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사고나면 한 달 이내 보상…50만 원 넘는 물건은 운송장에 가격 꼭 적어야

입력 2020.06.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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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온라인쇼핑몰에서 그릇을 주문한 A씨는 며칠 뒤 산산조각이 난 그릇을 택배로 받았습니다.  파손 사진을 찍어 쇼핑몰과 택배회사 고객센터에 배상을 요구했는데, 물어주겠다는 대답만 할 뿐 2주가 넘도록 아무런 조치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물건을 배송한 택배기사로부터 "언제 사고가 났는지 알 수 없어 자신이 책임을 지게 됐는데, 금액이 너무 크니 좀 봐주면 안되겠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택배 사고를 당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택배회사와 택배기사, 대리점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가장 약자인 택배기사에 책임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윤 씨처럼 택배기사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아예 물어줄 수 없다고 발뺌하면 소비자가 피해를 일부 떠안는 일도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 국민 1인당 53.8건의 택배를 이용했습니다. 지난 10년간 택배 물동량이 2배 이상 늘어났는데 택배회사의 사고 대응은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택배 이용이 늘면서 관련 분쟁도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이달부터는 택배 사고가 났을 때 보상을 미루는 일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택배 파손·분실사고를 택배회사가 우선 배상하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택배가 파손·분실됐어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죠?" 

이번 표준약관 개정으로 택배가 사라지거나 물건이 망가졌을 때 택배회사로부터 30일 이내에 우선 보상받을 길이 열렸습니다. 앞으로는 택배회사 고객센터와 담당 대리점, 택배기사와 긴 줄다리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기존 택배 표준약관에는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액을 어떻게 측정할지, 손해배상 한도는 얼마인지를 정할 뿐 배상의 주체와 기간을 명확히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개정 약관에는 '30일 이내에 사업자가 우선 배상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이를 명확하게 정했습니다.

여기서 30일은 사고 시점부터가 아니고 피해를 본 고객이 손해입증서류를 제출한 날로부터 기간입니다. 손해입증서류는 완전히 망가지거나 사라진 물건의 값어치를 증명할 수 있는 구매 영수증, 일부 수선이 필요한 경우 수선비용과 관련한 영수증 같은 것을 말합니다.
택배 1건에서 배상받을 수 있는 한도는 물건을 보낸 사람이 운송장에 기재한 물건값을 한도로 합니다. 보통 온라인 쇼핑몰에서 보내거나, 개인끼리 물건을 주고받을 때 적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땐 50만 원까지입니다. 50만 원이 넘는 물건을 보낼 경우는 반드시 물건값을 적어야 그만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이태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처음 협회가 제출한 안에는 손해배상 관련 규정이 없었는데 소비자 분쟁이 자주 발생한 것을 살펴 관련 규정을 신설하도록 권고했다"며 "만약 택배사가 택배기사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발생하면 법에 따라 조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운송장에 물건값을 적는 난이 있는지 몰랐어요."

택배사는 운송물 값어치에 따라 할증요금이 있는 경우 요금에 따라 손해배상 한도가 차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고객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택배사들은 택배를 보낼 때 작성하는 운송장이나 편의점 택배의 경우 운송장을 작성할 때 모니터에 나오는 안내 문구 등을 통해 고객에 이를 알리고 있습니다.

개정 약관에는 손해배상과 관련한 내용 이외에도 운송물의 기본 운임과 품목·배송지역 특성에 따른 부가운임 등을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택배 계약에서 운임은 손해배상만큼 중요한 내용이어서 소비자에게 보다 자세하게 알리도록 한 것입니다.

또 택배사가 택배의 접수·취소·환불·변경과 배상접수 방법, 이용약관이나 운송계약서 등을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등 접근하기 쉬운 방법으로 제공하며 콜센터나 앱을 통한 고객 응대시스템을 운영하도록 새로 규정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했습니다.

■"택배회사가 배상을 거부하는데 어쩌죠?"

현재 택배사고 등으로 택배사와 분쟁이 생기면 한국소비자원에 분쟁조정을 의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내용을 약관에서 찾아보기 어려워 택배사가 회피하면 소비자가 '멘붕(정신적 혼란)'에 빠지는 일이 있었는데요.

공정위는 개정 약관에 계약에 없는 내용이나 계약 해석 문제로 다툼이 생기면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분쟁조정이나 중재를 신청할 수 있고, 민사소송법상의 관할 법원을 전속 관할로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며칠 집을 비웠는데, 택배를 찾아가라는 쪽지가 여러 장 붙어 있었어요. 도둑에게 빈집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은데…"

요즘에는 대부분 택배회사가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부재 시 어디에 택배를 둘지 선택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일부 회사나 지역에서는 여전히 집을 비웠을 때 '부재중 방문표'를 붙이는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만들어진 약관 때문인데요. 물건을 받을 고객이 집에 없으면 부재중 방문표를 붙이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범죄 우려도 있고,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있어서 이번에 이 쪽지를 아예 없애기로 했습니다.

개정 약관은 대신 택배기사가 고객과 협의해 반송하거나 고객과 합의한 장소에 보관할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이번 약관개정은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지난해 말 심사청구한 안을 공정위가 국토교통부와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한 것으로 지난 5일부터 시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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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배 사고나면 한 달 이내 보상…50만 원 넘는 물건은 운송장에 가격 꼭 적어야
    • 입력 2020-06-20 08:00:27
    취재K


얼마 전 온라인쇼핑몰에서 그릇을 주문한 A씨는 며칠 뒤 산산조각이 난 그릇을 택배로 받았습니다.  파손 사진을 찍어 쇼핑몰과 택배회사 고객센터에 배상을 요구했는데, 물어주겠다는 대답만 할 뿐 2주가 넘도록 아무런 조치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물건을 배송한 택배기사로부터 "언제 사고가 났는지 알 수 없어 자신이 책임을 지게 됐는데, 금액이 너무 크니 좀 봐주면 안되겠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택배 사고를 당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택배회사와 택배기사, 대리점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가장 약자인 택배기사에 책임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윤 씨처럼 택배기사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아예 물어줄 수 없다고 발뺌하면 소비자가 피해를 일부 떠안는 일도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 국민 1인당 53.8건의 택배를 이용했습니다. 지난 10년간 택배 물동량이 2배 이상 늘어났는데 택배회사의 사고 대응은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택배 이용이 늘면서 관련 분쟁도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이달부터는 택배 사고가 났을 때 보상을 미루는 일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택배 파손·분실사고를 택배회사가 우선 배상하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택배가 파손·분실됐어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죠?" 

이번 표준약관 개정으로 택배가 사라지거나 물건이 망가졌을 때 택배회사로부터 30일 이내에 우선 보상받을 길이 열렸습니다. 앞으로는 택배회사 고객센터와 담당 대리점, 택배기사와 긴 줄다리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기존 택배 표준약관에는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액을 어떻게 측정할지, 손해배상 한도는 얼마인지를 정할 뿐 배상의 주체와 기간을 명확히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개정 약관에는 '30일 이내에 사업자가 우선 배상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이를 명확하게 정했습니다.

여기서 30일은 사고 시점부터가 아니고 피해를 본 고객이 손해입증서류를 제출한 날로부터 기간입니다. 손해입증서류는 완전히 망가지거나 사라진 물건의 값어치를 증명할 수 있는 구매 영수증, 일부 수선이 필요한 경우 수선비용과 관련한 영수증 같은 것을 말합니다.
택배 1건에서 배상받을 수 있는 한도는 물건을 보낸 사람이 운송장에 기재한 물건값을 한도로 합니다. 보통 온라인 쇼핑몰에서 보내거나, 개인끼리 물건을 주고받을 때 적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땐 50만 원까지입니다. 50만 원이 넘는 물건을 보낼 경우는 반드시 물건값을 적어야 그만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이태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처음 협회가 제출한 안에는 손해배상 관련 규정이 없었는데 소비자 분쟁이 자주 발생한 것을 살펴 관련 규정을 신설하도록 권고했다"며 "만약 택배사가 택배기사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발생하면 법에 따라 조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운송장에 물건값을 적는 난이 있는지 몰랐어요."

택배사는 운송물 값어치에 따라 할증요금이 있는 경우 요금에 따라 손해배상 한도가 차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고객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택배사들은 택배를 보낼 때 작성하는 운송장이나 편의점 택배의 경우 운송장을 작성할 때 모니터에 나오는 안내 문구 등을 통해 고객에 이를 알리고 있습니다.

개정 약관에는 손해배상과 관련한 내용 이외에도 운송물의 기본 운임과 품목·배송지역 특성에 따른 부가운임 등을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택배 계약에서 운임은 손해배상만큼 중요한 내용이어서 소비자에게 보다 자세하게 알리도록 한 것입니다.

또 택배사가 택배의 접수·취소·환불·변경과 배상접수 방법, 이용약관이나 운송계약서 등을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등 접근하기 쉬운 방법으로 제공하며 콜센터나 앱을 통한 고객 응대시스템을 운영하도록 새로 규정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했습니다.

■"택배회사가 배상을 거부하는데 어쩌죠?"

현재 택배사고 등으로 택배사와 분쟁이 생기면 한국소비자원에 분쟁조정을 의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내용을 약관에서 찾아보기 어려워 택배사가 회피하면 소비자가 '멘붕(정신적 혼란)'에 빠지는 일이 있었는데요.

공정위는 개정 약관에 계약에 없는 내용이나 계약 해석 문제로 다툼이 생기면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분쟁조정이나 중재를 신청할 수 있고, 민사소송법상의 관할 법원을 전속 관할로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며칠 집을 비웠는데, 택배를 찾아가라는 쪽지가 여러 장 붙어 있었어요. 도둑에게 빈집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은데…"

요즘에는 대부분 택배회사가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부재 시 어디에 택배를 둘지 선택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일부 회사나 지역에서는 여전히 집을 비웠을 때 '부재중 방문표'를 붙이는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만들어진 약관 때문인데요. 물건을 받을 고객이 집에 없으면 부재중 방문표를 붙이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범죄 우려도 있고,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있어서 이번에 이 쪽지를 아예 없애기로 했습니다.

개정 약관은 대신 택배기사가 고객과 협의해 반송하거나 고객과 합의한 장소에 보관할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이번 약관개정은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지난해 말 심사청구한 안을 공정위가 국토교통부와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한 것으로 지난 5일부터 시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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