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파크에서 2m 간격 두고 수영하라고요?

입력 2020.06.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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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속 처음 맞는 여름으로, 폭염과 집중호우가 잦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저 멀리 바닷가를 찾지 않아도 도심 속에서 시원한 파도를 즐길 수 있는 '워터파크', 올해 계획에 있으신가요?

평소 같으면 문 열고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일 물놀이 시설, 올해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여전히 하루에 수십 명씩 발생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산발적 집단감염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쉽사리 개장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이용객 '2m 간격' 두고 이용해라?…"장사하지 말란 얘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어제(3일) 여름철 물놀이 시설에 대한 방역 수칙을 발표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물놀이 시설에도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적용한다는 건데, 물놀이형 유원시설, 즉 '워터파크'가 주 대상입니다.

유원시설로 등록되려면 흔히 워터파크에서 볼 수 있는 '파도 풀'이나 물을 이용한 놀이기구, 즉 '유기기구'가 반드시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현재 이 같은 시설이 전국에 209개가 있습니다. 서울 한강 곳곳에 설치된 수영장들은 이번 발표에는 해당되지 않는 겁니다. 피트니스 센터와 함께 단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수영장들도 역시 해당되지 않습니다.

지침은 아래와 같습니다.

▲ 수건, 수영복, 수경 등 휴대용 물품은 개인물품을 사용하기
▲ 가급적 실내보다 실외 휴게시설 등을 이용하기
▲ 탈의실(락커룸), 샤워실, 대기실 등 부대시설은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사용 인원 관리하기
▲ 물놀이 시설 내 이용자 간 2m(최소 1m) 이상 거리 두기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기
▲ 시간대별 이용객 수를 제한하여 이용객 집중 방지하기


가장 눈에 띄는 건 이용자 간 2m 간격 유지, 하다못해 최소 1m 간격이라도 유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지침을 두고 참 말들이 많습니다. 워터파크 가보신 분들이라면, 과연 이게 가능한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으실 겁니다.

수도권의 한 유원시설 관계자도 KBS와의 통화에서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손님을 받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습니다. "큰 대형시설이라면 모르지만, 중소형 시설이라면 더 타격이 클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습니다.

또, 넓은 야외 시설이 없는 곳이라면 "실외 휴게시설을 이용하라"는 대목 또한 의문이 드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관계자는 "기존에 천명 이상의 이용객이 방문했다면, 이제는 100명에서 200명밖에 받지 못할 것"이라며 이용객 감소를 우려했습니다. 수많은 업체들은 이처럼 개장 날짜마저 잡지 못하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정부 "코로나 속 두 팔 간격 거리는 최소한의 장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물어봤습니다. 과연 지킬 수 있는 수칙인가요? 문체부는 이 같은 방침이 "최소한의 감염 확산을 막는 방법"이라고 밝혔습니다. 따지고 보면, '클럽'과 같은 유흥시설도 수많은 사람이 출입하고 있는데, 최소한의 간격 유지는 부탁하고 있지 않느냐는 겁니다.

2m 간격을 지킬 수 없다면 '최소 1m'라도 지켜달라는 것인데, 이런 조치마저 없다면 여름철 물놀이 시설에서 감염 확산에 무방비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수칙을 잘 지키는지 현장 점검도 하기로 했습니다. 문체부가 지자체와 함께 점검을 나가는데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전국 209개에 달하는 시설을 돌아볼 예정입니다. 또, 적정한 이용객 수를 유지해달라는 차원에서 업체 측과 간담회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실효성입니다. 원칙을 발표하는 건 좋지만, 급작스럽게 나온 이번 지침에 이를 받아들이는 업체나 시민의 입장에서는 "대체 이를 어떻게 지키라는 것인지"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간담회를 한다고 하니 현장의 목소리를 살피며 보다 구체적이고도 세심한 방역 수칙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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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터파크에서 2m 간격 두고 수영하라고요?
    • 입력 2020-06-04 07:00:29
    취재K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속 처음 맞는 여름으로, 폭염과 집중호우가 잦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저 멀리 바닷가를 찾지 않아도 도심 속에서 시원한 파도를 즐길 수 있는 '워터파크', 올해 계획에 있으신가요?

평소 같으면 문 열고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일 물놀이 시설, 올해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여전히 하루에 수십 명씩 발생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산발적 집단감염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쉽사리 개장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이용객 '2m 간격' 두고 이용해라?…"장사하지 말란 얘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어제(3일) 여름철 물놀이 시설에 대한 방역 수칙을 발표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물놀이 시설에도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적용한다는 건데, 물놀이형 유원시설, 즉 '워터파크'가 주 대상입니다.

유원시설로 등록되려면 흔히 워터파크에서 볼 수 있는 '파도 풀'이나 물을 이용한 놀이기구, 즉 '유기기구'가 반드시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현재 이 같은 시설이 전국에 209개가 있습니다. 서울 한강 곳곳에 설치된 수영장들은 이번 발표에는 해당되지 않는 겁니다. 피트니스 센터와 함께 단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수영장들도 역시 해당되지 않습니다.

지침은 아래와 같습니다.

▲ 수건, 수영복, 수경 등 휴대용 물품은 개인물품을 사용하기
▲ 가급적 실내보다 실외 휴게시설 등을 이용하기
▲ 탈의실(락커룸), 샤워실, 대기실 등 부대시설은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사용 인원 관리하기
▲ 물놀이 시설 내 이용자 간 2m(최소 1m) 이상 거리 두기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기
▲ 시간대별 이용객 수를 제한하여 이용객 집중 방지하기


가장 눈에 띄는 건 이용자 간 2m 간격 유지, 하다못해 최소 1m 간격이라도 유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지침을 두고 참 말들이 많습니다. 워터파크 가보신 분들이라면, 과연 이게 가능한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으실 겁니다.

수도권의 한 유원시설 관계자도 KBS와의 통화에서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손님을 받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습니다. "큰 대형시설이라면 모르지만, 중소형 시설이라면 더 타격이 클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습니다.

또, 넓은 야외 시설이 없는 곳이라면 "실외 휴게시설을 이용하라"는 대목 또한 의문이 드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관계자는 "기존에 천명 이상의 이용객이 방문했다면, 이제는 100명에서 200명밖에 받지 못할 것"이라며 이용객 감소를 우려했습니다. 수많은 업체들은 이처럼 개장 날짜마저 잡지 못하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정부 "코로나 속 두 팔 간격 거리는 최소한의 장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물어봤습니다. 과연 지킬 수 있는 수칙인가요? 문체부는 이 같은 방침이 "최소한의 감염 확산을 막는 방법"이라고 밝혔습니다. 따지고 보면, '클럽'과 같은 유흥시설도 수많은 사람이 출입하고 있는데, 최소한의 간격 유지는 부탁하고 있지 않느냐는 겁니다.

2m 간격을 지킬 수 없다면 '최소 1m'라도 지켜달라는 것인데, 이런 조치마저 없다면 여름철 물놀이 시설에서 감염 확산에 무방비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수칙을 잘 지키는지 현장 점검도 하기로 했습니다. 문체부가 지자체와 함께 점검을 나가는데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전국 209개에 달하는 시설을 돌아볼 예정입니다. 또, 적정한 이용객 수를 유지해달라는 차원에서 업체 측과 간담회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실효성입니다. 원칙을 발표하는 건 좋지만, 급작스럽게 나온 이번 지침에 이를 받아들이는 업체나 시민의 입장에서는 "대체 이를 어떻게 지키라는 것인지"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간담회를 한다고 하니 현장의 목소리를 살피며 보다 구체적이고도 세심한 방역 수칙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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