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살지마] 통풍구 그림자에 비친 연예인 성추행의 진실

입력 2020.05.27 (17:04) 수정 2020.06.12 (13:4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325조)

당연한 규정인 듯 보이지만, 이 형사소송법 규정에는 중요한 형사법의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아무리 피고인이라도 기본적으로 무죄로 추정되고, 검사가 범죄를 입증해야만 유죄 판결 내려진다는 것입니다.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물증이던, 관련자 증언이던 범죄를 입증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속고살지마 구독하러가기: https://bit.ly/2UGOJIN )

그런데 이 범죄 입증이 쉽지 않은 게 성추행 같은 성범죄 사건입니다. 당사자 간에 은밀한 공간에서 은밀하게 이뤄질 경우 특성상 엄밀한 물증이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다면 상당수 성범죄에 대한 단죄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실제 성범죄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완강히 부인해도 피해자들의 증언이 구체적이고, 일관되고 또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면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유죄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성인지 감수성까지 감안해 성범죄를 강하게 처벌하는 판례 동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런데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하고 성추행에 대한 엄격한 단죄가 필요하지만, 억울한 피의자를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혹시나 일방의 불순한 의도로 고소가 이뤄지면 억울한 가해자가 생기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지적은 원론에 불과할 뿐, 실제 사건에 들어가면 양측의 치열한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언론에 보도되는 순간 젠더 이슈로 번지기도 합니다.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최근 무죄 확정판결이 내려진 뮤지컬 배우 강은일씨 사건, 그리고 지난해 연말 최종적으로 유죄가 확정된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다뤄봤습니다.

뮤지컬 배우로 전도유망하던 강은일씨는 2018년 3월에 일어난 사건 때문에 배우 인생은 위기에 처합니다. 새벽 6시경이었습니다. 순댓국집에서 일행과 술자리를 하다가 화장실 안에서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피해자 고소가 제기됐습니다.

결국 기소가 됩니다. 1심에서는 징역 6개월을 선고됐고 법정구속까지 됩니다. 연예인으로도 치명타를 맞았고, 소속사는 계약을 해지합니다.

그런데 강씨는 결과를 뒤집습니다.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결국 대법원은 최근 무죄를 확정합니다.

강씨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왜 달라졌을까요?

재판에서 양측의 주장은 엇갈렸습니다. CCTV가 없는 화장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동선을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2심과 3심에서 강씨의 운명을 바꿔 놓은 건 화장실 통풍구 밑으로 희미하게 비친 그림자의 움직임이었습니다.

아무리 대법관이라도 신이 아닌들, 화장실 안에서 남녀 사이에 어떤 일이 있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만, 재판부는 여성의 진술이 그림자 움직임과 맞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반면 강씨가 진술한 동선은 그림자의 움직임과 대체로 일치했습니다. 또 재판부의 현장검증 결과 화장실 크기가 여성의 진술과 맞지 않는다는 점도 알게 됐습니다. 여성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 진술을 믿지 못하니 강 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입니다.


강 씨 사건에 앞서 큰 사회적 파장을 낳은 것이 바로 곰탕집 성추행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지난해 말 대법원에서 유죄로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이 남성이 일행을 배웅하고 돌아오다가 한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줬다고 이 피해 여성은 주장합니다.

검찰은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는데, 1심은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합니다. 검찰은 벌금형을 구형했는데 징역형을 내리면서 법정구속하는 아주 이례적인 판결이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다"며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이 이슈화된 것은 1심 이후 피고인의 아내가 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서입니다. 남성의 동작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데, 성추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짧은 1.33초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과연 이 정도 사안이 구속 사유냐는 여론이 일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30만 명 이상이 동의합니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이슈화 됐던 2018년 10월 서울 대학로에서 시민들이 ‘곰탕집 사건’ 피해자 2차 가해를 중단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이슈화 됐던 2018년 10월 서울 대학로에서 시민들이 ‘곰탕집 사건’ 피해자 2차 가해를 중단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2심에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가 2년으로 형이 다소 감경이 됐지만, 성추행이라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고 대법원도 이 판결을 확정합니다.

영상을 보면 사건 직후 여자가 곧바로 남성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이 잡힙니다. 성추행 인지 정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여자의 강한 항의가 있고, 여자는 일관되게 피해를 주장합니다. 이 여성에게는 남자를 무고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고요. 반면 남성은 처음에는 신체 접촉이 없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사람이 붐벼서 피하다가 실수로 신체 접촉을 했다고 진술을 바꿨습니다.

진실이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사건에 대한 법적인 판단은 끝난 상태입니다. 성인지 감수성까지 감안해 성추행에 대해 법원은 단호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성추행에 대한 엄벌 필요성과 증거법칙에 따른 피의자 인권 보호라는 두 가치는 이처럼 구체적인 사건에서 자주 충돌합니다. 이런 사건을 두고 일도양단(一刀兩斷)의 결론을 내려야 하는 법관의 고뇌는 깊을 듯합니다.

성추행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요. 오늘 <속고살지마>는 이런 문제를 다소라도 해결하기 위한 대안 두 가지를 제시합니다. 구독버튼 누르고 꼭 영상으로 시청해주세요.

※일상 속 사기와 속임수를 파헤치고 해법도 제시합니다. KBS의 대국민 사기방지 프로젝트 〈속고살지마〉입니다. (유튜브 채널 https://bit.ly/2UGOJIN)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속고살지마] 통풍구 그림자에 비친 연예인 성추행의 진실
    • 입력 2020-05-27 17:04:50
    • 수정2020-06-12 13:43:14
    속고살지마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325조) 당연한 규정인 듯 보이지만, 이 형사소송법 규정에는 중요한 형사법의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아무리 피고인이라도 기본적으로 무죄로 추정되고, 검사가 범죄를 입증해야만 유죄 판결 내려진다는 것입니다.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물증이던, 관련자 증언이던 범죄를 입증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속고살지마 구독하러가기: https://bit.ly/2UGOJIN ) 그런데 이 범죄 입증이 쉽지 않은 게 성추행 같은 성범죄 사건입니다. 당사자 간에 은밀한 공간에서 은밀하게 이뤄질 경우 특성상 엄밀한 물증이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다면 상당수 성범죄에 대한 단죄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실제 성범죄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완강히 부인해도 피해자들의 증언이 구체적이고, 일관되고 또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면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유죄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성인지 감수성까지 감안해 성범죄를 강하게 처벌하는 판례 동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런데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하고 성추행에 대한 엄격한 단죄가 필요하지만, 억울한 피의자를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혹시나 일방의 불순한 의도로 고소가 이뤄지면 억울한 가해자가 생기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지적은 원론에 불과할 뿐, 실제 사건에 들어가면 양측의 치열한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언론에 보도되는 순간 젠더 이슈로 번지기도 합니다. 오늘 <속고살지마>에서는 최근 무죄 확정판결이 내려진 뮤지컬 배우 강은일씨 사건, 그리고 지난해 연말 최종적으로 유죄가 확정된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다뤄봤습니다. 뮤지컬 배우로 전도유망하던 강은일씨는 2018년 3월에 일어난 사건 때문에 배우 인생은 위기에 처합니다. 새벽 6시경이었습니다. 순댓국집에서 일행과 술자리를 하다가 화장실 안에서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피해자 고소가 제기됐습니다. 결국 기소가 됩니다. 1심에서는 징역 6개월을 선고됐고 법정구속까지 됩니다. 연예인으로도 치명타를 맞았고, 소속사는 계약을 해지합니다. 그런데 강씨는 결과를 뒤집습니다.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결국 대법원은 최근 무죄를 확정합니다. 강씨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왜 달라졌을까요? 재판에서 양측의 주장은 엇갈렸습니다. CCTV가 없는 화장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동선을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2심과 3심에서 강씨의 운명을 바꿔 놓은 건 화장실 통풍구 밑으로 희미하게 비친 그림자의 움직임이었습니다. 아무리 대법관이라도 신이 아닌들, 화장실 안에서 남녀 사이에 어떤 일이 있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만, 재판부는 여성의 진술이 그림자 움직임과 맞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반면 강씨가 진술한 동선은 그림자의 움직임과 대체로 일치했습니다. 또 재판부의 현장검증 결과 화장실 크기가 여성의 진술과 맞지 않는다는 점도 알게 됐습니다. 여성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 진술을 믿지 못하니 강 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입니다. 강 씨 사건에 앞서 큰 사회적 파장을 낳은 것이 바로 곰탕집 성추행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지난해 말 대법원에서 유죄로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이 남성이 일행을 배웅하고 돌아오다가 한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줬다고 이 피해 여성은 주장합니다. 검찰은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는데, 1심은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합니다. 검찰은 벌금형을 구형했는데 징역형을 내리면서 법정구속하는 아주 이례적인 판결이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다"며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이 이슈화된 것은 1심 이후 피고인의 아내가 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서입니다. 남성의 동작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데, 성추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짧은 1.33초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과연 이 정도 사안이 구속 사유냐는 여론이 일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30만 명 이상이 동의합니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이슈화 됐던 2018년 10월 서울 대학로에서 시민들이 ‘곰탕집 사건’ 피해자 2차 가해를 중단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2심에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가 2년으로 형이 다소 감경이 됐지만, 성추행이라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고 대법원도 이 판결을 확정합니다. 영상을 보면 사건 직후 여자가 곧바로 남성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이 잡힙니다. 성추행 인지 정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여자의 강한 항의가 있고, 여자는 일관되게 피해를 주장합니다. 이 여성에게는 남자를 무고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고요. 반면 남성은 처음에는 신체 접촉이 없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사람이 붐벼서 피하다가 실수로 신체 접촉을 했다고 진술을 바꿨습니다. 진실이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사건에 대한 법적인 판단은 끝난 상태입니다. 성인지 감수성까지 감안해 성추행에 대해 법원은 단호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성추행에 대한 엄벌 필요성과 증거법칙에 따른 피의자 인권 보호라는 두 가치는 이처럼 구체적인 사건에서 자주 충돌합니다. 이런 사건을 두고 일도양단(一刀兩斷)의 결론을 내려야 하는 법관의 고뇌는 깊을 듯합니다. 성추행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요. 오늘 <속고살지마>는 이런 문제를 다소라도 해결하기 위한 대안 두 가지를 제시합니다. 구독버튼 누르고 꼭 영상으로 시청해주세요. ※일상 속 사기와 속임수를 파헤치고 해법도 제시합니다. KBS의 대국민 사기방지 프로젝트 〈속고살지마〉입니다. (유튜브 채널 https://bit.ly/2UGOJIN)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