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술 예고한 김종인…정강정책에서 ‘북핵’·‘안보’ 뺄까

입력 2020.05.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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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미래통합당 사령관을 맡게 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27일) 고강도 개혁을 예고했습니다. 첫 단계는 당의 철학이 담긴 정강·정책(강령) 개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김종인, 보수 탈피 선언…정강정책부터 손댄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오늘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당 조직위원장들을 앞에 두고 "변화가 없이는 당 생존이 불가하다"며, 당 강령을 시대정신에 맞게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의 이념과 핵심 가치 재정립을 통해 개혁 방향을 설정하는 게 먼저라는 의미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보수나 자유우파를 강조하지 말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삶과 밀접한 불평등, 불공정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과거에도 김 위원장은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은 더는 맞지 않는다며, 자신을 보수 인사로 분류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또 양극화가 심화하고, 사회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구조에 정당이 발맞춰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이같은 내용이 대폭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령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김 위원장 본인도 잘 알고 있습니다. 2012년 박근혜 비대위 당시, 강령 전문에서 '보수' 표현을 아예 삭제하자는 제안이 나왔는데 그 당시 비대위원이던 김종인 위원장 아이디어였습니다. 당내외 반발이 거셌습니다. 당시 정몽준, 홍준표 의원 등은 우파 분열을 자초한다며 김 위원장 해임건의안을 냈고, 결국 '보수' 삭제는 없었던 일이 됐습니다.

현재의 통합당 강령에는 '보수'라는 표현은 없습니다. 올해 초 보수통합이 성사되며 '보수'라는 표현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대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보수의 가치'로 알려진 표현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특히 '법치'라는 단어는 6번, '안보', '북핵'이라는 단어는 각각 5번씩 거론됩니다. 이렇게 보수 색채가 강한 표현일수록,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도 높습니다.


■ 80년대생 전진배치…어떤 역할 맡나

비대위의 또다른 특징은 '청년'입니다.

김 위원장이 인선한 비대위원 8명의 평균 연령은 49.1세지만, 이 가운데 3명은 '830세대'(80년대생·30대·2000년대 학번)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청년 몫 비대위원에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38세), 김재섭 '같이오름' 대표(33세), 정원석 '청사진' 대표(32세)를 임명했습니다. 비대위원 9명 중 3분의 1을 30대에 할당한 건 이례적입니다.

기성 정치권을 제삼자 입장에서 볼 수 있는 청년들에게 혁신을 주도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구체적으로는 4·15 총선 참패의 원인 진단도 80년대생에 맡기겠다는 의지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병민·김재섭 위원은 4·15 총선에서 각각 서울 광진갑과 도봉갑 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냉정한 민심을 직접 확인한 당사자입니다. 김병민 위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서울에서 선거를 해 봤으니, 무엇이 문제인지 가장 잘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면서, 참패 원인 분석과 함께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돌릴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성 정치권은 통상 만 45세 이하를 청년당원으로 봅니다. '청년'이란 용어가 무색한 기준입니다. 2011년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27세 이준석 위원을 파격적으로 발탁해 화제가 됐지만, 이후 9년이 지나도록 당 지도부에서 청년층이 활약한 사례는 사실상 없었습니다.

■ "반발 자제해달라" 김종인의 선전포고

오늘 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 임기연장안과 비대위원 선임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지난달 28일 상임전국위 무산에 이어, 정족수를 겨우 채운 전국위에서도 323명 중 177명 찬성으로 김종인 비대위 전환이 힘겹게 의결된 상황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개혁 방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오늘 상임전국위원회에 참석한 한 재선 의원은 "보수의 가치를 버리면서까지 당을 변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벌써부터 당원들 이탈 조짐이 보인다"고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충청권의 중진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 말고 다른 분을 모셔오는 것이 불가능했을까"라고 되물었습니다.

이런 반발을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오늘 전국 조직위원장 특강에서 강도 높은 변화를 여러 차례 예고하며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지만, 비판은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과거 "반발을 신경 쓰면 제 할 일을 못 한다"며 반대 의견을 외면했던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겁니다. 출범부터 쉽지 않았던 김종인 비대위, 다음 달 1일부터 11개월의 임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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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수술 예고한 김종인…정강정책에서 ‘북핵’·‘안보’ 뺄까
    • 입력 2020-05-28 07:00:36
    취재K
우여곡절 끝에 미래통합당 사령관을 맡게 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27일) 고강도 개혁을 예고했습니다. 첫 단계는 당의 철학이 담긴 정강·정책(강령) 개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김종인, 보수 탈피 선언…정강정책부터 손댄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오늘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당 조직위원장들을 앞에 두고 "변화가 없이는 당 생존이 불가하다"며, 당 강령을 시대정신에 맞게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의 이념과 핵심 가치 재정립을 통해 개혁 방향을 설정하는 게 먼저라는 의미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보수나 자유우파를 강조하지 말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삶과 밀접한 불평등, 불공정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과거에도 김 위원장은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은 더는 맞지 않는다며, 자신을 보수 인사로 분류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또 양극화가 심화하고, 사회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구조에 정당이 발맞춰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이같은 내용이 대폭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령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김 위원장 본인도 잘 알고 있습니다. 2012년 박근혜 비대위 당시, 강령 전문에서 '보수' 표현을 아예 삭제하자는 제안이 나왔는데 그 당시 비대위원이던 김종인 위원장 아이디어였습니다. 당내외 반발이 거셌습니다. 당시 정몽준, 홍준표 의원 등은 우파 분열을 자초한다며 김 위원장 해임건의안을 냈고, 결국 '보수' 삭제는 없었던 일이 됐습니다.

현재의 통합당 강령에는 '보수'라는 표현은 없습니다. 올해 초 보수통합이 성사되며 '보수'라는 표현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대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보수의 가치'로 알려진 표현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특히 '법치'라는 단어는 6번, '안보', '북핵'이라는 단어는 각각 5번씩 거론됩니다. 이렇게 보수 색채가 강한 표현일수록,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도 높습니다.


■ 80년대생 전진배치…어떤 역할 맡나

비대위의 또다른 특징은 '청년'입니다.

김 위원장이 인선한 비대위원 8명의 평균 연령은 49.1세지만, 이 가운데 3명은 '830세대'(80년대생·30대·2000년대 학번)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청년 몫 비대위원에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38세), 김재섭 '같이오름' 대표(33세), 정원석 '청사진' 대표(32세)를 임명했습니다. 비대위원 9명 중 3분의 1을 30대에 할당한 건 이례적입니다.

기성 정치권을 제삼자 입장에서 볼 수 있는 청년들에게 혁신을 주도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구체적으로는 4·15 총선 참패의 원인 진단도 80년대생에 맡기겠다는 의지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병민·김재섭 위원은 4·15 총선에서 각각 서울 광진갑과 도봉갑 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냉정한 민심을 직접 확인한 당사자입니다. 김병민 위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서울에서 선거를 해 봤으니, 무엇이 문제인지 가장 잘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면서, 참패 원인 분석과 함께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돌릴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성 정치권은 통상 만 45세 이하를 청년당원으로 봅니다. '청년'이란 용어가 무색한 기준입니다. 2011년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27세 이준석 위원을 파격적으로 발탁해 화제가 됐지만, 이후 9년이 지나도록 당 지도부에서 청년층이 활약한 사례는 사실상 없었습니다.

■ "반발 자제해달라" 김종인의 선전포고

오늘 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 임기연장안과 비대위원 선임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지난달 28일 상임전국위 무산에 이어, 정족수를 겨우 채운 전국위에서도 323명 중 177명 찬성으로 김종인 비대위 전환이 힘겹게 의결된 상황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개혁 방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오늘 상임전국위원회에 참석한 한 재선 의원은 "보수의 가치를 버리면서까지 당을 변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벌써부터 당원들 이탈 조짐이 보인다"고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충청권의 중진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 말고 다른 분을 모셔오는 것이 불가능했을까"라고 되물었습니다.

이런 반발을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오늘 전국 조직위원장 특강에서 강도 높은 변화를 여러 차례 예고하며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지만, 비판은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과거 "반발을 신경 쓰면 제 할 일을 못 한다"며 반대 의견을 외면했던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겁니다. 출범부터 쉽지 않았던 김종인 비대위, 다음 달 1일부터 11개월의 임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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