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싸우는 ‘트위터’, 내홍 휩싸인 ‘페이스북’

입력 2020.06.03 (07:03) 수정 2020.06.0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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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경찰의 흑인 남성 살해 사건에 분노한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폭동 양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격 시위를 비난하고 강경 진압을 부추기는 발언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연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경찰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고 개선을 약속하기보다는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몰아세우는 행태가 시위대의 분노만 자극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상반된 노선을 걷고 있는 두 회사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입니다.

■ 트럼프와 일전 불사하는 '트위터'


미국 소셜미디어업체 트위터는 흑인 살해 항의 시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지난달 29일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폭력을 미화하고 있다'는 경고 문구를 삽입했습니다(위 사진). 약탈과 방화로 비화된 항의 시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총기 대응을 주문하는 듯한 발언에 '폭력 미화'라는 딱지를 붙인 것입니다.

트위터는 이에 앞서 사흘 전에는 우편투표의 선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파란 경고딱지를 붙였습니다.

그동안 유명 인사의 잘못된 주장과 부정확한 정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트위터가 처음으로 태도를 바꿔 현직 대통령의 그릇된 주장에 경고문을 달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뒤, 소셜미디어를 규제하는 행정명령 서명이라는 카드를 전격 꺼내들며 보복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트위터는 여기에 물러서지 않고 행정명령 서명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의 "총격 시작" 트윗에 또다시 '폭력 미화' 경고문을 붙인 것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총격' 트윗이 게시되자마자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변호사를 포함한 10여 명의 회사 수뇌부와 함께 심야 온라인 회의를 열어 대통령의 트윗에 즉각 경고문을 붙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

트위터의 적극적인 개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시위 주도 세력을 극우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안티파'로 몰아붙이며 이들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는 엄포를 트윗으로 날렸습니다.


그리고 공화당 출신 맷 개츠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이 이에 맞장구를 치며 2일 "안티파가 명백히 테러리스트로 규정됐으니까 우리가 중동에서 하는 것처럼 그들을 색출해 잡아낼 수 있을까?"라는 트윗을 올리자, 트위터는 이에 대해 곧바로 '폭력 미화'라는 경고문을 붙였습니다(위 사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선이 여당인 공화당 정치인으로까지 확대되는 순간이지만 트위터는 별로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트위터 직원들은 비상식적인 게시물에 경고문을 붙이며 적극 개입으로 입장을 바꾼 잭 도시 최고경영자의 결정에 환호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더군다나 트위터가 회사 계정에서 아예 '파란색 새' 로고를 검은색으로 바꾸고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LivesMatter)"라는 해시태그를 노출하며 흑인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 회사 직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 손 놓은 '페이스북'…들끓는 여론


트럼프 대통령과 날 선 대립각을 세우는 트위터와 달리, 또 다른 SNS 공룡인 페이스북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총격 시작' 발언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동시에 올라왔지만, 페이스북은 트위터와 달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대통령의 게시글을 놔두는 것에 많은 사람이 불쾌해 한다는 것을 알지만 즉각적 위험을 유발하지 않는 한 최대한 많은 표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적인 게시물을 사실상 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페이스북에 대해 회사 내부에선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지난달 31일 저커버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것이 결정타였습니다. 구체적인 통화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저커버그와 트럼프 대통령 양쪽이 모두 대화가 "생산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인 것입니다.

이런 사실이 <악시오스>를 통해 알려지자 저커버그를 향해 비등한 사내 불만 여론은 불에 기름을 부은 듯 폭발했습니다. 흑인 살해 항의 시위를 배후론까지 들먹이며 연일 맹비난하고 있는 대통령과 도대체 얼마나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느냐는 것입니다.

급기야 페이스북 직원들이 회사의 태도를 비난하며 지난 1일 온라인 파업에 나섰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 중인 직원 수백 명이 전국적인 항의 시위에 대한 지지와 회사 결정에 항의의 뜻으로 사내 프로필과 이메일에 자신의 상태를 '파업'이라는 자동메시지를 띄워놓고 업무를 거부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항의 성명을 작성해 회람시키고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불만을 경쟁회사인 트위터에 올리고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총격 시작' 게시물이 폭력을 부추긴다며, 이에 경고문을 내건 트위터의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는 페이스북 직원의 트윗 글트럼프 대통령의 '총격 시작' 게시물이 폭력을 부추긴다며, 이에 경고문을 내건 트위터의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는 페이스북 직원의 트윗 글

페이스북의 뉴스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라이언 프리터스는 "마크(최고경영자)는 틀렸다. 난 그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최대한 큰 소리로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겠다"라고 트위터에 썼습니다.

회사 안팎의 비판으로 궁지에 몰린 저커버그는 인권 운동단체에 천만 달러(약 122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쫓기듯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활동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렸습니다.

민간 인권단체 '컬러 오브 체인지'의 지도자 라사드 로빈슨은 저커버그의 기부 약속을 놓고 "내가 여태껏 봐온 것 중에 가장 모욕적인 행동"이라고 혹평했습니다. 그리고 "돈을 기부한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는 페이스북의 정책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백인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페이스북 직원들의 인적 구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페이스북의 흑인 직원 비율이 2014년 전체 직원의 2%에서 지난해에는 고작 3.8%로 '찔끔' 늘어나는 데 그칠 정도로 직원들의 인적 구성에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뉴욕타임스>는 꼬집었습니다.


미국 전역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항의 시위가 이처럼 SNS 공룡인 두 회사의 명암을 공교롭게도 갈라놓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비난을 뒤로하고 대통령과의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트위터의 잭 도시는 시민들로부터 열렬한 환호와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대중의 목소리에 적절히 호응하지 못하는 페이스북은 심각한 내홍에 휩싸인 채 최고경영자 저커버그의 리더십도 창업 15년 만에 최대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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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06-03 07: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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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경찰의 흑인 남성 살해 사건에 분노한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폭동 양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격 시위를 비난하고 강경 진압을 부추기는 발언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연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경찰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고 개선을 약속하기보다는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몰아세우는 행태가 시위대의 분노만 자극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상반된 노선을 걷고 있는 두 회사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입니다.

■ 트럼프와 일전 불사하는 '트위터'


미국 소셜미디어업체 트위터는 흑인 살해 항의 시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지난달 29일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폭력을 미화하고 있다'는 경고 문구를 삽입했습니다(위 사진). 약탈과 방화로 비화된 항의 시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총기 대응을 주문하는 듯한 발언에 '폭력 미화'라는 딱지를 붙인 것입니다.

트위터는 이에 앞서 사흘 전에는 우편투표의 선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파란 경고딱지를 붙였습니다.

그동안 유명 인사의 잘못된 주장과 부정확한 정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트위터가 처음으로 태도를 바꿔 현직 대통령의 그릇된 주장에 경고문을 달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뒤, 소셜미디어를 규제하는 행정명령 서명이라는 카드를 전격 꺼내들며 보복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트위터는 여기에 물러서지 않고 행정명령 서명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의 "총격 시작" 트윗에 또다시 '폭력 미화' 경고문을 붙인 것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총격' 트윗이 게시되자마자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변호사를 포함한 10여 명의 회사 수뇌부와 함께 심야 온라인 회의를 열어 대통령의 트윗에 즉각 경고문을 붙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
트위터의 적극적인 개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시위 주도 세력을 극우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안티파'로 몰아붙이며 이들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는 엄포를 트윗으로 날렸습니다.


그리고 공화당 출신 맷 개츠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이 이에 맞장구를 치며 2일 "안티파가 명백히 테러리스트로 규정됐으니까 우리가 중동에서 하는 것처럼 그들을 색출해 잡아낼 수 있을까?"라는 트윗을 올리자, 트위터는 이에 대해 곧바로 '폭력 미화'라는 경고문을 붙였습니다(위 사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선이 여당인 공화당 정치인으로까지 확대되는 순간이지만 트위터는 별로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트위터 직원들은 비상식적인 게시물에 경고문을 붙이며 적극 개입으로 입장을 바꾼 잭 도시 최고경영자의 결정에 환호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더군다나 트위터가 회사 계정에서 아예 '파란색 새' 로고를 검은색으로 바꾸고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LivesMatter)"라는 해시태그를 노출하며 흑인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 회사 직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 손 놓은 '페이스북'…들끓는 여론


트럼프 대통령과 날 선 대립각을 세우는 트위터와 달리, 또 다른 SNS 공룡인 페이스북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총격 시작' 발언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동시에 올라왔지만, 페이스북은 트위터와 달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대통령의 게시글을 놔두는 것에 많은 사람이 불쾌해 한다는 것을 알지만 즉각적 위험을 유발하지 않는 한 최대한 많은 표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적인 게시물을 사실상 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페이스북에 대해 회사 내부에선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지난달 31일 저커버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것이 결정타였습니다. 구체적인 통화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저커버그와 트럼프 대통령 양쪽이 모두 대화가 "생산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인 것입니다.

이런 사실이 <악시오스>를 통해 알려지자 저커버그를 향해 비등한 사내 불만 여론은 불에 기름을 부은 듯 폭발했습니다. 흑인 살해 항의 시위를 배후론까지 들먹이며 연일 맹비난하고 있는 대통령과 도대체 얼마나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느냐는 것입니다.

급기야 페이스북 직원들이 회사의 태도를 비난하며 지난 1일 온라인 파업에 나섰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 중인 직원 수백 명이 전국적인 항의 시위에 대한 지지와 회사 결정에 항의의 뜻으로 사내 프로필과 이메일에 자신의 상태를 '파업'이라는 자동메시지를 띄워놓고 업무를 거부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항의 성명을 작성해 회람시키고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불만을 경쟁회사인 트위터에 올리고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총격 시작' 게시물이 폭력을 부추긴다며, 이에 경고문을 내건 트위터의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는 페이스북 직원의 트윗 글
페이스북의 뉴스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라이언 프리터스는 "마크(최고경영자)는 틀렸다. 난 그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최대한 큰 소리로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겠다"라고 트위터에 썼습니다.

회사 안팎의 비판으로 궁지에 몰린 저커버그는 인권 운동단체에 천만 달러(약 122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쫓기듯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활동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렸습니다.

민간 인권단체 '컬러 오브 체인지'의 지도자 라사드 로빈슨은 저커버그의 기부 약속을 놓고 "내가 여태껏 봐온 것 중에 가장 모욕적인 행동"이라고 혹평했습니다. 그리고 "돈을 기부한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는 페이스북의 정책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백인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페이스북 직원들의 인적 구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페이스북의 흑인 직원 비율이 2014년 전체 직원의 2%에서 지난해에는 고작 3.8%로 '찔끔' 늘어나는 데 그칠 정도로 직원들의 인적 구성에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뉴욕타임스>는 꼬집었습니다.


미국 전역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항의 시위가 이처럼 SNS 공룡인 두 회사의 명암을 공교롭게도 갈라놓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비난을 뒤로하고 대통령과의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트위터의 잭 도시는 시민들로부터 열렬한 환호와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대중의 목소리에 적절히 호응하지 못하는 페이스북은 심각한 내홍에 휩싸인 채 최고경영자 저커버그의 리더십도 창업 15년 만에 최대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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