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순직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일까…대법 “보험가입 안 시킨 교육청, 책임 없다”

입력 2020.06.02 (15:39) 수정 2020.06.0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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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었지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교육청의 생명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돼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한 교사 고(故) 김초원 씨 유족이 교육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김씨의 아버지 김성욱씨가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낸 2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리고,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에 위법 등 특정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제도입니다.

앞서 김씨는 2014년 2월부터 단원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해오던 중 그해 4월 2학년 3반 담임 교사로 세월호에 탑승했으며, 침몰 사고가 발생하자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는 등 구조 활동을 벌이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현행법상 행정부 소속 국가공무원은 피보험자로 한 생명보험계약을 필수적으로 체결하도록 되어 있는데, 당시 경기도교육청은 단원고 교사 중 공무원인 정규 교원만을 생명보험에 가입시켰습니다. 이 같은 복지제도가 적용되는 '공무원'에는 정규 교원만이 포함되고, 기간제 교원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때문에 사고 이후 정규 교원들은 1인당 5000만원 내지 2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받았지만, 기간제 교사였던 김씨는 공무원연금공단이 제공하는 맞춤형 복지 대상에서 제외돼 보험계약 체결 대상에서 빠졌고, 따라서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아버지 김씨는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기간제 교사도 맞춤형 복지가 적용되는 공무원에 해당하므로, 경기도교육감은 기간제 교원에 대해서도 맞춤형 복지제도를 적용해 이들을 피보험자로 한 생명보험에 가입했어야 함에도 이런 의무를 어겼단 겁니다.

1심 법원은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주장대로 실제로 국가공무원에 기간제 교원이 포함된다면 교육감이 맞춤형 복지제도에 따라 기간제 교사 역시 생명보험에 가입시킬 의무가 있는 게 맞지만, 정작 기간제 교원이 공무원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단 겁니다.

대법원은 "법령에 대한 해석이 그 문언 자체만으로는 명백하지 아니하여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는데다가 이에 대한 선례나 학설, 판례 등도 귀일된 바 없는 경우 관계 공무원이 그 나름대로 신중을 다하여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그 중 어느 한 견해를 따라 내린 해석이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됐다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에까지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과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법원은 이에 따라 "2014년경은 물론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간제 교원이 교육공무원인 국가공무원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법령에 관한 최종적인 해석권한을 부여받은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간제 교사가 국가공무원법상 교육공무원에 해당한다는 법령 해석이 당연히 나온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국회입법조사처와 경기도교육청의 자문변호사들은 기간제 교사도 공무원에 해당하여 순직을 인정해야 한단 의견을 냈지만, 인사혁신처는 기간제 교원이 공무원이 아니어서 공무원연금법상 순직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는 등 의견이 갈렸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교육청이 기간제 교사가 교육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생명보험에 가입시키지 않았다 하더라도, 곧바로 이를 국가의 과실로 단정하긴 어렵단 겁니다.

패소한 김씨는 "공무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간제 교사는 정규 교원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는데도 맞춤형 복지제도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이유없는 차별 행위이고 불법행위"라며 항소했습니다.

그러나 2심도 "교육감이 기간제 교원을 교육공무원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맞춤형복지제도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 관계 법령의 문언 범위를 명백하게 벗어났다거나 법령 해석의 한계를 현저히 일탈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또한 성실한 평균적 공무원에게 기대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2심은 망인에 대하여 맞춤형 복지제도의 적용을 배제한 것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단 주장에 대해서도 "기간제 교원과 비교대상인 정규 교원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해당한다 하더라도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적 처우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봤습니다.

2심은 이어 "맞춤형복지제도는 복리후생적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근속연수, 업무의 난이도, 업무량, 근로자의 권한과 책임범위, 장기근속 유도 등과 무관하게 부여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맞춤형복지제도의 성격, 예산의 제약 등에 비추어 적용대상 등에 관하여 광범위한 형성의 재량이 인정된다"며 "맞춤형복지제도의 적용대상에서 기간제 교원을 제외하였다 하여 이를 두고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적 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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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2 15:39:31
    • 수정2020-06-02 15:47:01
    사회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었지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교육청의 생명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돼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한 교사 고(故) 김초원 씨 유족이 교육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김씨의 아버지 김성욱씨가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낸 2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리고,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에 위법 등 특정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제도입니다.

앞서 김씨는 2014년 2월부터 단원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해오던 중 그해 4월 2학년 3반 담임 교사로 세월호에 탑승했으며, 침몰 사고가 발생하자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는 등 구조 활동을 벌이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현행법상 행정부 소속 국가공무원은 피보험자로 한 생명보험계약을 필수적으로 체결하도록 되어 있는데, 당시 경기도교육청은 단원고 교사 중 공무원인 정규 교원만을 생명보험에 가입시켰습니다. 이 같은 복지제도가 적용되는 '공무원'에는 정규 교원만이 포함되고, 기간제 교원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때문에 사고 이후 정규 교원들은 1인당 5000만원 내지 2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받았지만, 기간제 교사였던 김씨는 공무원연금공단이 제공하는 맞춤형 복지 대상에서 제외돼 보험계약 체결 대상에서 빠졌고, 따라서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아버지 김씨는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기간제 교사도 맞춤형 복지가 적용되는 공무원에 해당하므로, 경기도교육감은 기간제 교원에 대해서도 맞춤형 복지제도를 적용해 이들을 피보험자로 한 생명보험에 가입했어야 함에도 이런 의무를 어겼단 겁니다.

1심 법원은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주장대로 실제로 국가공무원에 기간제 교원이 포함된다면 교육감이 맞춤형 복지제도에 따라 기간제 교사 역시 생명보험에 가입시킬 의무가 있는 게 맞지만, 정작 기간제 교원이 공무원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단 겁니다.

대법원은 "법령에 대한 해석이 그 문언 자체만으로는 명백하지 아니하여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는데다가 이에 대한 선례나 학설, 판례 등도 귀일된 바 없는 경우 관계 공무원이 그 나름대로 신중을 다하여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그 중 어느 한 견해를 따라 내린 해석이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됐다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에까지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과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법원은 이에 따라 "2014년경은 물론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간제 교원이 교육공무원인 국가공무원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법령에 관한 최종적인 해석권한을 부여받은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간제 교사가 국가공무원법상 교육공무원에 해당한다는 법령 해석이 당연히 나온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국회입법조사처와 경기도교육청의 자문변호사들은 기간제 교사도 공무원에 해당하여 순직을 인정해야 한단 의견을 냈지만, 인사혁신처는 기간제 교원이 공무원이 아니어서 공무원연금법상 순직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는 등 의견이 갈렸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교육청이 기간제 교사가 교육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생명보험에 가입시키지 않았다 하더라도, 곧바로 이를 국가의 과실로 단정하긴 어렵단 겁니다.

패소한 김씨는 "공무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간제 교사는 정규 교원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는데도 맞춤형 복지제도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이유없는 차별 행위이고 불법행위"라며 항소했습니다.

그러나 2심도 "교육감이 기간제 교원을 교육공무원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맞춤형복지제도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 관계 법령의 문언 범위를 명백하게 벗어났다거나 법령 해석의 한계를 현저히 일탈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또한 성실한 평균적 공무원에게 기대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2심은 망인에 대하여 맞춤형 복지제도의 적용을 배제한 것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단 주장에 대해서도 "기간제 교원과 비교대상인 정규 교원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해당한다 하더라도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적 처우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봤습니다.

2심은 이어 "맞춤형복지제도는 복리후생적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근속연수, 업무의 난이도, 업무량, 근로자의 권한과 책임범위, 장기근속 유도 등과 무관하게 부여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맞춤형복지제도의 성격, 예산의 제약 등에 비추어 적용대상 등에 관하여 광범위한 형성의 재량이 인정된다"며 "맞춤형복지제도의 적용대상에서 기간제 교원을 제외하였다 하여 이를 두고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적 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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