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협력업체 직원 사망…끊이지 않는 ‘위험의 외주화’

입력 2020.05.08 (21:33) 수정 2020.05.0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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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전 문제로 죽는 사람이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청와대 앞에 검정색 현수막이 펼쳐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내일(9일)로 3년이 되는데. 처음 약속처럼 더 이상 사람이 죽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입니다.

거리에 나선 대부분은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산업재해 등으로 이미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었는데 ...

"우리는 왜 죽은 자리에서 거듭 죽고 넘어진 그 자리에서 거듭 넘어지는가."

단체의 공동대표인 김훈 작가의 지적처럼 안전 사고 막을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제대로 막지 않아서 발생했습니다.

“다시는” 일하는 곳이 위험하면 안 되고, “다시는” 사람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요청이죠.

하지만 이런 간절함에도 불구히고, 안타까운 사고 소식 또 전해드리게 됐습니다.

울산의 한 공장에서 폐집진기를 교체하던 협력업체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개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도 있지만, 애당초 관리업체의 감독이나 작업 계획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울산의 한 건설자재업체.

먼지와 매연을 빨아 들이는 낡은 집진기 1대가 부서진 채 쓰러져 있습니다.

노후기계를 새 기계로 교체하던 도중 설비가 넘어져, 협력업체 근로자 1명이 6m 아래로 떨어져 숨진 겁니다.

작업자가 안전 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현장의 허술한 안전관리가 더 큰 문제였습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산재예방지도과 : "(장비가 넘어지지 않게)전도방지조치가 안 되어있던 게 제일 큰 것으로 보고 있고요. 안전대도 물론 원인 중에 하나지만. 회사에서 (안전대)차게 해야죠. 관리감독하면서."]

이번 작업처럼 무거운 물건을 다루는 작업을 하려면 사고 예방을 위해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작업자를 교육시켜야 합니다.

이를 어기다 사망 사고가 났을 경우 관리 책임자를 징역형에까지 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 업체는 작업 계획서도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 관계자 : "결국 작업관리자가 안전작업 중량물 수립 계획을 안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죠."]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 "(작업계획서 유무 여부가 이번 사고에 영향에 미쳤다고 볼 수 있겠네요?) 네, 영향을 미쳤죠. 원래 작업 방법이 그렇게 체계적으로 된 건 아니죠."]

원청업체가 정한 공사 기한에 쫓기는 현실 역시 별로 달라진 것 없었습니다.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모두 428명.

반복되는 산재사고를 막기위해 근로자 뿐만 아니라 사업주에게 더 철저한 안전관리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정입니다.

[앵커]

저희 kbs는 노동자가 일터에서 안전하게 퇴근할 수 있도록 관심의 끈 당기면서, 원인과 문제 해결 과정까지 계속 짚어나가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도 함께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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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협력업체 직원 사망…끊이지 않는 ‘위험의 외주화’
    • 입력 2020-05-08 21:36:06
    • 수정2020-05-08 21:39:37
    뉴스 9
[앵커]

“안전 문제로 죽는 사람이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청와대 앞에 검정색 현수막이 펼쳐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내일(9일)로 3년이 되는데. 처음 약속처럼 더 이상 사람이 죽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입니다.

거리에 나선 대부분은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산업재해 등으로 이미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었는데 ...

"우리는 왜 죽은 자리에서 거듭 죽고 넘어진 그 자리에서 거듭 넘어지는가."

단체의 공동대표인 김훈 작가의 지적처럼 안전 사고 막을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제대로 막지 않아서 발생했습니다.

“다시는” 일하는 곳이 위험하면 안 되고, “다시는” 사람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요청이죠.

하지만 이런 간절함에도 불구히고, 안타까운 사고 소식 또 전해드리게 됐습니다.

울산의 한 공장에서 폐집진기를 교체하던 협력업체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개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도 있지만, 애당초 관리업체의 감독이나 작업 계획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울산의 한 건설자재업체.

먼지와 매연을 빨아 들이는 낡은 집진기 1대가 부서진 채 쓰러져 있습니다.

노후기계를 새 기계로 교체하던 도중 설비가 넘어져, 협력업체 근로자 1명이 6m 아래로 떨어져 숨진 겁니다.

작업자가 안전 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현장의 허술한 안전관리가 더 큰 문제였습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산재예방지도과 : "(장비가 넘어지지 않게)전도방지조치가 안 되어있던 게 제일 큰 것으로 보고 있고요. 안전대도 물론 원인 중에 하나지만. 회사에서 (안전대)차게 해야죠. 관리감독하면서."]

이번 작업처럼 무거운 물건을 다루는 작업을 하려면 사고 예방을 위해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작업자를 교육시켜야 합니다.

이를 어기다 사망 사고가 났을 경우 관리 책임자를 징역형에까지 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 업체는 작업 계획서도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 관계자 : "결국 작업관리자가 안전작업 중량물 수립 계획을 안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죠."]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 "(작업계획서 유무 여부가 이번 사고에 영향에 미쳤다고 볼 수 있겠네요?) 네, 영향을 미쳤죠. 원래 작업 방법이 그렇게 체계적으로 된 건 아니죠."]

원청업체가 정한 공사 기한에 쫓기는 현실 역시 별로 달라진 것 없었습니다.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모두 428명.

반복되는 산재사고를 막기위해 근로자 뿐만 아니라 사업주에게 더 철저한 안전관리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정입니다.

[앵커]

저희 kbs는 노동자가 일터에서 안전하게 퇴근할 수 있도록 관심의 끈 당기면서, 원인과 문제 해결 과정까지 계속 짚어나가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도 함께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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