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화재 “안전 무시한 용접작업중 발화”…9명 구속영장 등 24명 입건

입력 2020.06.15 (11:53) 수정 2020.06.15 (13:0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29일 발생해 38명이 숨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는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용접작업을 하던 도중 불이 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사고 발생 48일 만인 오늘 오전 경기도 이천경찰서에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이번 화재는 공사장 지하 2층에서 용접 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가연성 소재인 건물 천장의 벽면 우레탄폼에 튀어 불길이 치솟은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습니다.

경찰은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는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계획보다 근로자가 추가로 투입됐고,결로를 막기 위해 대피로를 폐쇄하는 등 현장 곳곳에서 안전을 뒷전으로 미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경찰은 소방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7개 기관과 4차례에 걸쳐 진행한 합동 감식 등을 통해 이번 화재가 공사 현장 지하 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당시 이곳에서 근로자 A씨가 유니트쿨러(실내기) 배관에 대한 산소용접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불티가 천장의 벽면 속에 도포돼 있던 우레탄폼에 붙어 화재가 시작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은 A씨가 작업하던 실내기 주변이 상대적으로 심하게 탄 점과 근처에서 발견된 용접에 쓰이는 산소용기와 LP가스용기의 밸브가 열려있던 점 등을 바탕으로 이같이 판단했습니다.

또,불길이 갑자기 치솟은 원인으로는 불이 처음에는 연기가 발생하지 않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무염연소` 형태로 진행되며 천장과 벽면의 우레탄폼을 타고 확산했기 때문으로 추정했습니다.

소방청 관계자는 "용접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티는 1천600∼3천도의 고온으로 우레탄폼 등의 단열재에 튀게 되면 곧바로 화재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안으로 타들어 갔다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본격적으로 불길이 치솟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연기 없이 우레탄폼을 타고 번지던 불이 산소 공급이 원활한 출입문 부근에서 폭발적으로 확산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처음 화재가 시작된 이 용접작업은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근로자는 용접작업을 할 때 방화포와 불꽃·불티 비산방지 덮개 설치 등의 조처를 해야 하고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지만,이러한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화재 감시인은 당시 작업 현장을 벗어나 불을 빨리 발견하지 못했으며,관리·감독자들은 화재 위험 작업 전 안전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고 화재예방·피난 교육도 하지 않는 등 총체적인 안전관리 소홀이 확인됐습니다.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화재 당일에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평소보다 약 2배 많은 67명의 근로자가 투입됐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사망자가 많았던 지상 2층의 경우 조리실 내부 주방 덕트와 소방배관 작업에 12명이 투입됐다가 모두 숨졌습니다.

또,5월 초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던 엘리베이터 작업은 화재 발생 하루 전날인 4월 28일부터 시작됐고 이 작업에 투입됐던 3명도 결국 숨졌습니다.

공사 편의를 위해 현장 곳곳에서 이뤄진 안전을 도외시한 행위들도 인명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애초 이 공사 현장의 `유해위험방지계획서`에는 지하 2층에서 화재 등 위험 발생 시 기계실로 통하는 방화문을 거쳐 외부로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결로현상을 방지할 목적으로 방화문 설치 공간을 벽돌로 쌓아 폐쇄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하 2층에서 숨진 4명은 이렇게 폐쇄된 방화문을 뚫고 대피하려다가 실패해 숨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와함께, 지상 1층부터 옥상까지 연결된 옥외 철제 비상계단은 설계와는 달리 외장이 패널로 마감돼 지하 2층에서부터 시작된 화염과 연기의 확산 통로가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비상계단을 이용한 대피가 차단돼 다수의 근로자가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사 현장에서 안전조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임직원 5명과 시공사인 건우 임직원 9명, 감리단 6명, 협력업체 4명 등 24명을 입건했습니다.

이 가운데 발주처 1명, 시공사 3명, 감리단 2명, 협력업체 3명 등 9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찰은 "공기단축과 안전을 도외시한 피난대피로와 방화문 폐쇄, 임의시공, 화재 및 폭발 위험작업의 동시시공, 임시소방시설 미설치, 안전관리자 미배치 등 다수의 안전수칙 미준수 사실이 확인됐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한 9명은 특히 책임이 무겁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앞으로 화재 발생과 피해 확산의 근본적 원인이 된 공기단축과 관련한 중요 책임자들에 대해 집중 수사하는 한편 공사 과정에서의 다른 불법행위 등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화재는 지난 4월 29일 오후 1시 32분쯤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으며,이 불로 근로자 38명이 숨졌고 10명이 다쳤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천 화재 “안전 무시한 용접작업중 발화”…9명 구속영장 등 24명 입건
    • 입력 2020-06-15 11:53:54
    • 수정2020-06-15 13:06:56
    사회
지난 4월 29일 발생해 38명이 숨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는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용접작업을 하던 도중 불이 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사고 발생 48일 만인 오늘 오전 경기도 이천경찰서에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이번 화재는 공사장 지하 2층에서 용접 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가연성 소재인 건물 천장의 벽면 우레탄폼에 튀어 불길이 치솟은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습니다.

경찰은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는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계획보다 근로자가 추가로 투입됐고,결로를 막기 위해 대피로를 폐쇄하는 등 현장 곳곳에서 안전을 뒷전으로 미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경찰은 소방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7개 기관과 4차례에 걸쳐 진행한 합동 감식 등을 통해 이번 화재가 공사 현장 지하 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당시 이곳에서 근로자 A씨가 유니트쿨러(실내기) 배관에 대한 산소용접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불티가 천장의 벽면 속에 도포돼 있던 우레탄폼에 붙어 화재가 시작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은 A씨가 작업하던 실내기 주변이 상대적으로 심하게 탄 점과 근처에서 발견된 용접에 쓰이는 산소용기와 LP가스용기의 밸브가 열려있던 점 등을 바탕으로 이같이 판단했습니다.

또,불길이 갑자기 치솟은 원인으로는 불이 처음에는 연기가 발생하지 않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무염연소` 형태로 진행되며 천장과 벽면의 우레탄폼을 타고 확산했기 때문으로 추정했습니다.

소방청 관계자는 "용접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티는 1천600∼3천도의 고온으로 우레탄폼 등의 단열재에 튀게 되면 곧바로 화재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안으로 타들어 갔다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본격적으로 불길이 치솟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연기 없이 우레탄폼을 타고 번지던 불이 산소 공급이 원활한 출입문 부근에서 폭발적으로 확산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처음 화재가 시작된 이 용접작업은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근로자는 용접작업을 할 때 방화포와 불꽃·불티 비산방지 덮개 설치 등의 조처를 해야 하고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지만,이러한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화재 감시인은 당시 작업 현장을 벗어나 불을 빨리 발견하지 못했으며,관리·감독자들은 화재 위험 작업 전 안전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고 화재예방·피난 교육도 하지 않는 등 총체적인 안전관리 소홀이 확인됐습니다.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화재 당일에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평소보다 약 2배 많은 67명의 근로자가 투입됐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사망자가 많았던 지상 2층의 경우 조리실 내부 주방 덕트와 소방배관 작업에 12명이 투입됐다가 모두 숨졌습니다.

또,5월 초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던 엘리베이터 작업은 화재 발생 하루 전날인 4월 28일부터 시작됐고 이 작업에 투입됐던 3명도 결국 숨졌습니다.

공사 편의를 위해 현장 곳곳에서 이뤄진 안전을 도외시한 행위들도 인명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애초 이 공사 현장의 `유해위험방지계획서`에는 지하 2층에서 화재 등 위험 발생 시 기계실로 통하는 방화문을 거쳐 외부로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결로현상을 방지할 목적으로 방화문 설치 공간을 벽돌로 쌓아 폐쇄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하 2층에서 숨진 4명은 이렇게 폐쇄된 방화문을 뚫고 대피하려다가 실패해 숨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와함께, 지상 1층부터 옥상까지 연결된 옥외 철제 비상계단은 설계와는 달리 외장이 패널로 마감돼 지하 2층에서부터 시작된 화염과 연기의 확산 통로가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비상계단을 이용한 대피가 차단돼 다수의 근로자가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사 현장에서 안전조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임직원 5명과 시공사인 건우 임직원 9명, 감리단 6명, 협력업체 4명 등 24명을 입건했습니다.

이 가운데 발주처 1명, 시공사 3명, 감리단 2명, 협력업체 3명 등 9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찰은 "공기단축과 안전을 도외시한 피난대피로와 방화문 폐쇄, 임의시공, 화재 및 폭발 위험작업의 동시시공, 임시소방시설 미설치, 안전관리자 미배치 등 다수의 안전수칙 미준수 사실이 확인됐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한 9명은 특히 책임이 무겁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앞으로 화재 발생과 피해 확산의 근본적 원인이 된 공기단축과 관련한 중요 책임자들에 대해 집중 수사하는 한편 공사 과정에서의 다른 불법행위 등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화재는 지난 4월 29일 오후 1시 32분쯤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으며,이 불로 근로자 38명이 숨졌고 10명이 다쳤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