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떡 펄떡’ 뱀장어 30년 만에 낙동강으로 돌아온 사연은?

입력 2020.06.2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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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낙동강 하구에서 성인 팔뚝만 한 뱀장어가 펄떡펄떡 힘찬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강에서 바다로 거슬러 올라가는 뱀장어는 탱글탱글한 식감에 영양가도 많아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데요. 지난 30여 년 간 자취를 감췄던 뱀장어가 낙동강 하구에 다시 돌아온 사연은 무엇일까요?

■'돌아온 뱀장어'…낙동강 하구에서 30여 마리 발견

이달 13일, 낙동강 하구에서 뱀장어가 15 마리나 잡혔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뱀장어 15마리가 뭐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뱀장어는 지난 1987년 낙동강 하굿둑이 세워진 이후 30여 년간 자취를 감춰왔습니다. 어민들은 한때 낙동강에는 뱀장어가 '바글바글'할 정도로 많았지만, 하굿둑 건설 이후로는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돌아온 뱀장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배를 타고 낙동강으로 향했습니다.

낙동강 하구의 한 선착장에서 출발한 배는 하굿둑으로부터 상류 방향으로 약 4k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멈췄습니다. 물살을 따라 어민이 밤새 드리워 놓은 낚싯줄이 보였습니다. 과연 뱀장어가 걸렸을까 고대하며 낚싯줄을 걷어 올리는 순간, 뱀장어 한 마리가 힘차게 꿈틀거리며 낚여 올라왔습니다. 뱀장어는 그 뒤로도 14마리나 더 잡혔는데요. 힘이 얼마나 센지 취재진이 손으로 직접 잡기도 버거울 정도였습니다.


■낙동강 하굿둑 건설 이후 망가진 생태계…예전 모습 되찾을까?

뱀장어는 강에서 자란 뒤 바다로 나가 새끼를 낳는 대표적인 회귀성 어종입니다. 당연히 강과 바다가 연결돼 있어야 살 수 있겠죠. 그런데 낙동강 하굿둑이 생긴 뒤로 뱀장어가 오갈 길이 딱 막혀버렸습니다. 게다가 하굿둑이 생기면서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수역'이 사라지면서 이곳에만 서식하는 어종들도 함께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달 초, 낙동강 하굿둑 수문 일부를 시범 개방하면서 바닷물이 강으로 들어왔습니다. 미약하게나마 이전과 비슷한 환경이 만들어지자, 오랫동안 낙동강 하구에서 보이지 않던 어종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뱀장어를 시작으로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곳에 사는 농어와 숭어, 멸치 등도 함께 발견됐습니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 실험 뒤 완전 개방도 추진

낙동강 하굿둑 건설 이후 망가진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부산시와 환경부 등 5개 기관은 지난해 6월부터 차례로 하굿둑 수문 일부를 개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과 9월에는 각각 38분과 51분 동안 수문을 열었고, 이달 4일부터는 생태계 복원 효과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한 달간 개방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개방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부산시 등은 생태계 복원 가능성을 분석해 결과를 올해 말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등과 협의해 2025년 하굿둑 완전 개방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낙동강 하구 생태계를 하굿둑이 생기기 이전으로 다시 돌려놓는다는 겁니다.


■농민 반발 거셌지만…농업 용수에는 염분 영향 없어

몸값 비싼 뱀장어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어민들은 반가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하굿둑 개방을 모두가 환영하는 건 아닙니다. 강으로 유입된 바닷물이 자칫 농업용수로 흘러들어 농지에 염분이 침투할까 봐 농민들의 반대가 거셌습니다. 하지만 세 차례에 걸친 하굿둑 개방 실험 당시 바닷물에 의한 염분은 하굿둑 상부 10km 지점까지만 올라와 농업용수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수문을 더 열게 되더라도 염분 분포를 조절하는 게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낙동강 하굿둑이 세워져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농업용수 등을 공급받게 됐고, 식수난을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 하굿둑 위로는 부산과 서부 경남 지역을 연결하는 왕복 7차선의 도로도 생겼습니다. 그러는 동안 뱀장어와 물고기들은 삶의 터전을 잃은 채 떠나가야 했습니다. 이제라도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되찾아줘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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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펄떡 펄떡’ 뱀장어 30년 만에 낙동강으로 돌아온 사연은?
    • 입력 2020-06-26 08:01:21
    취재K
최근 낙동강 하구에서 성인 팔뚝만 한 뱀장어가 펄떡펄떡 힘찬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강에서 바다로 거슬러 올라가는 뱀장어는 탱글탱글한 식감에 영양가도 많아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데요. 지난 30여 년 간 자취를 감췄던 뱀장어가 낙동강 하구에 다시 돌아온 사연은 무엇일까요?

■'돌아온 뱀장어'…낙동강 하구에서 30여 마리 발견

이달 13일, 낙동강 하구에서 뱀장어가 15 마리나 잡혔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뱀장어 15마리가 뭐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뱀장어는 지난 1987년 낙동강 하굿둑이 세워진 이후 30여 년간 자취를 감춰왔습니다. 어민들은 한때 낙동강에는 뱀장어가 '바글바글'할 정도로 많았지만, 하굿둑 건설 이후로는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돌아온 뱀장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배를 타고 낙동강으로 향했습니다.

낙동강 하구의 한 선착장에서 출발한 배는 하굿둑으로부터 상류 방향으로 약 4k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멈췄습니다. 물살을 따라 어민이 밤새 드리워 놓은 낚싯줄이 보였습니다. 과연 뱀장어가 걸렸을까 고대하며 낚싯줄을 걷어 올리는 순간, 뱀장어 한 마리가 힘차게 꿈틀거리며 낚여 올라왔습니다. 뱀장어는 그 뒤로도 14마리나 더 잡혔는데요. 힘이 얼마나 센지 취재진이 손으로 직접 잡기도 버거울 정도였습니다.


■낙동강 하굿둑 건설 이후 망가진 생태계…예전 모습 되찾을까?

뱀장어는 강에서 자란 뒤 바다로 나가 새끼를 낳는 대표적인 회귀성 어종입니다. 당연히 강과 바다가 연결돼 있어야 살 수 있겠죠. 그런데 낙동강 하굿둑이 생긴 뒤로 뱀장어가 오갈 길이 딱 막혀버렸습니다. 게다가 하굿둑이 생기면서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수역'이 사라지면서 이곳에만 서식하는 어종들도 함께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달 초, 낙동강 하굿둑 수문 일부를 시범 개방하면서 바닷물이 강으로 들어왔습니다. 미약하게나마 이전과 비슷한 환경이 만들어지자, 오랫동안 낙동강 하구에서 보이지 않던 어종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뱀장어를 시작으로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곳에 사는 농어와 숭어, 멸치 등도 함께 발견됐습니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 실험 뒤 완전 개방도 추진

낙동강 하굿둑 건설 이후 망가진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부산시와 환경부 등 5개 기관은 지난해 6월부터 차례로 하굿둑 수문 일부를 개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과 9월에는 각각 38분과 51분 동안 수문을 열었고, 이달 4일부터는 생태계 복원 효과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한 달간 개방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개방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부산시 등은 생태계 복원 가능성을 분석해 결과를 올해 말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등과 협의해 2025년 하굿둑 완전 개방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낙동강 하구 생태계를 하굿둑이 생기기 이전으로 다시 돌려놓는다는 겁니다.


■농민 반발 거셌지만…농업 용수에는 염분 영향 없어

몸값 비싼 뱀장어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어민들은 반가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하굿둑 개방을 모두가 환영하는 건 아닙니다. 강으로 유입된 바닷물이 자칫 농업용수로 흘러들어 농지에 염분이 침투할까 봐 농민들의 반대가 거셌습니다. 하지만 세 차례에 걸친 하굿둑 개방 실험 당시 바닷물에 의한 염분은 하굿둑 상부 10km 지점까지만 올라와 농업용수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수문을 더 열게 되더라도 염분 분포를 조절하는 게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낙동강 하굿둑이 세워져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농업용수 등을 공급받게 됐고, 식수난을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 하굿둑 위로는 부산과 서부 경남 지역을 연결하는 왕복 7차선의 도로도 생겼습니다. 그러는 동안 뱀장어와 물고기들은 삶의 터전을 잃은 채 떠나가야 했습니다. 이제라도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되찾아줘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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