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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삼성보다 비싸다는 중국 마오타이 가치…거품은 아닐까?
입력 2020.05.14 (19:39) 특파원 리포트
마오타이 술 만드는 회사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제쳤다?

에이 설마! 중국의 유명한 술 회사가 대한민국, 아니 세계적인 기업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제쳤다는 뉴스에 베이징 특파원인 필자도 깜짝 놀랐다. 마오타이가 아무리 중국 최고의 술이라지만, 반도체와 휴대전화, 컴퓨터를 만드는 세계 일류 기업 삼성전자보다 더 가치가 있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독자 여러분은 곧이곧대로 믿어지는가?

마오타이주는 중국 남부 구이저우(貴州)성 마오타이(茅台) 마을에서 빚은 술이다. 지금도 거의 전통 방식으로 제조해 이렇다 할 시설도 없다. 매년 5월 5일 단오절에 수수(고량)를 찌기 시작해 사람이 땀을 뚝뚝 흘려가며 직접 밟아 누룩과 짚을 섞어 발효시키는 게 공정의 거의 전부다. 물론 1년에 7번 증류하는 방식으로 5년을 숙성해 출시한다고 하지만, 수수와 누룩, 물이 100%인 발효주다. 그런데 이 술이 엄청 비싸게 팔린다는 데 답이 있다.

2018년 3월 북·중 정상회담 만찬장에 시가 2억 원이 넘는 마오타이주가 등장했다.2018년 3월 북·중 정상회담 만찬장에 시가 2억 원이 넘는 마오타이주가 등장했다.

"지독하게 비싼 술"..."그런 데도 없어서 못 사는 술"

마오타이의 대표 주자는 알코올도수 53도짜리 500mL 수출용 페이티엔(飛天)과 내수용 우싱(五星) 마오타이다. 도매가격이 약 2천3백 위안, 우리 돈으로 약 40만 원이다. 소비자들이 사려면 이보다 더 비싸진다. 기본형이 이렇고 최고급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찬에서 내놓았던 마오타이는 한 병에 우리 돈으로 2억 원을 웃도는 것이었다.

1960년에서 80년대 생산한 황갈색의 작은 주둥이가 특징인 이 마오타이는 지금도 징둥 등 인터넷에서 우리 돈 2억 1천7백여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마오타이 대리점에 가본 분들이라면 어이없는 가격표에 헛웃음을 지어본 경험이 분명 있으리라.

하지만 더 비싸질수록 중국인들은 더 열광하는듯하다. 중국 공산당 대장정 시절 홍군의 사기를 돋우고 상처를 소독하는 데 마오타이가 사용됐다는 전설 때문인지, 지금도 하얀 자개에 붉은색 마개와 띠 포장으로 애국주의를 은근히 고취하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업계 2위 우량웨의 반발로 이젠 사용하지 못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놓고 중국의 나라 술(國酒)이라고 광고했을 정도다. 상당수 중국의 서민들은 마오타이 한두 병 정도를(일부는 빈 병을) 집에 소장하고 전시해 둔다. 마치 가치 있는 골동품처럼 말이다.

중국인의 열렬한 사랑에 힘입어 마오타이 회사는 2019년 순이익으로만 412억 6백만 위안, 우리 돈으로 7조 1,150억 원을 벌었다. 2018년 대비 17% 이상 오른 수치다. 1951년 마오타이의 여러 양조장을 통합해 국유기업으로 시작했고, 2001년 상하이 거래소에 상장한 마오타이 회사는 이제 위스키와 포도주 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 술 산업 1위로 우뚝 솟았다.

40만 원짜리 페이티엔 마오타이 vs 5만 원짜리 외교사절주40만 원짜리 페이티엔 마오타이 vs 5만 원짜리 외교사절주

똑같은 방식으로 빚은 똑같은 맛의 술은 '십 분의 일' 가격

물론 맛이 좋다. 필자도 여러 차례 마셔봤지만, 간장 달인듯한 냄새인 장향(醬香)이 은은하게 퍼지는 중독성 있는 술이다. 농향의 우량웨나 청향의 펀지우도 좋아하지만 내 마음속에도 장향의 마오타이가 으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고, 외국인이 마오타이에 열광한다는 얘긴 들어보지 못했다. 한국 교민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마오타이에 거품이 끼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마오타이 마을에는 아직도 중소형 사설 양조장들이 즐비하다. 여기서 나온 술도 흔히 '진짜' 마오타이라고 불리는 귀주모태주고분유한공사(贵州茅台酒股份有限公司) 양조장과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재료를 사용해 거의 똑같은 맛을 낸다.

구이저우의 츠수이허(赤水河) 물을 사용하고 같은 곳에서 재배한 수수와 누룩을 똑같은 전통 방식으로 발효시키니 맛이 다를래야 다를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유사' 마오타이의 값은 500mL 한 병에 약 2-300위안, 우리 돈으로 4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진짜?' 마오타이값의 십 분의 일에 불과하다.

중국 외교부가 운영하는 면세점에서는 마오타이 마을에서 빚은 15년을 숙성한 외교사절주를 팔고 있다. '진짜' 마오타이라면 15년 숙성이면 100만 원은 줘야 살 수 있는 것인데 우리 돈 5만 원이면 살 수 있다. 필자가 5년 숙성 페이티엔 마오타이와 이 외교사절주를 비교 시음해본 적이 있는데, 솔직히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인민해방군용 특공(특별공급)마오타이…시 주석의 지시로 이젠 만들지 않는다.인민해방군용 특공(특별공급)마오타이…시 주석의 지시로 이젠 만들지 않는다.

마실 사람은 안 사고 산 사람은 마시지 않는 술(喝者不買, 買者不喝)

그 상징성과 비싼 가격 때문에 마오타이는 접대용 술의 대명사였지만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나 공직자들도 이젠 마오타이 구경하는 게 쉽지 않아졌다. 시진핑 주석이 2012년 집권 이후 부패와 전쟁을 선언한 이후부터다.

주중한국대사관의 고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마오타이가 정상외교를 제외한 일반 외교 테이블에서 사라진 것이 정확하게 2013년부터라고 증언했다. "2013년 양회가 끝나고 3월 17일 조어대에서 한·중·일 재무차관 회의를 할 때였어요. 정샤오쑹 중국 재정부 부장조리가 "앞으로 우리는 세금으로 마오타이를 못 마시게 됐습니다. 오늘 만찬부터는 포도주로 대신합시다. 이해해 주세요."라고 말한 것이 분명히 기억납니다."

부패와의 전쟁을 겪으면서 중국의 이른바 힘 있는 사람들이 외면하자 2013년 마오타이 병당 가격이 800위안 정도까지 떨어지는 등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시기부터 중국의 일반 시민들에겐 귀한 마오타이를 자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었다. 고도 경제성장과 더불어 많은 돈을 벌게 된 중국의 신흥 부자들이 돈이 있어도 고관대작이 아니면 구하기 힘들었던 마오타이를 마음껏 소비하게 된 것이다. 지금 마오타이 주가도 이런 사조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과연 앞으로도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는 이 술을 못 사서 안달인 추세가 이어질까? 판단은 마오타이에 깃든 '공산당', '애국', '사치'라는 키워드가 앞으로도 중국인들 사이에서 계속 유효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필자는 부정적이다.
  • [특파원리포트] 삼성보다 비싸다는 중국 마오타이 가치…거품은 아닐까?
    • 입력 2020-05-14 19:39:29
    특파원 리포트
마오타이 술 만드는 회사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제쳤다?

에이 설마! 중국의 유명한 술 회사가 대한민국, 아니 세계적인 기업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제쳤다는 뉴스에 베이징 특파원인 필자도 깜짝 놀랐다. 마오타이가 아무리 중국 최고의 술이라지만, 반도체와 휴대전화, 컴퓨터를 만드는 세계 일류 기업 삼성전자보다 더 가치가 있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독자 여러분은 곧이곧대로 믿어지는가?

마오타이주는 중국 남부 구이저우(貴州)성 마오타이(茅台) 마을에서 빚은 술이다. 지금도 거의 전통 방식으로 제조해 이렇다 할 시설도 없다. 매년 5월 5일 단오절에 수수(고량)를 찌기 시작해 사람이 땀을 뚝뚝 흘려가며 직접 밟아 누룩과 짚을 섞어 발효시키는 게 공정의 거의 전부다. 물론 1년에 7번 증류하는 방식으로 5년을 숙성해 출시한다고 하지만, 수수와 누룩, 물이 100%인 발효주다. 그런데 이 술이 엄청 비싸게 팔린다는 데 답이 있다.

2018년 3월 북·중 정상회담 만찬장에 시가 2억 원이 넘는 마오타이주가 등장했다.2018년 3월 북·중 정상회담 만찬장에 시가 2억 원이 넘는 마오타이주가 등장했다.

"지독하게 비싼 술"..."그런 데도 없어서 못 사는 술"

마오타이의 대표 주자는 알코올도수 53도짜리 500mL 수출용 페이티엔(飛天)과 내수용 우싱(五星) 마오타이다. 도매가격이 약 2천3백 위안, 우리 돈으로 약 40만 원이다. 소비자들이 사려면 이보다 더 비싸진다. 기본형이 이렇고 최고급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찬에서 내놓았던 마오타이는 한 병에 우리 돈으로 2억 원을 웃도는 것이었다.

1960년에서 80년대 생산한 황갈색의 작은 주둥이가 특징인 이 마오타이는 지금도 징둥 등 인터넷에서 우리 돈 2억 1천7백여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마오타이 대리점에 가본 분들이라면 어이없는 가격표에 헛웃음을 지어본 경험이 분명 있으리라.

하지만 더 비싸질수록 중국인들은 더 열광하는듯하다. 중국 공산당 대장정 시절 홍군의 사기를 돋우고 상처를 소독하는 데 마오타이가 사용됐다는 전설 때문인지, 지금도 하얀 자개에 붉은색 마개와 띠 포장으로 애국주의를 은근히 고취하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업계 2위 우량웨의 반발로 이젠 사용하지 못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놓고 중국의 나라 술(國酒)이라고 광고했을 정도다. 상당수 중국의 서민들은 마오타이 한두 병 정도를(일부는 빈 병을) 집에 소장하고 전시해 둔다. 마치 가치 있는 골동품처럼 말이다.

중국인의 열렬한 사랑에 힘입어 마오타이 회사는 2019년 순이익으로만 412억 6백만 위안, 우리 돈으로 7조 1,150억 원을 벌었다. 2018년 대비 17% 이상 오른 수치다. 1951년 마오타이의 여러 양조장을 통합해 국유기업으로 시작했고, 2001년 상하이 거래소에 상장한 마오타이 회사는 이제 위스키와 포도주 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 술 산업 1위로 우뚝 솟았다.

40만 원짜리 페이티엔 마오타이 vs 5만 원짜리 외교사절주40만 원짜리 페이티엔 마오타이 vs 5만 원짜리 외교사절주

똑같은 방식으로 빚은 똑같은 맛의 술은 '십 분의 일' 가격

물론 맛이 좋다. 필자도 여러 차례 마셔봤지만, 간장 달인듯한 냄새인 장향(醬香)이 은은하게 퍼지는 중독성 있는 술이다. 농향의 우량웨나 청향의 펀지우도 좋아하지만 내 마음속에도 장향의 마오타이가 으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고, 외국인이 마오타이에 열광한다는 얘긴 들어보지 못했다. 한국 교민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마오타이에 거품이 끼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마오타이 마을에는 아직도 중소형 사설 양조장들이 즐비하다. 여기서 나온 술도 흔히 '진짜' 마오타이라고 불리는 귀주모태주고분유한공사(贵州茅台酒股份有限公司) 양조장과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재료를 사용해 거의 똑같은 맛을 낸다.

구이저우의 츠수이허(赤水河) 물을 사용하고 같은 곳에서 재배한 수수와 누룩을 똑같은 전통 방식으로 발효시키니 맛이 다를래야 다를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유사' 마오타이의 값은 500mL 한 병에 약 2-300위안, 우리 돈으로 4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진짜?' 마오타이값의 십 분의 일에 불과하다.

중국 외교부가 운영하는 면세점에서는 마오타이 마을에서 빚은 15년을 숙성한 외교사절주를 팔고 있다. '진짜' 마오타이라면 15년 숙성이면 100만 원은 줘야 살 수 있는 것인데 우리 돈 5만 원이면 살 수 있다. 필자가 5년 숙성 페이티엔 마오타이와 이 외교사절주를 비교 시음해본 적이 있는데, 솔직히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인민해방군용 특공(특별공급)마오타이…시 주석의 지시로 이젠 만들지 않는다.인민해방군용 특공(특별공급)마오타이…시 주석의 지시로 이젠 만들지 않는다.

마실 사람은 안 사고 산 사람은 마시지 않는 술(喝者不買, 買者不喝)

그 상징성과 비싼 가격 때문에 마오타이는 접대용 술의 대명사였지만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나 공직자들도 이젠 마오타이 구경하는 게 쉽지 않아졌다. 시진핑 주석이 2012년 집권 이후 부패와 전쟁을 선언한 이후부터다.

주중한국대사관의 고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마오타이가 정상외교를 제외한 일반 외교 테이블에서 사라진 것이 정확하게 2013년부터라고 증언했다. "2013년 양회가 끝나고 3월 17일 조어대에서 한·중·일 재무차관 회의를 할 때였어요. 정샤오쑹 중국 재정부 부장조리가 "앞으로 우리는 세금으로 마오타이를 못 마시게 됐습니다. 오늘 만찬부터는 포도주로 대신합시다. 이해해 주세요."라고 말한 것이 분명히 기억납니다."

부패와의 전쟁을 겪으면서 중국의 이른바 힘 있는 사람들이 외면하자 2013년 마오타이 병당 가격이 800위안 정도까지 떨어지는 등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시기부터 중국의 일반 시민들에겐 귀한 마오타이를 자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었다. 고도 경제성장과 더불어 많은 돈을 벌게 된 중국의 신흥 부자들이 돈이 있어도 고관대작이 아니면 구하기 힘들었던 마오타이를 마음껏 소비하게 된 것이다. 지금 마오타이 주가도 이런 사조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과연 앞으로도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는 이 술을 못 사서 안달인 추세가 이어질까? 판단은 마오타이에 깃든 '공산당', '애국', '사치'라는 키워드가 앞으로도 중국인들 사이에서 계속 유효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필자는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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