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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천 또 물고기 떼죽음… 오염차단 시설 ‘무용지물’
입력 2020.06.12 (15:20) 취재K
"팔뚝만 한 물고기가 떼로 죽어 있어요. 얼른 와보세요”

밤사이 비가 내린 부산, 이른 아침부터 KBS 보도국으로 시민들의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부산의 대표적 도심 속 생태하천인 온천천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겁니다.

직접 나가보니 죽은 물고기로 온천천 일대가 그야말로 엉망이었습니다. 하얗게 배를 드러낸 물고기들이 군데군데 떠올라 있었습니다. 정체 모를 검은 덩어리들도 뒤섞여 있었죠. 그 모습을 봐서인지 아니면 하수구 속에 들어온 듯한 악취 때문인지 자꾸만 미간이 좁혀졌습니다.

구청 공무원 등이 뜰채로 물고기를 건져 올리고 있었지만,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죽은 물고기가 하천 하류로 흘러내려 가고 있었습니다. 계속 내려가면 수영만을 거쳐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 사이 부산 앞바다가 나옵니다.


빗물과 함께 오·폐수 유입돼 물고기 집단 폐사 추정

물고기가 갑작스럽게 떼죽음한 것은 인근 오·폐수가 빗물과 함께 흘러들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이날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온천천의 용존산소량은 0.5㎎/L. 물속의 산소량을 뜻하는 용존산소량은 통상 2.0㎎/L의 수질을 ‘매우 나쁨’으로 구분하는데 그보다 훨씬 나빴다는 말입니다. 사람이 산소가 없는 곳에서 살 수 없듯 물고기도 산소가 없는 곳에서는 살 수 없습니다. 온천천의 수질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던 셈입니다.

허옇게 배를 드러낸 물고기를 바라보는 시민들이 저마다 혀를 끌끌 찼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왜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느냐며 현장에 나온 공무원에게 "만다꼬 그래 돈을 썼는데도 이카노"라며 따지듯 항의했습니다. 왜 돈을 그렇게도 쏟아부었는데도 온천천이 이 모양이냐는 말이었죠.

맞습니다. 부산시가 온천천을 그냥 두고 보고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부산시는 지난해 비가 오면 도로 등의 오염물이 빗물에 섞여 들어오지 않게 하겠다며 분류식 하수관로 사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들어가는 예산만 2,771억 원입니다.


'온천천 비점오염 저감시설 설치'사업 지난달 완료…또 물고기 폐사

그 사업의 하나로 추진했던 ‘온천천 비점오염 저감시설 설치사업’이 완료된 게 불과 지난달의 이야기입니다. 이때 부산시가 자랑스럽게 낸 보도자료의 제목은 <온천천 일대 수생생태계 보호로 수질개선 속도>였습니다.

현장 공무원들에게 물었습니다. 온천천은 부산의 금정구와 동래구, 연제구 세 곳의 지자체를 가로지르는 하천이라 다양한 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이 현장에 있었는데 공무원들의 반응이 의아합니다. "오염 물질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저희 책임이라고 할 수 있겠냐”는 거였습니다. “하천 주변 관리는 우리가 하지만 수질 관리는 우리 부서 소관이 아니”라는 답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 공무원은 “다리만 건너면 다른 구니 거기서 알아보라”며 친절히 징검다리로 안내해주기도 했습니다.

징검다리를 건너며 누구의 잘못일지를 생각했습니다. 행정기관의 잘못일 수도 있고, 아무렇게나 생활 하수며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의 잘못일 수도 있습니다. 징검다리 아래로 물고기가 입을 벌린 채 떠내려가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만큼은 확실한 듯했습니다. 적어도 이 물고기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입니다.
  • 온천천 또 물고기 떼죽음… 오염차단 시설 ‘무용지물’
    • 입력 2020-06-12 15:20:46
    취재K
"팔뚝만 한 물고기가 떼로 죽어 있어요. 얼른 와보세요”

밤사이 비가 내린 부산, 이른 아침부터 KBS 보도국으로 시민들의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부산의 대표적 도심 속 생태하천인 온천천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겁니다.

직접 나가보니 죽은 물고기로 온천천 일대가 그야말로 엉망이었습니다. 하얗게 배를 드러낸 물고기들이 군데군데 떠올라 있었습니다. 정체 모를 검은 덩어리들도 뒤섞여 있었죠. 그 모습을 봐서인지 아니면 하수구 속에 들어온 듯한 악취 때문인지 자꾸만 미간이 좁혀졌습니다.

구청 공무원 등이 뜰채로 물고기를 건져 올리고 있었지만,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죽은 물고기가 하천 하류로 흘러내려 가고 있었습니다. 계속 내려가면 수영만을 거쳐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 사이 부산 앞바다가 나옵니다.


빗물과 함께 오·폐수 유입돼 물고기 집단 폐사 추정

물고기가 갑작스럽게 떼죽음한 것은 인근 오·폐수가 빗물과 함께 흘러들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이날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온천천의 용존산소량은 0.5㎎/L. 물속의 산소량을 뜻하는 용존산소량은 통상 2.0㎎/L의 수질을 ‘매우 나쁨’으로 구분하는데 그보다 훨씬 나빴다는 말입니다. 사람이 산소가 없는 곳에서 살 수 없듯 물고기도 산소가 없는 곳에서는 살 수 없습니다. 온천천의 수질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던 셈입니다.

허옇게 배를 드러낸 물고기를 바라보는 시민들이 저마다 혀를 끌끌 찼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왜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느냐며 현장에 나온 공무원에게 "만다꼬 그래 돈을 썼는데도 이카노"라며 따지듯 항의했습니다. 왜 돈을 그렇게도 쏟아부었는데도 온천천이 이 모양이냐는 말이었죠.

맞습니다. 부산시가 온천천을 그냥 두고 보고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부산시는 지난해 비가 오면 도로 등의 오염물이 빗물에 섞여 들어오지 않게 하겠다며 분류식 하수관로 사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들어가는 예산만 2,771억 원입니다.


'온천천 비점오염 저감시설 설치'사업 지난달 완료…또 물고기 폐사

그 사업의 하나로 추진했던 ‘온천천 비점오염 저감시설 설치사업’이 완료된 게 불과 지난달의 이야기입니다. 이때 부산시가 자랑스럽게 낸 보도자료의 제목은 <온천천 일대 수생생태계 보호로 수질개선 속도>였습니다.

현장 공무원들에게 물었습니다. 온천천은 부산의 금정구와 동래구, 연제구 세 곳의 지자체를 가로지르는 하천이라 다양한 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이 현장에 있었는데 공무원들의 반응이 의아합니다. "오염 물질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저희 책임이라고 할 수 있겠냐”는 거였습니다. “하천 주변 관리는 우리가 하지만 수질 관리는 우리 부서 소관이 아니”라는 답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 공무원은 “다리만 건너면 다른 구니 거기서 알아보라”며 친절히 징검다리로 안내해주기도 했습니다.

징검다리를 건너며 누구의 잘못일지를 생각했습니다. 행정기관의 잘못일 수도 있고, 아무렇게나 생활 하수며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의 잘못일 수도 있습니다. 징검다리 아래로 물고기가 입을 벌린 채 떠내려가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만큼은 확실한 듯했습니다. 적어도 이 물고기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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