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른 ‘종전선언’…남북관계 실마리 될까?

입력 2020.06.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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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정부와 여당 안팎에서 '종전 선언' 카드가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보류' 지시를 내리고, 국면 전환의 계기가 마련되자 남북 화해 분위기를 다시 띄우기 위해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종전선언'일까요?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도 '종전'을 언급했습니다.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 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전쟁 참혹함 잊지 않는 것이 종전 향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모든 이들에게 공통된 하나의 마음은, 이 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6·25전쟁을 세대와 이념을 통합하는 모두의 역사적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이 오래된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조세영 외교부 1차관도 현지시간 24일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제5차 한·미 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조 차관은 "유엔사는 정전협정을 70년간 유지해 왔는데, 한국은 이에 깊이 감사하면서도, 이제는 한국이 스스로 평화와 안보를 위해 중심적인 위치에 설 시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현재와 같은 정전협정 체제를 종식하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수립하는 것에 의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치권은 더 적극적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25일 "평화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다"며 "한반도에 반드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한반도 종전 선언이 다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도 종전 선언 추진을 뒷받침하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종전 선언은 남·북·미·중, 그러니까 한국전쟁 4개 당사자가 동시에 함께하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평화체제를 본격 논의하는 단계로 들어가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 왜 이 시점에서 '종전선언'인가?

일단은 시기의 문제입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당시 남북은 '올해(2018년)' 안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당시 시기는 빠르면 6·12 북미 정상회담, 아니면 7·27 정전협정 체결일이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속도가 더뎌지면서 자연스럽게 논의가 뒤로 미뤄졌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6월 25일에 한국전쟁 70주년을 치렀고, 또 다가오는 7월 27일이 정전협정 체결일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종전선언'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는 북한과의 협상 문제입니다. 북한은 2019년 2월 이른바 '하노이 노딜' 이후 2019년 4월부터 지금까지 '제재 완화'라는 요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카드까지 내놓으면서 '제재 완화'를 바랬지만, 미국이 '제재 완화'는 협상의 가장 마지막에 가서야 내어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대신 북한은 그 이후엔 '체제 보장'을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지만, 북한의 '체제 보장'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첫걸음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타이밍의 문제입니다.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명분으로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켰다가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보류 선언으로 잠시 주춤한 상태인데,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겁니다. '종전선언' 카드로 사그라져가는 남북 화해 국면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최용환 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남북 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취지로 이해된다"고 말했습니다.


■ 종전선언 하게 된다면 명분과 절차는?

2년 전 남북 정상이 함께했던 4·27 판문점 선언 3조 3항을 보면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하게 된다면 이 조항을 근거로 삼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에 종전선언은 남북미 3자 간에 체결될 가능성이 언급됐습니다.

이에 중국은 자신들이 참여하는 4자 종전선언을 주장했습니다. 중국은 자신들이 정전협정의 당사자로서 종전선언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각국의 의견 수렴도 필요합니다.

■ 종전선언의 의미와 실현 가능성은?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전쟁을 끝내는 겁나다. 일반적으론 평화 협정 체결과 함께 이뤄지는데, 그렇다고 '종전선언=평화협정'은 아닙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상징적 성격이 강한 말 그대로 '선언'입니다. 종전선언을 해도 분단을 규정하는 '정전협정'의 지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평화협정 체결은 법적, 제도적 변화가 뒤따라 옵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군사정전위원회, 중립국감독위원회 등 정전협정을 구성하는 기구들이 해체되어야 합니다. 또 북한과 미국의 수교, 남북 기본협정 등도 진행돼야 합니다. 정상국가 북한의 체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장치가 되는 셈이죠.

평화협정 체결은 그래서 더 복잡합니다. 6·25전쟁 참전국들의 참여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특히 미국의 참여가 중요한데, 미국은 평화협정에 서명하려면 반드시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북한의 핵 문제로 다시 되돌아가는 논의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평화 협정은 천천히 진행하고 종전선언부터 먼저 하자는 제안은, 북한으로선 나쁜 제안은 아닙니다.
종전선언이 법적, 강제적 명분은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공세적인 군사 행동의 명분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즉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의 중단을 요구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종전선언'을 추진하더라도 한국전쟁 당사자였던 참전국, 특히 미국과의 입장 조율은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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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떠오른 ‘종전선언’…남북관계 실마리 될까?
    • 입력 2020-06-29 08:00:39
    취재K
최근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정부와 여당 안팎에서 '종전 선언' 카드가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보류' 지시를 내리고, 국면 전환의 계기가 마련되자 남북 화해 분위기를 다시 띄우기 위해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종전선언'일까요?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도 '종전'을 언급했습니다.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 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전쟁 참혹함 잊지 않는 것이 종전 향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모든 이들에게 공통된 하나의 마음은, 이 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6·25전쟁을 세대와 이념을 통합하는 모두의 역사적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이 오래된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조세영 외교부 1차관도 현지시간 24일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제5차 한·미 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조 차관은 "유엔사는 정전협정을 70년간 유지해 왔는데, 한국은 이에 깊이 감사하면서도, 이제는 한국이 스스로 평화와 안보를 위해 중심적인 위치에 설 시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현재와 같은 정전협정 체제를 종식하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수립하는 것에 의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치권은 더 적극적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25일 "평화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다"며 "한반도에 반드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한반도 종전 선언이 다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도 종전 선언 추진을 뒷받침하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종전 선언은 남·북·미·중, 그러니까 한국전쟁 4개 당사자가 동시에 함께하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평화체제를 본격 논의하는 단계로 들어가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 왜 이 시점에서 '종전선언'인가?

일단은 시기의 문제입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당시 남북은 '올해(2018년)' 안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당시 시기는 빠르면 6·12 북미 정상회담, 아니면 7·27 정전협정 체결일이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속도가 더뎌지면서 자연스럽게 논의가 뒤로 미뤄졌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6월 25일에 한국전쟁 70주년을 치렀고, 또 다가오는 7월 27일이 정전협정 체결일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종전선언'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는 북한과의 협상 문제입니다. 북한은 2019년 2월 이른바 '하노이 노딜' 이후 2019년 4월부터 지금까지 '제재 완화'라는 요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카드까지 내놓으면서 '제재 완화'를 바랬지만, 미국이 '제재 완화'는 협상의 가장 마지막에 가서야 내어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대신 북한은 그 이후엔 '체제 보장'을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지만, 북한의 '체제 보장'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첫걸음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타이밍의 문제입니다.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명분으로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켰다가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보류 선언으로 잠시 주춤한 상태인데,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겁니다. '종전선언' 카드로 사그라져가는 남북 화해 국면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최용환 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남북 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취지로 이해된다"고 말했습니다.


■ 종전선언 하게 된다면 명분과 절차는?

2년 전 남북 정상이 함께했던 4·27 판문점 선언 3조 3항을 보면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하게 된다면 이 조항을 근거로 삼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에 종전선언은 남북미 3자 간에 체결될 가능성이 언급됐습니다.

이에 중국은 자신들이 참여하는 4자 종전선언을 주장했습니다. 중국은 자신들이 정전협정의 당사자로서 종전선언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각국의 의견 수렴도 필요합니다.

■ 종전선언의 의미와 실현 가능성은?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전쟁을 끝내는 겁나다. 일반적으론 평화 협정 체결과 함께 이뤄지는데, 그렇다고 '종전선언=평화협정'은 아닙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상징적 성격이 강한 말 그대로 '선언'입니다. 종전선언을 해도 분단을 규정하는 '정전협정'의 지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평화협정 체결은 법적, 제도적 변화가 뒤따라 옵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군사정전위원회, 중립국감독위원회 등 정전협정을 구성하는 기구들이 해체되어야 합니다. 또 북한과 미국의 수교, 남북 기본협정 등도 진행돼야 합니다. 정상국가 북한의 체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장치가 되는 셈이죠.

평화협정 체결은 그래서 더 복잡합니다. 6·25전쟁 참전국들의 참여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특히 미국의 참여가 중요한데, 미국은 평화협정에 서명하려면 반드시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북한의 핵 문제로 다시 되돌아가는 논의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평화 협정은 천천히 진행하고 종전선언부터 먼저 하자는 제안은, 북한으로선 나쁜 제안은 아닙니다.
종전선언이 법적, 강제적 명분은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공세적인 군사 행동의 명분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즉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의 중단을 요구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종전선언'을 추진하더라도 한국전쟁 당사자였던 참전국, 특히 미국과의 입장 조율은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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