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극단적 선택 부른 고려대 교수의 폭언…상습 성추행 의혹도

입력 2020.06.19 (11:50) 수정 2020.06.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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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한 교수로부터 상습적인 폭언과 성희롱, 사생활 침해 등 괴롭힘을 당했다는 대학원생들과 조교의 폭로가 나왔습니다. 학교 내 성평등센터에 신고를 했지만 별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해당 교수가 사과했지만, 성희롱과 폭언 등 괴롭힘은 계속됐다고 합니다. 대학원생들과 조교는 직·간접적인 불이익 우려가 있음에도 KBS 취재에 응했습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악몽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길게는 5년 가까이, 이들에겐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막 진짜 자기 화에 못 이겨서 넘어갈 정도로 화내시고 일을 취미로 하냐, 손이 이상한 거 아니냐... 그런 게 반복되다 보니깐 지나가는 큰 소리에도 눈물 흘리게 되고 무섭고 그러더라고요."

A 씨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한 연구소에 조교로 취업했습니다. 한 달이 지난 뒤 A 씨의 담당 교수로부터 폭언을 듣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수시로 화를 내면서 때로는 손을 올려 위협까지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일을 취미로 하냐", "손이 이상한 것 아니냐"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이 이어지면서 A 씨의 몸과 마음은 점점 쇠약해져 갔습니다. 동료들은 A 씨가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고 증언했습니다.

A 씨의 정신과 소견서A 씨의 정신과 소견서

"교수님한테 벗어날 수 없는 것 같은 기분이…약을 6개월 1년 정도 더 먹어야 한다는데 내가 왜 교수님 때문에 이렇게까지 고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약 반 년간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A 씨는 두 차례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응급실로 실려 가 치료를 받은 직후에도 A 씨는 동생에게 "출근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압박감이 컸습니다. A 씨는 우울증과 불안 장애, 불면증 등의 진단을 받고 정신과 입원 치료도 받았습니다. 아직도 약을 먹고 있고, 꿈에 해당 교수가 나온다고 합니다.


"난 너한테 조금 실망했어…. 싫으면 빨리 나가, 싫으면 빨리 나가는 게 남는 길이야."
"**아 사랑한다, 난 우리 **이 사랑해, 난 너 ??할게."

B 씨는 고려대 의대 대학원생입니다. A 씨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지목한 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술에 취한 채 전화해 성희롱 발언을 하고 밤늦은 시간에 개인 면담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B 씨를 불러 놓고 해당 교수는 "할 말은 딱히 없지만 내가 보고서 쓰느라 너무 힘들어 '힐링'하려고 불렀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B 씨에게 "남자 친구가 있느냐"를 물었고, 옆 연구실의 남성 연구원에게 "B와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등 사생활 침해가 계속됐다고 합니다. 참다못한 B 씨가 교수에게 사적인 일을 묻지 말 것을 요구했더니 교수는 "내가 못 물어볼 거 물어봤느냐"며 화를 냈다고 합니다.

B 씨는 올해 초 학교 내 성평등센터에 신고했습니다. 그러자 이 사실을 안 B 씨의 주임교수가 해당 교수에게 연락해 "문제가 커질 수 있으니 사과하는 게 좋겠다"라고 전했습니다. 교수는 B 씨를 불러 "(신고한 게) 너구나"라며 자신을 노려보더니 "미안하다. 하지만 논문은 못 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날 다시 B 씨를 부른 교수는 "논문을 내주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합니다.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한 B 씨는 성평등센터 신고를 취소했습니다. 하지만 횟수는 줄었지만, 성희롱 등 괴롭힘은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고려대학교 성평등센터고려대학교 성평등센터

"제가 그때 카디건을 입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왜 그렇게 야하게 서 있느냐고…"

또 다른 대학원생 C 씨와 D 씨 역시 해당 교수에게 지속해서 성희롱과 사생활 침해를 당했다고 호소했습니다. 성희롱 발언은 잦았고, 여자 대학원생의 팔꿈치나 팔, 옆구리 등을 자주 만지는가 하면, 불편한 게 뻔히 보이는데도 몸을 가까이 붙이는 등의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 있을 때 조용히 다가와 얼굴을 가까이 대는 건 일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해당 연구원이 자리를 비우면 책상이나 서랍 등을 뒤지고, 한 연구원의 핸드폰을 열려고 시도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C 씨가 가진 전화 녹취 파일을 들어봤습니다. 해당 교수는 술에 취해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폭언과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왼쪽)와 기자(오른쪽)폭언과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왼쪽)와 기자(오른쪽)

"폭언에 대해선 불쾌했다면 유감…성희롱 의혹은 전혀 없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수는 폭언한 것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불쾌했다면 유감이지만, 연구와 관련해서 혼을 냈을 뿐 이유 없는 괴롭힘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성희롱은 전혀 없었고 술에 취해 전화한 것도 한 번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달 초 A, B, C, D 씨 4명은 학교 인권센터에 해당 교수를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어제(18일)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담은 진술서를 제출했습니다. 신고에 이어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교수는 "문제를 이야기해 보자"며 접촉을 요구하고 있다고 피해자들은 전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측은 "정식 접수가 마무리되면 양측을 분리 조치 한 뒤 의견을 듣고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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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극단적 선택 부른 고려대 교수의 폭언…상습 성추행 의혹도
    • 입력 2020-06-19 11:50:55
    • 수정2020-06-23 10:24:28
    취재K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한 교수로부터 상습적인 폭언과 성희롱, 사생활 침해 등 괴롭힘을 당했다는 대학원생들과 조교의 폭로가 나왔습니다. 학교 내 성평등센터에 신고를 했지만 별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해당 교수가 사과했지만, 성희롱과 폭언 등 괴롭힘은 계속됐다고 합니다. 대학원생들과 조교는 직·간접적인 불이익 우려가 있음에도 KBS 취재에 응했습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악몽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길게는 5년 가까이, 이들에겐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막 진짜 자기 화에 못 이겨서 넘어갈 정도로 화내시고 일을 취미로 하냐, 손이 이상한 거 아니냐... 그런 게 반복되다 보니깐 지나가는 큰 소리에도 눈물 흘리게 되고 무섭고 그러더라고요."

A 씨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한 연구소에 조교로 취업했습니다. 한 달이 지난 뒤 A 씨의 담당 교수로부터 폭언을 듣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수시로 화를 내면서 때로는 손을 올려 위협까지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일을 취미로 하냐", "손이 이상한 것 아니냐"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이 이어지면서 A 씨의 몸과 마음은 점점 쇠약해져 갔습니다. 동료들은 A 씨가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고 증언했습니다.

A 씨의 정신과 소견서
"교수님한테 벗어날 수 없는 것 같은 기분이…약을 6개월 1년 정도 더 먹어야 한다는데 내가 왜 교수님 때문에 이렇게까지 고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약 반 년간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A 씨는 두 차례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응급실로 실려 가 치료를 받은 직후에도 A 씨는 동생에게 "출근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압박감이 컸습니다. A 씨는 우울증과 불안 장애, 불면증 등의 진단을 받고 정신과 입원 치료도 받았습니다. 아직도 약을 먹고 있고, 꿈에 해당 교수가 나온다고 합니다.


"난 너한테 조금 실망했어…. 싫으면 빨리 나가, 싫으면 빨리 나가는 게 남는 길이야."
"**아 사랑한다, 난 우리 **이 사랑해, 난 너 ??할게."

B 씨는 고려대 의대 대학원생입니다. A 씨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지목한 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술에 취한 채 전화해 성희롱 발언을 하고 밤늦은 시간에 개인 면담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B 씨를 불러 놓고 해당 교수는 "할 말은 딱히 없지만 내가 보고서 쓰느라 너무 힘들어 '힐링'하려고 불렀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B 씨에게 "남자 친구가 있느냐"를 물었고, 옆 연구실의 남성 연구원에게 "B와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등 사생활 침해가 계속됐다고 합니다. 참다못한 B 씨가 교수에게 사적인 일을 묻지 말 것을 요구했더니 교수는 "내가 못 물어볼 거 물어봤느냐"며 화를 냈다고 합니다.

B 씨는 올해 초 학교 내 성평등센터에 신고했습니다. 그러자 이 사실을 안 B 씨의 주임교수가 해당 교수에게 연락해 "문제가 커질 수 있으니 사과하는 게 좋겠다"라고 전했습니다. 교수는 B 씨를 불러 "(신고한 게) 너구나"라며 자신을 노려보더니 "미안하다. 하지만 논문은 못 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날 다시 B 씨를 부른 교수는 "논문을 내주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합니다.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한 B 씨는 성평등센터 신고를 취소했습니다. 하지만 횟수는 줄었지만, 성희롱 등 괴롭힘은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고려대학교 성평등센터
"제가 그때 카디건을 입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왜 그렇게 야하게 서 있느냐고…"

또 다른 대학원생 C 씨와 D 씨 역시 해당 교수에게 지속해서 성희롱과 사생활 침해를 당했다고 호소했습니다. 성희롱 발언은 잦았고, 여자 대학원생의 팔꿈치나 팔, 옆구리 등을 자주 만지는가 하면, 불편한 게 뻔히 보이는데도 몸을 가까이 붙이는 등의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 있을 때 조용히 다가와 얼굴을 가까이 대는 건 일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해당 연구원이 자리를 비우면 책상이나 서랍 등을 뒤지고, 한 연구원의 핸드폰을 열려고 시도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C 씨가 가진 전화 녹취 파일을 들어봤습니다. 해당 교수는 술에 취해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폭언과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왼쪽)와 기자(오른쪽)
"폭언에 대해선 불쾌했다면 유감…성희롱 의혹은 전혀 없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수는 폭언한 것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불쾌했다면 유감이지만, 연구와 관련해서 혼을 냈을 뿐 이유 없는 괴롭힘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성희롱은 전혀 없었고 술에 취해 전화한 것도 한 번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달 초 A, B, C, D 씨 4명은 학교 인권센터에 해당 교수를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어제(18일)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담은 진술서를 제출했습니다. 신고에 이어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교수는 "문제를 이야기해 보자"며 접촉을 요구하고 있다고 피해자들은 전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측은 "정식 접수가 마무리되면 양측을 분리 조치 한 뒤 의견을 듣고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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