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갓’을 잡아라!…국제공조까지 동원

입력 2020.05.1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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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찍게 한 뒤, 이를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N번방'이라는 이름의 대화방을 통해 유포한 '갓갓' 문형욱 일당의 범행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어제(14일) 텔레그램 N번방의 개설자이자 운영자인 24살 문 씨가 최소 10명 이상의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유포했다고 밝혔습니다.

'N번방'이란 텔레그램 대화방의 일종으로 문 씨가 운영하면서 다수 여성을 협박해 얻은 성 착취물과 신상정보를 유포하던 대화방입니다. 각각의 방마다 '1~8번'에 해당하는 번호로 이름을 붙였다 하여 N번방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N번방' 계열만 12개 운영…. 5년 전부터 성 착취물 제작·유포

경찰 조사를 종합해 보면 문 씨는 2018년 9월부터 SNS를 통해 자신의 신체가 드러나는 사진을 게시한 피해 여성에게 접촉해, 피해자들을 회유하거나 협박하는 방식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제작된 성 착취물은 모두 3천여 개에 달했는데, 문 씨는 이 영상물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12개의 대화방을 통해 유포했습니다. 12개의 대화방 중엔 기존에 알려진 8개의 N번방에 유사 N번방 계열의 대화방 4개가 더 있었습니다.

문 씨는 SNS 등을 이용해 공범을 모집했습니다. 문 씨는 공범들과도 인터넷을 통해서만 대화를 하면서 신상을 숨겼고, 이들에게 피해자를 성폭행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파악된 문 씨의 범행 기간은 2018년 9월부터였지만, 문 씨는 조사 과정에서 5년여 전인 2015년 7월쯤부터 트위터와 스마트폰 앱 등을 이용해 아동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했다고 자백했습니다. 또 2017년부터 2년 동안 보육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경찰은 문 씨의 여죄에 대해서 추가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나는 안 잡힌다"던 문형욱…. 디지털 증거들로 덜미

문 씨는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뒤에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나는 안 잡힌다"는 공개 발언을 할 정도로 경찰 수사를 피해갈 자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문 씨는 평소 자신의 범행과 관련된 자료들을 상당 부분 지워놓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문 씨는 범행 초기엔 N번방 유료회원들에게서 입장료 명목으로 총 90만 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받기는 했지만, 경찰 수사를 우려해 직접 사용하지 않고 모두 피해자들에게 주었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용의주도하게 수사망을 피해온 문 씨의 덜미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다수의 디지털 증거 덕분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국제공조 수사 등의 기법을 동원해 문 씨를 피의자로 특정했고, 지난달엔 두 차례 참고인 조사와 함께 문 씨의 주거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성 착취물을 내려받기는 했어도 난 갓갓이 아니다'라며 범행을 부인하던 문 씨는 지난 9일, 경찰이 수집한 디지털 증거 등을 토대로 추궁하자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경찰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증거 중에서도 문 씨의 심리를 무너뜨린 결정적인 증거는 문 씨가 2017년 사용하다가 폐기한 휴대전화였습니다.

'N번방' 일당 5명 검거…."피해자 보호가 관건"

이번 수사를 통해 경찰은 문 씨를 비롯한 'N번방' 관련 피의자 5명을 검거해, 문 씨와 영상물 제작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된 3명 등 총 4명을 구속했습니다. 또 N번방 관련 성 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160명을 입건해 그중 3명을 구속했습니다.

경기도 안성에 거주하는 24살 대학생 ‘갓갓’ 문형욱경기도 안성에 거주하는 24살 대학생 ‘갓갓’ 문형욱

구속 후인 지난 13일, 경찰은 경북지방경찰청에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갓갓' 문형욱의 이름과 나이, 사진 등 신상 공개를 결정했습니다.

이제 수사의 초점은 아동청소년보호법상 음란물 제작과 배포, 정보통신망 침해, 강요와 협박 등 모두 9개 혐의를 받는 문 씨 일당의 범죄와 아직 검거되지 않은 공범들에 대한 수사, 그리고 피해자 보호에 맞춰지게 됐습니다.

특히 그동안 갓갓의 공범이자 N번방의 초기 운영진들로 알려진 대화명 '반지', '코태'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또 경찰은 그동안 문 씨 일당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를 10명으로 파악했는데요, 문 씨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최소한 50여 명 이상의 피해자가 있다고 진술함에 따라 남은 피해자들에 대해 심리지원과 법률지원 등의 보호 조치와 조사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텔레그램을 통한 성 착취물 범죄를 처음으로 자행한 것으로 알려진 '갓갓' 문형욱의 검거와 함께 뿌리 깊은 디지털 성범죄가 근절될 수 있을지, 앞으로도 수사당국과 사법당국의 수사와 법리적 판단을 주목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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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갓갓’을 잡아라!…국제공조까지 동원
    • 입력 2020-05-15 13:55:53
    취재K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찍게 한 뒤, 이를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N번방'이라는 이름의 대화방을 통해 유포한 '갓갓' 문형욱 일당의 범행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어제(14일) 텔레그램 N번방의 개설자이자 운영자인 24살 문 씨가 최소 10명 이상의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유포했다고 밝혔습니다.

'N번방'이란 텔레그램 대화방의 일종으로 문 씨가 운영하면서 다수 여성을 협박해 얻은 성 착취물과 신상정보를 유포하던 대화방입니다. 각각의 방마다 '1~8번'에 해당하는 번호로 이름을 붙였다 하여 N번방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N번방' 계열만 12개 운영…. 5년 전부터 성 착취물 제작·유포

경찰 조사를 종합해 보면 문 씨는 2018년 9월부터 SNS를 통해 자신의 신체가 드러나는 사진을 게시한 피해 여성에게 접촉해, 피해자들을 회유하거나 협박하는 방식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제작된 성 착취물은 모두 3천여 개에 달했는데, 문 씨는 이 영상물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12개의 대화방을 통해 유포했습니다. 12개의 대화방 중엔 기존에 알려진 8개의 N번방에 유사 N번방 계열의 대화방 4개가 더 있었습니다.

문 씨는 SNS 등을 이용해 공범을 모집했습니다. 문 씨는 공범들과도 인터넷을 통해서만 대화를 하면서 신상을 숨겼고, 이들에게 피해자를 성폭행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파악된 문 씨의 범행 기간은 2018년 9월부터였지만, 문 씨는 조사 과정에서 5년여 전인 2015년 7월쯤부터 트위터와 스마트폰 앱 등을 이용해 아동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했다고 자백했습니다. 또 2017년부터 2년 동안 보육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경찰은 문 씨의 여죄에 대해서 추가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나는 안 잡힌다"던 문형욱…. 디지털 증거들로 덜미

문 씨는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뒤에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나는 안 잡힌다"는 공개 발언을 할 정도로 경찰 수사를 피해갈 자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문 씨는 평소 자신의 범행과 관련된 자료들을 상당 부분 지워놓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문 씨는 범행 초기엔 N번방 유료회원들에게서 입장료 명목으로 총 90만 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받기는 했지만, 경찰 수사를 우려해 직접 사용하지 않고 모두 피해자들에게 주었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용의주도하게 수사망을 피해온 문 씨의 덜미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다수의 디지털 증거 덕분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국제공조 수사 등의 기법을 동원해 문 씨를 피의자로 특정했고, 지난달엔 두 차례 참고인 조사와 함께 문 씨의 주거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성 착취물을 내려받기는 했어도 난 갓갓이 아니다'라며 범행을 부인하던 문 씨는 지난 9일, 경찰이 수집한 디지털 증거 등을 토대로 추궁하자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경찰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증거 중에서도 문 씨의 심리를 무너뜨린 결정적인 증거는 문 씨가 2017년 사용하다가 폐기한 휴대전화였습니다.

'N번방' 일당 5명 검거…."피해자 보호가 관건"

이번 수사를 통해 경찰은 문 씨를 비롯한 'N번방' 관련 피의자 5명을 검거해, 문 씨와 영상물 제작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된 3명 등 총 4명을 구속했습니다. 또 N번방 관련 성 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160명을 입건해 그중 3명을 구속했습니다.

경기도 안성에 거주하는 24살 대학생 ‘갓갓’ 문형욱
구속 후인 지난 13일, 경찰은 경북지방경찰청에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갓갓' 문형욱의 이름과 나이, 사진 등 신상 공개를 결정했습니다.

이제 수사의 초점은 아동청소년보호법상 음란물 제작과 배포, 정보통신망 침해, 강요와 협박 등 모두 9개 혐의를 받는 문 씨 일당의 범죄와 아직 검거되지 않은 공범들에 대한 수사, 그리고 피해자 보호에 맞춰지게 됐습니다.

특히 그동안 갓갓의 공범이자 N번방의 초기 운영진들로 알려진 대화명 '반지', '코태'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또 경찰은 그동안 문 씨 일당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를 10명으로 파악했는데요, 문 씨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최소한 50여 명 이상의 피해자가 있다고 진술함에 따라 남은 피해자들에 대해 심리지원과 법률지원 등의 보호 조치와 조사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텔레그램을 통한 성 착취물 범죄를 처음으로 자행한 것으로 알려진 '갓갓' 문형욱의 검거와 함께 뿌리 깊은 디지털 성범죄가 근절될 수 있을지, 앞으로도 수사당국과 사법당국의 수사와 법리적 판단을 주목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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