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하나금융과 분쟁에서 지고도 웃은 이유?…결정문 단독 입수

입력 2020.06.2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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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론스타가 하나금융을 상대로 청구한 ICC 분쟁의 결정문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ICC 중재판정부의 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이 결정문이 5조 원짜리 ISD에 증거로 제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ISD에 결정문을 증거로 제출한 쪽은 패소한 론스타입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론스타는 ICC 분쟁의 패소가 ISD 승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론스타의 자신감을 뒤집으면, 이 결정문은 한국 정부에는 매우 불리한 증거입니다.


ICC 판정부, 제3의 결론 근거로“론스타 손해 인정, 책임은 한국 금융당국”

KBS가 입수한 ICC 상사분쟁 결정문 전문은 105 페이지 분량입니다.

론스타는 분쟁을 제기하면서 하나금융이 계약을 위반했고, 사기와 강박 등의 한국 민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로 인한 손실 약 5억 8천600만 달러, 이자 10%, 론스타가 벨기에와 한국에서 낸 세금에 대해 배상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결정문의 결론부터 보겠습니다.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인 론스타의 주장과 피청구인인 하나금융의 반론을 정리한 뒤, 제3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기합니다. 론스타와 하나금융 어느 쪽도 처음에 주장하지 않은 가능성입니다.

그리고는 양측에서 제출한 증거와 증언을 근거로 자신들이 도출한 제3의 가능성이 사실일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합니다.

첫 번째는 론스타의 주장.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주식 매각금액을 깎으라고 요구하지 않았고, 인수승인이 늦어지는 상황을 이용해 하나금융이 매각금액을 깎았다는 것. 다시 말해 하나금융 책임.

두 번째, 하나금융의 주장.
금융위원회가 매각가격 삭감을 요구하지 않았고, 그런 내용을 론스타에 전달하지도 않았다는 것. 하나금융은 론스타의 손해에 책임이 없다는 주장.

세 번째, 제3의 가능성
금융위원회가 매각가격 삭감을 강력히 요청했고, 인수 승인을 위해서는 매매 가격 삭감이 필요하다고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전달했다는 것. 즉, 론스타의 손해는 금융위원회의 책임.

ICC 중재판정부는 세 번째 가능성이 '압도적인 정황 증거에 입각해 사실 관계와 일치한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청구인인 론스타는 패소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중재판정부가 사실 관계와 일치한다고 결론 내린 세 번째 설명, ISD 투자분쟁에서 론스타가 주장하는 바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외환은행 매각 금액 삭감은 금융위원회 책임이라는 론스타의 주장 말입니다.

론스타가 ISD에 이 결정문을 제출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론스타의 덫에 걸린 한국정부...‘엑스맨’하나금융

2018년 12월 3일부터 8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ICC 상사중재 심리에는 5명의 증인이 출석해 증언했습니다.

론스타에서 존 그레이켄 회장과, 엘리스 쇼트 부회장, 마이크 톰슨 법무 부사장, 그리고 하나금융그룹에서 김승유 전 회장과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이 출석했습니다.

이제 중재는 한국 금융당국이 빠진 상태에서 론스타와 하나금융이 증언과 증거로 승부를 내야 합니다.

하나금융이 있지도 않은 금융당국 압력을 꾸며내 협상에 이용했느냐, 아니냐가 쟁점입니다. 하나금융은 당시 상황이 금융당국의 개입이 없는 그저 '협상전략’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 협상전략이 정당했다는 것까지 인정받아야 했습니다.

결정문에 있는 반대심문 내용을 옮겨보겠습니다.



ICC에 분쟁을 신청하면서 하나금융의 거짓말과 이로 인한 손해를 근거로 들었는데, 막상 심리에서는 금융당국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친 겁니다.

여기에 김승유 하나금융 전 회장의 증언이 더해지면서 중재판정부는 하나금융과 금융당국이 매각 가격을 놓고 협의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승유 전 회장은 가격을 깎지 못했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기 어려웠을 거라고 증언합니다. 결정문에 인용된 심문 내용입니다.


중재판정부는 김 전 회장의 이 증언을 금융위원회가 정치적인 외부 압박을 받았고, 매각 가격 인하 없이는 하나금융의 인수 신청을 승인하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봤습니다.

판정부는 이 외에도 론스타와 하나금융이 제출한 여러 증거 등을 바탕으로 "하나금융 면책, 금융당국 책임"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론스타는 이 결정문을 ISD 중재판정부에 제출(2019.6)했고, 지난 1월 증거로 채택됐습니다.

결정문 분석 전문가들, "이상한 판정이지만 한국 정부에 불리한 것 맞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 국제통상위원장과 함께 ICC 결정의 의미를 분석했습니다.

전성인 교수는 론스타가 ICC 분쟁을 제기한 자체에 의도가 있다고 봤습니다.

"한국 정부가 반론의 기회를 갖지 않는 장을 만들어서 한국 정부에게 불리한 어떤 결과를 만들어가지고 한국 정부와의 소송에 이용하려고 한 것이다."

ICC 중재심리에 한국 금융당국은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중재판정부가 청구인인 론스타도, 피청구인인 하나금융의 주장도 아닌 제3의 결론을 도출한 것과 관련해서도 의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ICC 재판부가 얘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너의 주장은 잘못됐으니까 저는 패소, 론스타 너는 패소, 하나은행 아무 잘못 없음. 여기서 끝나지 않고 쟤가 한국 정부가 잘못한 것 같아. 여기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통상적인 중재판정 또는 심지어 재판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당연한 것인지 의문이다."

송기호 변호사도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형법이나 행정법에 근거한 분쟁에서는 판정부나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직권주의'가 준용되지만, 사인 간의 거래인 상사중재나 민사재판에서는 분쟁의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쟁점을 만드는 '당사주의'가 적용된다"며 "론스타와 하나금융이라는 사인간의 분쟁에서 판정부가 직권으로 제3의 결론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ICC 결정이 ISD에서 한국 정부에 불리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전 교수는 이 결정을 통해 론스타가 얻은 건 두 가지라고 분석했습니다. 하나는 '론스타가 피해를 입었다', 다른 하나는 '그 책임이 한국 정부에 있다'는 논리입니다.

"론스타가 ICC에서 결국 얻은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패소라는 것을 얻었지만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나는 슬픔이 있다는 걸 뭔가 기정사실화하고, 두 번째로 그 슬픔의 주인공은 한국 정부다는 이런 것을 얻었고. 이것은 론스타가 이 중재 재판 시작하기 이전에 이미 제기했던 ISD, 한국 정부와의 ISD에 굉장히 유리한 증거가 될 것이다."

ICC 결정문이 ISD에 증거로 제출돼 채택됐다고 해도 법률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결정 자체가 론스타-한국 정부 ISD를 중재하는 중재위원들에게 심리적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송기호 변호사는 "ICC 판정의 중대한 의미는 하나은행은 면책시켜준 반면에, 대한민국 정부, 금융위원회의 행위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이것은 ISD에서 론스타의 설득력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고, ISD 중재판정부도 대단히 중요하게 참고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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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론스타가 하나금융과 분쟁에서 지고도 웃은 이유?…결정문 단독 입수
    • 입력 2020-06-26 11:18:08
    탐사K
KBS는 론스타가 하나금융을 상대로 청구한 ICC 분쟁의 결정문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ICC 중재판정부의 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이 결정문이 5조 원짜리 ISD에 증거로 제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ISD에 결정문을 증거로 제출한 쪽은 패소한 론스타입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론스타는 ICC 분쟁의 패소가 ISD 승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론스타의 자신감을 뒤집으면, 이 결정문은 한국 정부에는 매우 불리한 증거입니다.


ICC 판정부, 제3의 결론 근거로“론스타 손해 인정, 책임은 한국 금융당국”

KBS가 입수한 ICC 상사분쟁 결정문 전문은 105 페이지 분량입니다.

론스타는 분쟁을 제기하면서 하나금융이 계약을 위반했고, 사기와 강박 등의 한국 민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로 인한 손실 약 5억 8천600만 달러, 이자 10%, 론스타가 벨기에와 한국에서 낸 세금에 대해 배상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결정문의 결론부터 보겠습니다.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인 론스타의 주장과 피청구인인 하나금융의 반론을 정리한 뒤, 제3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기합니다. 론스타와 하나금융 어느 쪽도 처음에 주장하지 않은 가능성입니다.

그리고는 양측에서 제출한 증거와 증언을 근거로 자신들이 도출한 제3의 가능성이 사실일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합니다.

첫 번째는 론스타의 주장.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주식 매각금액을 깎으라고 요구하지 않았고, 인수승인이 늦어지는 상황을 이용해 하나금융이 매각금액을 깎았다는 것. 다시 말해 하나금융 책임.

두 번째, 하나금융의 주장.
금융위원회가 매각가격 삭감을 요구하지 않았고, 그런 내용을 론스타에 전달하지도 않았다는 것. 하나금융은 론스타의 손해에 책임이 없다는 주장.

세 번째, 제3의 가능성
금융위원회가 매각가격 삭감을 강력히 요청했고, 인수 승인을 위해서는 매매 가격 삭감이 필요하다고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전달했다는 것. 즉, 론스타의 손해는 금융위원회의 책임.

ICC 중재판정부는 세 번째 가능성이 '압도적인 정황 증거에 입각해 사실 관계와 일치한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청구인인 론스타는 패소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중재판정부가 사실 관계와 일치한다고 결론 내린 세 번째 설명, ISD 투자분쟁에서 론스타가 주장하는 바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외환은행 매각 금액 삭감은 금융위원회 책임이라는 론스타의 주장 말입니다.

론스타가 ISD에 이 결정문을 제출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론스타의 덫에 걸린 한국정부...‘엑스맨’하나금융

2018년 12월 3일부터 8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ICC 상사중재 심리에는 5명의 증인이 출석해 증언했습니다.

론스타에서 존 그레이켄 회장과, 엘리스 쇼트 부회장, 마이크 톰슨 법무 부사장, 그리고 하나금융그룹에서 김승유 전 회장과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이 출석했습니다.

이제 중재는 한국 금융당국이 빠진 상태에서 론스타와 하나금융이 증언과 증거로 승부를 내야 합니다.

하나금융이 있지도 않은 금융당국 압력을 꾸며내 협상에 이용했느냐, 아니냐가 쟁점입니다. 하나금융은 당시 상황이 금융당국의 개입이 없는 그저 '협상전략’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 협상전략이 정당했다는 것까지 인정받아야 했습니다.

결정문에 있는 반대심문 내용을 옮겨보겠습니다.



ICC에 분쟁을 신청하면서 하나금융의 거짓말과 이로 인한 손해를 근거로 들었는데, 막상 심리에서는 금융당국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친 겁니다.

여기에 김승유 하나금융 전 회장의 증언이 더해지면서 중재판정부는 하나금융과 금융당국이 매각 가격을 놓고 협의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승유 전 회장은 가격을 깎지 못했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기 어려웠을 거라고 증언합니다. 결정문에 인용된 심문 내용입니다.


중재판정부는 김 전 회장의 이 증언을 금융위원회가 정치적인 외부 압박을 받았고, 매각 가격 인하 없이는 하나금융의 인수 신청을 승인하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봤습니다.

판정부는 이 외에도 론스타와 하나금융이 제출한 여러 증거 등을 바탕으로 "하나금융 면책, 금융당국 책임"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론스타는 이 결정문을 ISD 중재판정부에 제출(2019.6)했고, 지난 1월 증거로 채택됐습니다.

결정문 분석 전문가들, "이상한 판정이지만 한국 정부에 불리한 것 맞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 국제통상위원장과 함께 ICC 결정의 의미를 분석했습니다.

전성인 교수는 론스타가 ICC 분쟁을 제기한 자체에 의도가 있다고 봤습니다.

"한국 정부가 반론의 기회를 갖지 않는 장을 만들어서 한국 정부에게 불리한 어떤 결과를 만들어가지고 한국 정부와의 소송에 이용하려고 한 것이다."

ICC 중재심리에 한국 금융당국은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중재판정부가 청구인인 론스타도, 피청구인인 하나금융의 주장도 아닌 제3의 결론을 도출한 것과 관련해서도 의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ICC 재판부가 얘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너의 주장은 잘못됐으니까 저는 패소, 론스타 너는 패소, 하나은행 아무 잘못 없음. 여기서 끝나지 않고 쟤가 한국 정부가 잘못한 것 같아. 여기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통상적인 중재판정 또는 심지어 재판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당연한 것인지 의문이다."

송기호 변호사도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형법이나 행정법에 근거한 분쟁에서는 판정부나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직권주의'가 준용되지만, 사인 간의 거래인 상사중재나 민사재판에서는 분쟁의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쟁점을 만드는 '당사주의'가 적용된다"며 "론스타와 하나금융이라는 사인간의 분쟁에서 판정부가 직권으로 제3의 결론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ICC 결정이 ISD에서 한국 정부에 불리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전 교수는 이 결정을 통해 론스타가 얻은 건 두 가지라고 분석했습니다. 하나는 '론스타가 피해를 입었다', 다른 하나는 '그 책임이 한국 정부에 있다'는 논리입니다.

"론스타가 ICC에서 결국 얻은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패소라는 것을 얻었지만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나는 슬픔이 있다는 걸 뭔가 기정사실화하고, 두 번째로 그 슬픔의 주인공은 한국 정부다는 이런 것을 얻었고. 이것은 론스타가 이 중재 재판 시작하기 이전에 이미 제기했던 ISD, 한국 정부와의 ISD에 굉장히 유리한 증거가 될 것이다."

ICC 결정문이 ISD에 증거로 제출돼 채택됐다고 해도 법률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결정 자체가 론스타-한국 정부 ISD를 중재하는 중재위원들에게 심리적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송기호 변호사는 "ICC 판정의 중대한 의미는 하나은행은 면책시켜준 반면에, 대한민국 정부, 금융위원회의 행위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이것은 ISD에서 론스타의 설득력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고, ISD 중재판정부도 대단히 중요하게 참고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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