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없인 보낼 수 없어”…가해자 엄벌 청원 15만 동의

입력 2020.05.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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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최 모 씨가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을 견디기 힘들다며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오늘(12일)로 사흘째입니다. 보통이라면 오늘 발인이어야겠지만, 최 씨의 발인식은 오늘까지 열리지 않았습니다.

■ 유족 "사과 없인 보낼 수 없어 발인을 미뤘다"

숨진 경비원 최 씨의 형은 어제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장례를 오일장으로 바꿔 발인이 13일로 미뤄졌다"고 말했습니다. 최 씨의 형은 "입주민 심 씨가 이제라도 장례식장에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례 기간을 늘렸다"고 설명했는데요.

앞서 유족과 입주민들은 KBS 취재진에게 "최 씨가 지난달 21일 아파트 주차 관리를 하다가 이중 주차된 입주민 심 모 씨의 승용차를 밀었고, 이후 심 씨에게 지속해서 폭언·폭행을 당해왔다"고 증언했습니다. 유족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입주민 심 씨의 사과를 기다리기 위해 최 씨의 장례 기간을 늘렸다는 것입니다.

숨진 최 씨가 일했던 아파트 인근에서 오늘(12일) 추모 기자회견이 열렸다.숨진 최 씨가 일했던 아파트 인근에서 오늘(12일) 추모 기자회견이 열렸다.

■ "가해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필요"…추모 기자회견

오늘 최 씨가 근무했던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선 최 씨를 기리는 추모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기자회견에는 2014년 입주민의 비인격적 대우를 견디다 못해 숨진 경비원의 동료인 김인준 씨도 참석했는데요. 김인준 씨는 "동료가 숨진 뒤 6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변화한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참석한 신하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는 "이번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이거나 한 아파트의 문제가 아니"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해자를 엄벌하고, 정부나 국회 등이 나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숨진 최 씨가 일했던 아파트 입주민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숨진 최 씨가 일했던 아파트 입주민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 입주민이 올린 '국민청원'…하루 새 15만 명 동의

숨진 최 씨의 소식이 보도된 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최 씨가 근무한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가해자에게) 엄벌이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적었습니다.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 만인 오늘 오후 4시 기준, 15만 명 넘게 동의했습니다.

한편 경비원 최 씨는 2주 전, 입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심 씨를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는데요. 최 씨가 숨진 뒤 경찰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경찰은 입주민들의 증언 등을 듣는 한편, 어제는 입주민 심 씨에 대해 상해와 폭행, 협박 등의 혐의로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또, 이번 주 안으로 심 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숨진 최 씨가 유서에 적은 억울함은 무엇인지, 경찰 수사를 통해 하루빨리 밝혀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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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과 없인 보낼 수 없어”…가해자 엄벌 청원 15만 동의
    • 입력 2020-05-12 16:34:33
    취재K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최 모 씨가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을 견디기 힘들다며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오늘(12일)로 사흘째입니다. 보통이라면 오늘 발인이어야겠지만, 최 씨의 발인식은 오늘까지 열리지 않았습니다.

■ 유족 "사과 없인 보낼 수 없어 발인을 미뤘다"

숨진 경비원 최 씨의 형은 어제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장례를 오일장으로 바꿔 발인이 13일로 미뤄졌다"고 말했습니다. 최 씨의 형은 "입주민 심 씨가 이제라도 장례식장에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례 기간을 늘렸다"고 설명했는데요.

앞서 유족과 입주민들은 KBS 취재진에게 "최 씨가 지난달 21일 아파트 주차 관리를 하다가 이중 주차된 입주민 심 모 씨의 승용차를 밀었고, 이후 심 씨에게 지속해서 폭언·폭행을 당해왔다"고 증언했습니다. 유족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입주민 심 씨의 사과를 기다리기 위해 최 씨의 장례 기간을 늘렸다는 것입니다.

숨진 최 씨가 일했던 아파트 인근에서 오늘(12일) 추모 기자회견이 열렸다.
■ "가해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필요"…추모 기자회견

오늘 최 씨가 근무했던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선 최 씨를 기리는 추모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기자회견에는 2014년 입주민의 비인격적 대우를 견디다 못해 숨진 경비원의 동료인 김인준 씨도 참석했는데요. 김인준 씨는 "동료가 숨진 뒤 6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변화한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참석한 신하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는 "이번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이거나 한 아파트의 문제가 아니"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해자를 엄벌하고, 정부나 국회 등이 나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숨진 최 씨가 일했던 아파트 입주민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 입주민이 올린 '국민청원'…하루 새 15만 명 동의

숨진 최 씨의 소식이 보도된 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최 씨가 근무한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가해자에게) 엄벌이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적었습니다.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 만인 오늘 오후 4시 기준, 15만 명 넘게 동의했습니다.

한편 경비원 최 씨는 2주 전, 입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심 씨를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는데요. 최 씨가 숨진 뒤 경찰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경찰은 입주민들의 증언 등을 듣는 한편, 어제는 입주민 심 씨에 대해 상해와 폭행, 협박 등의 혐의로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또, 이번 주 안으로 심 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숨진 최 씨가 유서에 적은 억울함은 무엇인지, 경찰 수사를 통해 하루빨리 밝혀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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