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의 선택은 ‘마지막 협상’…그 속내는?

입력 2020.06.2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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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원 구성이 또 미뤄졌습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정치적 '결단' 대신 여야의 협상을 재차 중재했지만, 이번에도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박 의장은 오늘(26일) 민주당이 요구한 '원 구성 본회의'를 29일로 연기했습니다. 주말 동안 여야 원내대표와 '마지막' 협상을 벌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달 3일까지인 6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3차 추경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주말 협상에서 성과가 없으면 상임위원장 강제 배정을 통한 원 구성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여야 모두에게 경고한 셈입니다.


■ 박병석 의장에게 '공' 넘긴 여야

국회는 오늘 오전부터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전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을 통해 시급한 3차 추경안 처리를 위해 오늘 원 구성을 마쳐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미래통합당이 상임위원 인선 명단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는 것도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박 의장에게 전달했습니다.

통합당을 압박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18개 상임위의 위원장 내정자 명단까지 자체적으로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 '행동'을 위한 준비를 마쳤던 셈입니다.

통합당은 '할 테면 해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18개 상임위의 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차지한다면 강력한 '국회 내 투쟁'에 나설 기세였습니다. 여차하면 민주당을 '의회 독재' 프레임에 가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대여(對與) 투쟁에 나서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3차 추경안 정밀 심사, 공수처장 후보 추천 지연, 윤미향 의원 사건 국정조사 요구 등 다양한 방법이 당 안팎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여야 모두 향후 향배는 박병석 의장의 '결단'에 달려있다고 했습니다.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박 의장에게 '공'을 떠넘긴 셈입니다.

■ 박병석 의장의 선택은 '추가 협상'

박병석 의장의 선택지는 여러 가지였지만, 하나같이 쉽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민주당의 요구대로 ▲아직 선출되지 않은 12개 상임위 위원장 선출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법, ▲여야가 어느 정도 의견을 모았던 대로 상임위원장을 11(민주당 몫) 대 7(통합당 몫)로 나누기 위해 민주당 몫의 상임위원장과 추경안 처리를 위한 예결위원장 선출 안건만 상정하는 방법, ▲아예 예결위원장만 선출하도록 하는 방법 등입니다.

이 세 가지 선택지 가운데는 어느 것을 택하더라도 통합당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추경안 처리를 위해서는 각 상임위의 예비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해석이 있어 일부 상임위원장만 선출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습니다. 모든 상임위를 민주당이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큽니다.

박 의장까지 '의회 독재' 프레임에 함께 묶일 수 있고, 무엇보다 '그 이후'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합니다. 이미 지난 15일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의 위원장을 통합당 없이 선출한 것만으로도 주호영 원내대표가 사찰 칩거에 들어가고 국회가 멈춰서는 등 적지 않은 후폭풍을 겪었습니다.

결국, 박 의장의 선택은 본회의 연기와 추가 협상이었습니다.

박 의장은 오늘 오전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차례로 불러 각 당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후 여야 원내대표를 동시에 불러 2시간 넘는 마라톤 협상을 중재했습니다.

박 의장은 이 자리에서 갈등의 핵심인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번갈아 맡는 방안 등 여러 중재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부 이견이 좁혀지기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법사위원장을 번갈아 맡는 안은 여야 모두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법사위는 여당이 맡기로 한다'거나 '21대 국회 전반기 2년은 민주당이, 후반기 2년은 통합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다'는 방안 등이 그 예입니다. 일단은 이렇게 해야 하는 정치적 명분도 약하고, 2년 뒤에는 여야 원내대표도 국회의장도, 대통령도 모두 바뀌는데 이 방안을 무슨 수로 담보하느냐는 게 여야 모두의 생각입니다.


■ "영원한 '의회주의자'로 기억되고 싶다"는 박병석 의장

박병석 의장은 스스로를 '의회주의자'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습니다. 국회의장 당선 인사에서도 "저는 의회주의자"라며 "소통을 으뜸으로 삼고 대화와 타협을 중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중재와 타협을 이끄는 것이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면서 "'영원한 의회주의자'로 기억되는 게 꿈"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박 의장이 '정치적 결단' 대신 마지막 '협상'을 택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협상의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박 의장이 강조한 대로 다음 달 3일까지 3차 추경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29일에는 원 구성이 마무리돼야 합니다. 29일 원 구성을 마쳐도 부실 심사가 우려될 정도의 '압축 심사'가 이뤄져야 6월 임시국회 내 추경안 처리가 가능합니다.

박 의장은 '마지막 협상' 선언을 통해 '공'을 다시 여야로 넘겼습니다. 남은 시간은 이제 사흘. '의회주의자' 박병석 의장의 중재 속에 여야가 막판 극적 타결을 이룰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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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석의 선택은 ‘마지막 협상’…그 속내는?
    • 입력 2020-06-26 18:22:05
    취재K
21대 국회 원 구성이 또 미뤄졌습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정치적 '결단' 대신 여야의 협상을 재차 중재했지만, 이번에도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박 의장은 오늘(26일) 민주당이 요구한 '원 구성 본회의'를 29일로 연기했습니다. 주말 동안 여야 원내대표와 '마지막' 협상을 벌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달 3일까지인 6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3차 추경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주말 협상에서 성과가 없으면 상임위원장 강제 배정을 통한 원 구성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여야 모두에게 경고한 셈입니다.


■ 박병석 의장에게 '공' 넘긴 여야

국회는 오늘 오전부터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전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을 통해 시급한 3차 추경안 처리를 위해 오늘 원 구성을 마쳐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미래통합당이 상임위원 인선 명단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는 것도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박 의장에게 전달했습니다.

통합당을 압박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18개 상임위의 위원장 내정자 명단까지 자체적으로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 '행동'을 위한 준비를 마쳤던 셈입니다.

통합당은 '할 테면 해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18개 상임위의 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차지한다면 강력한 '국회 내 투쟁'에 나설 기세였습니다. 여차하면 민주당을 '의회 독재' 프레임에 가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대여(對與) 투쟁에 나서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3차 추경안 정밀 심사, 공수처장 후보 추천 지연, 윤미향 의원 사건 국정조사 요구 등 다양한 방법이 당 안팎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여야 모두 향후 향배는 박병석 의장의 '결단'에 달려있다고 했습니다.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박 의장에게 '공'을 떠넘긴 셈입니다.

■ 박병석 의장의 선택은 '추가 협상'

박병석 의장의 선택지는 여러 가지였지만, 하나같이 쉽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민주당의 요구대로 ▲아직 선출되지 않은 12개 상임위 위원장 선출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법, ▲여야가 어느 정도 의견을 모았던 대로 상임위원장을 11(민주당 몫) 대 7(통합당 몫)로 나누기 위해 민주당 몫의 상임위원장과 추경안 처리를 위한 예결위원장 선출 안건만 상정하는 방법, ▲아예 예결위원장만 선출하도록 하는 방법 등입니다.

이 세 가지 선택지 가운데는 어느 것을 택하더라도 통합당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추경안 처리를 위해서는 각 상임위의 예비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해석이 있어 일부 상임위원장만 선출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습니다. 모든 상임위를 민주당이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큽니다.

박 의장까지 '의회 독재' 프레임에 함께 묶일 수 있고, 무엇보다 '그 이후'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합니다. 이미 지난 15일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의 위원장을 통합당 없이 선출한 것만으로도 주호영 원내대표가 사찰 칩거에 들어가고 국회가 멈춰서는 등 적지 않은 후폭풍을 겪었습니다.

결국, 박 의장의 선택은 본회의 연기와 추가 협상이었습니다.

박 의장은 오늘 오전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차례로 불러 각 당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후 여야 원내대표를 동시에 불러 2시간 넘는 마라톤 협상을 중재했습니다.

박 의장은 이 자리에서 갈등의 핵심인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번갈아 맡는 방안 등 여러 중재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부 이견이 좁혀지기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법사위원장을 번갈아 맡는 안은 여야 모두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법사위는 여당이 맡기로 한다'거나 '21대 국회 전반기 2년은 민주당이, 후반기 2년은 통합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다'는 방안 등이 그 예입니다. 일단은 이렇게 해야 하는 정치적 명분도 약하고, 2년 뒤에는 여야 원내대표도 국회의장도, 대통령도 모두 바뀌는데 이 방안을 무슨 수로 담보하느냐는 게 여야 모두의 생각입니다.


■ "영원한 '의회주의자'로 기억되고 싶다"는 박병석 의장

박병석 의장은 스스로를 '의회주의자'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습니다. 국회의장 당선 인사에서도 "저는 의회주의자"라며 "소통을 으뜸으로 삼고 대화와 타협을 중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중재와 타협을 이끄는 것이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면서 "'영원한 의회주의자'로 기억되는 게 꿈"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박 의장이 '정치적 결단' 대신 마지막 '협상'을 택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협상의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박 의장이 강조한 대로 다음 달 3일까지 3차 추경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29일에는 원 구성이 마무리돼야 합니다. 29일 원 구성을 마쳐도 부실 심사가 우려될 정도의 '압축 심사'가 이뤄져야 6월 임시국회 내 추경안 처리가 가능합니다.

박 의장은 '마지막 협상' 선언을 통해 '공'을 다시 여야로 넘겼습니다. 남은 시간은 이제 사흘. '의회주의자' 박병석 의장의 중재 속에 여야가 막판 극적 타결을 이룰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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