생겨서 어려운 것은 빼고 쉬운 것만 가르친대요. 그러다가 60대가 되면 교수는 기억 나는 것만 가르친다는 그런 조크가 있는데 그래서 저도 기억 나는 것이 남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서 설득 관련 저서를 준비 중입니다. 아마도 다음 책은 어떻게 말해야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주제에 관한 건데요. 어쨌든 여러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오태훈 : 알겠습니다. 갑자기 생각이 들어서 하나만 더 여쭤볼까 해요. 부모와 자녀 간에도 사과가 필요합니다.
▶ 이현우 : 그렇습니다.
▷ 오태훈 :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그것도 똑같아요?
▶ 이현우 : 사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사과를 하는 게 쉽지는 않죠. 왜냐하면 이미 이제 상대방이 어떤 입장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쌍방이 공유하고 있는 상태여서 구태여 사과라는 형식을 취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사과를 해야만 그 관계를 더욱더 잘 가꿔나가지 않을까. 그래서 부모, 자식 같은 경우에도. 특히나 부모가 자식한테 사과하는 것은 더 어렵잖아요. 그래서 부모가 제대로 된 사과의 모범을 보여주면 자식 역시 사과라는 훌륭한 그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오태훈 : 진정한 사과가 많아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렇게 된다 그러면 정말 선진국이 되고 행복한 그런 우리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입니다. 사과 전문가 이현우 교수께서 추천해주시는 노래 한 곡 듣고 인사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떤 노래 들어볼까요?
▶ 이현우 : 같이 들어보고 싶은 노래는 1976년에 발표된 영국 가수 엘튼 존의 Sorry Seems To Be Hardest Word 옛날에 많이 들어보셨죠?
▷ 오태훈 : 참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 이현우 : 오늘의 주제하고 딱 맞잖아요. 그래서 노래 가사를 보면 “이별한 애인에게 당신이 나를 다시 사랑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고 있어요. 아마도 무슨 잘못을 했으니까 이별했겠죠. 그런데 미안하다는 말은 정말 하기 어렵다고 계속해서 말하고 있거든요.
▷ 오태훈 : 그래요. 맞아요.
▶ 이현우 : 글쎄요.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지도 않고 어떻게 헤어진 애인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요? 아무리 사과가 힘들어도 잘못을 했으면 일단 최선을 다해서 사과 먼저 하고 그다음에 애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방송을 듣는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꼭 기억해두시면 좋겠고요. 사람이 살면서 잘못하지 않고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세상에는 2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잘못하고 사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죠. 여러분은 꼭 사과하는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 오태훈 : 알겠습니다. 금요초대석 이현우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현우 : 고맙습니다.
- 이재용의 사과문은 대상이 잘못돼.. 소액 주주와 해고 노동자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 오거돈 시장의 사과 역시 같은 문제점... 사과의 대상은 부산시민 아니라 피해여성
- 사과는 타이밍도 중요... 태영호의 경우 여론에 떠밀러 마지못해 한 사과로 보여
- 사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로 인해 피해 받은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
- 보석을 살 때 불순물이 섞이면 값이 떨어지듯, 사과에도 변명 섞이면 진정한 사과 아냐
- 연예인들은 사과할 때 잘못 정확히 말하지 않아.... 가장 많이 쓰는 표현 ‘불미스러운 일’
- 단서 다는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또는 주어 없는 ‘실수가 있었어’ 등의 표현은 잘못
- 가까운 관계일수록 사과 어려워 그러나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사과해야 관계 단단해져
■ 프로그램명 : 오태훈의 시사본부
■ 코너명 : 시사본부 초대석
■ 방송시간 : 5월 8일(금요일) 12:20~14:00 KBS 1라디오
■ 출연자 : 이현우 교수(한양대 광고홍보학과)
▷ 오태훈 : 이번 주에는 참 많은 사과가 있었습니다. 지난 수요일이었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고 또 미래통합당 태영호, 지성호 당선자도 김정은 위원장 건강이상설과 관련해서 사과를 했죠.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과는 지난달 말에 있었습니다. 참 사과를 많이 접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KBS1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 금요초대석 사과에 대해서 좀 말씀을 나누려고 하는데요. 사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사과 전문가 사과의 공식이라는 책을 쓰신 분입니다.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이현우 교수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현우 : 안녕하세요?
▷ 오태훈 : 구체적인 말씀 시작하기 전에 번역하신 책 제목이 한마디 사과가 백마디 설득을 이긴다였는데 첫 장 제목이 우리는 지금 사과의 시대에 살고 있다였습니다. 왜 지금 시기에는 사과가 중요한 겁니까?
▶ 이현우 : 우리가 지금 사과의 시대에 살고 있는 2가지를 먼저 말씀드리면 첫째는 윤리의식의 발전입니다.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행동도 이제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어요.
▷ 오태훈 : 별거 아니었는데 지금은 심각해졌어요.
▶ 이현우 : 그렇죠. 예를 들어서 과거에는 직장에서 남자 직원들이 여자 직원들에게 성차별적인 언어를 일상적으로 장난삼아 사용했다면 이제는 그런 행동은 사법적 처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세상의 윤리의식과 기준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데 사람들은 과거의 습관에 따라 행동해서 결국 사과해야 할 일들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발달이 우리가 사과의 시대에 살고 있는 두 번째 이유가 됩니다. 과거에는 두 사람 사이에 사적인 영역에 해당되는 일들도 이제는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유튜브에 올라서 전 세계가 관심을 갖게 되는 사건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 오태훈 : 그러네요.
▶ 이현우 : 이제 사과는 현대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 오태훈 : 그러면 구체적으로 사과에 대해서 평가를 부탁드릴까 하는데 그제였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사과를 했습니다. 이 사과는 어떻게 보셨어요?
▶ 이현우 : 제가 유튜브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 전문을 살펴봤는데요. 몇 가지 말씀드릴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사과문이 너무 길어요.
▷ 오태훈 : 길다.
▶ 이현우 : 전체 거의 한 10분쯤 되는데 그중에 약 5분은 잘못에 대한 사과 내용이 아니라 삼성의 미래 혹은 새로운 삼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뭐 삼성 비전 출범식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과거의 잘못에 대해 보다 집중해서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의 미래에 대한 내용으로 속칭 물타기 이런 거 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둘째로 사과의 대상이 잘못 되었어요.
▷ 오태훈 : 대상이 잘못됐다.
▶ 이현우 :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 내용은 크게 경영권 승계 문제 그리고 노조 탄압에 대한 2가지 문제였잖아요.
▷ 오태훈 : 그렇습니다.
▶ 이현우 : 그렇다면 사과의 1차적인 대상은 당연히 그러한 불법적인 개입에 따라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은 소액 주주들 그리고 노조 설립을 추진하다가 해고되어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삼성 해고 노동자들에게 먼저 사과를 하고 그다음에 일반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순서가 맞죠. 또 노조 탄압이라는 잘못을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애매하게 노조 문제로 피해 입은 모든 분들께 사과한다고 말했잖아요. 이건 핵심은 피해가고 변종만 울리는 반쪽짜리 사과문 같은 그런 느낌이 드네요.
▷ 오태훈 : 그리고 언론들은 이걸 기사 제목으로 많이 꼽았습니다. 뭐였냐 하면 아이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이렇게 밝혔거든요. 이게 이번 사과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으로 보십니까?
▶ 이현우 :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Excuse me, thank you, sorry 이 세 마디 영어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다고 그러잖아요. 그렇지만 미안해라고 간단히 사과하기는 쉽지만 제대로 사과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미국의 사과 전문가 존 케이도라는 분이 말씀하시기를 사과에서 꼭 들어가야 할 필수적인 요소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재발 방지에 대한 다짐입니다. 그래서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약속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 부회장이 제 아이들에게 다시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오태훈 :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건 의미가 있고. 하지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분들이라든가 노조 탄압에 대한 부분들에 대한 사과는 많이 부족했다. 이렇게 말씀해주셨고. 기업인들이 사과하는 것. 카메라 앞에서 이제 머리를 이렇게 숙이면서 사과하는 건 우리가 꽤 많이 봤습니다. 대한항공이라든가 오너 가족들의 사과도 많이 있었는데 그런데 뭐 회사 전체적으로 이런 사과의 과정 속에서 손해를 끼친다거나 아니면 사과를 한 상황에서 매출이나 사업에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 이런 거 보고서 사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여기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죠.
▶ 이현우 : 그리고 사실 기업 활동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위기에 노출이 많이 되잖아요. 그래서 위기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없지만 위기를 잘 관리하면 우리 말에 비온 후에 더 단단한 땅이 된다는 표현처럼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어요. 위기라는 단어의 의미를 보면 이 단어가 원래 의학용어였다고 그럽니다.
▷ 오태훈 : 위기가 의학용어였어요?
▶ 이현우 : 네. 그래서 의학적으로 crisis 위기라는 그런 말은 환자의 상태가 회복되어서 이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거나 혹은 회복 불능의 상태로 진입하게 되는 전환점을 지칭했다고 그래요. 그런데 그러한 갈림길에서 어떤 길로 갈 것인가는 기업의 사과 능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기업의 경영인들은 위기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다 사용해본 다음에야 최후의 수단으로 사과를 선택하거든요.
▷ 오태훈 : 가장 끝에 가서.
▶ 이현우 : 그렇죠. 그런데 위기 커뮤니케이션 혹은 사과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사과는 기업의 위기 상황에서 최초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 오태훈 : 가장 먼저 해야 한다.
▶ 이현우 : 그렇습니다.
▷ 오태훈 : 그러면 제대로 된 사과를 했다거나 가장 먼저 사과해서 성공한 사례 같은 거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 이현우 : 그런데 뭐 미국의 경우는 그런 사례가 많이 있는데.
▷ 오태훈 : 우리는 없나 봐요.
▶ 이현우 : 확실히 우리나라는 부분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는 있지만 모범적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운데요.
▷ 오태훈 : 모범 사례를 알려주시죠.
▶ 이현우 : 대표적인 위기 관리에 대표적으로 항상 언급되는 사례가 1982년도에 미국 시카고에서 타이레놀. 우리가 머리 아플 때 먹는 해열제 타이레놀 있잖아요. 이 약을 먹고 7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을 했어요. 그런데 결국은 이제 연방 당국이 수사를 해서 이것은 누군가가 고의로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집어넣어서 결국은 사람이 죽게 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타이레놀 혹은 이 제품을 만든 존슨앤존슨의 어떤 잘못은 아니라는.
▷ 오태훈 : 그러니까 누명이 벗어졌군요.
▶ 이현우 : 누명은 풀렸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공포에 빠졌잖아요. 타이레놀 먹고 죽은 사람이 발생했으니까. 소비자의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졌는데 이때 존슨앤존스 CEO가 직접 광고에 나와서 이런 말을 했어요. “소비자 여러분, 지금 당장 타이레놀 복용을 중단하시고 이전에 제조된 모든 제품은 폐기해주십시오.”
▷ 오태훈 : 단호하네요. 명쾌하고.
▶ 이현우 : 이런 말을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런 CEO가 직접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앞에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런 모습 플러스 용의자 신고에 현상금을 내걸고 피해자에게 일일이 위로편지를 쓰고 제품을 개선하고 하는 이런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서 거의 뭐 망할 뻔했던 존슨앤존슨이 불과 몇 달 만에 시장 점유율을 이전 상태로 다시 회복한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위기 관리의 모범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오태훈 : 우리와는 좀 다른 사과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정치인들 사과도 많이 나옵니다, 기업인 말고도.
▶ 이현우 : 그렇죠.
▷ 오태훈 : 최근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사과를 발표하고 사퇴를 했습니다. 제가 일부분을 읽어볼게요.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저는 한 사람에게 5분 정도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습니다. 해서는 안 되는 강제추행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경중에 상관없이 어떤 행동과 말로도 용서가 안 됩니다. 이 사과는 어떻습니까?
▶ 이현우 :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에서 나타난 문제와 똑같은 문제가 여기서도 발견되네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사람은 부산 시민이 아니라 자신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입니다. 350만 부산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그렇게 사과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먼저 사과해야죠. 요즈음 유행어 중에 뭐가 중한디라는 이런 표현이 있잖아요.
▷ 오태훈 : 맞습니다.
▶ 이현우 : 사과문에서는 당연히 피해자의 회복이 가장 중요합니다.
▷ 오태훈 : 빨간펜 선생님 같으세요. 하나 더 보겠습니다. 이번에 당선자로 사과의 대상에 올랐던 사람들이 미래통합당 태영호 당선자 또 미래통합당 지성호 당선자입니다.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 막 이야기를 했었고 이게 잘못으로 드러나니까 비난 여론에 못이겨서 사과한 것으로 보여요, 시점으로 봤을 때. 이건 타이밍도 걱정이 되네요.
▶ 이현우 : 그렇죠. 사과에도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사과는 잘못을 저지른 즉시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죠. 그래서 태영호, 지성호 두 당선자의 경우에도 자신의 추측성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 밝혀진 즉시 사과를 했어야 마땅하죠. 이틀이나 지나서 하는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 여론에 떠밀려서 마지못해 하는 사과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 오태훈 : 여러 사안에 대해서 정치인들은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특징을 갖고 있어요. 타이밍도 중요할 것 같고 그 내용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사과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점, 주의할 점도 알려주시죠.
▶ 이현우 : 제가 아까 소개해주신 사과의 공식이라는 책을 쓰면서 수백 개의 실제 사과 사례를 수집했거든요. 그리고 정치인, 연예인, 언론인, 종교인, 기업인 이런 식으로 분류를 해서 분석을 해봤어요.
▷ 오태훈 : 분류까지 하셨어요?
▶ 이현우 : 그런데 저의 결론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사과 수준은 사회의 리더격인 그들의 지위하고는 달리 거의 낙제점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 오태훈 : 주어진 지위보다도 사과의 수준은 낙제점이다.
▶ 이현우 : 훨씬, 훨씬 낮죠. 그들이 발표한 수많은 사과문을 살펴보면 그들이 사과하는 이유는 사과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사과를 하는 거지 결코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바라면서 사과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가장 사과에서 중요한 것은 관점이에요. 사과는 나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나로 인해서 피해 받은 상대방을 위한 행동이 사과인 거죠.
▷ 오태훈 : 기준이 거기 가 있어야 하니까.
▶ 이현우 : 그렇죠. 그런데 사과를 하면서 자기를 보호하고 싶은 아주 강력한 그런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 오태훈 : 그 유혹이 있군요.
▶ 이현우 : 그러다 보니 자기 변명도 하고 합리화도 하고 뭐 그런 결과가 만들어지는 거죠. 사실 우리가 보석상이라서 보석을 살 때 불순물이 섞이면 값이 많이 떨어지잖아요.
▷ 오태훈 : 그렇죠.
▶ 이현우 : 사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과를 할 때는 상대방에 대한 관점만 가져야 합니다. 나를 위한 관점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면 진정한 사과를 할 수가 없는 거죠.
▷ 오태훈 : 여기서 박수 한번 나와야겠네요. 금요초대석 사과 전문가 이현우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와 함께 말씀 나누고 있습니다. 앞서서 직종별로 분류를 하셨다고 했는데 연예인들도 이런저런 논란, 일탈 때문에 사과 참 많이 했습니다.
▶ 이현우 : 그렇죠.
▷ 오태훈 : 대부분 진정성 없다고 비판도 많이 했던 것 같고. 한때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이런 이야기 상당히 논란도 됐었고 했는데 연예인들의 사과는 어때요?
▶ 이현우 : 우리나라에서 스타 연예인들은 엄청난 인기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누리고 있잖아요. 그런데 자료를 수집해보니까 정치인 못지않게 사과를 많이 하고 있는 집단이 바로 이 연예인들이었어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스타 연예인들과 관련된 사과문이 굉장히 수준이 천차만별이에요.
▷ 오태훈 : 그래요?
▶ 이현우 : 잘하시는 분도 계시고 또 형편없는 분도 계시고. 그런데 스타 연예인들이 범하고 있는 가장 흔한 잘못을 찾아보니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그저 그냥 용서만 빌고 있는 거죠.
▷ 오태훈 : 내 잘못은 많이 드러내야 하는데 오히려 그렇지 않고 감추고 용서만 받기를 원한다.
▶ 이현우 : 그렇습니다. 표절 문제가 발생해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요.
▷ 오태훈 : 에둘러 표현하는.
▶ 이현우 : 뭐 세금 탈세 문제가 발생해도 불미스러운 일로 사죄드립니다. 가장 연예인들이 좋아하는 단어가 불미스럽다는 그런 표현인 것 같아요.
▷ 오태훈 : 검찰 앞에 포토라인 서면 항상 그 이야기를 해요.
▶ 이현우 : 그렇죠. 그래서 제대로 된 사과를 하려면 시작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명확하게 하지 않고서 어떻게 올바른 사과문을 쓸 수 있겠습니까?
▷ 오태훈 : 그러니까 그 표현들 보면 본의 아니게, 불미스러운 일.
▶ 이현우 : 그런 게 다 불순물입니다.
▷ 오태훈 : 그렇군요. 그런데 말씀을 듣다 보니까 우리가 많이 들었던 사과들을 접해봤지만 막상 사과한다는 건 또 제대로 사과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왜 이렇게 사과하는 게 어려운 일인가요?
▶ 이현우 : 이유야 많죠.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사과를 하면 약해 보일 수 있다는 생각. 또 사과를 하면 사람들의 존경심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 또 사과를 하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자신을 공격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 이런 생각들이 사과를 주저하게 만들죠. 그래서 사과는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사과가 용서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사과는 잘못과 용서를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거든요. 그래서 사과 없이 용서 그리고 관계 회복을 기대할 수는 없는 거죠.
▷ 오태훈 : 말씀을 듣다 보니까 그동안 했던 나는 사과했어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용서를 구하고자 하는 대상에게는 잘못된 사과를 해왔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 이현우 : 용서는 전적으로 피해자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가해자가 용서를 요구할 수는 없는 거죠. 자기가 다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진정성 있게 최선을 다해서 사과하는 거기까지가 가해자가 할 수 있는.
▷ 오태훈 : 그러니까 거대한 사과 말고 친구나 연인끼리의 관계에서도 사과 같은 것들 많이 하고는 하지 않습니까? 이럴 때도 잘못된 사과들 많이 있죠.
▶ 이현우 : 정말 많이 있죠. 대표적으로 잘못된 사과의 유형 몇 가지만 소개해드릴까요?
▷ 오태훈 : 그래주세요.
▶ 이현우 : 예를 들면 내가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이런 것처럼 앞에다 뭔가 이제 애매한 해명하는 변명하는 그런 사과. 혹은 반격하는 사과. 사과하다가 갑자기 싸우는 경우가 있잖아요. 혹은 실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식의 수동태 문장의 사과. 사실 이 수동태 문제의 사과는 주어가 생략된다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정치인 뭐 연예인, 기업인 이런 분들의 사과문들을 보게 되면 잘못을 범한 사람의 주어가 생략된 경우가 너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혹시 청취자 여러분 혹시 사과문 보실 때는 주어가 명확히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 오태훈 : 그러면 연인 간에는 아니면 친구들끼리 가족 간에 사과할 때 가장 좋은 건 어떻게 하는 게 좋아요?
▶ 이현우 : 글쎄요, 뭐 일단 시작이 좋아야겠죠. 올바른 사과의 첫 단추는 자신의 잘못을 확인하는 거죠.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올바른 사과를 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일단은 잘못을 확인하고 자기가 잘못했으면 책임을 인정하고 또 뭔가 상대방에게 심각한 그런 피해를 입혔으면 피해를 보상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이런 기본적인 사과의 원칙들을 지켜나가면 이 사과는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잘못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잘못을 한 다음에 사과를 하게 되면 오히려 더 긍정적인 그런 관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거죠.
▷ 오태훈 : 그런데 교수님께서 광고홍보학과 교수잖아요. 그런데 이 사과에 관심을 두셨어요?
▶ 이현우 : 저는 원래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분야 연구를 주로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의 위기관리 관련 논문이나 특강 이런 것들이 많은데 사실 위기관리의 핵심은 효과적인 사과에 있습니다. 아마도 그 점이 이 책의 출판사에서 저에게 번역을 부탁한 것 같은데요. 그런데 번역을 하면서 묘한 사과의 매력에 빠졌어요. 설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게 하는 능력인 반면에 사과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얻게 하는 능력이잖아요.
▷ 오태훈 : 설득과 사과의 차이가 거기에 있군요.
▶ 이현우 : 그래서 설득은 자신한테 이롭지만 사과는 관계에 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번역한 책 제목도 한마디 사과가 백마디 설득을 이긴다 뭐 이렇게 정한 이유도 있고요.
▷ 오태훈 : 한국형 설득 전략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으세요.
▶ 이현우 :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 오태훈 : 그러니까 사과 말고도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도 쓰시기도. 번역하기도 하셨고요. 또 거절 당하지 않는 힘 이런 책을 쓰시기도 했습니다. 이 관련된 연구를 계속 이어가실 생각이세요?
▶ 이현우 : 교수에 대한 조크 중에 이런 게 있다고 그러네요. 교수의 연령에 따라서 가르치는 내용이 달라진다는 건데요. 30, 40대 교수는 자기가 배운 대로 굉장히 어렵게 가르친다면 50대 교수는 가르치다가 지혜가 생겨서 어려운 것은 빼고 쉬운 것만 가르친대요. 그러다가 60대가 되면 교수는 기억 나는 것만 가르친다는 그런 조크가 있는데 그래서 저도 기억 나는 것이 남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서 설득 관련 저서를 준비 중입니다. 아마도 다음 책은 어떻게 말해야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주제에 관한 건데요. 어쨌든 여러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오태훈 : 알겠습니다. 갑자기 생각이 들어서 하나만 더 여쭤볼까 해요. 부모와 자녀 간에도 사과가 필요합니다.
▶ 이현우 : 그렇습니다.
▷ 오태훈 :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그것도 똑같아요?
▶ 이현우 : 사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사과를 하는 게 쉽지는 않죠. 왜냐하면 이미 이제 상대방이 어떤 입장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쌍방이 공유하고 있는 상태여서 구태여 사과라는 형식을 취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사과를 해야만 그 관계를 더욱더 잘 가꿔나가지 않을까. 그래서 부모, 자식 같은 경우에도. 특히나 부모가 자식한테 사과하는 것은 더 어렵잖아요. 그래서 부모가 제대로 된 사과의 모범을 보여주면 자식 역시 사과라는 훌륭한 그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오태훈 : 진정한 사과가 많아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렇게 된다 그러면 정말 선진국이 되고 행복한 그런 우리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입니다. 사과 전문가 이현우 교수께서 추천해주시는 노래 한 곡 듣고 인사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떤 노래 들어볼까요?
▶ 이현우 : 같이 들어보고 싶은 노래는 1976년에 발표된 영국 가수 엘튼 존의 Sorry Seems To Be Hardest Word 옛날에 많이 들어보셨죠?
▷ 오태훈 : 참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 이현우 : 오늘의 주제하고 딱 맞잖아요. 그래서 노래 가사를 보면 “이별한 애인에게 당신이 나를 다시 사랑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고 있어요. 아마도 무슨 잘못을 했으니까 이별했겠죠. 그런데 미안하다는 말은 정말 하기 어렵다고 계속해서 말하고 있거든요.
▷ 오태훈 : 그래요. 맞아요.
▶ 이현우 : 글쎄요.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지도 않고 어떻게 헤어진 애인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요? 아무리 사과가 힘들어도 잘못을 했으면 일단 최선을 다해서 사과 먼저 하고 그다음에 애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방송을 듣는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꼭 기억해두시면 좋겠고요. 사람이 살면서 잘못하지 않고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세상에는 2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잘못하고 사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죠. 여러분은 꼭 사과하는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 오태훈 : 알겠습니다. 금요초대석 이현우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현우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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