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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만족도 조사인데 직원이 거기서 왜?
입력 2020.05.12 (16:46) 취재K
지난해 크리스마스 아침. 강릉 정동진 레일바이크를 운영하는 코레일 관광개발 직원들의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다음과 같은 한 줄 지시가 올라왔습니다.


"PCSI 도착했습니다."

'PCSI'는 매년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를 의미합니다. 코레일관광개발은 코레일의 자회사입니다. 레일바이크와 승무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타 공공기관'으로 PCSI를 받아야 합니다.

"PCSI가 도착했다"는 건 고객만족도 조사원이 현장에 도착해 조사를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조사원들이 만난 사람들은 고객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복을 입은 코레일 관광개발 직원들'이었습니다.

당연히 이들은 레일바이크 서비스 평가항목에 '매우 좋다' '이상치에 매우 가깝다' 등의 최고 점수를 주었습니다. 코레일 관광개발 직원이 아니라고 대답하고 주소는 강릉이 아닌 다른 곳으로 적었습니다.

코레일 관광개발 직원이거나 가족, 특수관계인이 설문에 참여하지 않도록 걸러내는 문항이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직원들 모두가 단체 대화방을 통해 사전에 설문지를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유의해야 할 질문은 빨간펜으로 강조되어 있었습니다.


코레일관광개발 직원 A씨도 공유된 설문지에 빨갛게 표시된 부분을 암기하듯 되뇌었다고 했습니다. A씨는 "(설문할 때) 실수를 할 수 있는 문항이라든지 이런 게 있으면 미리 별표를 해서 직원들에게 이런 부분들은 꼭 여기에 체크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설문 예습'을 마친 뒤 '실전'에서는 일하다 말고 사복을 갈아입고 고객인 척 설문에 참여했다고 말합니다. A씨는 "근무하다가 얼른 사복으로 갈아입고 조사가 이뤄지는 쪽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그리곤 이용객 인척 조사관들 옆에서 서성였다"고 말했습니다.

설문 조사가 이뤄지는 위치도 코레일관광개발 측에서 제공하다 보니 사실상 '짜여진 각본' 같았다고 했습니다. A씨는 "조사 위치도 뻔한 데다 조사원들은 태블릿 PC, 서류철 등을 가지고 있다 보니 누가 봐도 조사하러 온 사람들인 것을 알 수 있다"며 "직원들이 고객들보다 먼저 설문 조사 하는 곳으로 가서 하면 고객들은 그냥 지나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설문 조작'은 2018년에도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직원 B씨는 "18년도 조사 때는 당일에 쉬는 사람들이 가족, 친지, 지인까지 데리고 와서 하라고 했다"며 "고객인 척 레일바이크를 타고 설문에 참여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화방 내용을 보면 2018년에는 조사기관이 '협조'를 해줬다는 사실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코레일 직원 200여 명이 고객인 척 '2019년 고객만족도 조사'에 참여해 점수를 조작했다고 지난달 19일 밝혔습니다. 채 한 달도 안 돼 코레일 자회사에서도 비슷한 조작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직원들은 '성과급'때문 아니겠냐고 이야기합니다. 공공기관에 고객만족도 조사는 매년 받는 '성적표'와 같습니다. 성과급 지급의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코레일관광개발은 2018년도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최고 평점 바로 아래인 A등급을 받았습니다.

코레일관광개발 감사실은 "사실 확인 중에 있다" 며 "코레일관광개발 전체 지사(승무 5곳, 레일바이크 4곳)에 비슷한 일이 있었는지 전화와 문서 등으로 확인해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설문지가 미리 공유된 점에 대해서는 해당 지사에서 "인터넷으로 돌아다니는 자료를 받은 것이고, 이런 설문조항들이 평가 항목이니 조심해서 잘 해보자는 차원에서 했다는 주장"이라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당 설문지에는 '2019년 기획재정부 주관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라는 제목과 함께 기관명에 '코레일관광개발'이 분명히 적시되어 있습니다. 사전에 인터넷에 돌아다닐 가능성이 희박한 문서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설문조사도 진행했으니, 진정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게 되었을까요? 코레일관광개발 측은 자체 감사 중이라며 추후 재발 방지책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레일관광개발 해당 지사장과 관계자들은 입장 밝히기를 거부했습니다.
  • ‘고객’ 만족도 조사인데 직원이 거기서 왜?
    • 입력 2020-05-12 16:46:14
    취재K
지난해 크리스마스 아침. 강릉 정동진 레일바이크를 운영하는 코레일 관광개발 직원들의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다음과 같은 한 줄 지시가 올라왔습니다.


"PCSI 도착했습니다."

'PCSI'는 매년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를 의미합니다. 코레일관광개발은 코레일의 자회사입니다. 레일바이크와 승무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타 공공기관'으로 PCSI를 받아야 합니다.

"PCSI가 도착했다"는 건 고객만족도 조사원이 현장에 도착해 조사를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조사원들이 만난 사람들은 고객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복을 입은 코레일 관광개발 직원들'이었습니다.

당연히 이들은 레일바이크 서비스 평가항목에 '매우 좋다' '이상치에 매우 가깝다' 등의 최고 점수를 주었습니다. 코레일 관광개발 직원이 아니라고 대답하고 주소는 강릉이 아닌 다른 곳으로 적었습니다.

코레일 관광개발 직원이거나 가족, 특수관계인이 설문에 참여하지 않도록 걸러내는 문항이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직원들 모두가 단체 대화방을 통해 사전에 설문지를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유의해야 할 질문은 빨간펜으로 강조되어 있었습니다.


코레일관광개발 직원 A씨도 공유된 설문지에 빨갛게 표시된 부분을 암기하듯 되뇌었다고 했습니다. A씨는 "(설문할 때) 실수를 할 수 있는 문항이라든지 이런 게 있으면 미리 별표를 해서 직원들에게 이런 부분들은 꼭 여기에 체크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설문 예습'을 마친 뒤 '실전'에서는 일하다 말고 사복을 갈아입고 고객인 척 설문에 참여했다고 말합니다. A씨는 "근무하다가 얼른 사복으로 갈아입고 조사가 이뤄지는 쪽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그리곤 이용객 인척 조사관들 옆에서 서성였다"고 말했습니다.

설문 조사가 이뤄지는 위치도 코레일관광개발 측에서 제공하다 보니 사실상 '짜여진 각본' 같았다고 했습니다. A씨는 "조사 위치도 뻔한 데다 조사원들은 태블릿 PC, 서류철 등을 가지고 있다 보니 누가 봐도 조사하러 온 사람들인 것을 알 수 있다"며 "직원들이 고객들보다 먼저 설문 조사 하는 곳으로 가서 하면 고객들은 그냥 지나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설문 조작'은 2018년에도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직원 B씨는 "18년도 조사 때는 당일에 쉬는 사람들이 가족, 친지, 지인까지 데리고 와서 하라고 했다"며 "고객인 척 레일바이크를 타고 설문에 참여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화방 내용을 보면 2018년에는 조사기관이 '협조'를 해줬다는 사실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코레일 직원 200여 명이 고객인 척 '2019년 고객만족도 조사'에 참여해 점수를 조작했다고 지난달 19일 밝혔습니다. 채 한 달도 안 돼 코레일 자회사에서도 비슷한 조작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직원들은 '성과급'때문 아니겠냐고 이야기합니다. 공공기관에 고객만족도 조사는 매년 받는 '성적표'와 같습니다. 성과급 지급의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코레일관광개발은 2018년도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최고 평점 바로 아래인 A등급을 받았습니다.

코레일관광개발 감사실은 "사실 확인 중에 있다" 며 "코레일관광개발 전체 지사(승무 5곳, 레일바이크 4곳)에 비슷한 일이 있었는지 전화와 문서 등으로 확인해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설문지가 미리 공유된 점에 대해서는 해당 지사에서 "인터넷으로 돌아다니는 자료를 받은 것이고, 이런 설문조항들이 평가 항목이니 조심해서 잘 해보자는 차원에서 했다는 주장"이라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당 설문지에는 '2019년 기획재정부 주관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라는 제목과 함께 기관명에 '코레일관광개발'이 분명히 적시되어 있습니다. 사전에 인터넷에 돌아다닐 가능성이 희박한 문서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설문조사도 진행했으니, 진정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게 되었을까요? 코레일관광개발 측은 자체 감사 중이라며 추후 재발 방지책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레일관광개발 해당 지사장과 관계자들은 입장 밝히기를 거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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