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섬진강 재첩 어디로 갔나!…바다화 원인 밝혀질까?

입력 2020.05.28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전국 최대 재첩 생산지 섬진강입니다.

물이 빠지자 강바닥 곳곳에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개펄이 쌓여 있습니다.

바다에서 나는 파래도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밀물 때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한 흔적입니다.

재첩은 괜찮을까요?


15년만에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재첩 생산량

"서식지에 찌꺼기가 쌓여서 많은 양의 섬진강 재첩이 폐사하고 있습니다."

염분 상승 등으로 재첩 생산량이 10년 전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어민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재첩 서식지는 90년 이전에는 약 210㏊였는데, 2018년에는 약 140㏊로 측정돼, 70㏊ 정도가 줄어든 셈입니다.

재첩 생산량도 2001년도에 646t에서 2016년에는 202t으로, 15년 만에 70%가 감소했습니다.

또, 재첩이 서식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보니 재첩을 잡아보면 자라지 못해 크기가 작거나 폐사한 껍데기가 주로 섞여 있다고 말했습니다.

섬진강 주변에서 재첩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종사자는 1천여 명에 이릅니다. 섬진강 덕분에 먹고 사는 셈이죠.

"옛날에 재첩이 많이 날 때는 경상남도 하동과 전라남도 광양시 간에 분쟁이나 다툼이 없었어요. 예전에는 재첩으로 자식들 공부도 시키고,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물이 적어지면서 재첩 수확량이 감소했기 때문에, 지역 간에, 이웃 간에 분쟁의 불씨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생산량이 줄다 보니 수확하지 말아야 할 어린 종패를 거둬들이는 문제로 어민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져, 폭력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댐 건설과 다압취수장이 문제?…정부, 15년 만에 피해조사 실시

어민들은 섬진강 유역에 댐을 만들고, 섬진강 물을 빼서 생활용수 등으로 바꿔주는 다압취수장이 상류 쪽에 들어서면서부터 하구로 흐르는 물이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섬진강 물이 빠져나가고 대신 더 많은 남해의 바닷물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섬진강 바다화와 재첩 수확량 감소에 대해 정확한 원인은 나온 것이 없습니다.

재첩을 채취하는 지역 주민들은 생계에 타격을 입었고, 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당국에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목소리를 냈지만 각 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기 바빴습니다.

결국, 지난 2017년 하동군 어민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제기했고, 지난해 5월부터 하동군과 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이 협력해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어민들이 염해 피해조사만이라도 해달라고 투쟁한 지 15년여 만입니다.


댐물 흘려보내 섬진강 재첩 서식지 지킨다?

환경부는 정확한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 염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지난달부터 19만 천 톤의 물을 매일 추가로 방류하고 있습니다. 이는 65만 명의 하루 수돗물 사용량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지난달 27일 섬진강 하류에 적조가 발생했고, 환경부는 인근 주암댐의 환경대응용수를 24시간 동안 420만t을 방류해 이를 해결한 적이 있습니다.

해당 조사를 하고 있는 환경부 관계자는 "댐의 방류량을 늘림으로써 섬진강 하류 재첩 서식지의 염분 농도도 어느 정도 희석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민들은 "갈수기 때 더 많은 물을 꾸준히 방류해야 효과가 있다"며 "지금은 봄비가 많이 내린 상태이기 때문에 별 효과도 못 느끼고, 환경부의 생색내기 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어민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댐의 저수량이 충분할 경우에 추가로 주고 있는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물의 양이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11월 안에 염해 원인조사가 끝난 뒤 필요하다면 갈수기 때 물을 방류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댐 운영방식 개선도 필요

환경부는 그간 섬진강의 유량을 늘리는 방법을 검토해왔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섬진강 유역 내 댐들의 현재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하는데요.

환경부 관계자는 "댐 관리기관들 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협의하기 쉽지 않았다"며 "광주시가 관리하는 동북댐은 광주 시민들이 사용할 물이 충분하지 않다고 반발해 추가 방류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각 댐 관리기관들 사이에 물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갈수기 때도 꾸준히 물을 방류할 수 있을까요?

이번 조사에 들어간 세금은 11억여 원.

올해 11월이면 섬진강 하류 염해피해의 원인 조사가 끝납니다.

어민들은 그동안 못 잡은 재첩에 대한 보상은 필요 없으니 앞으로라도 물만 내려달라며 호소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그 많던 섬진강 재첩 어디로 갔나!…바다화 원인 밝혀질까?
    • 입력 2020-05-28 07:00:36
    취재K
전국 최대 재첩 생산지 섬진강입니다.

물이 빠지자 강바닥 곳곳에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개펄이 쌓여 있습니다.

바다에서 나는 파래도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밀물 때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한 흔적입니다.

재첩은 괜찮을까요?


15년만에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재첩 생산량

"서식지에 찌꺼기가 쌓여서 많은 양의 섬진강 재첩이 폐사하고 있습니다."

염분 상승 등으로 재첩 생산량이 10년 전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어민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재첩 서식지는 90년 이전에는 약 210㏊였는데, 2018년에는 약 140㏊로 측정돼, 70㏊ 정도가 줄어든 셈입니다.

재첩 생산량도 2001년도에 646t에서 2016년에는 202t으로, 15년 만에 70%가 감소했습니다.

또, 재첩이 서식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보니 재첩을 잡아보면 자라지 못해 크기가 작거나 폐사한 껍데기가 주로 섞여 있다고 말했습니다.

섬진강 주변에서 재첩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종사자는 1천여 명에 이릅니다. 섬진강 덕분에 먹고 사는 셈이죠.

"옛날에 재첩이 많이 날 때는 경상남도 하동과 전라남도 광양시 간에 분쟁이나 다툼이 없었어요. 예전에는 재첩으로 자식들 공부도 시키고,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물이 적어지면서 재첩 수확량이 감소했기 때문에, 지역 간에, 이웃 간에 분쟁의 불씨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생산량이 줄다 보니 수확하지 말아야 할 어린 종패를 거둬들이는 문제로 어민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져, 폭력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댐 건설과 다압취수장이 문제?…정부, 15년 만에 피해조사 실시

어민들은 섬진강 유역에 댐을 만들고, 섬진강 물을 빼서 생활용수 등으로 바꿔주는 다압취수장이 상류 쪽에 들어서면서부터 하구로 흐르는 물이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섬진강 물이 빠져나가고 대신 더 많은 남해의 바닷물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섬진강 바다화와 재첩 수확량 감소에 대해 정확한 원인은 나온 것이 없습니다.

재첩을 채취하는 지역 주민들은 생계에 타격을 입었고, 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당국에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목소리를 냈지만 각 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기 바빴습니다.

결국, 지난 2017년 하동군 어민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제기했고, 지난해 5월부터 하동군과 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이 협력해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어민들이 염해 피해조사만이라도 해달라고 투쟁한 지 15년여 만입니다.


댐물 흘려보내 섬진강 재첩 서식지 지킨다?

환경부는 정확한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 염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지난달부터 19만 천 톤의 물을 매일 추가로 방류하고 있습니다. 이는 65만 명의 하루 수돗물 사용량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지난달 27일 섬진강 하류에 적조가 발생했고, 환경부는 인근 주암댐의 환경대응용수를 24시간 동안 420만t을 방류해 이를 해결한 적이 있습니다.

해당 조사를 하고 있는 환경부 관계자는 "댐의 방류량을 늘림으로써 섬진강 하류 재첩 서식지의 염분 농도도 어느 정도 희석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민들은 "갈수기 때 더 많은 물을 꾸준히 방류해야 효과가 있다"며 "지금은 봄비가 많이 내린 상태이기 때문에 별 효과도 못 느끼고, 환경부의 생색내기 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어민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댐의 저수량이 충분할 경우에 추가로 주고 있는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물의 양이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11월 안에 염해 원인조사가 끝난 뒤 필요하다면 갈수기 때 물을 방류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댐 운영방식 개선도 필요

환경부는 그간 섬진강의 유량을 늘리는 방법을 검토해왔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섬진강 유역 내 댐들의 현재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하는데요.

환경부 관계자는 "댐 관리기관들 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협의하기 쉽지 않았다"며 "광주시가 관리하는 동북댐은 광주 시민들이 사용할 물이 충분하지 않다고 반발해 추가 방류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각 댐 관리기관들 사이에 물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갈수기 때도 꾸준히 물을 방류할 수 있을까요?

이번 조사에 들어간 세금은 11억여 원.

올해 11월이면 섬진강 하류 염해피해의 원인 조사가 끝납니다.

어민들은 그동안 못 잡은 재첩에 대한 보상은 필요 없으니 앞으로라도 물만 내려달라며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