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왕의 귀환? 도덕 불감증 경계해야

입력 2020.06.02 (15:43) 수정 2020.06.0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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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음주 운전을 한 강정호가 국내 복귀를 선언하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년 실격에 300시간 봉사활동의 징계를 내렸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고 강정호의 지난 2016년 음주 운전 사고 당시 발언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야구로 보답하겠습니다." 팬들은 그러나 본인이 좋아하는 야구를 해서 좋은 성적을 내는 행위가 무슨 보답의 의미가 있느냐며 당시 강정호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오히려 야구를 못하게 해야 진정으로 반성할 것이라고 봤다.

강정호는 국내 복귀를 추진하면서도 팬들에게 또 한 번 사과했다. "제가 죽는 날까지 후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야구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이번에도 싸늘했다.

강정호는 이번 주 귀국해 2주간 자가격리를 한 뒤 원소속팀 키움과 접촉할 예정이다. 키움과 계약할지 방출 절차를 거친 뒤 다른 팀과 계약할지 현재로선 아무도 모른다. 만약 특정팀과 계약하면 그 시점부터 징계가 발효되기에, 계약이 빨리 체결될 수록 강정호는 그만큼 국내 복귀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오승환의 꼼수 징계 논란

강정호 징계에 앞서 KBO는 2016년, 해외 원정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오승환에게 'KBO리그 복귀 시 한 시즌의 절반인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그리고 지난해 8월 6일,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오승환이 전 소속팀 삼성과 계약하며 징계는 발효됐다.

하지만 계약 당시 오승환은 팔꿈치 부상을 안고 있던 상황. 어차피 부상으로 뛸 수 없었고 수술과 재활을 하며 징계 기간의 상당 부분을 보냈다. 당연히 꼼수 논란이 일었다.

오승환의 지난 시즌 출장 정지 경기 수는 42경기. 어제(1일) 기준 삼성은 23경기를 치렀고, 이제 7경기만 지나면 KBO 무대에서 뛸 수 있다.

자숙보단 팀 적응이 우선?

삼성 허삼영 감독은 오늘(2일) LG전부터 오승환을 선수단과 동행시키기로 했다. 선수단 적응 차원이라는 이유에서다. 오승환은 경기 전 훈련을 선수단과 함께 진행한 뒤 구단 버스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규정상 징계가 끝나지 않았기에 경기장 더그아웃엔 들어갈 수 없다.

KBO 관계자도 "동행에는 문제가 없다, 경기 전 훈련 참가는 가능하나 더그아웃에 앉는 것은 안된다."며 규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비판 여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징계 기간 자숙이 아닌 선수단 적응을 우선시하는 데에 원정 도박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구단은 오승환이 복귀를 앞두고 별도로 사과를 표명하는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입단 기자회견과 원정 도박 적발 당시 이미 사과를 수차례 했다는 이유에서다.

오승환의 복귀를 두고 '끝판왕'의 귀환이라는 환영의 표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징계를 받은 선수에게 과도한 찬사를 보낸다면 향후 징계를 받고 복귀하는 선수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로야구에 만연한 '도덕 불감증'이 KBO가 내세우고 있는 클린 베이스볼의 가치를 위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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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판왕의 귀환? 도덕 불감증 경계해야
    • 입력 2020-06-02 15:43:08
    • 수정2020-06-02 15:44:21
    스포츠K
3회 음주 운전을 한 강정호가 국내 복귀를 선언하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년 실격에 300시간 봉사활동의 징계를 내렸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고 강정호의 지난 2016년 음주 운전 사고 당시 발언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야구로 보답하겠습니다." 팬들은 그러나 본인이 좋아하는 야구를 해서 좋은 성적을 내는 행위가 무슨 보답의 의미가 있느냐며 당시 강정호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오히려 야구를 못하게 해야 진정으로 반성할 것이라고 봤다.

강정호는 국내 복귀를 추진하면서도 팬들에게 또 한 번 사과했다. "제가 죽는 날까지 후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야구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이번에도 싸늘했다.

강정호는 이번 주 귀국해 2주간 자가격리를 한 뒤 원소속팀 키움과 접촉할 예정이다. 키움과 계약할지 방출 절차를 거친 뒤 다른 팀과 계약할지 현재로선 아무도 모른다. 만약 특정팀과 계약하면 그 시점부터 징계가 발효되기에, 계약이 빨리 체결될 수록 강정호는 그만큼 국내 복귀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오승환의 꼼수 징계 논란

강정호 징계에 앞서 KBO는 2016년, 해외 원정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오승환에게 'KBO리그 복귀 시 한 시즌의 절반인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그리고 지난해 8월 6일,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오승환이 전 소속팀 삼성과 계약하며 징계는 발효됐다.

하지만 계약 당시 오승환은 팔꿈치 부상을 안고 있던 상황. 어차피 부상으로 뛸 수 없었고 수술과 재활을 하며 징계 기간의 상당 부분을 보냈다. 당연히 꼼수 논란이 일었다.

오승환의 지난 시즌 출장 정지 경기 수는 42경기. 어제(1일) 기준 삼성은 23경기를 치렀고, 이제 7경기만 지나면 KBO 무대에서 뛸 수 있다.

자숙보단 팀 적응이 우선?

삼성 허삼영 감독은 오늘(2일) LG전부터 오승환을 선수단과 동행시키기로 했다. 선수단 적응 차원이라는 이유에서다. 오승환은 경기 전 훈련을 선수단과 함께 진행한 뒤 구단 버스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규정상 징계가 끝나지 않았기에 경기장 더그아웃엔 들어갈 수 없다.

KBO 관계자도 "동행에는 문제가 없다, 경기 전 훈련 참가는 가능하나 더그아웃에 앉는 것은 안된다."며 규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비판 여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징계 기간 자숙이 아닌 선수단 적응을 우선시하는 데에 원정 도박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구단은 오승환이 복귀를 앞두고 별도로 사과를 표명하는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입단 기자회견과 원정 도박 적발 당시 이미 사과를 수차례 했다는 이유에서다.

오승환의 복귀를 두고 '끝판왕'의 귀환이라는 환영의 표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징계를 받은 선수에게 과도한 찬사를 보낸다면 향후 징계를 받고 복귀하는 선수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로야구에 만연한 '도덕 불감증'이 KBO가 내세우고 있는 클린 베이스볼의 가치를 위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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