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7일만에 잡은 ‘묻지마 폭행범’…“CCTV 사각지대”만 반복

입력 2020.06.03 (14:44) 수정 2020.06.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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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 남자 아니야?" … "맞네! 저 사람이네"

'서울역 묻지마 폭행' 사건이 벌어진 지 1주일이 되던 어제(2일). 하지만 철도경찰대는 "사건 현장에 CCTV가 없다.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라는 답만 반복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현장 주변 건물을 둘러보다가 이 CCTV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한 남성이 거칠게 뛰어갔고, 어찌나 빠르게 뛰어가는지 한 시민은 그를 뒤돌아볼 정도였습니다. CCTV 속 남성은 비교적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마스크를 쓴 채로 흰색 상의에 베이지색 면바지, 30대 초중반의 건장한 체격'. 피해자가 말한 용의자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피해자에게 직접 다시 확인했더니 "그가 맞다"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사건 발생 추정시간과 비교해 보니 이 영상이 '묻지마 폭행' 뒤 도주 장면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낮에 서울 한복판에서 폭행당해 광대뼈 함몰 … 철도경찰대 "현장 CCTV가 없다."

'서울역 묻지마 폭행' 사건은 지난달 26일 발생했습니다. 인터뷰에서 피해자인 32살 김 모 씨는 서울역에서 한 남성과 어깨를 부딪쳤는데 "갑자기 욕을 한 뒤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고 말했습니다. 또 "나보다 훨씬 체격이 큰 남성이 갑자기 가한 폭행이라 2m가량 날아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남성이 다시 주먹을 휘두르려 할 때, 정신이 든 뒤 힘껏 소리를 질렀고 남성은 서울역 15번 출구로 달아났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철도경찰대는 사건 현장이 CCTV 사각지대라 폭행당하는 장면이 없어 용의자 신원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며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불안감을 나타내며 "시간이 지날수록 빨리 잡아야 하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이 시간만 가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고요. 사실 용의자를 잡지 못하면 저는 언제 어디서 보복범죄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잖아요"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래서 취재진이 직접 주변을 둘러보며 CCTV 영상이 있는지 추적에 나선 겁니다.

용산경찰서 협조받아 7일 만에 붙잡힌 용의자 ... "졸리고 피곤하다"며 비협조적

서울역 철도 사법경찰대는 어제(2일) 저녁 7시쯤 '서울역 묻지마 폭행' 용의자인 30대 이 모 씨를 서울 동작구의 주거지에서 붙잡았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이 씨는 폭행 이유에 관해 묻는 취재진에 "그냥 집에 가다가"라고 답했고, 계획범죄 여부는 부인했습니다. 용의자가 붙잡힌 뒤 공개된 영상에는 범행 전에도 서울역 근처를 다니던 다른 행인들과 부딪치는 등의 이상한 행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 씨는 체포되기 전에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에 붙잡혀 와서도 "졸립고 피곤하다"라는 말만 하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찰은 오늘(3일) 오전 10시쯤부터 이 씨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선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 발생 일주일동안 '무소식' … 용산경찰서 공조 시작하자 체포

시민들의 공분을 산 '서울역 묻지마 폭행' 용의자는 사건 발생 1주일 만에 붙잡혔습니다. 이 기간 동안 피해자 김 씨는 지속적으로 경찰 수사가 미진했다고 호소했습니다. 김 씨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에 신고했는데 "사건 발생 장소가 CCTV 사각지대다, 용의자 인상착의를 확보해 추적 중이다."란 답변만 받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왜 피해자가 전전긍긍하면서 발로 뛰면서 사건을 널리 알리고 경찰들에게 얘기해야 하는지 그 부분도 답답하고 참담한 심정이다", "모든 국민이 경찰을 믿고 이런 상황을 맡기는데 이렇게 지지부진하거나 대처가 미온적이면 국민은 누구를 믿고 안전한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야 할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철도경찰대는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돼서야 어제(2일) 담당인 서울 용산경찰서와 공조 수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공조를 시작한 그 날 용의자 이 씨를 바로 붙잡았습니다.


용의자는 붙잡혔지만, 피해자 지인이 SNS에 올린 사건 내용은 2만 3천여 건 넘게 계속 공유됐고, 해시 태그'#서울역_묻지마_폭행' 물결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글 역시 오늘(3일) 정오 기준 1만 2천여명 넘게 동의를 할 정도로 공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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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7일만에 잡은 ‘묻지마 폭행범’…“CCTV 사각지대”만 반복
    • 입력 2020-06-03 14:44:35
    • 수정2020-06-03 15:01:21
    취재후·사건후

"어? 저 남자 아니야?" … "맞네! 저 사람이네"

'서울역 묻지마 폭행' 사건이 벌어진 지 1주일이 되던 어제(2일). 하지만 철도경찰대는 "사건 현장에 CCTV가 없다.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라는 답만 반복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현장 주변 건물을 둘러보다가 이 CCTV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한 남성이 거칠게 뛰어갔고, 어찌나 빠르게 뛰어가는지 한 시민은 그를 뒤돌아볼 정도였습니다. CCTV 속 남성은 비교적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마스크를 쓴 채로 흰색 상의에 베이지색 면바지, 30대 초중반의 건장한 체격'. 피해자가 말한 용의자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피해자에게 직접 다시 확인했더니 "그가 맞다"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사건 발생 추정시간과 비교해 보니 이 영상이 '묻지마 폭행' 뒤 도주 장면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낮에 서울 한복판에서 폭행당해 광대뼈 함몰 … 철도경찰대 "현장 CCTV가 없다."

'서울역 묻지마 폭행' 사건은 지난달 26일 발생했습니다. 인터뷰에서 피해자인 32살 김 모 씨는 서울역에서 한 남성과 어깨를 부딪쳤는데 "갑자기 욕을 한 뒤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고 말했습니다. 또 "나보다 훨씬 체격이 큰 남성이 갑자기 가한 폭행이라 2m가량 날아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남성이 다시 주먹을 휘두르려 할 때, 정신이 든 뒤 힘껏 소리를 질렀고 남성은 서울역 15번 출구로 달아났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철도경찰대는 사건 현장이 CCTV 사각지대라 폭행당하는 장면이 없어 용의자 신원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며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불안감을 나타내며 "시간이 지날수록 빨리 잡아야 하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이 시간만 가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고요. 사실 용의자를 잡지 못하면 저는 언제 어디서 보복범죄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잖아요"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래서 취재진이 직접 주변을 둘러보며 CCTV 영상이 있는지 추적에 나선 겁니다.

용산경찰서 협조받아 7일 만에 붙잡힌 용의자 ... "졸리고 피곤하다"며 비협조적

서울역 철도 사법경찰대는 어제(2일) 저녁 7시쯤 '서울역 묻지마 폭행' 용의자인 30대 이 모 씨를 서울 동작구의 주거지에서 붙잡았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이 씨는 폭행 이유에 관해 묻는 취재진에 "그냥 집에 가다가"라고 답했고, 계획범죄 여부는 부인했습니다. 용의자가 붙잡힌 뒤 공개된 영상에는 범행 전에도 서울역 근처를 다니던 다른 행인들과 부딪치는 등의 이상한 행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 씨는 체포되기 전에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에 붙잡혀 와서도 "졸립고 피곤하다"라는 말만 하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찰은 오늘(3일) 오전 10시쯤부터 이 씨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선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 발생 일주일동안 '무소식' … 용산경찰서 공조 시작하자 체포

시민들의 공분을 산 '서울역 묻지마 폭행' 용의자는 사건 발생 1주일 만에 붙잡혔습니다. 이 기간 동안 피해자 김 씨는 지속적으로 경찰 수사가 미진했다고 호소했습니다. 김 씨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에 신고했는데 "사건 발생 장소가 CCTV 사각지대다, 용의자 인상착의를 확보해 추적 중이다."란 답변만 받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왜 피해자가 전전긍긍하면서 발로 뛰면서 사건을 널리 알리고 경찰들에게 얘기해야 하는지 그 부분도 답답하고 참담한 심정이다", "모든 국민이 경찰을 믿고 이런 상황을 맡기는데 이렇게 지지부진하거나 대처가 미온적이면 국민은 누구를 믿고 안전한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야 할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철도경찰대는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돼서야 어제(2일) 담당인 서울 용산경찰서와 공조 수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공조를 시작한 그 날 용의자 이 씨를 바로 붙잡았습니다.


용의자는 붙잡혔지만, 피해자 지인이 SNS에 올린 사건 내용은 2만 3천여 건 넘게 계속 공유됐고, 해시 태그'#서울역_묻지마_폭행' 물결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글 역시 오늘(3일) 정오 기준 1만 2천여명 넘게 동의를 할 정도로 공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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