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0주년 다시 쓰는 검시 기록]③ 제2, 제3의 김안부가 있다

입력 2020.05.16 (10:03) 수정 2020.05.17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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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검시 기록을 확인하던 취재팀은 계엄군의 잔인함을 곳곳에서 확인했습니다. 한 몸에서 나타난, 총에 맞고, 두들겨 맞고, 칼에도 찔린 흔적들. 19살에 생을 마감한 김경환 씨의 검안서 얘기입니다.
머리 뒤쪽에 타박상과 열창, 등 쪽에 자상이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특히 좌견갑부, 왼쪽 어깨 뒤에 총알이 몸에 박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맹관총상이 있다고 써 있습니다.

두들겨 맞고, 칼에 찔리고, 총에 맞고...

검안서 내용만을 놓고 상상해볼까요.

어깨에 총을 맞은 19살 청년을 계엄군이 두들겨 패고, 칼로 찌른 겁니다. 아니면 대검에 찔린 19살 청년을 두들겨 패고 어깨에 총을 쏜 겁니다. 시신에 남은 상처의 순서와 상관없이 5.18 당시 계엄군의 잔혹했던 진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 보고서는 '자상으로 분류할 것'이라고 적었고, 보안사 검시 참여 보고에도 총상은 빠져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김 씨의 주요 사인은 타박사로 분류됐습니다.

총상 숨기고 주요 사인은 타박사로

당시 26살이던 전재서 씨의 검안서에는 오른쪽 귀 뒤에 직경 1.2cm의 맹관총상이 의심된다고 돼 있습니다. KBS가 입수한 전 씨의 병원 기록에도 전 씨가 총상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습니다. 군은 총상 기록을 빼고 자상과 타박상만 기록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몸에 총상이 확인됐지만, 결과적으로 타박사로 최종 기록이 남은 겁니다.


김형석 전남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총상이나 타박상이) 사인에 얼마만큼 개입을 했느냐는 부검을 하기 전에는 알기가 어렵습니다. 같이 기록되어야 할 손상 중에 일부는 인용이 돼 있고 일부는 빠져있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칼로 찌르고, 총을 쏘고, 마구 때린 흔적들이 희생자의 몸에 그대로 남았지만, 군은 자위권 주장을 하며 시신의 기록까지 가리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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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 40주년 다시 쓰는 검시 기록]③ 제2, 제3의 김안부가 있다
    • 입력 2020-05-16 10:03:02
    • 수정2020-05-17 07:08:23
    취재K
5.18 검시 기록을 확인하던 취재팀은 계엄군의 잔인함을 곳곳에서 확인했습니다. 한 몸에서 나타난, 총에 맞고, 두들겨 맞고, 칼에도 찔린 흔적들. 19살에 생을 마감한 김경환 씨의 검안서 얘기입니다.
머리 뒤쪽에 타박상과 열창, 등 쪽에 자상이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특히 좌견갑부, 왼쪽 어깨 뒤에 총알이 몸에 박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맹관총상이 있다고 써 있습니다.

두들겨 맞고, 칼에 찔리고, 총에 맞고...

검안서 내용만을 놓고 상상해볼까요.

어깨에 총을 맞은 19살 청년을 계엄군이 두들겨 패고, 칼로 찌른 겁니다. 아니면 대검에 찔린 19살 청년을 두들겨 패고 어깨에 총을 쏜 겁니다. 시신에 남은 상처의 순서와 상관없이 5.18 당시 계엄군의 잔혹했던 진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 보고서는 '자상으로 분류할 것'이라고 적었고, 보안사 검시 참여 보고에도 총상은 빠져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김 씨의 주요 사인은 타박사로 분류됐습니다.

총상 숨기고 주요 사인은 타박사로

당시 26살이던 전재서 씨의 검안서에는 오른쪽 귀 뒤에 직경 1.2cm의 맹관총상이 의심된다고 돼 있습니다. KBS가 입수한 전 씨의 병원 기록에도 전 씨가 총상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습니다. 군은 총상 기록을 빼고 자상과 타박상만 기록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몸에 총상이 확인됐지만, 결과적으로 타박사로 최종 기록이 남은 겁니다.


김형석 전남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총상이나 타박상이) 사인에 얼마만큼 개입을 했느냐는 부검을 하기 전에는 알기가 어렵습니다. 같이 기록되어야 할 손상 중에 일부는 인용이 돼 있고 일부는 빠져있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칼로 찌르고, 총을 쏘고, 마구 때린 흔적들이 희생자의 몸에 그대로 남았지만, 군은 자위권 주장을 하며 시신의 기록까지 가리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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