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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아동, 지문·유전자로 찾는다
입력 2020.05.26 (17:49) 수정 2020.05.26 (17:52) 취재K
■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드라이브 스루' 통해 지문 등록

"엄지손가락 대볼까? 옳지, 잘한다."

아이가 손가락을 두 번 갖다 대자, 컴퓨터에 지문이 입력됩니다.

아이 얼굴만 촬영하면 끝.

모든 절차를 거치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행여나 아이를 잃어버릴 경우, 전국 어느 경찰서나 지구대를 가도 지문만 대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지문 사전등록제도'입니다.

미리 아이의 신체 특징인 지문과 사진, 그리고 보호자 정보를 실종자 정보관리시스템에 등록해두면 빠르게 신원 확인이 가능합니다.

아동뿐만이 아닙니다.

의사소통이 어려울 수 있는 지적장애인과 치매 환자도 마찬가지로 지문 등록이 가능합니다.

충북 청주에서 길을 잃었던 70대 치매 노인도, 제주 서귀포시의 한 20대 지적장애인도 사전에 등록해둔 지문 덕분에 빠르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경찰이 기관 등을 방문해 지문을 등록해주는 활동이 잠정 중단된 상황.

올해 세운 지문 등록 목표치보다 등록률은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이에 경찰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해 최대한 접촉을 줄인 상태에서 지문을 등록할 수 있도록 나섰습니다.


■ 제도 도입 9년째… 지문 등록률 저조

"지문을 등록할 경우 50분 만에 찾을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 평균 94시간이 걸립니다."

실종 아동 등을 빨리 발견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지난 2012년 도입된 지문 사전등록제도. 하지만 지난달 기준, 전국 평균 등록률은 절반 수준인 51.4%에 그쳤습니다.

그나마 18세 미만 아동 등록률은 평균보다 조금 높은 54.2%인데, 지적장애인이나 치매 환자 등록률은 그보다도 훨씬 낮은 20%대에 머무르는 실정.

아동만을 대상으로 한 제도라고 생각하거나 지적장애인이나 치매 환자가 아동보다 외부 활동이 적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문 등록률이 낮습니다.

정신 질환 등을 알리기 꺼려, 등록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미리 지문을 등록해두면 실종 아동 등을 골든타임 이내로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사전 등록 시 발견까지 걸리는 평균 소요시간은 50분. 반대의 경우는 56.4시간이 걸렸습니다.

■ 장기실종아동 찾기는 DNA 등록부터

지문 등록은 분명 장기 실종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 전 잃어버린 아이들은 지문조차 등록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오래전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에게 유전자(DNA) 등록을 강조합니다. 면봉으로 입안 세포를 긁어 채취한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고 이를 분석해 전산에 등록해두는 겁니다.

장기실종아동을 10명을 찾아 가족과 만나게 한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 안병익 경사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리 등록해둔 자료를 신규자료와 비교해서 2~3년 뒤에 가족을 찾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48년 만에 찾은 지구 반대편 내 아들

78살 황태순 씨도 유전자 등록으로 잃어버린 아들을 만났습니다. 1972년 대구의 한 공원에서 세 살배기 막내의 손을 놓친 뒤 48년만입니다.

아들과 비슷한 사람이 나타났다고 하면 택시를 타고 전국 어디든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매번 혼자 돌아와야 했습니다.

"죽기 전에 잃어버린 아들 생사라도 알면 좋겠다"는 혼잣말에 이웃 주민이 유전자 등록을 추천할 때만 해도 "헛짓거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 달여 만에 아들을 찾았다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벨기에에 사는 중년 남성이 지난해 어머니를 찾고 싶어 한국에 왔다가 유전자 등록을 하고 갔는데 황 씨가 등록한 유전자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겁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입국이 제한돼 극적인 만남은 계속 미뤄지면서 휴대전화 영상통화로 아들과 먼저 만났습니다.

황 씨는 말합니다. "잊어버리고 못 찾은 사람들은 될 수 있으면 DNA 검사를 해서 해놨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도. 나 같은 이런 기적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 청각장애도 뛰어넘은 유전자 등록

32년 전, 강원도 춘천에서 혈육을 잃어버린 박순애 씨도 유전자 등록으로 동생과 만났습니다.

지난해 비슷한 사연을 가진 장기실종자가 있다는 얘기에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검사 결과는 불일치.

그런데 얼마 전, 지난해 등록해둔 유전자 자료와 일치하는 사람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남매 모두 청각 장애가 있어 찾는 누나도, 찾을 동생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유전자 등록이 힘을 발휘했습니다.

현재 동생은 인천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 머물고 있는 상황. 코로나19 여파에, 당장 만날 수는 없지만, 누나는 동생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실종 아동, 지문·유전자로 찾는다
    • 입력 2020-05-26 17:49:23
    • 수정2020-05-26 17:52:06
    취재K
■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드라이브 스루' 통해 지문 등록

"엄지손가락 대볼까? 옳지, 잘한다."

아이가 손가락을 두 번 갖다 대자, 컴퓨터에 지문이 입력됩니다.

아이 얼굴만 촬영하면 끝.

모든 절차를 거치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행여나 아이를 잃어버릴 경우, 전국 어느 경찰서나 지구대를 가도 지문만 대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지문 사전등록제도'입니다.

미리 아이의 신체 특징인 지문과 사진, 그리고 보호자 정보를 실종자 정보관리시스템에 등록해두면 빠르게 신원 확인이 가능합니다.

아동뿐만이 아닙니다.

의사소통이 어려울 수 있는 지적장애인과 치매 환자도 마찬가지로 지문 등록이 가능합니다.

충북 청주에서 길을 잃었던 70대 치매 노인도, 제주 서귀포시의 한 20대 지적장애인도 사전에 등록해둔 지문 덕분에 빠르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경찰이 기관 등을 방문해 지문을 등록해주는 활동이 잠정 중단된 상황.

올해 세운 지문 등록 목표치보다 등록률은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이에 경찰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해 최대한 접촉을 줄인 상태에서 지문을 등록할 수 있도록 나섰습니다.


■ 제도 도입 9년째… 지문 등록률 저조

"지문을 등록할 경우 50분 만에 찾을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 평균 94시간이 걸립니다."

실종 아동 등을 빨리 발견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지난 2012년 도입된 지문 사전등록제도. 하지만 지난달 기준, 전국 평균 등록률은 절반 수준인 51.4%에 그쳤습니다.

그나마 18세 미만 아동 등록률은 평균보다 조금 높은 54.2%인데, 지적장애인이나 치매 환자 등록률은 그보다도 훨씬 낮은 20%대에 머무르는 실정.

아동만을 대상으로 한 제도라고 생각하거나 지적장애인이나 치매 환자가 아동보다 외부 활동이 적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문 등록률이 낮습니다.

정신 질환 등을 알리기 꺼려, 등록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미리 지문을 등록해두면 실종 아동 등을 골든타임 이내로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사전 등록 시 발견까지 걸리는 평균 소요시간은 50분. 반대의 경우는 56.4시간이 걸렸습니다.

■ 장기실종아동 찾기는 DNA 등록부터

지문 등록은 분명 장기 실종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 전 잃어버린 아이들은 지문조차 등록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오래전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에게 유전자(DNA) 등록을 강조합니다. 면봉으로 입안 세포를 긁어 채취한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고 이를 분석해 전산에 등록해두는 겁니다.

장기실종아동을 10명을 찾아 가족과 만나게 한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 안병익 경사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리 등록해둔 자료를 신규자료와 비교해서 2~3년 뒤에 가족을 찾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48년 만에 찾은 지구 반대편 내 아들

78살 황태순 씨도 유전자 등록으로 잃어버린 아들을 만났습니다. 1972년 대구의 한 공원에서 세 살배기 막내의 손을 놓친 뒤 48년만입니다.

아들과 비슷한 사람이 나타났다고 하면 택시를 타고 전국 어디든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매번 혼자 돌아와야 했습니다.

"죽기 전에 잃어버린 아들 생사라도 알면 좋겠다"는 혼잣말에 이웃 주민이 유전자 등록을 추천할 때만 해도 "헛짓거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 달여 만에 아들을 찾았다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벨기에에 사는 중년 남성이 지난해 어머니를 찾고 싶어 한국에 왔다가 유전자 등록을 하고 갔는데 황 씨가 등록한 유전자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겁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입국이 제한돼 극적인 만남은 계속 미뤄지면서 휴대전화 영상통화로 아들과 먼저 만났습니다.

황 씨는 말합니다. "잊어버리고 못 찾은 사람들은 될 수 있으면 DNA 검사를 해서 해놨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도. 나 같은 이런 기적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 청각장애도 뛰어넘은 유전자 등록

32년 전, 강원도 춘천에서 혈육을 잃어버린 박순애 씨도 유전자 등록으로 동생과 만났습니다.

지난해 비슷한 사연을 가진 장기실종자가 있다는 얘기에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검사 결과는 불일치.

그런데 얼마 전, 지난해 등록해둔 유전자 자료와 일치하는 사람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남매 모두 청각 장애가 있어 찾는 누나도, 찾을 동생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유전자 등록이 힘을 발휘했습니다.

현재 동생은 인천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 머물고 있는 상황. 코로나19 여파에, 당장 만날 수는 없지만, 누나는 동생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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