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질될까 우려해 광주시민 중재요청 거절”…美 5.18 기밀문건 공개

입력 2020.05.15 (16:00) 수정 2020.05.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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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 운동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미국 국무부의 기밀 문건이 오늘(15일) 공개됐습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 이번 기밀 문건은 모두 43건으로, 과거 일부 내용이 삭제된 채로 공개됐다가 이번에 해당 부분을 포함해 다시 공개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문건에는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대사의 5.18 정국에 대한 인식과 전두환 당시 국군 보안사령관,·최광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등 주요 인물과의 면담 내용 등이 기록돼 있습니다.

특히, 주한 미국 대사관이 광주 시민들의 중재 요청을 거부한 사유가 문건을 통해 처음 드러났습니다. 논평 형식으로 언급된 해당 부분은 미국 측이 중재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어느 한쪽 또는 양측 모두의 인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해 거절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 대사가 1979년 12월14일 전두환 당시 보안 사령관을 만났을 때의 면담 기록도 눈길을 끕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 사령관을 정권에 대한 야심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드러내지는 않는 인물로 평가했습니다.

글라이스틴 대사가 최광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났을 때의 면담 기록 역시 공개됐습니다.

면담 일은 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되기 직전으로, 글라이스틴 대사는 최광수 비서실장에게 한국정부가 너무 강경하게 나가고 있다는 취지로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최광수 당시 실장은 한국 정부가 군부에 완전히 포획돼 있다면서 최규하 정부는 시민 사회, 대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려고 온화한 태도를 보였지만 군부가 이를 불쾌해했다고 답변합니다.

신군부 세력의 권력 장악 등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엿볼 수 있도록 하는 대목입니다.

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된 이후 이루어진 글라이스틴 대사와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의 면담에서는 이희성 사령관이 계엄령 등 조치의 배경에 대해 만일 상황이 통제되지 않는다면 한국이 베트남처럼 공산화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문건 공개에 대해 "미국이 한미 협력과 동맹의 정신에 따라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며 "정부 차원에서의 협력을 통해 미국이 자료를 추가 공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기밀문서 가운데 시민에 대한 발포 명령을 내린 책임자와 당시 지휘 체계를 규명할 수 있는 핵심적 자료는 없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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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5 16:00:51
    • 수정2020-05-15 16:54:24
    정치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미국 국무부의 기밀 문건이 오늘(15일) 공개됐습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 이번 기밀 문건은 모두 43건으로, 과거 일부 내용이 삭제된 채로 공개됐다가 이번에 해당 부분을 포함해 다시 공개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문건에는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대사의 5.18 정국에 대한 인식과 전두환 당시 국군 보안사령관,·최광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등 주요 인물과의 면담 내용 등이 기록돼 있습니다.

특히, 주한 미국 대사관이 광주 시민들의 중재 요청을 거부한 사유가 문건을 통해 처음 드러났습니다. 논평 형식으로 언급된 해당 부분은 미국 측이 중재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어느 한쪽 또는 양측 모두의 인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해 거절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 대사가 1979년 12월14일 전두환 당시 보안 사령관을 만났을 때의 면담 기록도 눈길을 끕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 사령관을 정권에 대한 야심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드러내지는 않는 인물로 평가했습니다.

글라이스틴 대사가 최광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났을 때의 면담 기록 역시 공개됐습니다.

면담 일은 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되기 직전으로, 글라이스틴 대사는 최광수 비서실장에게 한국정부가 너무 강경하게 나가고 있다는 취지로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최광수 당시 실장은 한국 정부가 군부에 완전히 포획돼 있다면서 최규하 정부는 시민 사회, 대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려고 온화한 태도를 보였지만 군부가 이를 불쾌해했다고 답변합니다.

신군부 세력의 권력 장악 등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엿볼 수 있도록 하는 대목입니다.

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된 이후 이루어진 글라이스틴 대사와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의 면담에서는 이희성 사령관이 계엄령 등 조치의 배경에 대해 만일 상황이 통제되지 않는다면 한국이 베트남처럼 공산화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문건 공개에 대해 "미국이 한미 협력과 동맹의 정신에 따라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며 "정부 차원에서의 협력을 통해 미국이 자료를 추가 공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기밀문서 가운데 시민에 대한 발포 명령을 내린 책임자와 당시 지휘 체계를 규명할 수 있는 핵심적 자료는 없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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