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일본 알코올 소독액 ‘빈 통’ 구매 열풍…왜?

입력 2020.06.1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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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알코올 소독액의 빈 용기가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의 인터넷매체 위드뉴스가 15일 전했습니다.

위드뉴스는 독자들이 궁금한 점을 알려달라고 요청하면 취재해서 기사를 쓰는 코너를 운영하는 등의 전략을 사용하는 디지털 매체입니다.

이번에는 독자들이 알코올 소독액이 들어 있지 않은 빈 용기가, 그것도 고가에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고 알려와 진짜인지, 왜 그런지 알아본 것입니다.


"고액으로 팔리는 소독액의 빈 용기가 있다."

일본의 '메르카리(mercari)'라는 사이트에서 빈 용기를 검색해보면 수많은 알코올 소독액 빈 용기가 팔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판매용 이미지에 '빈 용기'라고 헷갈리지 않게 강조해서 써놨습니다.

설명도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팔렸다는 표시(SOLD)가 된 것도 있다는 점에서 구매자도 빈 용기뿐이라는 것을 알고 산 것 같습니다.

상품은 파스토리제77(Pasteuriser77)이라는 '도버 주조'라는 양주 주조회사가 만든 소독제가 대부분입니다.

이 제품은 주조용 알코올을 주로 사용해서 만들었으며 1986년 호텔과 제과점 등 업소용으로 개발됐는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분무기 형태의 500㎖ 제품이 1,058엔(11,920원)이 정가입니다.

그런데 빈 용기는 정가 이상의 가격으로 재판매되고 있는 것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개당 정가의 두 배 가까운 2,000엔 이상에 팔린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출처 www.dover.co.jp사진출처 www.dover.co.jp

제품의 두 배 이상의 가격에도 팔리는 빈 용기...왜?

그럼 일본 사람들은 왜 이 빈 용기를, 그것도 비싸게 사고 있는 것일까요?

일본 정부는 소독용 알코올의 품귀가 계속되자 소독용 알코올 제품을 고가로 재판매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조사회사인 인테지 건강관리에 따르면, 손 소독액 판매액은 4월에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20배 늘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자, 회사측은 재판매 목적으로 보이는 구매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한국의 마스크 판매 사이트에서 여전히 제품을 내놓자마자 매진되는 것처럼, 이 회사의 공식 쇼핑몰에서 물건을 내놓으면 5분에서 6분 만에 매진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정부가 알코올 제품의 고가 재판매를 금지하자 인터넷 판매 사이트들에서 단번에 가격 인하가 시작되면서 대신 빈 용기를 비싸게 내놓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용기의 품질과 디자인 때문? '휴지 품귀 현상'과 유사

소독액 용기는 소재에 따라 알코올과 반응하여 변색하거나 녹거나 할 우려가 있습니다.

도버 주조에 따르면 파스토리제77은 내약품성이 있는 폴리에틸렌을 사용해 고농도의 알코올 소독액을 넣는 용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리필 전용 병도 100엔숍 등에서 팔기에 단지 품질 때문에 알코올 등 소독제를 담아놓기 위해 빈 용기를 사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디자인 요소도 있을 수 있을까요?

이 제품은 깨끗하고 단순한 디자인으로 2019년 '굿 디자인' 상도 받았고, SNS에서도 칭찬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단지 예쁘다고, 그것도 알코올 소독제 빈 용기를 비싸게 샀을까요? 물론 아니겠죠.


하지만 빈 용기라고 해놓고 원 제품을 판다면 어떻게 될까요?

앞서 말한 대로, 알코올 소독액의 고액 전매가 금지되면서 빈 용기 판매가 늘었는데, 도버 주조 측은 금지된 소독액이 아니라 빈 용기의 재판매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사실상 단속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다음은 심리적인 원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일단 사두면 높은 가격으로 팔릴 것이라는 투기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위드뉴스는 분석했습니다.

그다음은, 화장지가 사라질 것이라는 뜬소문으로 품귀 현상을 빚은 3월의 휴지 사태와 같은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서 코로나19로 '비일상'의 환경에서 소비자의 불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안정감을 얻기 위해 과도한 소비 행동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를 쓴 아사히 신문 기자인 유카와우라라(湯川うらら) 씨도 "다음은 어떤 물건이 상점에서 사라지고, 가격도 뛰겠지?"라는 불안한 마음이 계속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5월 25일 전국에 내렸던 비상사태 선언을 해제했습니다.

그리고 '뉴노멀' 즉 새로운 생활 양식이 일본 사회에서도 뿌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알코올 소독액이나 마스크도 일반 매장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2차 코로나19 확산 파동과 같은 '비일상'이 다시 일본 사회에 엄습했을 때, 사람들은 또 어떤 행동을 보일까요?

타인을 배려하고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이라고 알려졌던 일본이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일본은 그들의 현실이 그렇게 달콤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기사출처 : https://withnews.jp/article/f0200615001qq000000000000000W0ez10701qq000021328A
사진출처 : 아사히신문, 위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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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돋보기] 일본 알코올 소독액 ‘빈 통’ 구매 열풍…왜?
    • 입력 2020-06-15 14: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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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알코올 소독액의 빈 용기가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의 인터넷매체 위드뉴스가 15일 전했습니다.

위드뉴스는 독자들이 궁금한 점을 알려달라고 요청하면 취재해서 기사를 쓰는 코너를 운영하는 등의 전략을 사용하는 디지털 매체입니다.

이번에는 독자들이 알코올 소독액이 들어 있지 않은 빈 용기가, 그것도 고가에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고 알려와 진짜인지, 왜 그런지 알아본 것입니다.


"고액으로 팔리는 소독액의 빈 용기가 있다."

일본의 '메르카리(mercari)'라는 사이트에서 빈 용기를 검색해보면 수많은 알코올 소독액 빈 용기가 팔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판매용 이미지에 '빈 용기'라고 헷갈리지 않게 강조해서 써놨습니다.

설명도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팔렸다는 표시(SOLD)가 된 것도 있다는 점에서 구매자도 빈 용기뿐이라는 것을 알고 산 것 같습니다.

상품은 파스토리제77(Pasteuriser77)이라는 '도버 주조'라는 양주 주조회사가 만든 소독제가 대부분입니다.

이 제품은 주조용 알코올을 주로 사용해서 만들었으며 1986년 호텔과 제과점 등 업소용으로 개발됐는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분무기 형태의 500㎖ 제품이 1,058엔(11,920원)이 정가입니다.

그런데 빈 용기는 정가 이상의 가격으로 재판매되고 있는 것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개당 정가의 두 배 가까운 2,000엔 이상에 팔린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출처 www.dover.co.jp
제품의 두 배 이상의 가격에도 팔리는 빈 용기...왜?

그럼 일본 사람들은 왜 이 빈 용기를, 그것도 비싸게 사고 있는 것일까요?

일본 정부는 소독용 알코올의 품귀가 계속되자 소독용 알코올 제품을 고가로 재판매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조사회사인 인테지 건강관리에 따르면, 손 소독액 판매액은 4월에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20배 늘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자, 회사측은 재판매 목적으로 보이는 구매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한국의 마스크 판매 사이트에서 여전히 제품을 내놓자마자 매진되는 것처럼, 이 회사의 공식 쇼핑몰에서 물건을 내놓으면 5분에서 6분 만에 매진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정부가 알코올 제품의 고가 재판매를 금지하자 인터넷 판매 사이트들에서 단번에 가격 인하가 시작되면서 대신 빈 용기를 비싸게 내놓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용기의 품질과 디자인 때문? '휴지 품귀 현상'과 유사

소독액 용기는 소재에 따라 알코올과 반응하여 변색하거나 녹거나 할 우려가 있습니다.

도버 주조에 따르면 파스토리제77은 내약품성이 있는 폴리에틸렌을 사용해 고농도의 알코올 소독액을 넣는 용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리필 전용 병도 100엔숍 등에서 팔기에 단지 품질 때문에 알코올 등 소독제를 담아놓기 위해 빈 용기를 사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디자인 요소도 있을 수 있을까요?

이 제품은 깨끗하고 단순한 디자인으로 2019년 '굿 디자인' 상도 받았고, SNS에서도 칭찬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단지 예쁘다고, 그것도 알코올 소독제 빈 용기를 비싸게 샀을까요? 물론 아니겠죠.


하지만 빈 용기라고 해놓고 원 제품을 판다면 어떻게 될까요?

앞서 말한 대로, 알코올 소독액의 고액 전매가 금지되면서 빈 용기 판매가 늘었는데, 도버 주조 측은 금지된 소독액이 아니라 빈 용기의 재판매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사실상 단속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다음은 심리적인 원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일단 사두면 높은 가격으로 팔릴 것이라는 투기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위드뉴스는 분석했습니다.

그다음은, 화장지가 사라질 것이라는 뜬소문으로 품귀 현상을 빚은 3월의 휴지 사태와 같은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서 코로나19로 '비일상'의 환경에서 소비자의 불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안정감을 얻기 위해 과도한 소비 행동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를 쓴 아사히 신문 기자인 유카와우라라(湯川うらら) 씨도 "다음은 어떤 물건이 상점에서 사라지고, 가격도 뛰겠지?"라는 불안한 마음이 계속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5월 25일 전국에 내렸던 비상사태 선언을 해제했습니다.

그리고 '뉴노멀' 즉 새로운 생활 양식이 일본 사회에서도 뿌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알코올 소독액이나 마스크도 일반 매장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2차 코로나19 확산 파동과 같은 '비일상'이 다시 일본 사회에 엄습했을 때, 사람들은 또 어떤 행동을 보일까요?

타인을 배려하고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이라고 알려졌던 일본이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일본은 그들의 현실이 그렇게 달콤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기사출처 : https://withnews.jp/article/f0200615001qq000000000000000W0ez10701qq000021328A
사진출처 : 아사히신문, 위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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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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