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에 장애인시설 취업 기회 준 법원·검찰…법 적용 ‘깜빡’

입력 2020.06.02 (20:06) 수정 2020.06.0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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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검찰과 법원의 실수로 성추행범에게 장애인시설 취업 기회가 주어지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관련법이 개정됐는데 이를 기소와 공판 과정에서 제대로 적용하지 않아 이런 어이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재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8년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여성의 신체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씨.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3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기간 취업 금지를 명령했습니다.

이에 대해 A씨는 추행 사실이 없고,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습니다.

그렇게 검찰의 항소 없이 시작된 2심.

그런데 1심 재판 과정에서 누락된 부분이 있다는 게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1심 선고 불과 일주일 전 개정된 관련 법에 따라 성범죄로 형을 선고할 때 장애인복지시설 취업 금지 명령도 함께 이뤄졌어야 했지만 법원과 검찰 모두 깜빡한 겁니다.

늦게나마 이를 알아챈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에 더해 A씨에게 장애인시설 취업 금지 명령까지 선고했습니다.

1심보다 더 무거워진 2심의 형량.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판결이 '불이익변경 금지'원칙에 어긋난다며 파기 환송했습니다.

1심 판결에 대해 피고인만 항소를 하고 검찰은 안 했는데, 이 경우 더 무거운 형을 내릴 수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 장애인 시설 취업제한 명령 부분만 따로 파기하는 것이 불가능해, 판결 전체가 백지화 됐습니다.

A씨가 마음만 먹으면 장애인시설 뿐 아니라 이제 아동청소년 시설까지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상황.

법 개정을 놓친 법원과 검찰의 실수로 원심 판결 전까지 성범죄 약자들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습니다.

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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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범죄자에 장애인시설 취업 기회 준 법원·검찰…법 적용 ‘깜빡’
    • 입력 2020-06-02 20:06:47
    • 수정2020-06-02 20:06:48
    뉴스7(부산)
[앵커] 검찰과 법원의 실수로 성추행범에게 장애인시설 취업 기회가 주어지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관련법이 개정됐는데 이를 기소와 공판 과정에서 제대로 적용하지 않아 이런 어이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재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8년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여성의 신체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씨.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3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기간 취업 금지를 명령했습니다. 이에 대해 A씨는 추행 사실이 없고,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습니다. 그렇게 검찰의 항소 없이 시작된 2심. 그런데 1심 재판 과정에서 누락된 부분이 있다는 게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1심 선고 불과 일주일 전 개정된 관련 법에 따라 성범죄로 형을 선고할 때 장애인복지시설 취업 금지 명령도 함께 이뤄졌어야 했지만 법원과 검찰 모두 깜빡한 겁니다. 늦게나마 이를 알아챈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에 더해 A씨에게 장애인시설 취업 금지 명령까지 선고했습니다. 1심보다 더 무거워진 2심의 형량.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판결이 '불이익변경 금지'원칙에 어긋난다며 파기 환송했습니다. 1심 판결에 대해 피고인만 항소를 하고 검찰은 안 했는데, 이 경우 더 무거운 형을 내릴 수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 장애인 시설 취업제한 명령 부분만 따로 파기하는 것이 불가능해, 판결 전체가 백지화 됐습니다. A씨가 마음만 먹으면 장애인시설 뿐 아니라 이제 아동청소년 시설까지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상황. 법 개정을 놓친 법원과 검찰의 실수로 원심 판결 전까지 성범죄 약자들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습니다. 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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