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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냉장고’ 야쿠르트 전동카트, 쿨하지 못한 안전 관리
입력 2020.05.15 (16:32) 취재K
'콜드 앤 쿨(cold and cool)', 야쿠르트 전동카트 '코코'의 뜻입니다. 냉장고를 카트에 넣어 유제품을 최대한 신선한 상태로 배송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개발돼 현재까지 만 여 대의 전동카트가 전국을 누비고 있습니다. 한때 어깨 가방을 매고 리어카를 끌던 판매원들은 이제 손잡이 하나로 조종이 가능한 코코를 타고 더 넓은 거리로 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음료를 배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름에는 햇살을 가려주는 가림막 설치도 가능합니다. 이처럼 '코코'의 성능은 개선됐지만 정작 간담이 서늘한 사고도 잇따랐습니다.

사진제공: 부산지방경찰청사진제공: 부산지방경찰청

<수시로 점검 받아도...막을 수 없었던 사고>

지난 2월 해운대구의 한 경사로에서 카트를 몰고 내려오던 50대 판매원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비탈길을 내려오던 코코가 도로 연석을 들이받으면서 그 충격으로 튕겨나간 판매원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 왜 사고가 났는지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해당 카트가 이미 올해 초 두 차례나 점검을 받은 전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리기사는 점검 과정에서 기어와 비상제동장치 부품 일부를 교체했습니다. 하지만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제동장치 문제'는 점검 당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야쿠르트 측은 6개월에 타이어 교체 주기마다 한 번씩 정기 점검을 하고 있고, 판매원들의 접수에 따라 수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매달 두 차례씩 수시로 안전교육을 하기 때문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 '기계 결함'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점검 두 차례나 받았지만, 발견하지 못한 장비 노후>

야쿠르트 전동카트는 자전거처럼 핸들로 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왼쪽 손잡이를 잡으면 제동이 가능한데, 핸들과 제동장치를 연결하는 선이 부식된 상태였습니다. 국과수는 전동카트가 노후해 제동장치로 연결되는 선이 부식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해당 카트는 2016년 9월에 만들어진 모델로 회사의 노후 카트 기준인 만 4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교체 대상도 아니었고 점검도 수시로 받았지만 장비가 노후됐고 이를 잡아내지 못한 겁니다.

이에 대해 한국 야쿠르트 측은 판매원이 모는 전동카트의 점검 횟수를 늘리고 카트 교체주기도 앞당기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당 카트가 점검을 수시로 받았던 상황에서 단순히 점검 횟수를 늘리는 것만이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부족한 법적 장치, 쿨하지 못한 판매원 안전>

현행법상 야쿠르트 판매원들이 모는 전동카트는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 장치'로 분류됩니다. 전동킥보드와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야쿠르트 회사에서 배달을 위해 사용하고 관리하지만 정부의 안전 관리 대상에서는 빠져있습니다. 교통안전관리대상이 여객법과 화물운송사업법에 한정된 운수회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관리는 전적으로 업체와 사용자의 몫입니다.

그런데 전국에 전동카트 점검 담당자는 고작 35명입니다. 매일 만 여대의 카트를 관리하고 수리를 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인력입니다. 회사 측은 판매원들의 수리 요청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당장 사용하는 판매원들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카트의 이상을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판매원들을 상대로 하는 안전교육에서는 헬멧을 착용하고 도로 옆으로 붙어서 운전하는 등의 안전 수칙을 가르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하는 매뉴얼이나 지침은 없습니다. 판매원들의 지위가 '근로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사고를 방지하고,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테두리가 턱없이 부족한 셈입니다.

카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신선한 제품을 배달하기 위해 전국을 달리고 있습니다. '쿨'한 배달은 소비자에게 환영받을 수 있지만, '쿨'하지 못한 안전 관리 때문에 오늘도 판매원들의 생명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 ‘달리는 냉장고’ 야쿠르트 전동카트, 쿨하지 못한 안전 관리
    • 입력 2020-05-15 16:32:33
    취재K
'콜드 앤 쿨(cold and cool)', 야쿠르트 전동카트 '코코'의 뜻입니다. 냉장고를 카트에 넣어 유제품을 최대한 신선한 상태로 배송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개발돼 현재까지 만 여 대의 전동카트가 전국을 누비고 있습니다. 한때 어깨 가방을 매고 리어카를 끌던 판매원들은 이제 손잡이 하나로 조종이 가능한 코코를 타고 더 넓은 거리로 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음료를 배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름에는 햇살을 가려주는 가림막 설치도 가능합니다. 이처럼 '코코'의 성능은 개선됐지만 정작 간담이 서늘한 사고도 잇따랐습니다.

사진제공: 부산지방경찰청사진제공: 부산지방경찰청

<수시로 점검 받아도...막을 수 없었던 사고>

지난 2월 해운대구의 한 경사로에서 카트를 몰고 내려오던 50대 판매원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비탈길을 내려오던 코코가 도로 연석을 들이받으면서 그 충격으로 튕겨나간 판매원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 왜 사고가 났는지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해당 카트가 이미 올해 초 두 차례나 점검을 받은 전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리기사는 점검 과정에서 기어와 비상제동장치 부품 일부를 교체했습니다. 하지만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제동장치 문제'는 점검 당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야쿠르트 측은 6개월에 타이어 교체 주기마다 한 번씩 정기 점검을 하고 있고, 판매원들의 접수에 따라 수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매달 두 차례씩 수시로 안전교육을 하기 때문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 '기계 결함'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점검 두 차례나 받았지만, 발견하지 못한 장비 노후>

야쿠르트 전동카트는 자전거처럼 핸들로 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왼쪽 손잡이를 잡으면 제동이 가능한데, 핸들과 제동장치를 연결하는 선이 부식된 상태였습니다. 국과수는 전동카트가 노후해 제동장치로 연결되는 선이 부식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해당 카트는 2016년 9월에 만들어진 모델로 회사의 노후 카트 기준인 만 4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교체 대상도 아니었고 점검도 수시로 받았지만 장비가 노후됐고 이를 잡아내지 못한 겁니다.

이에 대해 한국 야쿠르트 측은 판매원이 모는 전동카트의 점검 횟수를 늘리고 카트 교체주기도 앞당기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당 카트가 점검을 수시로 받았던 상황에서 단순히 점검 횟수를 늘리는 것만이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부족한 법적 장치, 쿨하지 못한 판매원 안전>

현행법상 야쿠르트 판매원들이 모는 전동카트는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 장치'로 분류됩니다. 전동킥보드와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야쿠르트 회사에서 배달을 위해 사용하고 관리하지만 정부의 안전 관리 대상에서는 빠져있습니다. 교통안전관리대상이 여객법과 화물운송사업법에 한정된 운수회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관리는 전적으로 업체와 사용자의 몫입니다.

그런데 전국에 전동카트 점검 담당자는 고작 35명입니다. 매일 만 여대의 카트를 관리하고 수리를 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인력입니다. 회사 측은 판매원들의 수리 요청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당장 사용하는 판매원들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카트의 이상을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판매원들을 상대로 하는 안전교육에서는 헬멧을 착용하고 도로 옆으로 붙어서 운전하는 등의 안전 수칙을 가르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하는 매뉴얼이나 지침은 없습니다. 판매원들의 지위가 '근로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사고를 방지하고,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테두리가 턱없이 부족한 셈입니다.

카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신선한 제품을 배달하기 위해 전국을 달리고 있습니다. '쿨'한 배달은 소비자에게 환영받을 수 있지만, '쿨'하지 못한 안전 관리 때문에 오늘도 판매원들의 생명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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