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업무추진비로 회식·간담회?

입력 2020.05.14 (19:06) 수정 2020.05.14 (19:2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에 빼앗긴 일상…모두의 안전을 위해 '거리'를 둬야 했다

"잘 지내? 우리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당분간은 안 되겠지?"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밖으로 나갈 수 없었고, 타지에 사는 가족에겐 전화와 메신저로 안부를 물었습니다. 코로나 19 이전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상이 소중한 기억이 되어버렸고 처음 겪는 바이러스에 조심하는 것만이 최선이었습니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 19 환자가 잇따르고 집단감염 사례도 계속 나오면서 보건당국은 당분간 불필요한 모임과 외출을 자제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조심하자는 취지였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답답하지만 이를 지키려 노력했습니다.

전국을 놀라게 한 신천지 신도 감염 사태나 이번 이태원 클럽 발 확진 확산만 봐도 알 수 있듯 바이러스에 가장 중요한 방역 지침은 '거리'를 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모두의 안전을 위해 모임도 미루고 방구석에 '콕' 머물렀습니다.

매일 코로나 19 회의한다면서요? '거리 두기'하라더니 혈세로 단체 회식

- 충북 3월 한 달 회식·간담회 450여 차례, 소요된 비용만 5천여만 원

지자체 단체장들과 고위 공직자들에게는 이 지침이 들리지 않았던 것일까요? KBS의 취재 결과, 충청북도 고위 공직자들이 3월 한 달 수시로 회식과 간담회를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충청북도 3월 업무추진비 내역충청북도 3월 업무추진비 내역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었던 지난 3월 23일. 이시종 충청북도지사는 청주의 한 고깃집에서 직속 기관 직원들과 단체 회식을 가졌습니다.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시기이자, 충북에서 3명의 확진자가 나온 바로 다음 날입니다.

이 식당에는 이 지사를 포함해 무려 서른 명 가까이 모였습니다. 나흘 뒤, 충청북도의 한 부서는 퇴직한 공무원까지 초청해 19명이 간담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충북도지사와 부지사, 그리고 각 실·국에서 가졌던 회식과 간담회는 450여 차례. 소요된 비용만 5천여만 원에 이릅니다.

충북도지사 회식 장소충북도지사 회식 장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공직사회에도 이를 위한 특별 복무지침까지 내려졌지만 아무 소용 없었습니다. 회식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업무 협의도 가급적 비대면으로 진행하라는 정부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겁니다.

도민들에게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달라고 해놓고 퇴직 공무원까지 불러 간담회를 가진 충북. 매일 아침 코로나 19 회의를 연다는데 이들이 회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을 얼마나 자주 들었을지, 또 이들이 먹었다던 삼겹살은 얼마나 맛있었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시장 군수도 마찬가지...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간담회?

내친김에 충북의 11개 시·군 단체장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도 살펴본 취재진. 기대(?)에 부응한 것일까요? 그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옥천군수 간담회 장소옥천군수 간담회 장소

코로나 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던 지난 3월 3일. 김재종 옥천군수는 한 식당에서 지역 기관 단체장 등 20여 명과 간담회를 했습니다. 간담회를 가진 것만으로도 실망스러운데 문제의 이 식당, 김 군수의 딸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이날 군수의 업무추진비로 48만 원이 결제됐습니다.

괴산군의 특정 마을에 집단 감염 피해가 확산하던 지난 3월 7일. 이차영 괴산군수는 이날 점심, 저녁 식사 모두 직원 10여 명과 잇따라 단체로 식사를 했습니다.

이렇게 3월 한 달 동안 충북 도내 시장·군수 11명이 단체 회식과 간담회를 가진 횟수는 260여 차례. 시장·군수별로 130여만 원에서 최대 688만 원까지 모두 3,663만 원의 업무 추진비를 썼습니다.

밥도 먹지 말라고? 정은경 본부장이 쓴 업무추진비는 5만 원이 전부

업무추진비, 기관장 등 간부급 공무원이 업무상 회의와 같은 공무를 위해 지출하는 돈입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고생하는 직원들 격려하느라 식사 자리 마련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랬어야만 했느냐는 질문이 따라옵니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업무추진비 일부를 반납하는 지자체도 있는 가운데 국민의 혈세를 꼭, 굳이 회식하는 데 써야 했을까요? 그것도 방역 최일선에 나서야 할 단체장들이 거리두기가 강조되던 시점에, 세금을 사용해 식사 자리를 갖는 게 적절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매일같이 코로나 19 상황을 전 국민에게 알리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또한 알려지면서 충북 단체장들에 대한 평가 또한 달라질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방역 사령탑인 정 본부장이 지난 3월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고작 5만 800원이 전부. 토요일인 지난 3월 7일, 민간 전문가들과 코로나 방역 방안을 논의하면서 카페에서 쓴 돈입니다. 제발 건강하게 일해줬으면 하는 사람은 정작 커피 몇 잔 사는 데에 그 돈을 쓴 겁니다.

충청북도 5천만 원, 11개 시·군 3,663만 원 그리고 정은경 본부장이 5만 800원…. 평가는 시청자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 시국에 업무추진비로 회식·간담회?
    • 입력 2020-05-14 19:06:10
    • 수정2020-05-14 19:23:44
    취재K
코로나 19에 빼앗긴 일상…모두의 안전을 위해 '거리'를 둬야 했다

"잘 지내? 우리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당분간은 안 되겠지?"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밖으로 나갈 수 없었고, 타지에 사는 가족에겐 전화와 메신저로 안부를 물었습니다. 코로나 19 이전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상이 소중한 기억이 되어버렸고 처음 겪는 바이러스에 조심하는 것만이 최선이었습니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 19 환자가 잇따르고 집단감염 사례도 계속 나오면서 보건당국은 당분간 불필요한 모임과 외출을 자제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조심하자는 취지였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답답하지만 이를 지키려 노력했습니다.

전국을 놀라게 한 신천지 신도 감염 사태나 이번 이태원 클럽 발 확진 확산만 봐도 알 수 있듯 바이러스에 가장 중요한 방역 지침은 '거리'를 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모두의 안전을 위해 모임도 미루고 방구석에 '콕' 머물렀습니다.

매일 코로나 19 회의한다면서요? '거리 두기'하라더니 혈세로 단체 회식

- 충북 3월 한 달 회식·간담회 450여 차례, 소요된 비용만 5천여만 원

지자체 단체장들과 고위 공직자들에게는 이 지침이 들리지 않았던 것일까요? KBS의 취재 결과, 충청북도 고위 공직자들이 3월 한 달 수시로 회식과 간담회를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충청북도 3월 업무추진비 내역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었던 지난 3월 23일. 이시종 충청북도지사는 청주의 한 고깃집에서 직속 기관 직원들과 단체 회식을 가졌습니다.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시기이자, 충북에서 3명의 확진자가 나온 바로 다음 날입니다.

이 식당에는 이 지사를 포함해 무려 서른 명 가까이 모였습니다. 나흘 뒤, 충청북도의 한 부서는 퇴직한 공무원까지 초청해 19명이 간담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충북도지사와 부지사, 그리고 각 실·국에서 가졌던 회식과 간담회는 450여 차례. 소요된 비용만 5천여만 원에 이릅니다.

충북도지사 회식 장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공직사회에도 이를 위한 특별 복무지침까지 내려졌지만 아무 소용 없었습니다. 회식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업무 협의도 가급적 비대면으로 진행하라는 정부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겁니다.

도민들에게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달라고 해놓고 퇴직 공무원까지 불러 간담회를 가진 충북. 매일 아침 코로나 19 회의를 연다는데 이들이 회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을 얼마나 자주 들었을지, 또 이들이 먹었다던 삼겹살은 얼마나 맛있었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시장 군수도 마찬가지...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간담회?

내친김에 충북의 11개 시·군 단체장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도 살펴본 취재진. 기대(?)에 부응한 것일까요? 그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옥천군수 간담회 장소
코로나 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던 지난 3월 3일. 김재종 옥천군수는 한 식당에서 지역 기관 단체장 등 20여 명과 간담회를 했습니다. 간담회를 가진 것만으로도 실망스러운데 문제의 이 식당, 김 군수의 딸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이날 군수의 업무추진비로 48만 원이 결제됐습니다.

괴산군의 특정 마을에 집단 감염 피해가 확산하던 지난 3월 7일. 이차영 괴산군수는 이날 점심, 저녁 식사 모두 직원 10여 명과 잇따라 단체로 식사를 했습니다.

이렇게 3월 한 달 동안 충북 도내 시장·군수 11명이 단체 회식과 간담회를 가진 횟수는 260여 차례. 시장·군수별로 130여만 원에서 최대 688만 원까지 모두 3,663만 원의 업무 추진비를 썼습니다.

밥도 먹지 말라고? 정은경 본부장이 쓴 업무추진비는 5만 원이 전부

업무추진비, 기관장 등 간부급 공무원이 업무상 회의와 같은 공무를 위해 지출하는 돈입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고생하는 직원들 격려하느라 식사 자리 마련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랬어야만 했느냐는 질문이 따라옵니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업무추진비 일부를 반납하는 지자체도 있는 가운데 국민의 혈세를 꼭, 굳이 회식하는 데 써야 했을까요? 그것도 방역 최일선에 나서야 할 단체장들이 거리두기가 강조되던 시점에, 세금을 사용해 식사 자리를 갖는 게 적절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매일같이 코로나 19 상황을 전 국민에게 알리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또한 알려지면서 충북 단체장들에 대한 평가 또한 달라질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방역 사령탑인 정 본부장이 지난 3월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고작 5만 800원이 전부. 토요일인 지난 3월 7일, 민간 전문가들과 코로나 방역 방안을 논의하면서 카페에서 쓴 돈입니다. 제발 건강하게 일해줬으면 하는 사람은 정작 커피 몇 잔 사는 데에 그 돈을 쓴 겁니다.

충청북도 5천만 원, 11개 시·군 3,663만 원 그리고 정은경 본부장이 5만 800원…. 평가는 시청자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