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류’에 화들짝?…잇따르는 엄중 경고

입력 2020.05.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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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6일 노동신문 사설

2020년 5월 26일 노동신문 사설

오늘(2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외부의 영화와 노래를 모방하지 말라는 경고성 논설을 실었습니다.

이 논설은 "한 편의 영화, 노래 한 곡도 각성 있게 대하지 못하고 그것을 한갓 흥밋거리로 보며 멋없이 흉내 낸다면 민족문화는 점차 변색되고 썩어빠진 부르죠아(부르주아) 생활 풍조가 만연할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어 "제국주의자들의 사상 문화적 침투 책동이 더욱 악랄해지고 있다"면서 "오늘 제국주의자들이 썩어빠진 사상문화를 글줄과 선율 속에, 생활용품 속에 교묘하게 숨겨 (자신들의) 내부에 들이밀기 위해 발악적으로 책동한다"고 비난했습니다.

■ 北, 잇따른 외부 문화 침투 경고 …"썩어빠진 부르주아 문화"

최근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연이어 외래문화 침투를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22일에도 1면 사설을 통해 "청년들이 이색적인 사상 문화와 변태적인 생활 풍조에 물들면 일하기 싫어하고 개인의 향락만을 추구하며 나아가서 당과 혁명, 조국을 배반하게 된다는 것이 세계 사회주의 운동사가 새겨주는 심각한 교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9일에는 외래어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는 논설도 나왔습니다. 이 논설은 외래어 사용을 "썩어빠진 부르죠아(부르주아) 문화"라고 규정하면서 "언어생활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철저히 지켜야 온갖 퇴폐적이며 반동적인 사상문화의 침습을 막고 우리의 사상진지를 굳건히 고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3일에도 사상 단속을 강조하는 사설이 나옵니다. 이날 논설에서는 외래 사상문화 유입 속에서 불거지는 불건전한 현상을 취미나 멋으로 치부한다면 그 '후과'가 대단히 엄중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이 같은 이념 단속의 주 대상은 '청년'들인데요. 노동신문은 "적들의 사상 문화적 침투 책동의 주된 과녁은 청년들"이라면서 "호기심과 감수성이 많아 누구보다도 주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 디지털 기술로 외부 문화 유입 많아져…北 당국 '긴장'

디지털 기술이 확산하면서 2000년대부터는 북한사회에도 USB, DVD 등이 보급되기 시작합니다. 외부 문화가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시기인데요. 그중에서도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가 높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입니다.

이렇게 외부 문화 콘텐츠가 북한 사회에 널리 퍼지자 북한 당국은 처벌 강화를 통한 경계에 나섭니다. 북한 당국은 2015년 '자본주의 문화' 단속을 위해 형법 개정을 단행합니다. 외부 드라마나 노래 등을 보거나 듣기만 해도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기존 1년 이하 노동단련형에서 10배나 강화됐습니다. 2017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비사회주의 현상의 섬멸'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노동신문을 통해 이른바 '사상 단속'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2020년 5월 13일 ‘조선의 오늘’ 유튜브 방송 캡처2020년 5월 13일 ‘조선의 오늘’ 유튜브 방송 캡처

■ 잇따르는 '사상 침투' 경고, 왜?

그렇다면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북한 당국의 '사상 단속', 배경은 뭘까요?

첫째는 '내부 기강 잡기'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잇따르는 '사상 단속'을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와 연결지어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는 군에 대한 기강 잡기였다면, 노동신문을 통한 잇따른 경고는 사상 문화적 기강 잡기의 일환"이라는 설명입니다.

둘째는 '향후 있을 개방에 대한 준비'라는 관점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조금 더 진정되고 나면 북한이 중국과의 교류협력부터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관광 교류를 진행할 가능성이 큰데, 조만간 외국 문화나 사조가 북한에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상 단속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앞으로 있을 개방에 대해서 대내 통치를 확실히 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잇따른 '기강 잡기'와 관련해 "북한이 본격적으로 외국 사람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슷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셋째는 최근 있었던 사건과의 연관성입니다. 지난 13일,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 '조선의 오늘'이 <이 시각 평양>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는데, 여기 남한 가수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노래의 도입부 멜로디가 나옵니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 영상이 남한의 뉴스를 통해 화제가 된 가운데 이와 관련해 내부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주체성과 자주성에 기반을 둔 문화, 즉 사회주의 문화가 최고라고 이야기하지만, 특히 청년들에 대해서는 남한 대중문화 등에 대해 우위를 유지할 자신이 없어 보인다. 이런 위기감이 묻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이미 만연한 외부 대중문화…"체제 변화시킬 동력 될 수도"

북한이 점차 개혁·개방의 기조로 나아가면서 북한 내 외부 대중문화 확산은 더 이상 단속으로는 막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입니다.

북한 사회에 침투 중인 외부 문화가 북한의 폐쇄적인 체제를 변화시킬 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임을출 교수는 "일단 문화 교류가 이뤄지면 상대방에 대한 적대의식이 획기적으로 낮아진다"면서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은 평화공존의 의식이 싹트게 되는 것이고 우리가 이제는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기보다는 좀 더 평화롭게 함께 잘 살아야겠구나 이런 생각으로 귀결될 수 있다"며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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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한류’에 화들짝?…잇따르는 엄중 경고
    • 입력 2020-05-26 20:02:04
    취재K

2020년 5월 26일 노동신문 사설

오늘(2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외부의 영화와 노래를 모방하지 말라는 경고성 논설을 실었습니다.

이 논설은 "한 편의 영화, 노래 한 곡도 각성 있게 대하지 못하고 그것을 한갓 흥밋거리로 보며 멋없이 흉내 낸다면 민족문화는 점차 변색되고 썩어빠진 부르죠아(부르주아) 생활 풍조가 만연할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어 "제국주의자들의 사상 문화적 침투 책동이 더욱 악랄해지고 있다"면서 "오늘 제국주의자들이 썩어빠진 사상문화를 글줄과 선율 속에, 생활용품 속에 교묘하게 숨겨 (자신들의) 내부에 들이밀기 위해 발악적으로 책동한다"고 비난했습니다.

■ 北, 잇따른 외부 문화 침투 경고 …"썩어빠진 부르주아 문화"

최근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연이어 외래문화 침투를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22일에도 1면 사설을 통해 "청년들이 이색적인 사상 문화와 변태적인 생활 풍조에 물들면 일하기 싫어하고 개인의 향락만을 추구하며 나아가서 당과 혁명, 조국을 배반하게 된다는 것이 세계 사회주의 운동사가 새겨주는 심각한 교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9일에는 외래어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는 논설도 나왔습니다. 이 논설은 외래어 사용을 "썩어빠진 부르죠아(부르주아) 문화"라고 규정하면서 "언어생활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철저히 지켜야 온갖 퇴폐적이며 반동적인 사상문화의 침습을 막고 우리의 사상진지를 굳건히 고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3일에도 사상 단속을 강조하는 사설이 나옵니다. 이날 논설에서는 외래 사상문화 유입 속에서 불거지는 불건전한 현상을 취미나 멋으로 치부한다면 그 '후과'가 대단히 엄중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이 같은 이념 단속의 주 대상은 '청년'들인데요. 노동신문은 "적들의 사상 문화적 침투 책동의 주된 과녁은 청년들"이라면서 "호기심과 감수성이 많아 누구보다도 주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 디지털 기술로 외부 문화 유입 많아져…北 당국 '긴장'

디지털 기술이 확산하면서 2000년대부터는 북한사회에도 USB, DVD 등이 보급되기 시작합니다. 외부 문화가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시기인데요. 그중에서도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가 높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입니다.

이렇게 외부 문화 콘텐츠가 북한 사회에 널리 퍼지자 북한 당국은 처벌 강화를 통한 경계에 나섭니다. 북한 당국은 2015년 '자본주의 문화' 단속을 위해 형법 개정을 단행합니다. 외부 드라마나 노래 등을 보거나 듣기만 해도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기존 1년 이하 노동단련형에서 10배나 강화됐습니다. 2017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비사회주의 현상의 섬멸'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노동신문을 통해 이른바 '사상 단속'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2020년 5월 13일 ‘조선의 오늘’ 유튜브 방송 캡처
■ 잇따르는 '사상 침투' 경고, 왜?

그렇다면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북한 당국의 '사상 단속', 배경은 뭘까요?

첫째는 '내부 기강 잡기'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잇따르는 '사상 단속'을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와 연결지어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는 군에 대한 기강 잡기였다면, 노동신문을 통한 잇따른 경고는 사상 문화적 기강 잡기의 일환"이라는 설명입니다.

둘째는 '향후 있을 개방에 대한 준비'라는 관점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조금 더 진정되고 나면 북한이 중국과의 교류협력부터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관광 교류를 진행할 가능성이 큰데, 조만간 외국 문화나 사조가 북한에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상 단속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앞으로 있을 개방에 대해서 대내 통치를 확실히 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잇따른 '기강 잡기'와 관련해 "북한이 본격적으로 외국 사람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슷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셋째는 최근 있었던 사건과의 연관성입니다. 지난 13일,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 '조선의 오늘'이 <이 시각 평양>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는데, 여기 남한 가수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노래의 도입부 멜로디가 나옵니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 영상이 남한의 뉴스를 통해 화제가 된 가운데 이와 관련해 내부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주체성과 자주성에 기반을 둔 문화, 즉 사회주의 문화가 최고라고 이야기하지만, 특히 청년들에 대해서는 남한 대중문화 등에 대해 우위를 유지할 자신이 없어 보인다. 이런 위기감이 묻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이미 만연한 외부 대중문화…"체제 변화시킬 동력 될 수도"

북한이 점차 개혁·개방의 기조로 나아가면서 북한 내 외부 대중문화 확산은 더 이상 단속으로는 막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입니다.

북한 사회에 침투 중인 외부 문화가 북한의 폐쇄적인 체제를 변화시킬 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임을출 교수는 "일단 문화 교류가 이뤄지면 상대방에 대한 적대의식이 획기적으로 낮아진다"면서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은 평화공존의 의식이 싹트게 되는 것이고 우리가 이제는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기보다는 좀 더 평화롭게 함께 잘 살아야겠구나 이런 생각으로 귀결될 수 있다"며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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