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의 1로 줄어든 북의 對중국 수출…도발 계기됐나?

입력 2020.06.1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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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2015년 4월 2억 달러였던 北 대중국 수출, 5년 만에 99% 감소
대북제재로 10분의 1 된 북한 수출, 코로나19로 또 10분의 1로
수입도 90% 이상 줄어…“중국산 식품·섬유 줄어 북 생활 악영향”

갑작스러운 북한의 일련의 도발의 배경에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내세운 이유는 대북 전단 문제입니다.

하지만 한국도 전단과 관련한 여러 조처를 할 뜻을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이 신속하게 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하고 나선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분석도 나옵니다.

유력한 이유 하나는 북한의 경제난입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무역의 95.2%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중국 의존도가 59.6%였지만 북한이 고립되면서 중국 의존도가 크게 늘었습니다. 북·중 교역은 사실상 북한 무역의 전부입니다.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분의 1로 줄어든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올해 또다시 10분의 1이 됐다. [출처 : 한국무역협회]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분의 1로 줄어든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올해 또다시 10분의 1이 됐다. [출처 : 한국무역협회]

북한 생명줄 대중국 수출이 10분의 1에서 다시 10분의 1로

그런 북한의 대중국 수출이 3월과 4월에 1년 전 대비 90% 이상 감소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교역로가 폐쇄됐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대북제재 때문에 이미 지난해 실적조차 도 5년 전과 비교하면 10분의 1밖에 안 되었다는 점입니다. 10분의 1이 다시 10분의 1이 되면서 5년 만에 수출은 100분의 1로 줄어든 셈이 됐습니다.


수입도 90% 끊겨…"생필품 못 구하면 체제 위협도 가능"

북·중 교역로 폐쇄로 수출뿐 아니라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도 지난해 대비 90% 이상 줄었습니다. 북한은 주로 식용 기름이나 곡물 같은 식품류와 섬유류를 많이 수입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필수품이 주요 수입품인데 그 물량이 10분의 1로 줄어든 것입니다. 송재국 IBK북한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주민들이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못 구하거나 물가가 폭등하게 되면 체제에 대한 위협까지 갈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숫자로 확인되는 이런 무역의 붕괴가 북한의 도발 이유일까요? 일단 유력한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송 연구위원은 "수출 감소에 따른 외화난과 수입 감소에 따른 생활난으로 북한이 어떤 한계점에 이른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신범철 국가전략연구소 외교안보센터장은 "경제난이 근본 원인 중 하나인데, 대북전단이 (도발을) 촉발시켰다"고 봅니다. "경제난 책임을 김정은 위원장이 질 수 없기 때문에 불만을 외부로 돌릴 필요성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북한의 체제불안 요인인 대북전단과 관련해 한국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란 해석입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도 연락사무소 폭파 직전인 어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좌담회에서 "최근 북한의 액션은 극심한 경제난의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전 소장은 무역이 코로나19로 중단되면서 경제에 치명타를 주었을 것이라면서, "남쪽에 어떤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 결정론'에는 반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경제난은 하나의 이유는 될 수 있어도 결정적인 도발 이유는 아니"라고 분석합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김정은 위원장을 비방하는 대북 전단이 훨씬 중대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숨이 막힐 정도"는 아냐…경제난이 결정적 이유는 아니란 지적도

임 교수는 "북한의 물가나 환율 변동성이 약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여당 의원이 말한 것처럼 '숨이 막힐 정도'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위해서 경제난까지 감수하겠다는 북한의 기조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KBS는 북한과 중국의 화물 교역이 재개된 현장을 포착했습니다. 교역이 재개되면 북한의 경제난도 일부는 해소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베이징에 다시 코로나19가 돌면서 교역이 어디까지 회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실정입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전병서 소장은 마찬가지로 경제적 이유로, "북한이 중국 때문에라도 추가 도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국이 안정을 바란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는데 북한이 또 도발한다면 중국이 북한으로 가는 석유 공급을 차단할 수 있을 거란 분석입니다. 반면 신범철 센터장은 "북한은 결국 미국과의 대화를 원하기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해 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다른 견해를 내놓습니다.

북한의 도발 배경에는 경제난에 대북 전단, 실종된 북미협상과 미묘한 북·중 관계 등 여러 변수가 겹쳐있습니다. 그런 만큼 해법을 찾는데도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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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분의 1로 줄어든 북의 對중국 수출…도발 계기됐나?
    • 입력 2020-06-17 14:13:35
    취재K
2015년 4월 2억 달러였던 北 대중국 수출, 5년 만에 99% 감소 <br />대북제재로 10분의 1 된 북한 수출, 코로나19로 또 10분의 1로 <br />수입도 90% 이상 줄어…“중국산 식품·섬유 줄어 북 생활 악영향”
갑작스러운 북한의 일련의 도발의 배경에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내세운 이유는 대북 전단 문제입니다.

하지만 한국도 전단과 관련한 여러 조처를 할 뜻을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이 신속하게 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하고 나선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분석도 나옵니다.

유력한 이유 하나는 북한의 경제난입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무역의 95.2%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중국 의존도가 59.6%였지만 북한이 고립되면서 중국 의존도가 크게 늘었습니다. 북·중 교역은 사실상 북한 무역의 전부입니다.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분의 1로 줄어든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올해 또다시 10분의 1이 됐다. [출처 : 한국무역협회]
북한 생명줄 대중국 수출이 10분의 1에서 다시 10분의 1로

그런 북한의 대중국 수출이 3월과 4월에 1년 전 대비 90% 이상 감소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교역로가 폐쇄됐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대북제재 때문에 이미 지난해 실적조차 도 5년 전과 비교하면 10분의 1밖에 안 되었다는 점입니다. 10분의 1이 다시 10분의 1이 되면서 5년 만에 수출은 100분의 1로 줄어든 셈이 됐습니다.


수입도 90% 끊겨…"생필품 못 구하면 체제 위협도 가능"

북·중 교역로 폐쇄로 수출뿐 아니라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도 지난해 대비 90% 이상 줄었습니다. 북한은 주로 식용 기름이나 곡물 같은 식품류와 섬유류를 많이 수입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필수품이 주요 수입품인데 그 물량이 10분의 1로 줄어든 것입니다. 송재국 IBK북한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주민들이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못 구하거나 물가가 폭등하게 되면 체제에 대한 위협까지 갈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숫자로 확인되는 이런 무역의 붕괴가 북한의 도발 이유일까요? 일단 유력한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송 연구위원은 "수출 감소에 따른 외화난과 수입 감소에 따른 생활난으로 북한이 어떤 한계점에 이른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신범철 국가전략연구소 외교안보센터장은 "경제난이 근본 원인 중 하나인데, 대북전단이 (도발을) 촉발시켰다"고 봅니다. "경제난 책임을 김정은 위원장이 질 수 없기 때문에 불만을 외부로 돌릴 필요성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북한의 체제불안 요인인 대북전단과 관련해 한국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란 해석입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도 연락사무소 폭파 직전인 어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좌담회에서 "최근 북한의 액션은 극심한 경제난의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전 소장은 무역이 코로나19로 중단되면서 경제에 치명타를 주었을 것이라면서, "남쪽에 어떤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 결정론'에는 반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경제난은 하나의 이유는 될 수 있어도 결정적인 도발 이유는 아니"라고 분석합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김정은 위원장을 비방하는 대북 전단이 훨씬 중대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숨이 막힐 정도"는 아냐…경제난이 결정적 이유는 아니란 지적도

임 교수는 "북한의 물가나 환율 변동성이 약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여당 의원이 말한 것처럼 '숨이 막힐 정도'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위해서 경제난까지 감수하겠다는 북한의 기조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KBS는 북한과 중국의 화물 교역이 재개된 현장을 포착했습니다. 교역이 재개되면 북한의 경제난도 일부는 해소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베이징에 다시 코로나19가 돌면서 교역이 어디까지 회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실정입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전병서 소장은 마찬가지로 경제적 이유로, "북한이 중국 때문에라도 추가 도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국이 안정을 바란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는데 북한이 또 도발한다면 중국이 북한으로 가는 석유 공급을 차단할 수 있을 거란 분석입니다. 반면 신범철 센터장은 "북한은 결국 미국과의 대화를 원하기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해 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다른 견해를 내놓습니다.

북한의 도발 배경에는 경제난에 대북 전단, 실종된 북미협상과 미묘한 북·중 관계 등 여러 변수가 겹쳐있습니다. 그런 만큼 해법을 찾는데도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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