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가뜩이나 어려운데 무역전쟁 재발…반도체 괜찮나?

입력 2020.05.27 (08:40) 수정 2020.05.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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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주 수요일 만나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경제난을 겪는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중 무역전쟁까지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양대 강국이자 우리나라의 수출 대상국 1, 2위인 두 나라의 갈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 사정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지 걱정인데요.

박대기 기자와 함께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봅니다.

박 기자, 코로나19를 극복하려면 세계가 힘을 모아도 힘든데, 다시 갈등이 재연됐군요?

[기자]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올해 초에 1단계 합의를 맺으면서 소강상태였는데요.

하지만 최근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이유는 두 가집니다.

먼저, 코로나19 발생은 중국 책임이라는 미국 입장이 있고요.

또 하나는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도입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법 내용이 인권 침해적이고 중국이 약속한 일국 양제를 깬다는 것인데 근본적으로는 두 사안 모두 중국에 대한 불신이 깔렸습니다.

[앵커]

그런 배경에서 미국이 다시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 화웨이 제재안을 발표한 것이죠?

그런데 화웨이로 반도체를 파는 것을 막아서 우리 기업도 해당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어떨까요?

[기자]

반도체 판매를 막은 것은 맞는데 한국기업은 해당이 안 됩니다.

반도체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우리나라가 주로 만드는 것은 메모리반도체입니다.

이건 기성품이라 만들어진 대로 파는 겁니다.

그런데 비메모리 일부는 주문자의 설계대로 만들어주는 제품이 있습니다.

미국이 막은 것은 "화웨이의 설계로 생산되는 반도체"이기 때문에 우리 주력제품과는 관계가 없죠.

이번 규제 도입 배경은 앞서 지난해 규제에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미국 기업이 화웨이로 반도체 등을 수출할 때 허가를 받으라고 규제했습니다.

그랬더니 화웨이가 필요한 반도체 설계도를 타이완의 TSMC 같은 업체에 보내서 조달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화웨이가 필요한 반도체를 설계대로 만들어주는 TSMC 같은 업체를 규제하려는 게 핵심입니다.

삼성전자도 설계대로 만들어주는 공장을 가지고는 있습니다.

'파운드리'라고 하는 공장이 이런 공장인데요.

하지만 화웨이에는 메모리 반도체만 납품하고 비메모리 반도체는 납품하지 않기 때문에 규제에는 걸리지 않습니다.

[앵커]

그럼 우리나라 업체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건가요?

[기자]

당장은 그런데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안심할 수 없습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중에 널리 쓰는 D램이 문제인데요.

세계 D램 생산은 우리나라의 두 업체와 미국의 마이크론, 단 3개 회사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미국이 지난해 마이크론 D램의 화웨이 공급을 제한한 적이 있는데요.

나머지 두 업체인 우리 업체들의 화웨이 공급을 제한하면 화웨이가 사실상 생산 중단에 빠지기 때문에 미국이 규제 카드로 쓸 수도 있죠.

[앵커]

지금은 아니지만 규제가 도입된다면 걱정스럽다는 것이군요.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중요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기준 40%가량 됩니다.

게다가 전체 수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도 20%나 됩니다.

이외에도 우리 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곳도 많은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시안과 충칭 등지에 반도체 공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반도체 기업과 중국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이달 들어 20일까지 우리나라의 수출은 1년 전보다 20% 이상 줄어든 상황입니다.

특히 자동차와 석유제품 판매가 반 토막이 난 상황인데요.

이런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10% 이상 늘면서 그나마 효자 노릇을 했습니다.

만에 하나 미국이 우리 반도체 수출까지 문제를 삼는다면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은 앞으로 더 악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업체들이 미국의 규제 위험을 피해가려고 미국에 투자를 늘릴 거라는 분석도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실제로 타이완의 반도체 기업 TSMC는 최근에 미국에 새로 공장을 짓기로 했는데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방한 당시에도 우리나라 기업 총수들을 직접 호명하면서 미국에 투자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죠.

이미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 공장이 있습니다.

추가 투자는 가능하지만, 반도체 공장 하나 건설하는데 1조 원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자유무역의 이점을 살려 성장한 국가이기 때문에 관련국들의 갈등을 조정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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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경제] 가뜩이나 어려운데 무역전쟁 재발…반도체 괜찮나?
    • 입력 2020-05-27 08:46:07
    • 수정2020-05-27 08: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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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주 수요일 만나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경제난을 겪는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중 무역전쟁까지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양대 강국이자 우리나라의 수출 대상국 1, 2위인 두 나라의 갈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 사정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지 걱정인데요.

박대기 기자와 함께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봅니다.

박 기자, 코로나19를 극복하려면 세계가 힘을 모아도 힘든데, 다시 갈등이 재연됐군요?

[기자]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올해 초에 1단계 합의를 맺으면서 소강상태였는데요.

하지만 최근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이유는 두 가집니다.

먼저, 코로나19 발생은 중국 책임이라는 미국 입장이 있고요.

또 하나는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도입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법 내용이 인권 침해적이고 중국이 약속한 일국 양제를 깬다는 것인데 근본적으로는 두 사안 모두 중국에 대한 불신이 깔렸습니다.

[앵커]

그런 배경에서 미국이 다시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 화웨이 제재안을 발표한 것이죠?

그런데 화웨이로 반도체를 파는 것을 막아서 우리 기업도 해당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어떨까요?

[기자]

반도체 판매를 막은 것은 맞는데 한국기업은 해당이 안 됩니다.

반도체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우리나라가 주로 만드는 것은 메모리반도체입니다.

이건 기성품이라 만들어진 대로 파는 겁니다.

그런데 비메모리 일부는 주문자의 설계대로 만들어주는 제품이 있습니다.

미국이 막은 것은 "화웨이의 설계로 생산되는 반도체"이기 때문에 우리 주력제품과는 관계가 없죠.

이번 규제 도입 배경은 앞서 지난해 규제에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미국 기업이 화웨이로 반도체 등을 수출할 때 허가를 받으라고 규제했습니다.

그랬더니 화웨이가 필요한 반도체 설계도를 타이완의 TSMC 같은 업체에 보내서 조달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화웨이가 필요한 반도체를 설계대로 만들어주는 TSMC 같은 업체를 규제하려는 게 핵심입니다.

삼성전자도 설계대로 만들어주는 공장을 가지고는 있습니다.

'파운드리'라고 하는 공장이 이런 공장인데요.

하지만 화웨이에는 메모리 반도체만 납품하고 비메모리 반도체는 납품하지 않기 때문에 규제에는 걸리지 않습니다.

[앵커]

그럼 우리나라 업체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건가요?

[기자]

당장은 그런데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안심할 수 없습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중에 널리 쓰는 D램이 문제인데요.

세계 D램 생산은 우리나라의 두 업체와 미국의 마이크론, 단 3개 회사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미국이 지난해 마이크론 D램의 화웨이 공급을 제한한 적이 있는데요.

나머지 두 업체인 우리 업체들의 화웨이 공급을 제한하면 화웨이가 사실상 생산 중단에 빠지기 때문에 미국이 규제 카드로 쓸 수도 있죠.

[앵커]

지금은 아니지만 규제가 도입된다면 걱정스럽다는 것이군요.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중요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기준 40%가량 됩니다.

게다가 전체 수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도 20%나 됩니다.

이외에도 우리 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곳도 많은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시안과 충칭 등지에 반도체 공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반도체 기업과 중국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이달 들어 20일까지 우리나라의 수출은 1년 전보다 20% 이상 줄어든 상황입니다.

특히 자동차와 석유제품 판매가 반 토막이 난 상황인데요.

이런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10% 이상 늘면서 그나마 효자 노릇을 했습니다.

만에 하나 미국이 우리 반도체 수출까지 문제를 삼는다면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은 앞으로 더 악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업체들이 미국의 규제 위험을 피해가려고 미국에 투자를 늘릴 거라는 분석도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실제로 타이완의 반도체 기업 TSMC는 최근에 미국에 새로 공장을 짓기로 했는데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방한 당시에도 우리나라 기업 총수들을 직접 호명하면서 미국에 투자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죠.

이미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 공장이 있습니다.

추가 투자는 가능하지만, 반도체 공장 하나 건설하는데 1조 원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자유무역의 이점을 살려 성장한 국가이기 때문에 관련국들의 갈등을 조정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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