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서울역 묻지마 폭행…용의자 검거후 이유 물었더니

입력 2020.06.04 (08:26) 수정 2020.06.0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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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달 26일 서울역에서 한 여성이 길을 가다 폭행을 당해 광대뼈가 함몰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서울역인데 CCTV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일이라 수사가 늦춰지고 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분노하기도 했었는데요.

그런데 그제 저녁,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용의자가 붙잡혔습니다.

그는 왜 이런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두른걸까요?

사건 발생부터 범인 검거까지 일주일을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6일. 서울역 앞 버스 정류장,

흰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반대쪽에서 오던 행인에게 세게 몸을 부딪칩니다.

또 다른 행인을 팔로 밀치고는 흘깃 돌아보기도 하는데요.

잠시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빠르게 내려가는 이 남성.

얼마 후, 역 안에선 한 여성의 비명이 들립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아가씨가 고함을 막 지르고 나오더라고. 그래서 난 날치기가 일어난 줄 알았더니 묻지 마 폭행 사건이 난 것 같아요."]

잠시 후 서울역 인근 길가 CCTV에는 황급히 도망가는 남성의 모습이 잡혔는데요.

CCTV에 찍히지 않은 10분도 채 안 되는 그 시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여행을 다녀오던 32살 김 모 씨.

잠시 휴대폰을 보던 중 한 남자가 어깨를 쳤다고 합니다.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1층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공간이 되게 넓었는데도 어떤 모르는 남자가 의도적으로 어깨를 세게 치면서……."]

어깨를 치며 욕을 하는 남성에게 언성을 높였더니 갑자기 주먹이 날아왔습니다.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지금 뭐라 그랬어요?’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더니 굉장히 분노한 눈빛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주먹으로 제 왼쪽 광대뼈를 가격해서…."]

남성은 곧바로 역 밖으로 도주했는데요.

김 씨가 정신을 차리고 뒤쫓았지만 붙잡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었는데요.

[목격자/음성변조 : "아가씨가 이리로 막 뛰어오더라고 저 남자는 이제 저리로 도망가고. ‘왜 그래? 아가씨.’ 그랬더니 여기 막 피를 흘리고 있더라고……."]

김 씨는 광대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피해자의 언니/음성변조 : "광대뼈가 세 조각으로 완전 정말 골절이 됐고 폭행을 당했을 당시 안경을 쓰고 있어서 그 안경이 날아가면서 이마가 1.5cm 정도 찢어졌고 이건 사라지지 않는 흉터라서 나중에 수술을 다시 하든지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날 이후 김 씨의 평화로웠던 일상은 무참히 깨져버렸습니다.

얼굴 상처도 상처지만 그때의 기억이 계속 떠올라 고통스러웠다는데요.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잠을 못 자는데 자꾸 이렇게 가슴이 너무 두근거리고 숨이 차서 숨을 못 쉬는 그런 증상을 겪고 있고. 자꾸 꿈을 꿔요. 그런 범죄를 당하는 꿈을 꾸고……."]

김 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에게서 들은 답은 암담하기만 했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언니/음성변조 : "CCTV 사각지대다. 거기 CCTV가 없다고 말씀하셔서 제가 너무 당황해서 그런데 지금 여기가 한두 명이 지나가는 곳이 아니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지나가는 곳인데 왜 CCTV가 없느냐. 그렇게 물어봤더니 모든 곳에 있을 수가 없다고 얘기해서 제가 너무 화가 났죠."]

지지부진한 수사에 피해자 가족은 SNS를 통해 직접 사건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피해자의 언니/음성변조 : "동생도 그렇고 가족도 그렇고 엄청나게 괴롭거든요. 동생 같은 이런 사건이 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기에 저희가 목소리를 내고 것이거든요."]

사건은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청와대 청원까지 제기됐는데요

[시민/음성변조 : "그 기사 보자마자 친구들한테 공유해서 진짜 이제는 그냥 바닥만 쳐다보고 다녀야겠다고 얘기했고……."]

[시민 : "공공연한 데서 그런 범행이 일어난다면 제가 스스로 제 몸을 지켜야 할 그런 생각을. 그런 궁리를 해야 하는가 싶기도 하고 사회가 못 지켜준다는 반증이잖아요."]

그런데 사건 일주일 만인 그제 저녁, 용의자가 검거됐습니다.

CCTV 등을 통해 동선을 추적한 경찰이, 자택에 있던 32세 남성 이 모 씨를 붙잡은 건데요.

[이 모 씨/피의자 : "(왜 폭행하셨어요?) 반성하고 있습니다. (혹시 계획하고 가신 건가요?) 계획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분들은 안 때리고 왜 이분만 때리신 거예요?) 욕을 들어서…."]

계획적인 범행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피의자.

하지만 범행 전부터 사람들을 밀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던 점 때문에 경찰은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한홍/서울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 수사과장 : "정상적으로 보이는 우리가 하는 행동 아니고 중간중간에 약간 이상한 행동을 해서 지금 범행 사유에 대해서는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 지금 조사를 완료하지 않은 상황이고 조사가 끝나봐야 범행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불안과 고통 속에 지내다 그제 광대뼈 접합 수술까지 한 김 씨,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에 겨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데요.

[피해자의 언니/음성변조 : "얘기 듣고 마음이 많이 나아지기도 하고 어제 계속 아프다고 했는데 그래도 그 소식 들으니까 좀 밥도 먹고 그러더라고요."]

가족들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언니/음성변조 : "잡혔다고 끝이 아니고 이제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해서 사실은 좀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정말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강경한 처벌을 받아야 하고 또 그걸 본보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죠."]

경찰은 어제 피의자 이 씨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오늘 오후3시엔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는데요.

뚜렷한 이유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진 이런 묻지 마 폭행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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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서울역 묻지마 폭행…용의자 검거후 이유 물었더니
    • 입력 2020-06-04 08:29:28
    • 수정2020-06-04 08: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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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달 26일 서울역에서 한 여성이 길을 가다 폭행을 당해 광대뼈가 함몰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서울역인데 CCTV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일이라 수사가 늦춰지고 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분노하기도 했었는데요.

그런데 그제 저녁,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용의자가 붙잡혔습니다.

그는 왜 이런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두른걸까요?

사건 발생부터 범인 검거까지 일주일을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6일. 서울역 앞 버스 정류장,

흰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반대쪽에서 오던 행인에게 세게 몸을 부딪칩니다.

또 다른 행인을 팔로 밀치고는 흘깃 돌아보기도 하는데요.

잠시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빠르게 내려가는 이 남성.

얼마 후, 역 안에선 한 여성의 비명이 들립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아가씨가 고함을 막 지르고 나오더라고. 그래서 난 날치기가 일어난 줄 알았더니 묻지 마 폭행 사건이 난 것 같아요."]

잠시 후 서울역 인근 길가 CCTV에는 황급히 도망가는 남성의 모습이 잡혔는데요.

CCTV에 찍히지 않은 10분도 채 안 되는 그 시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여행을 다녀오던 32살 김 모 씨.

잠시 휴대폰을 보던 중 한 남자가 어깨를 쳤다고 합니다.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1층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공간이 되게 넓었는데도 어떤 모르는 남자가 의도적으로 어깨를 세게 치면서……."]

어깨를 치며 욕을 하는 남성에게 언성을 높였더니 갑자기 주먹이 날아왔습니다.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지금 뭐라 그랬어요?’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더니 굉장히 분노한 눈빛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주먹으로 제 왼쪽 광대뼈를 가격해서…."]

남성은 곧바로 역 밖으로 도주했는데요.

김 씨가 정신을 차리고 뒤쫓았지만 붙잡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었는데요.

[목격자/음성변조 : "아가씨가 이리로 막 뛰어오더라고 저 남자는 이제 저리로 도망가고. ‘왜 그래? 아가씨.’ 그랬더니 여기 막 피를 흘리고 있더라고……."]

김 씨는 광대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피해자의 언니/음성변조 : "광대뼈가 세 조각으로 완전 정말 골절이 됐고 폭행을 당했을 당시 안경을 쓰고 있어서 그 안경이 날아가면서 이마가 1.5cm 정도 찢어졌고 이건 사라지지 않는 흉터라서 나중에 수술을 다시 하든지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날 이후 김 씨의 평화로웠던 일상은 무참히 깨져버렸습니다.

얼굴 상처도 상처지만 그때의 기억이 계속 떠올라 고통스러웠다는데요.

[김 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잠을 못 자는데 자꾸 이렇게 가슴이 너무 두근거리고 숨이 차서 숨을 못 쉬는 그런 증상을 겪고 있고. 자꾸 꿈을 꿔요. 그런 범죄를 당하는 꿈을 꾸고……."]

김 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에게서 들은 답은 암담하기만 했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언니/음성변조 : "CCTV 사각지대다. 거기 CCTV가 없다고 말씀하셔서 제가 너무 당황해서 그런데 지금 여기가 한두 명이 지나가는 곳이 아니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지나가는 곳인데 왜 CCTV가 없느냐. 그렇게 물어봤더니 모든 곳에 있을 수가 없다고 얘기해서 제가 너무 화가 났죠."]

지지부진한 수사에 피해자 가족은 SNS를 통해 직접 사건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피해자의 언니/음성변조 : "동생도 그렇고 가족도 그렇고 엄청나게 괴롭거든요. 동생 같은 이런 사건이 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기에 저희가 목소리를 내고 것이거든요."]

사건은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청와대 청원까지 제기됐는데요

[시민/음성변조 : "그 기사 보자마자 친구들한테 공유해서 진짜 이제는 그냥 바닥만 쳐다보고 다녀야겠다고 얘기했고……."]

[시민 : "공공연한 데서 그런 범행이 일어난다면 제가 스스로 제 몸을 지켜야 할 그런 생각을. 그런 궁리를 해야 하는가 싶기도 하고 사회가 못 지켜준다는 반증이잖아요."]

그런데 사건 일주일 만인 그제 저녁, 용의자가 검거됐습니다.

CCTV 등을 통해 동선을 추적한 경찰이, 자택에 있던 32세 남성 이 모 씨를 붙잡은 건데요.

[이 모 씨/피의자 : "(왜 폭행하셨어요?) 반성하고 있습니다. (혹시 계획하고 가신 건가요?) 계획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분들은 안 때리고 왜 이분만 때리신 거예요?) 욕을 들어서…."]

계획적인 범행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피의자.

하지만 범행 전부터 사람들을 밀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던 점 때문에 경찰은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한홍/서울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 수사과장 : "정상적으로 보이는 우리가 하는 행동 아니고 중간중간에 약간 이상한 행동을 해서 지금 범행 사유에 대해서는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 지금 조사를 완료하지 않은 상황이고 조사가 끝나봐야 범행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불안과 고통 속에 지내다 그제 광대뼈 접합 수술까지 한 김 씨,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에 겨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데요.

[피해자의 언니/음성변조 : "얘기 듣고 마음이 많이 나아지기도 하고 어제 계속 아프다고 했는데 그래도 그 소식 들으니까 좀 밥도 먹고 그러더라고요."]

가족들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언니/음성변조 : "잡혔다고 끝이 아니고 이제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해서 사실은 좀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정말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강경한 처벌을 받아야 하고 또 그걸 본보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죠."]

경찰은 어제 피의자 이 씨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오늘 오후3시엔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는데요.

뚜렷한 이유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진 이런 묻지 마 폭행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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