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막은 건 비메모리…하지만 삼성·SK ‘전전긍긍’ 이유는?

입력 2020.05.2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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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美 상무부 ‘화웨이가 외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제재
국무부도 “메모리칩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美 회사 메모리 수출 제한
미·중 1단계 합의 후 잠잠했던 무역전쟁 재발 국면
수출 20% 차지하는 효자 반도체 제재 시 타격 막대

다시 '화웨이 때리기' 나선 트럼프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때리기에 다시 나섰습니다. 지난해 뜨거웠던 미·중 무역전쟁은 올해 초 1단계 합의로 소강상태에 들어갔죠. 하지만 분위기가 또다시 달라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난에 비난의 표적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코로나19 확산과 홍콩 보안법 도입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썼다가 보류했던 화웨이 제재 카드를 다시 꺼낸 겁니다.

지난 15일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술을 이용해 화웨이가 해외에서 설계·생산한 반도체'에 대한 규제를 내놓았습니다. 주의할 점은 미국 기술을 썼다고 해서 무조건 규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부 매체는 마치 미국 기술을 쓴 모든 반도체에 대해 화웨이로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으로 잘못 전하고 있습니다. 원문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The 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BIS) today announced plans to protect U.S. national security by restricting Huawei’s ability to use U.S. technology and software to design and manufacture its semiconductors abroad.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화웨이가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해외에서 자신의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을 제한하여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출처: 15일 미국 상무부 홈페이지 보도자료)

즉,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고 무조건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반도체는 크게 디램이나 낸드 플래시메모리 같은 메모리반도체와 CPU나 통신용 칩 같은 비메모리로 나뉩니다.

미국이 막은 것은 '화웨이의 설계도대로 만들어주는 비메모리 반도체' 뿐…한국업체 해당 없어

메모리 반도체는 주문자가 설계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문자가 설계하고 공급자가 설계한 대로 생산해 공급하는 것은 비메모리 중 맞춤형 제품에 한정됩니다.


타이완의 세계 1위 파운드리(설계대로 생산해주는 업체)인 TSMC가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한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TSMC는 화웨이의 설계대로 생산해주는 업체니 당연히 이 규제에 직접 해당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다릅니다. 두 회사의 주력 생산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기성품을 공급하는 것이지 화웨이 설계대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또, 삼성전자도 파운드리를 가지고 있지만, 화웨이와의 거래는 없습니다. 다만, 메모리라 하더라도 일부 제품의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업계에서는 법률자문을 통해 확인하고 있습니다.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 역시 지난 20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자들과의 전화간담회에서 메모리 반도체는 규제 대상이 아님을 재확인했습니다.

삼성·SK '긴장'…지난해 미국은 자국 마이크론의 화웨이 메모리 공급도 제한

그럼에도 국내 반도체 업계는 바짝 긴장한 모습입니다. 일부 매체는 '화웨이가 삼성과 SK에 D램의 안정적 납품을 요청했다'고 보도했지만 두 회사 모두 '지난주 접촉이 없었다'면서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통상 이런 계약관계는 '모른다'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강하게 부인한 데서 미국과 중국이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73%가량을 점유하고 나머지는 미국의 마이크론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무역전쟁 당시 미국은 마이크론에 대해서 화웨이 메모리 공급을 제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은 메모리반도체까지 규제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국이 자국의 마이크론에 이어 우리나라의 두 업체만 규제해도 화웨이가 D램을 구할 곳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두 회사가 미국과 중국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방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을 일일이 호명해 일으켜 세워 소개했다. 그만큼 한국 재계의 투자에 관심이 많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방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을 일일이 호명해 일으켜 세워 소개했다. 그만큼 한국 재계의 투자에 관심이 많다.

타이완은 미국에 공장 짓는데 삼성은?

타이완의 TSMC는 이번 규제 도입 시점에 미국에 새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업체들도 미국의 압력을 피해가기 위해 미국에 신규 투자를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미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장 신설이나 증설은 최소한 1조 원 이상의 투자가 수반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규제를 피하려고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삼성 관계자는 "이전부터 검토는 하는 상황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가동 중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 물량 중 20%가 반도체인데, 반도체의 40%는 중국에 수출됩니다. 미·중 반도체 전쟁의 향방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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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6 08:01:05
    취재K
美 상무부 ‘화웨이가 외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제재 <br />국무부도 “메모리칩은 아니다.” <br />그러나 지난해에도 美 회사 메모리 수출 제한 <br />미·중 1단계 합의 후 잠잠했던 무역전쟁 재발 국면 <br />수출 20% 차지하는 효자 반도체 제재 시 타격 막대
다시 '화웨이 때리기' 나선 트럼프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때리기에 다시 나섰습니다. 지난해 뜨거웠던 미·중 무역전쟁은 올해 초 1단계 합의로 소강상태에 들어갔죠. 하지만 분위기가 또다시 달라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난에 비난의 표적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코로나19 확산과 홍콩 보안법 도입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썼다가 보류했던 화웨이 제재 카드를 다시 꺼낸 겁니다.

지난 15일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술을 이용해 화웨이가 해외에서 설계·생산한 반도체'에 대한 규제를 내놓았습니다. 주의할 점은 미국 기술을 썼다고 해서 무조건 규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부 매체는 마치 미국 기술을 쓴 모든 반도체에 대해 화웨이로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으로 잘못 전하고 있습니다. 원문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The 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BIS) today announced plans to protect U.S. national security by restricting Huawei’s ability to use U.S. technology and software to design and manufacture its semiconductors abroad.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화웨이가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해외에서 자신의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을 제한하여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출처: 15일 미국 상무부 홈페이지 보도자료)

즉,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고 무조건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반도체는 크게 디램이나 낸드 플래시메모리 같은 메모리반도체와 CPU나 통신용 칩 같은 비메모리로 나뉩니다.

미국이 막은 것은 '화웨이의 설계도대로 만들어주는 비메모리 반도체' 뿐…한국업체 해당 없어

메모리 반도체는 주문자가 설계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문자가 설계하고 공급자가 설계한 대로 생산해 공급하는 것은 비메모리 중 맞춤형 제품에 한정됩니다.


타이완의 세계 1위 파운드리(설계대로 생산해주는 업체)인 TSMC가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한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TSMC는 화웨이의 설계대로 생산해주는 업체니 당연히 이 규제에 직접 해당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다릅니다. 두 회사의 주력 생산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기성품을 공급하는 것이지 화웨이 설계대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또, 삼성전자도 파운드리를 가지고 있지만, 화웨이와의 거래는 없습니다. 다만, 메모리라 하더라도 일부 제품의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업계에서는 법률자문을 통해 확인하고 있습니다.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 역시 지난 20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자들과의 전화간담회에서 메모리 반도체는 규제 대상이 아님을 재확인했습니다.

삼성·SK '긴장'…지난해 미국은 자국 마이크론의 화웨이 메모리 공급도 제한

그럼에도 국내 반도체 업계는 바짝 긴장한 모습입니다. 일부 매체는 '화웨이가 삼성과 SK에 D램의 안정적 납품을 요청했다'고 보도했지만 두 회사 모두 '지난주 접촉이 없었다'면서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통상 이런 계약관계는 '모른다'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강하게 부인한 데서 미국과 중국이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73%가량을 점유하고 나머지는 미국의 마이크론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무역전쟁 당시 미국은 마이크론에 대해서 화웨이 메모리 공급을 제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은 메모리반도체까지 규제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국이 자국의 마이크론에 이어 우리나라의 두 업체만 규제해도 화웨이가 D램을 구할 곳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두 회사가 미국과 중국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방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을 일일이 호명해 일으켜 세워 소개했다. 그만큼 한국 재계의 투자에 관심이 많다.
타이완은 미국에 공장 짓는데 삼성은?

타이완의 TSMC는 이번 규제 도입 시점에 미국에 새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업체들도 미국의 압력을 피해가기 위해 미국에 신규 투자를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미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장 신설이나 증설은 최소한 1조 원 이상의 투자가 수반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규제를 피하려고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삼성 관계자는 "이전부터 검토는 하는 상황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가동 중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 물량 중 20%가 반도체인데, 반도체의 40%는 중국에 수출됩니다. 미·중 반도체 전쟁의 향방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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