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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원기둥 빽빽한’ 부산 최고의 핫플레이스, 누군가 독점한다면?
입력 2020.06.10 (08:01) 수정 2020.06.10 (08:01) 취재후
동백섬과 해운대 앞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절경, 그리고 해안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초고층 빌딩 숲까지. 이 경관을 한눈에 즐길 수 있는 곳에 대규모 상업시설이 있습니다. 바닷가 바로 옆에 지어진 이 시설의 음식점과 카페 등엔 매일 방문객이 끊이지 않고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언젠가부터 SNS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부산에 오면 꼭 들러야하는 필수 코스가 된 곳인데요.

그런데 일반적인 상업시설과 달리 이 건물 앞바다에는 정체 모를 원기둥 수십 개가 빽빽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이 원기둥의 용도는 뭘까요?


말로만 해양레저특구…정작 해양레저 사업은 요트투어뿐

이 원기둥은 요트를 묶어두기 위한 용도 등으로 만든 기둥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이 원기둥 사이사이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데크 같은 계류시설도 있어야 합니다. 2014년 문을 연 이곳은 사실 해양레저산업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시설입니다. 2007년 해운대구가 이곳을 해양레저특구로 지정했고, 민간사업자에게 문화재구역인 이곳에 상업시설을 짓고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요트 50척이 계류할 수 있는 이곳에서 취재진이 3일간 봤던 요트는 관광객 투어용으로 쓰는 대형요트 한 척 뿐입니다. 그나마도 이 요트를 보지 못한 날도 있습니다. 이 시설 관계자는 "지금 운영 중인 해양레저사업은 대형요트 두 척으로 요트투어를 하거나 요트 강습을 하는 정도뿐"이라고 털어놨습니다.

반면, 이곳에 운영 중인 음식점 등에는 방문객이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야간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돕니다.

결국, 해양레저특구로서의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겁니다. 이곳의 메인시설은 요트 계류장 등 해양레저시설입니다. 상업시설은 수익 보장을 위해 부대시설로 허용해준 곳일 뿐입니다.


사업자는 "파도 때문에"…주민들 "몰랐을 리 없다"

사업자는 이곳에 파도가 높게 쳐 요트 계류장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곳은 개장 하루 전날에도 높은 파도로 선박 계류시설 일부가 파손됐습니다. 높은 파도로 요트 계류장이 파손되는 일이 잦아 수차례 보수작업을 벌여왔습니다. 2016년 9월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계류시설이 완파되면서 복구작업에도 손을 놨습니다. 보수작업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사업자는 애초 이곳에 해양레저사업을 추진 중이던 이전 사업자가 부도가 나면서 자신들은 뒤늦게 사업에 뛰어들어 이곳이 이처럼 파도가 높게 치는 지역인지 몰랐다고 주장합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과거 부산발전연구원(현 부산연구원)의 용역 결과를 참고했는데, 이곳에 요트 계류장을 지어도 무방하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이곳에 오랜 시간 거주한 주민들의 반응은 사뭇 다릅니다. 주민들은 이곳에는 애초 방파제가 없어 파도가 높게 이는 것으로 마리나 사업자 사이에서도 유명했다고 말합니다. 특히 수백억 원을 들여 사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과거 용역 결과만 믿고 이런 시설을 지었을 리 없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또 새로운 마리나 사업을 한다고?

그런데 이 사업자는 이 상업시설 앞쪽 운촌항 일대에 방파제와 함께 규모가 더 큰 마리나 시설을 짓는 '운촌항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을 하겠다며 해양수산부 사업에 응모했고 2015년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사업계획서를 냈고 지금은 해운대구 운촌항 앞바다를 매립하는 행정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환경훼손과 각종 특혜 논란이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는 "운촌항 앞바다에 길이 335m의 방파제를 만들면 당연히 해양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이 방파제를 짓는 비용은 사업자가 부담하는 게 아니라 국비 270억 원을 들여 만들어지는 만큼 특혜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이 사업자는 재산세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받으며 마리나 시설을 운영하지만 정작 해양레저산업보다는 부대시설 운영에 열을 올린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습니다. 시민들은 이런 와중에 같은 지역에서 같은 사업자에게 기존 시설의 수익까지 더 높일 수 있는 비슷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특혜라고 주장합니다.

마리나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은 새로 짓는 운촌항 마리나 시설은 "기존에 이 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는 상업시설의 정문 역할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시민 공공재산인 동백섬 일대 해안선이 일부 기업과 개인을 위한 사유 시설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겁니다.


시민 공공재 바다, 사유화 막아야

국립해양조사원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부산의 육지부 해안선 길이는 총 298.43㎞인데 이중 절반이 넘는 168.54㎞가 마리나 시설 등으로 매립된 인공해안선입니다. 이런 와중에 부산에서는 해운대를 비롯해 8곳에서 마리나항만사업이 추가로 진행됩니다. 남은 자연해안선이 또 일부의 돈벌이만을 위한 사유 공간이 되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 [취재후] ‘원기둥 빽빽한’ 부산 최고의 핫플레이스, 누군가 독점한다면?
    • 입력 2020-06-10 08:01:15
    • 수정2020-06-10 08:01:25
    취재후
동백섬과 해운대 앞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절경, 그리고 해안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초고층 빌딩 숲까지. 이 경관을 한눈에 즐길 수 있는 곳에 대규모 상업시설이 있습니다. 바닷가 바로 옆에 지어진 이 시설의 음식점과 카페 등엔 매일 방문객이 끊이지 않고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언젠가부터 SNS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부산에 오면 꼭 들러야하는 필수 코스가 된 곳인데요.

그런데 일반적인 상업시설과 달리 이 건물 앞바다에는 정체 모를 원기둥 수십 개가 빽빽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이 원기둥의 용도는 뭘까요?


말로만 해양레저특구…정작 해양레저 사업은 요트투어뿐

이 원기둥은 요트를 묶어두기 위한 용도 등으로 만든 기둥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이 원기둥 사이사이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데크 같은 계류시설도 있어야 합니다. 2014년 문을 연 이곳은 사실 해양레저산업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시설입니다. 2007년 해운대구가 이곳을 해양레저특구로 지정했고, 민간사업자에게 문화재구역인 이곳에 상업시설을 짓고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요트 50척이 계류할 수 있는 이곳에서 취재진이 3일간 봤던 요트는 관광객 투어용으로 쓰는 대형요트 한 척 뿐입니다. 그나마도 이 요트를 보지 못한 날도 있습니다. 이 시설 관계자는 "지금 운영 중인 해양레저사업은 대형요트 두 척으로 요트투어를 하거나 요트 강습을 하는 정도뿐"이라고 털어놨습니다.

반면, 이곳에 운영 중인 음식점 등에는 방문객이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야간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돕니다.

결국, 해양레저특구로서의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겁니다. 이곳의 메인시설은 요트 계류장 등 해양레저시설입니다. 상업시설은 수익 보장을 위해 부대시설로 허용해준 곳일 뿐입니다.


사업자는 "파도 때문에"…주민들 "몰랐을 리 없다"

사업자는 이곳에 파도가 높게 쳐 요트 계류장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곳은 개장 하루 전날에도 높은 파도로 선박 계류시설 일부가 파손됐습니다. 높은 파도로 요트 계류장이 파손되는 일이 잦아 수차례 보수작업을 벌여왔습니다. 2016년 9월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계류시설이 완파되면서 복구작업에도 손을 놨습니다. 보수작업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사업자는 애초 이곳에 해양레저사업을 추진 중이던 이전 사업자가 부도가 나면서 자신들은 뒤늦게 사업에 뛰어들어 이곳이 이처럼 파도가 높게 치는 지역인지 몰랐다고 주장합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과거 부산발전연구원(현 부산연구원)의 용역 결과를 참고했는데, 이곳에 요트 계류장을 지어도 무방하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이곳에 오랜 시간 거주한 주민들의 반응은 사뭇 다릅니다. 주민들은 이곳에는 애초 방파제가 없어 파도가 높게 이는 것으로 마리나 사업자 사이에서도 유명했다고 말합니다. 특히 수백억 원을 들여 사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과거 용역 결과만 믿고 이런 시설을 지었을 리 없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또 새로운 마리나 사업을 한다고?

그런데 이 사업자는 이 상업시설 앞쪽 운촌항 일대에 방파제와 함께 규모가 더 큰 마리나 시설을 짓는 '운촌항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을 하겠다며 해양수산부 사업에 응모했고 2015년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사업계획서를 냈고 지금은 해운대구 운촌항 앞바다를 매립하는 행정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환경훼손과 각종 특혜 논란이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는 "운촌항 앞바다에 길이 335m의 방파제를 만들면 당연히 해양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이 방파제를 짓는 비용은 사업자가 부담하는 게 아니라 국비 270억 원을 들여 만들어지는 만큼 특혜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이 사업자는 재산세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받으며 마리나 시설을 운영하지만 정작 해양레저산업보다는 부대시설 운영에 열을 올린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습니다. 시민들은 이런 와중에 같은 지역에서 같은 사업자에게 기존 시설의 수익까지 더 높일 수 있는 비슷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특혜라고 주장합니다.

마리나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은 새로 짓는 운촌항 마리나 시설은 "기존에 이 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는 상업시설의 정문 역할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시민 공공재산인 동백섬 일대 해안선이 일부 기업과 개인을 위한 사유 시설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겁니다.


시민 공공재 바다, 사유화 막아야

국립해양조사원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부산의 육지부 해안선 길이는 총 298.43㎞인데 이중 절반이 넘는 168.54㎞가 마리나 시설 등으로 매립된 인공해안선입니다. 이런 와중에 부산에서는 해운대를 비롯해 8곳에서 마리나항만사업이 추가로 진행됩니다. 남은 자연해안선이 또 일부의 돈벌이만을 위한 사유 공간이 되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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