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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망 직원 자녀 특채’는 고용 세습이다” vs “아니다”…대법서 공개변론
입력 2020.06.17 (15:04) 수정 2020.06.17 (15:11) 사회
노동조합 조합원이 산업재해로 사망한 경우, 그 자녀를 특별히 고용할 수 있도록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 규정은 효력이 있을까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산업재해로 사망한 회사원 A 씨의 유족들이 기아자동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의 공개 변론을 오늘(17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열었습니다.

앞서 근로자 A 씨는 1985년 기아자동차에 입사해 화학물질인 벤젠에 노출된 상태로 금형세척 업무에 종사하다가 현대자동차로 전직,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10년 업무상 재해로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현대·기아차 노사간 맺은 단체협약엔 '조합원이 산업재해로 사망할 경우, 결격사유가 없는 한 직계가족 1인에 대하여 요청일로부터 6개월 내 특별채용'하는 규정이 있었고, 유족들은 이 규정을 근거로 A 씨의 직계가족 1인을 채용해주고, 안전배려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며 자동차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사안의 쟁점은 이 단체협약 규정의 내용이 유효한지 여부였습니다.

현행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단체협약에 있는 산업재해 사망자 유가족의 특별채용 규정이 여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느냐는 겁니다.

하급심은 해당 단협 규정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원심은 이같은 단체협약 규정으로 일자리가 대물림될 수 있으며 고착된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사회 정의에 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유족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손해배상은 금전 배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이상 해당 단체협약 규정은 민법상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며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패소한 유족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전원합의체는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습니다.

공개변론에서는 위와 같은 산재 사망자의 유족을 특별채용하는 규정을 협약 자치에 관점에서 존중할 필요가 있는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점에서 기회 균등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운지, 나아가 조합원이 아닌 '제3자'를 특별채용하는 조항을 법령이 아닌 노사간 단체협약에 규정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논의하게 됩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유족 측 참고인으로 권오성 성신여자대학교 교수가, 기아자동차 측에서는 이달휴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고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공개변론에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는 산재유족의 특별채용을 규정한 단체협약을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볼 것은 아니며, 기회 균등에 현저하게 반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 살펴 사회질서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위 규정과 관련 사용자가 회사의 과실로 목숨을 잃은 직원에 대해 자신이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기로 한 것이라는 의견서를 냈습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산재유족의 특별채용을 인정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고용세습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규정이 무효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업들은 소속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거나 장해를 입은 경우 그 근로자의 가족을 특별채용하는 단체협약을 두는 경우가 적지 않아 대법 결론에 따라 파장이 예상됩니다.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마치고 이르면 2~3개월 안에 선고를 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 “‘산재사망 직원 자녀 특채’는 고용 세습이다” vs “아니다”…대법서 공개변론
    • 입력 2020-06-17 15:04:48
    • 수정2020-06-17 15:11:09
    사회
노동조합 조합원이 산업재해로 사망한 경우, 그 자녀를 특별히 고용할 수 있도록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 규정은 효력이 있을까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산업재해로 사망한 회사원 A 씨의 유족들이 기아자동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의 공개 변론을 오늘(17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열었습니다.

앞서 근로자 A 씨는 1985년 기아자동차에 입사해 화학물질인 벤젠에 노출된 상태로 금형세척 업무에 종사하다가 현대자동차로 전직,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10년 업무상 재해로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현대·기아차 노사간 맺은 단체협약엔 '조합원이 산업재해로 사망할 경우, 결격사유가 없는 한 직계가족 1인에 대하여 요청일로부터 6개월 내 특별채용'하는 규정이 있었고, 유족들은 이 규정을 근거로 A 씨의 직계가족 1인을 채용해주고, 안전배려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며 자동차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사안의 쟁점은 이 단체협약 규정의 내용이 유효한지 여부였습니다.

현행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단체협약에 있는 산업재해 사망자 유가족의 특별채용 규정이 여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느냐는 겁니다.

하급심은 해당 단협 규정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원심은 이같은 단체협약 규정으로 일자리가 대물림될 수 있으며 고착된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사회 정의에 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유족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손해배상은 금전 배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이상 해당 단체협약 규정은 민법상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며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패소한 유족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전원합의체는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습니다.

공개변론에서는 위와 같은 산재 사망자의 유족을 특별채용하는 규정을 협약 자치에 관점에서 존중할 필요가 있는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점에서 기회 균등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운지, 나아가 조합원이 아닌 '제3자'를 특별채용하는 조항을 법령이 아닌 노사간 단체협약에 규정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논의하게 됩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유족 측 참고인으로 권오성 성신여자대학교 교수가, 기아자동차 측에서는 이달휴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고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공개변론에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는 산재유족의 특별채용을 규정한 단체협약을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볼 것은 아니며, 기회 균등에 현저하게 반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 살펴 사회질서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위 규정과 관련 사용자가 회사의 과실로 목숨을 잃은 직원에 대해 자신이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기로 한 것이라는 의견서를 냈습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산재유족의 특별채용을 인정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고용세습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규정이 무효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업들은 소속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거나 장해를 입은 경우 그 근로자의 가족을 특별채용하는 단체협약을 두는 경우가 적지 않아 대법 결론에 따라 파장이 예상됩니다.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마치고 이르면 2~3개월 안에 선고를 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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