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희생자 김안부 씨…타박사? “총 맞고 숨져”

입력 2020.05.13 (07:31) 수정 2020.05.13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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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18 민주화운동 때 숨진 민간인 희생자는 165명입니다.

계엄군의 총에 맞거나 칼에 찔려 숨졌습니다.

이들 희생자 가운데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숨졌는지 사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KBS가 희생자들의 검시기록을 정밀하게 다시 살펴봤더니 총상이 '타박사'로 뒤바뀐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김정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5·18 민주화운동 당시 두 번째로 희생된 고 김안부 씨.

김 씨는 5월20일 새벽 광주 옛 전남양조장 공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사망 추정 시각은 전날인 5월 19일 밤 10시.

홀어머니와 아내, 아홉 살 아들과 갓 돌이 지난 막내딸 등 일곱 식구의 생계를 짊어진 36살의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40년이 흘렀지만, 아내 김말옥 씨는 남편의 시신을 목격했던 그 당시, 그 현장을 잊을 수 없습니다.

[김말옥/고 김안부 씨 처 : "(죽은) 애기 아빠가 장난하는가 했는데 그것이 아니고 돌아가셔 버리니까. 나도 우리 아저씨를 보듬고 나도 기절을 해버렸어요."]

김안부 씨의 광주지방검찰청 검시기록에는 사인을 '타박사'로 분류했습니다.

하지만, 취재팀이 확인한 전남대 의대의 사체 검안서에는 전혀 다른 사인이 등장합니다.

당시 검안의는 뇌에 출혈이 발생하거나 손상되는 '뇌좌상'을 사인으로 봤습니다.

또 머릿속에 총탄이 박힌 이른바 '맹관총상'이 인정된다며 가로 세로 1㎝의 사입구, 즉 총탄이 들어간 구멍의 크기까지 기록했습니다.

[문형배/5·18 당시 검안의 : "(1×1㎝ 사입구는) 총상이 아니면 그런 흔적이 나올 수가 없죠… 두부의 타박상에 의해서 사망을 했다면 두개골이 완전히 파괴되고 부서질 정도가 돼야 하고…"]

군이 작성한 검시 참여 결과 보고도 석연치 않습니다.

검사와 의사, 군의관 등이 참여해 작성한 문건에는 김 씨의 사망 원인을 '두부 맹관상'이라고 기재했다가 선을 긋고 '타박사'로 고친 내용이 확인됐습니다.

40년이 지나도록 유족마저 '타박사'로 알고 있는 고 김안부 씨의 죽음.

총에 맞은 김 씨의 사인이 왜 '타박사'로 뒤바뀌었는지 40년 만에 드러난 기록들이 되묻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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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 희생자 김안부 씨…타박사? “총 맞고 숨져”
    • 입력 2020-05-13 07:32:19
    • 수정2020-05-13 07: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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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18 민주화운동 때 숨진 민간인 희생자는 165명입니다.

계엄군의 총에 맞거나 칼에 찔려 숨졌습니다.

이들 희생자 가운데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숨졌는지 사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KBS가 희생자들의 검시기록을 정밀하게 다시 살펴봤더니 총상이 '타박사'로 뒤바뀐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김정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5·18 민주화운동 당시 두 번째로 희생된 고 김안부 씨.

김 씨는 5월20일 새벽 광주 옛 전남양조장 공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사망 추정 시각은 전날인 5월 19일 밤 10시.

홀어머니와 아내, 아홉 살 아들과 갓 돌이 지난 막내딸 등 일곱 식구의 생계를 짊어진 36살의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40년이 흘렀지만, 아내 김말옥 씨는 남편의 시신을 목격했던 그 당시, 그 현장을 잊을 수 없습니다.

[김말옥/고 김안부 씨 처 : "(죽은) 애기 아빠가 장난하는가 했는데 그것이 아니고 돌아가셔 버리니까. 나도 우리 아저씨를 보듬고 나도 기절을 해버렸어요."]

김안부 씨의 광주지방검찰청 검시기록에는 사인을 '타박사'로 분류했습니다.

하지만, 취재팀이 확인한 전남대 의대의 사체 검안서에는 전혀 다른 사인이 등장합니다.

당시 검안의는 뇌에 출혈이 발생하거나 손상되는 '뇌좌상'을 사인으로 봤습니다.

또 머릿속에 총탄이 박힌 이른바 '맹관총상'이 인정된다며 가로 세로 1㎝의 사입구, 즉 총탄이 들어간 구멍의 크기까지 기록했습니다.

[문형배/5·18 당시 검안의 : "(1×1㎝ 사입구는) 총상이 아니면 그런 흔적이 나올 수가 없죠… 두부의 타박상에 의해서 사망을 했다면 두개골이 완전히 파괴되고 부서질 정도가 돼야 하고…"]

군이 작성한 검시 참여 결과 보고도 석연치 않습니다.

검사와 의사, 군의관 등이 참여해 작성한 문건에는 김 씨의 사망 원인을 '두부 맹관상'이라고 기재했다가 선을 긋고 '타박사'로 고친 내용이 확인됐습니다.

40년이 지나도록 유족마저 '타박사'로 알고 있는 고 김안부 씨의 죽음.

총에 맞은 김 씨의 사인이 왜 '타박사'로 뒤바뀌었는지 40년 만에 드러난 기록들이 되묻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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