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정부에 불리한 증거 집중 제출…정부에 전가?

입력 2020.06.29 (21:33) 수정 2020.06.2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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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론스타와 하나금융 사이 ICC 분쟁 판정부가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 외환은행 매각 협상에 한국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ICC의 결정문을 자세히 뜯어봤더니 론스타와 하나금융 모두 정부에 책임을 몰아간 정황이 한 둘이 아닙니다.

송명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KBS 뉴스광장/2011년 10월 7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재판 론스타가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론스타의 유죄가 확정된 전후로 외환은행 인수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것이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 회장의 주장입니다.

우선 론스타가 불리해졌다.

[김승유/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 "이 사람들은 시간이 급하구나 하니까 그 이야기를 했겠지. 매각명령이 난 상태에서 이대로 만약에 진행을 하면 우리로서는 이 거래를 더 이상 추진할 수 없다 하는 얘기를 한 거예요."]

그래서 외환은행 인수 가격을 확 깎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김승유/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 "우리가 딜(협상)하는데 쉽게, 생각보다는 쉽게, 처음에는 거의 속으로 아, 이렇게까지 깎을 수 있을까 했는데, 막 밀어붙이니까 그게 넘어오길래 어? 얘들이 뭐가 있을까? 하고 다시 의심했어요."]

그러나 결정문을 보면 론스타의 약점을 이용해 가격을 깎았다는 이 주장은 모두 배척됩니다.

특이한 점은 판정부가 금융당국 개입의 근거로 삼은 것이 상당 부분 하나가 스스로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 내부보고서와 회의록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금융위 승인 지연으로 국부유출이 최소화될 가능성은 낮다, 반대로 하나와 금융시장,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크다"는 보고서부터,

"승인 절차는 매우 정치적인 사안"

"론스타가 한국을 떠나도록 허용해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

금융위의 승인 지연으로 "하나은행 주가가 크게 하락했고 인수를 위해 조성한 자금이 우려된다"

심지어 "당사자들 간의 신의 의무 때문에 론스타와 계약 조건을 변경할 법적 근거가 없다"라는 내용의 보고서까지 증거로 제출됐습니다.

[ICC 중재판정부/음성 대독 :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거래를 마무리 하라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었고,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았다면 금액 삭감을 협상함으로써 론스타와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이유가 없었다."]

결정문에 등장하는 하나의 내부보고서와 회의록은 14차례.

대부분 판정부가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했고 하나금융은 시키는 대로 했을 것으로 판단한 근거로 작용했습니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지목을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기를 변호하기 위해서 나 말고 다른 사람일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더 이상한 점은 금융당국의 지시 없이 하나 스스로 인수 가격을 깍으려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내부 문서를 내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하나는 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ICC 중재판정부/음성 대독 : "하나금융이 상업적인 이유만으로 8~9월 금액 삭감을 계획했다면 전략 변화를 보여주는 내부자료를 1장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제출된 것은 협상 가격이 너무 높다는 언론기사 한 페이지가 전부였다고 돼 있습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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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 정부에 불리한 증거 집중 제출…정부에 전가?
    • 입력 2020-06-29 21:33:42
    • 수정2020-06-29 22:05:16
    뉴스 9
[앵커]

론스타와 하나금융 사이 ICC 분쟁 판정부가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 외환은행 매각 협상에 한국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ICC의 결정문을 자세히 뜯어봤더니 론스타와 하나금융 모두 정부에 책임을 몰아간 정황이 한 둘이 아닙니다.

송명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KBS 뉴스광장/2011년 10월 7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재판 론스타가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론스타의 유죄가 확정된 전후로 외환은행 인수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것이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 회장의 주장입니다.

우선 론스타가 불리해졌다.

[김승유/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 "이 사람들은 시간이 급하구나 하니까 그 이야기를 했겠지. 매각명령이 난 상태에서 이대로 만약에 진행을 하면 우리로서는 이 거래를 더 이상 추진할 수 없다 하는 얘기를 한 거예요."]

그래서 외환은행 인수 가격을 확 깎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김승유/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 "우리가 딜(협상)하는데 쉽게, 생각보다는 쉽게, 처음에는 거의 속으로 아, 이렇게까지 깎을 수 있을까 했는데, 막 밀어붙이니까 그게 넘어오길래 어? 얘들이 뭐가 있을까? 하고 다시 의심했어요."]

그러나 결정문을 보면 론스타의 약점을 이용해 가격을 깎았다는 이 주장은 모두 배척됩니다.

특이한 점은 판정부가 금융당국 개입의 근거로 삼은 것이 상당 부분 하나가 스스로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 내부보고서와 회의록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금융위 승인 지연으로 국부유출이 최소화될 가능성은 낮다, 반대로 하나와 금융시장,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크다"는 보고서부터,

"승인 절차는 매우 정치적인 사안"

"론스타가 한국을 떠나도록 허용해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

금융위의 승인 지연으로 "하나은행 주가가 크게 하락했고 인수를 위해 조성한 자금이 우려된다"

심지어 "당사자들 간의 신의 의무 때문에 론스타와 계약 조건을 변경할 법적 근거가 없다"라는 내용의 보고서까지 증거로 제출됐습니다.

[ICC 중재판정부/음성 대독 :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거래를 마무리 하라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었고,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았다면 금액 삭감을 협상함으로써 론스타와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이유가 없었다."]

결정문에 등장하는 하나의 내부보고서와 회의록은 14차례.

대부분 판정부가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했고 하나금융은 시키는 대로 했을 것으로 판단한 근거로 작용했습니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지목을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기를 변호하기 위해서 나 말고 다른 사람일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더 이상한 점은 금융당국의 지시 없이 하나 스스로 인수 가격을 깍으려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내부 문서를 내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하나는 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ICC 중재판정부/음성 대독 : "하나금융이 상업적인 이유만으로 8~9월 금액 삭감을 계획했다면 전략 변화를 보여주는 내부자료를 1장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제출된 것은 협상 가격이 너무 높다는 언론기사 한 페이지가 전부였다고 돼 있습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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