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개에 숟가락 넣지 마세요” 이번엔 달라질까

입력 2020.05.28 (08:14) 수정 2020.05.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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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부대찌개 4인분을 주문합니다.

찌개가 가득 담긴 커다란 냄비, 하나가 나옵니다.

찌개 속 라면이 익자 서로의 숟가락과 젓가락이 한 냄비를 동시에 들락거립니다.

다른 반찬 그릇도 상황은 비슷했겠죠.

수저가 교차하지 않는 음식은 각자의 공깃밥 뿐입니다.

[tvN 식샤를 합시다 : "저기 앞접시 있는데."]

["찌개는 앞접시에 덜어먹는 것보다 밥공기에 덜어먹는 게 더 맛있거든요. 국물에 촉촉이 젖어들어가는 밥이 일품이거든요."]

한때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는 식문화로 꼽는 것 중 하나, 먹던 숟가락으로 찌개를 다같이 떠먹거나, 쓰던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상대방 접시에 건네는 등의 모습이었죠.

누구보다 한국인은 음식을 공유하는 데 익숙합니다.

이른바 ‘한입만~’ 하는 문화.

커피나 음료를 한 모금 달라고 하거나, 나눠먹자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각자 시킨 요리도 맛이나 보자며 나눕니다.

정감 있는 풍경일 수 있지만 위생면에서 보자면 이걸 정이라는 말로 넘겨버릴 수 만은 없는데요,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런 모습이 우리에게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습니다.

침을 통한 바이러스 감염이 이젠 모두의, 두려움의 대상이 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달 간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 특히 식사를 함께 한 사람들이 감염된 경우가 속출하면서 경각심이 더 높아졌습니다.

요즘은 어린이집에서도 이렇게 지그재그로 앉아 각자 간식을 먹습니다.

식당가 풍경도 많이들 변해가고 있습니다.

음식을 내올 때부터 작은 국자와 각자 덜어 먹을 그릇을 내어 줍니다.

마치 겸상 속 1인상을 차리듯 개인용 접시와 집게, 국자를 사용하는 것이 회식의 새로운 표준, 즉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요즘은 뚝배기나 냄비의 찌개를 무심코 자기 숟가락으로 뜨면 금방 눈총을 받곤 하죠.

각자 계산하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아예‘1인상 식당’을 찾아 나섭니다.

정부도 식사 문화 개선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강조하는 건 '음식을 덜어먹는 습관'입니다.

찌개류와 반찬 등은 국자로 개인 식기에 덜어 먹고, 수저는 공용 통에 두지 않고 그 대신 개인별로 따로 줘야 합니다.

[김강립/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 : "음식물을 드실 때는 개인용 식기를 사용... 수칙을 숙지해 주시기 바라며 현장에서도 적극 활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는 식당에서 음식과 반찬을 제공할 때 손님들에게 개별로, 즉, 1인용으로 제공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습니다만, 글쎄요 이건 비용과 인건비 등을 생각해야 하는 식당 입장에선 만만치 않을 듯도 합니다.

[이경륜/식당 직원 : "예를 들어 단체 손님이 오셨다라든지 그렇게 되면 다 각자 따로 반찬을 드리기가 사실상 쉽진 않을 것 같고..."]

보시면서, 식사 한끼 하는데 뭘 그리 까탈스럽게 하냐 할 수도 있을 텐데요,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에서 얼마 전 흥미로운 ‘젓가락 실험’이 있었습니다.

여러 명이 식사하면서 각자 젓가락으로 같은 음식을 집어 먹은 결과, 음식을 더는 용도의 공용 젓가락을 쓸 때보다 최대 250배의 세균이 음식에서 검출됐습니다.

젓가락에 묻어있는 침은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B형간염까지 전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이징시는 급기야 공용 젓가락과 국자 사용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다음달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과거 역사 자료를 봐도 알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 찌개나 반찬을 공유하는 식문화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금 보시는 이 사진, 주로 이 밥그릇 가리키며 “조선인은 대식가였다”는 주제로 많이 보는 사진입니다만, 사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1인상 상차림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식문화, 아쉬움없이 바꿔도 전통에서 멀어진다거나 하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코로나 19가 우리 밥상 문화에서도 초대형 변수가 됐습니다만 상차림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은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A형 간염이나 사스, 메르스 때도 똑같은 지적이 제기됐지만, 그러나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코로나19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야말로 식문화의 새로운 표준을 정립할 때로 보입니다.

철저한 개인 위생의 뉴노멀 위에서, 한국 특유의 밥상머리 인정을 더 멋지게 꽃피울 수 있을 겁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Issue.html?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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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찌개에 숟가락 넣지 마세요” 이번엔 달라질까
    • 입력 2020-05-28 08:15:23
    • 수정2020-05-28 08:56:54
    아침뉴스타임
식당에서 부대찌개 4인분을 주문합니다.

찌개가 가득 담긴 커다란 냄비, 하나가 나옵니다.

찌개 속 라면이 익자 서로의 숟가락과 젓가락이 한 냄비를 동시에 들락거립니다.

다른 반찬 그릇도 상황은 비슷했겠죠.

수저가 교차하지 않는 음식은 각자의 공깃밥 뿐입니다.

[tvN 식샤를 합시다 : "저기 앞접시 있는데."]

["찌개는 앞접시에 덜어먹는 것보다 밥공기에 덜어먹는 게 더 맛있거든요. 국물에 촉촉이 젖어들어가는 밥이 일품이거든요."]

한때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는 식문화로 꼽는 것 중 하나, 먹던 숟가락으로 찌개를 다같이 떠먹거나, 쓰던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상대방 접시에 건네는 등의 모습이었죠.

누구보다 한국인은 음식을 공유하는 데 익숙합니다.

이른바 ‘한입만~’ 하는 문화.

커피나 음료를 한 모금 달라고 하거나, 나눠먹자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각자 시킨 요리도 맛이나 보자며 나눕니다.

정감 있는 풍경일 수 있지만 위생면에서 보자면 이걸 정이라는 말로 넘겨버릴 수 만은 없는데요,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런 모습이 우리에게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습니다.

침을 통한 바이러스 감염이 이젠 모두의, 두려움의 대상이 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달 간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 특히 식사를 함께 한 사람들이 감염된 경우가 속출하면서 경각심이 더 높아졌습니다.

요즘은 어린이집에서도 이렇게 지그재그로 앉아 각자 간식을 먹습니다.

식당가 풍경도 많이들 변해가고 있습니다.

음식을 내올 때부터 작은 국자와 각자 덜어 먹을 그릇을 내어 줍니다.

마치 겸상 속 1인상을 차리듯 개인용 접시와 집게, 국자를 사용하는 것이 회식의 새로운 표준, 즉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요즘은 뚝배기나 냄비의 찌개를 무심코 자기 숟가락으로 뜨면 금방 눈총을 받곤 하죠.

각자 계산하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아예‘1인상 식당’을 찾아 나섭니다.

정부도 식사 문화 개선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강조하는 건 '음식을 덜어먹는 습관'입니다.

찌개류와 반찬 등은 국자로 개인 식기에 덜어 먹고, 수저는 공용 통에 두지 않고 그 대신 개인별로 따로 줘야 합니다.

[김강립/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 : "음식물을 드실 때는 개인용 식기를 사용... 수칙을 숙지해 주시기 바라며 현장에서도 적극 활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는 식당에서 음식과 반찬을 제공할 때 손님들에게 개별로, 즉, 1인용으로 제공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습니다만, 글쎄요 이건 비용과 인건비 등을 생각해야 하는 식당 입장에선 만만치 않을 듯도 합니다.

[이경륜/식당 직원 : "예를 들어 단체 손님이 오셨다라든지 그렇게 되면 다 각자 따로 반찬을 드리기가 사실상 쉽진 않을 것 같고..."]

보시면서, 식사 한끼 하는데 뭘 그리 까탈스럽게 하냐 할 수도 있을 텐데요,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에서 얼마 전 흥미로운 ‘젓가락 실험’이 있었습니다.

여러 명이 식사하면서 각자 젓가락으로 같은 음식을 집어 먹은 결과, 음식을 더는 용도의 공용 젓가락을 쓸 때보다 최대 250배의 세균이 음식에서 검출됐습니다.

젓가락에 묻어있는 침은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B형간염까지 전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이징시는 급기야 공용 젓가락과 국자 사용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다음달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과거 역사 자료를 봐도 알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 찌개나 반찬을 공유하는 식문화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금 보시는 이 사진, 주로 이 밥그릇 가리키며 “조선인은 대식가였다”는 주제로 많이 보는 사진입니다만, 사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1인상 상차림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식문화, 아쉬움없이 바꿔도 전통에서 멀어진다거나 하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코로나 19가 우리 밥상 문화에서도 초대형 변수가 됐습니다만 상차림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은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A형 간염이나 사스, 메르스 때도 똑같은 지적이 제기됐지만, 그러나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코로나19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야말로 식문화의 새로운 표준을 정립할 때로 보입니다.

철저한 개인 위생의 뉴노멀 위에서, 한국 특유의 밥상머리 인정을 더 멋지게 꽃피울 수 있을 겁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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