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아무나 열으라고?…“비밀번호 적어놓지 마세요!”

입력 2020.06.28 (22:07) 수정 2020.06.2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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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택배·배달기사들이 출입문 근처에 비밀번호를 적어둬 아무나 현관문을 열 수 있는 원룸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편리할지 몰라도 정작 사는 사람들은 강도나 절도 같은 위험 때문에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책은 없을까요?

서윤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다세대 주택에 물건을 전하고 나온 택배기사, 건물 모퉁이에 무언가를 적습니다. 

네 자리 숫자. 

현관문을 열 수 있는 비밀번홉니다.

이 건물에는 주로 여학생들이 살고 있어 집주인이 숫자를 보자마자 곧바로 지우곤 합니다. 

비밀번호를 찾아 지운 일이 1년 새 네 차례나 되풀이됐습니다. 

[다세대 주택 주인 : "굉장히 황당했죠. 이게 뭔가 싶고. 어떻게 발견한 거냐면 택배기사가 무언가를 쳐다보면서 배달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확인해보니까 번호가 쓰여 있더라고요."]

원룸이 많은 대학가 근처 주택가. 

출입구 주변을 보면 여기저기 숫자가 눈에 띕니다. 

현관문 잠금장치에 번호를 그대로 입력하니 문이 열립니다. 

["출입문 열었습니다."]

이 원룸에는 주소를 알리는 표지판에 비밀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8자리 비밀번호도 찾을 수 있습니다. 

[원룸 거주 대학생 : "(적혀 있어서 눌러보니까 맞더라고요.) 적혀 있는지 몰랐는데, 저녁에 모르는 사람이 같이 따라오면 요즘 위험하잖아요,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비밀번호 노출은 실제 범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5년 전 충북 청주에서는 한 40대 남성이 현관 앞에 적힌 비밀번호를 보고 가정집에 들어갔습니다. 

이 남성은 금품을 훔치려다가 들키자 집주인을 폭행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잡혔습니다. 

범죄 위험은 크지만 비밀번호를 문 앞에 적어두는 행위를 처벌할 규정은 없습니다. 

결국, 택배-배달 기사들이 습관을 바꾸도록 안내하고 교육하는 길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책입니다. 

[배달기사/음성변조 : "시간도 단축할 수도 있고 하니까. 아무래도 없으면 전화 통화 해서 물어보고 해야 되니까. 편의상 이런 쪽 일 하시는 분들이 적는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입주자들이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거나 건물 밖에 택배함을 두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서윤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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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관문 아무나 열으라고?…“비밀번호 적어놓지 마세요!”
    • 입력 2020-06-28 22:07:06
    • 수정2020-06-28 22:25:57
    뉴스9(전주)
[앵커] 택배·배달기사들이 출입문 근처에 비밀번호를 적어둬 아무나 현관문을 열 수 있는 원룸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편리할지 몰라도 정작 사는 사람들은 강도나 절도 같은 위험 때문에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책은 없을까요? 서윤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다세대 주택에 물건을 전하고 나온 택배기사, 건물 모퉁이에 무언가를 적습니다.  네 자리 숫자.  현관문을 열 수 있는 비밀번홉니다. 이 건물에는 주로 여학생들이 살고 있어 집주인이 숫자를 보자마자 곧바로 지우곤 합니다.  비밀번호를 찾아 지운 일이 1년 새 네 차례나 되풀이됐습니다.  [다세대 주택 주인 : "굉장히 황당했죠. 이게 뭔가 싶고. 어떻게 발견한 거냐면 택배기사가 무언가를 쳐다보면서 배달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확인해보니까 번호가 쓰여 있더라고요."] 원룸이 많은 대학가 근처 주택가.  출입구 주변을 보면 여기저기 숫자가 눈에 띕니다.  현관문 잠금장치에 번호를 그대로 입력하니 문이 열립니다.  ["출입문 열었습니다."] 이 원룸에는 주소를 알리는 표지판에 비밀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8자리 비밀번호도 찾을 수 있습니다.  [원룸 거주 대학생 : "(적혀 있어서 눌러보니까 맞더라고요.) 적혀 있는지 몰랐는데, 저녁에 모르는 사람이 같이 따라오면 요즘 위험하잖아요,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비밀번호 노출은 실제 범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5년 전 충북 청주에서는 한 40대 남성이 현관 앞에 적힌 비밀번호를 보고 가정집에 들어갔습니다.  이 남성은 금품을 훔치려다가 들키자 집주인을 폭행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잡혔습니다.  범죄 위험은 크지만 비밀번호를 문 앞에 적어두는 행위를 처벌할 규정은 없습니다.  결국, 택배-배달 기사들이 습관을 바꾸도록 안내하고 교육하는 길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책입니다.  [배달기사/음성변조 : "시간도 단축할 수도 있고 하니까. 아무래도 없으면 전화 통화 해서 물어보고 해야 되니까. 편의상 이런 쪽 일 하시는 분들이 적는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입주자들이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거나 건물 밖에 택배함을 두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서윤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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