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엔 모기도 맥을 못 춘다?

입력 2020.06.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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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잉~”

더위로 가뜩이나 잠 못 이루는 밤. 귓가를 맴도는 소리에 몸서리치신 분 많으실 텐데요. 이럴 때는 날개 달린 작은 악마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겠냔 생각도 하곤 합니다.

오늘은 여름철이면 더욱 우리를 괴롭히는 ‘불청객’ 모기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최근 들어 “모기가 늘어난 것 같아요”라는 말씀을 하신 분들이 많았는데요.

실제로 그런지 묻기 위해 전문가를 만나봤습니다. 30년 넘게 모기를 연구해온 이동규 고신대학교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꼽힙니다.

이 교수를 찾은 날도 연구팀은 모기 채집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채집 방법은 간단합니다. 공기를 빨아들이는 원통 모양의 덫을 설치한 후 덫 입구에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흘려보냅니다. 모기가 동물이 호흡할 때 내뱉는 이산화탄소에 이끌려 흡혈 활동을 한다는 데서 착안한 겁니다.


모기는 얼마나 늘었을까?

최근 들어 이 덫에 채집된 모기 수가 많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9개 지점에서 잡힌 모기를 조사하고 있는데 4월만 해도 평균 2마리가 되지 않던 모기 개체 수가 지난달 중순 들어서는 50마리 가깝게 늘더니, 이달 초에는 300마리 가까운 수준까지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오히려 모기가 평년과 비교하면 늘지 않았다고 합니다. 6월 초 평년의 채집 모기가 620여 마리 수준인데 올해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거였죠.

“5월에 기온이 낮았었잖아요. 그러니까 모기가 활동을 많이 안 했어요. 그런데 6월 돼서 기온이 올라가니까 모기가 많이 활동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렇다면 ‘역대급’ 폭염이 찾아올 거란 올해의 모기 전망은 어떨까요? 이 교수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다면 모기도 버티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여름 좋아하는 모기지만 무더위는 못 버티는 이유

여름철 기승을 부리는 모기지만 정작 평균 28도의 고온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모기의 생명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눈에 띄게 짧아진다고 합니다. 무더위가 이어지면 하수구, 지하실 같은 비교적 시원한 장소에서 여름잠, 즉 하면(夏眠)에 들어가는 개체도 생겨납니다. 모기도 더위를 피해 피서를 가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모기가 사라졌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모기들이 언젠가 피서에서 돌아오기 때문이죠. 몸을 숨긴 모기들은 활동하기 좋은 기온이 되면 다시 증가하게 됩니다.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절기 ‘처서’ 이후인 가을까지 모기와 사투를 벌이는 이유입니다.

덧붙이자면 모기는 어두운색 계열의 옷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밝은색은 싫어한다는데요. 모기 취재를 나갔던 날 연구팀이 알려준 내용입니다. 참고로 이날 취재팀은 유독 검은색 옷을 많이 입었고, 모기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습니다. 아마 모기들에게는 즐거운 회식이 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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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엔 모기도 맥을 못 춘다?
    • 입력 2020-06-17 07:00:26
    취재K
“위잉~”

더위로 가뜩이나 잠 못 이루는 밤. 귓가를 맴도는 소리에 몸서리치신 분 많으실 텐데요. 이럴 때는 날개 달린 작은 악마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겠냔 생각도 하곤 합니다.

오늘은 여름철이면 더욱 우리를 괴롭히는 ‘불청객’ 모기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최근 들어 “모기가 늘어난 것 같아요”라는 말씀을 하신 분들이 많았는데요.

실제로 그런지 묻기 위해 전문가를 만나봤습니다. 30년 넘게 모기를 연구해온 이동규 고신대학교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꼽힙니다.

이 교수를 찾은 날도 연구팀은 모기 채집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채집 방법은 간단합니다. 공기를 빨아들이는 원통 모양의 덫을 설치한 후 덫 입구에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흘려보냅니다. 모기가 동물이 호흡할 때 내뱉는 이산화탄소에 이끌려 흡혈 활동을 한다는 데서 착안한 겁니다.


모기는 얼마나 늘었을까?

최근 들어 이 덫에 채집된 모기 수가 많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9개 지점에서 잡힌 모기를 조사하고 있는데 4월만 해도 평균 2마리가 되지 않던 모기 개체 수가 지난달 중순 들어서는 50마리 가깝게 늘더니, 이달 초에는 300마리 가까운 수준까지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오히려 모기가 평년과 비교하면 늘지 않았다고 합니다. 6월 초 평년의 채집 모기가 620여 마리 수준인데 올해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거였죠.

“5월에 기온이 낮았었잖아요. 그러니까 모기가 활동을 많이 안 했어요. 그런데 6월 돼서 기온이 올라가니까 모기가 많이 활동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렇다면 ‘역대급’ 폭염이 찾아올 거란 올해의 모기 전망은 어떨까요? 이 교수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다면 모기도 버티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여름 좋아하는 모기지만 무더위는 못 버티는 이유

여름철 기승을 부리는 모기지만 정작 평균 28도의 고온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모기의 생명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눈에 띄게 짧아진다고 합니다. 무더위가 이어지면 하수구, 지하실 같은 비교적 시원한 장소에서 여름잠, 즉 하면(夏眠)에 들어가는 개체도 생겨납니다. 모기도 더위를 피해 피서를 가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모기가 사라졌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모기들이 언젠가 피서에서 돌아오기 때문이죠. 몸을 숨긴 모기들은 활동하기 좋은 기온이 되면 다시 증가하게 됩니다.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절기 ‘처서’ 이후인 가을까지 모기와 사투를 벌이는 이유입니다.

덧붙이자면 모기는 어두운색 계열의 옷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밝은색은 싫어한다는데요. 모기 취재를 나갔던 날 연구팀이 알려준 내용입니다. 참고로 이날 취재팀은 유독 검은색 옷을 많이 입었고, 모기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습니다. 아마 모기들에게는 즐거운 회식이 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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