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압록강 철교에 北 군용기가 나타난 이유는?

입력 2020.06.19 (09:14) 수정 2020.06.1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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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丹東市) 사이에는 조중우의교(朝中友誼橋), 이른바 압록강 철교가 놓여 있다. 북한 경제의 생명줄과도 같다. 단선인 이 다리를 통해 식량을 포함해 생필품과 건설자재, 기계부품 등이 북한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지난 15일, 오전 10시 40분 굳게 닫혀 있던 이 다리가 열렸다. 지난 1월 말 국경이 봉쇄된 이후 5개월 만에 처음 있는 대규모 통관이다. 예전에도 간혹 방역 물자를 실은 트럭이 들어가긴 했지만 이처럼 많은 화물 운송은 처음 포착된 것이다.

30여 대 대형 트럭의 행렬은 40여 분간 계속됐다. 타이어를 실은 트럭은 위태로워 보일 정도로 적재함에 타이어를 높게 쌓았다. 이들 트럭은 신의주 세관으로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압록강 철교 위에서 검역절차를 밟았다. 북한의 검역 절차가 무척 까다롭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하얀 방호복을 입은 북한의 방역 요원들은 분무기를 등에 지고 일일이 컨테이너와 타이어에 약품을 집중적으로 뿌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을 다녀온 중국 화물차 기사들은 신의주 세관까지 들어가지도 못하고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예 기저귀를 차고 간다고 한다. 급한 용무조차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기사들은 북한을 다녀온 뒤에는 단둥 우룽베이티엔츠 호텔(五龙背天池宾馆)에서 격리된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들 화물 트럭이 압록강 철교를 통해 건너가기 1시간 전인 9시 40분쯤, 신의주 세관 상공에서 북한 군용기 두 대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계속 선회했다. 그것도 고도를 낮추고 아주 낮게 저공으로 비행했다.

북한 군용기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옛 소련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AN-2기’다. 기상관측 사진 촬영과 낙하산 훈련 및 소규모의 병력 투입 등에 운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경량 수송기다. 이들 군용기가 왜 압록강에 나타났는지 궁금했지만, 당시에 알 길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들 북한 AN-2기의 역할은 코로나19 항공 방제 임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대규모로 화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혹시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묻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신의주 세관 일대 지역에 소독약을 뿌린 것이다.


북한은 지난 1월 29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모든 당 조직이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한 사업을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당국이 질병과 관련해 '국가의 존망'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건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매우 이례적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를 대하는 일반적인 생각과 아주 현격한 차이다. 국가 의료체계가 없으니 뚫리면 앉아서 죽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에 북한으로 향한 화물은 컨테이너에 실려 있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옥수수와 밀가루, 식용유, 설탕으로 알려져 있다. 그야말로 생필품이다. 쌀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들여올 수 없다. 옥수수와 쌀 가격이 3배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현재 너무 좋지 않아 최소한의 물자로 통관을 허용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있는 한 우리가 생각하는 개별 관광은 꿈도 꿀 수 없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근 특사 파견을 거절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남측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북한 국경이 봉쇄됐음에도 특사를 보내겠다는 '불경스러운 태도'를 보였다며 "불순한 제의”라고 일축했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북한은 특사로 오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나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파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있는 듯 보인다.

지금 북한은 국경 봉쇄로 경제사정이 최악임에도 코로나19에 하루하루 가슴 졸이고 있다. 답은 거기에 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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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9 09:14:18
    • 수정2020-06-19 09:20:05
    특파원 리포트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丹東市) 사이에는 조중우의교(朝中友誼橋), 이른바 압록강 철교가 놓여 있다. 북한 경제의 생명줄과도 같다. 단선인 이 다리를 통해 식량을 포함해 생필품과 건설자재, 기계부품 등이 북한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지난 15일, 오전 10시 40분 굳게 닫혀 있던 이 다리가 열렸다. 지난 1월 말 국경이 봉쇄된 이후 5개월 만에 처음 있는 대규모 통관이다. 예전에도 간혹 방역 물자를 실은 트럭이 들어가긴 했지만 이처럼 많은 화물 운송은 처음 포착된 것이다.

30여 대 대형 트럭의 행렬은 40여 분간 계속됐다. 타이어를 실은 트럭은 위태로워 보일 정도로 적재함에 타이어를 높게 쌓았다. 이들 트럭은 신의주 세관으로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압록강 철교 위에서 검역절차를 밟았다. 북한의 검역 절차가 무척 까다롭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하얀 방호복을 입은 북한의 방역 요원들은 분무기를 등에 지고 일일이 컨테이너와 타이어에 약품을 집중적으로 뿌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을 다녀온 중국 화물차 기사들은 신의주 세관까지 들어가지도 못하고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예 기저귀를 차고 간다고 한다. 급한 용무조차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기사들은 북한을 다녀온 뒤에는 단둥 우룽베이티엔츠 호텔(五龙背天池宾馆)에서 격리된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들 화물 트럭이 압록강 철교를 통해 건너가기 1시간 전인 9시 40분쯤, 신의주 세관 상공에서 북한 군용기 두 대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계속 선회했다. 그것도 고도를 낮추고 아주 낮게 저공으로 비행했다.

북한 군용기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옛 소련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AN-2기’다. 기상관측 사진 촬영과 낙하산 훈련 및 소규모의 병력 투입 등에 운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경량 수송기다. 이들 군용기가 왜 압록강에 나타났는지 궁금했지만, 당시에 알 길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들 북한 AN-2기의 역할은 코로나19 항공 방제 임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대규모로 화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혹시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묻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신의주 세관 일대 지역에 소독약을 뿌린 것이다.


북한은 지난 1월 29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모든 당 조직이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한 사업을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당국이 질병과 관련해 '국가의 존망'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건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매우 이례적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를 대하는 일반적인 생각과 아주 현격한 차이다. 국가 의료체계가 없으니 뚫리면 앉아서 죽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에 북한으로 향한 화물은 컨테이너에 실려 있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옥수수와 밀가루, 식용유, 설탕으로 알려져 있다. 그야말로 생필품이다. 쌀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들여올 수 없다. 옥수수와 쌀 가격이 3배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현재 너무 좋지 않아 최소한의 물자로 통관을 허용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있는 한 우리가 생각하는 개별 관광은 꿈도 꿀 수 없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근 특사 파견을 거절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남측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북한 국경이 봉쇄됐음에도 특사를 보내겠다는 '불경스러운 태도'를 보였다며 "불순한 제의”라고 일축했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북한은 특사로 오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나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파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있는 듯 보인다.

지금 북한은 국경 봉쇄로 경제사정이 최악임에도 코로나19에 하루하루 가슴 졸이고 있다. 답은 거기에 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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