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에 집기 파손까지…폭력으로 얼룩진 총장 선거

입력 2020.06.1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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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국립대학교에서 총장 선거와 관련해 교수들과 교직원들이 거세게 충돌했습니다. 대학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거친 말이 오가고, 유리문이 깨지고 사람들이 뒤엉켜 넘어지며 욕설과 비명이 터져나왔습니다. 부산 부경대학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부경대학교에서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같은 충돌은 제7대 총장 선거 과정에서 일어났습니다. 총장을 뽑는 부경대의 선거권자는 모두 994명. 이 중 교수가 579명입니다. 반면 직원은 363명, 조교는 18명, 학생 34명만 선거권을 갖습니다.

노조는 학생을 포함한 부경대 전체 대학 구성원 중 3.5%에 불과한 교수의 투표권이 지나치게 높게 반영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부경대 교수회는 “선거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교원들의 합의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관련법은 대학이 구성한 임용추천위원회가 총장 후보자를 선정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임용추천위원회의 주축이 교수회 중심인 까닭에 이런 반발이 나오는 겁니다.

결국 무산된 투표...“매우 이례적인 일”

물러서지 않는 양쪽의 대치는 투표 당일 격화됐습니다. 교직원 노조 등 300여 명이 투표장으로 지정된 부경대 체육관 입구를 막아섰고, 투표하는 교수들을 제지한 겁니다. 교수들이 투표장에 들어서지 못하며 오후 1시부터 시작돼 2시까지 진행한 1차 투표율은 28.4%에 머물러 개표 기준인 50%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투표가 무산된 겁니다.

국립대학교에서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로, 그것도 물리력까지 동원해 투표가 무산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닙니다. 부경대 총장임용추천위원회는 다음 달 1일 물리적 봉쇄가 어려운 모바일로 투표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교직원 노조도 행정 소송 등 선거 무효를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입니다.

“교수 중심 선거가 합리적”vs“총장 선거 개선해야”

부경대 사례는 이례적이지만 대학 총장 선거를 둘러싼 대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경북대, 제주대, 경상대 등 다른 국립대에서도 총장 선거가 교수 중심으로만 치러진다는 문제 제기는 계속됐습니다. 이를 두고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교수회 관계자는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고, 이에 따라 교수들이 전통적으로 총장 선출에 참여해왔다”며 “이는 조직의 성격에 따른 당연한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국공무원노조 대학본부 측은 “언제까지 이런 방식의 비합리적인 결정 구조를 가져갈 수 없다”며 “시대가 바뀐 만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부에서는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해서 이런 분쟁의 소지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첨예한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가닥을 잡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결국, 내부 구성원들의 결단이 없는 한 총장 선거를 둘러싼 상아탑 내부의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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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싸움에 집기 파손까지…폭력으로 얼룩진 총장 선거
    • 입력 2020-06-17 18:24:27
    취재K
부산의 국립대학교에서 총장 선거와 관련해 교수들과 교직원들이 거세게 충돌했습니다. 대학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거친 말이 오가고, 유리문이 깨지고 사람들이 뒤엉켜 넘어지며 욕설과 비명이 터져나왔습니다. 부산 부경대학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부경대학교에서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같은 충돌은 제7대 총장 선거 과정에서 일어났습니다. 총장을 뽑는 부경대의 선거권자는 모두 994명. 이 중 교수가 579명입니다. 반면 직원은 363명, 조교는 18명, 학생 34명만 선거권을 갖습니다.

노조는 학생을 포함한 부경대 전체 대학 구성원 중 3.5%에 불과한 교수의 투표권이 지나치게 높게 반영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부경대 교수회는 “선거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교원들의 합의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관련법은 대학이 구성한 임용추천위원회가 총장 후보자를 선정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임용추천위원회의 주축이 교수회 중심인 까닭에 이런 반발이 나오는 겁니다.

결국 무산된 투표...“매우 이례적인 일”

물러서지 않는 양쪽의 대치는 투표 당일 격화됐습니다. 교직원 노조 등 300여 명이 투표장으로 지정된 부경대 체육관 입구를 막아섰고, 투표하는 교수들을 제지한 겁니다. 교수들이 투표장에 들어서지 못하며 오후 1시부터 시작돼 2시까지 진행한 1차 투표율은 28.4%에 머물러 개표 기준인 50%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투표가 무산된 겁니다.

국립대학교에서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로, 그것도 물리력까지 동원해 투표가 무산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닙니다. 부경대 총장임용추천위원회는 다음 달 1일 물리적 봉쇄가 어려운 모바일로 투표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교직원 노조도 행정 소송 등 선거 무효를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입니다.

“교수 중심 선거가 합리적”vs“총장 선거 개선해야”

부경대 사례는 이례적이지만 대학 총장 선거를 둘러싼 대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경북대, 제주대, 경상대 등 다른 국립대에서도 총장 선거가 교수 중심으로만 치러진다는 문제 제기는 계속됐습니다. 이를 두고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교수회 관계자는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고, 이에 따라 교수들이 전통적으로 총장 선출에 참여해왔다”며 “이는 조직의 성격에 따른 당연한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국공무원노조 대학본부 측은 “언제까지 이런 방식의 비합리적인 결정 구조를 가져갈 수 없다”며 “시대가 바뀐 만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부에서는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해서 이런 분쟁의 소지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첨예한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가닥을 잡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결국, 내부 구성원들의 결단이 없는 한 총장 선거를 둘러싼 상아탑 내부의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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