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땅 ‘유수지’가 내 땅?…판치는 불법

입력 2020.06.22 (06:53) 수정 2020.06.22 (07: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저수지 주변 유수지는 난개발과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국유지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철새도래지인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에는 이 유수지를 싼값에 빌려 수년째 개인 소유 땅처럼 불법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이형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주남저수지.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국유지를 돌아봤습니다.

'전원주택'같은 임시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정원을 따라 들어가 보니, 침대와 부엌, 화장실까지 갖췄습니다.

농사를 짓겠다는 용도로 빌린 뒤 사실상, 별장처럼 쓰고 있습니다.

[임차인 관계자/음성변조 : "주변 다른 곳보다 여기가 최고 잘 꾸며져 있죠. 여기 와서 치유되는 거죠."]

허가 없이 무단으로 농장으로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법 점용인/음성변조 : "내가 몸이 아프고 그러니까, 가축이나 조금 키워 보려고…."]

공시지가의 5%에 불과한 싼값에 유수지를 빌려 카페주차장과 야외 영업장으로 쓰는 사람도 있고...

[카페 주인/음성변조 : "(카페 앞 유수지) 계약을 같이 하는 게 주변에서 좋다고…. 계약이 빠져있다고 하니까."]

흙과 나무를 쌓아 땅을 늘리는 일도 있습니다.

모두 불법입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5년 전, KBS 뉴스를 통해 주남저수지 유수지 불법 행위가 고발됐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습니다.

[경대수/당시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2018년 10월 22일 : "(창원에서) 43건의 저수지 무단 점용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그동안) 무단 점용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다는…."]

당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규성/당시 한국농어촌공사장/국회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2018년 10월 22일 : "(무단 점용 등) 이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하는 쪽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015년 KBS 보도 뒤, 농어촌공사는 한 차례 전수조사로 불법행위 43건을 적발했지만, 원상 복구 등 행정 조치가 '완료'된 곳은 25곳, 전체 절반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18곳은 '미완료', 불법 행위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추가 적발도 '0'건입니다.

농어촌공사는 5년 전처럼 인력과 예산 부족을 탓합니다.

[한국농어촌공사 창원지사 관계자/음성변조 : "관리하는 (임대) 계약 5백여 건을 다 (확인)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그건 (어려워서)…."]

부실한 관리 탓에 수질도 나빠지고 있습니다.

환경청에 의뢰한 수질 조사 결과, 이곳 유수지는 7개 등급 가운데 가장 더러운 '매우 나쁨'입니다.

유수지는 저수지 본류와 서로 순환하는 구조.

매립과 성토로 유수지 물이 고이면 저수지 전체 수질도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홍석환/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유수지가) 시설 경작지로 바뀌고 있거든요. 성토도 함께 이뤄지고 있고요. 오염물질이 유수지로 바로 들어가게 되는 거죠."]

농어촌공사가 유수지 임대 사업을 시작한 때는 1976년, 유수지 관리 부실이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 오염까지 낳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형관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나라 땅 ‘유수지’가 내 땅?…판치는 불법
    • 입력 2020-06-22 06:55:53
    • 수정2020-06-22 07:01:09
    뉴스광장 1부
[앵커]

저수지 주변 유수지는 난개발과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국유지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철새도래지인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에는 이 유수지를 싼값에 빌려 수년째 개인 소유 땅처럼 불법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이형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주남저수지.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국유지를 돌아봤습니다.

'전원주택'같은 임시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정원을 따라 들어가 보니, 침대와 부엌, 화장실까지 갖췄습니다.

농사를 짓겠다는 용도로 빌린 뒤 사실상, 별장처럼 쓰고 있습니다.

[임차인 관계자/음성변조 : "주변 다른 곳보다 여기가 최고 잘 꾸며져 있죠. 여기 와서 치유되는 거죠."]

허가 없이 무단으로 농장으로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법 점용인/음성변조 : "내가 몸이 아프고 그러니까, 가축이나 조금 키워 보려고…."]

공시지가의 5%에 불과한 싼값에 유수지를 빌려 카페주차장과 야외 영업장으로 쓰는 사람도 있고...

[카페 주인/음성변조 : "(카페 앞 유수지) 계약을 같이 하는 게 주변에서 좋다고…. 계약이 빠져있다고 하니까."]

흙과 나무를 쌓아 땅을 늘리는 일도 있습니다.

모두 불법입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5년 전, KBS 뉴스를 통해 주남저수지 유수지 불법 행위가 고발됐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습니다.

[경대수/당시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2018년 10월 22일 : "(창원에서) 43건의 저수지 무단 점용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그동안) 무단 점용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다는…."]

당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규성/당시 한국농어촌공사장/국회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2018년 10월 22일 : "(무단 점용 등) 이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하는 쪽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015년 KBS 보도 뒤, 농어촌공사는 한 차례 전수조사로 불법행위 43건을 적발했지만, 원상 복구 등 행정 조치가 '완료'된 곳은 25곳, 전체 절반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18곳은 '미완료', 불법 행위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추가 적발도 '0'건입니다.

농어촌공사는 5년 전처럼 인력과 예산 부족을 탓합니다.

[한국농어촌공사 창원지사 관계자/음성변조 : "관리하는 (임대) 계약 5백여 건을 다 (확인)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그건 (어려워서)…."]

부실한 관리 탓에 수질도 나빠지고 있습니다.

환경청에 의뢰한 수질 조사 결과, 이곳 유수지는 7개 등급 가운데 가장 더러운 '매우 나쁨'입니다.

유수지는 저수지 본류와 서로 순환하는 구조.

매립과 성토로 유수지 물이 고이면 저수지 전체 수질도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홍석환/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유수지가) 시설 경작지로 바뀌고 있거든요. 성토도 함께 이뤄지고 있고요. 오염물질이 유수지로 바로 들어가게 되는 거죠."]

농어촌공사가 유수지 임대 사업을 시작한 때는 1976년, 유수지 관리 부실이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 오염까지 낳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형관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