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협상 대표 방한’ 가시권…‘판문점 접촉’ 시도할까?

입력 2020.06.30 (14:20) 수정 2020.06.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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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이르면 다음 주 초 방한할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부와 미 국무부는 방한 여부를 확정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어느 경로를 통해서 입국할지, 며칠을 머물지, 누구를 만날지, 어디를 방문할지 세부 계획 조정만 남았다는 것입니다. 방한 기간은 대략 2박 3일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군용기를 타고 공군기지로 입국할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코로나 19 탓에 방문 시기는 유동적이라는 전언입니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입니다.

외교부는 방한 여부에 대해 "현재 정해진 바 없음"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입니다. 지난 17일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이 비건 부장관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모든 일정을 비공개한 것과 맥이 닿아있습니다. 이 본부장은 당시 비건 부장관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지금까지 일체 함구하고 있습니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 '판문점 접촉' 시도할까?

비건 부장관은 당장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 행동 보류 결정을 내리기까지 악화일로로 치닫던 남북 관계 현안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의도 분석과 정보 교환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한미 당국 차원의 대응 방안이 논의될지, 논의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될 지도 관심사입니다. 구체적으로 비건 부장관이 '한미워킹그룹'의 미국 측 실무대표인 만큼 이와 관련된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미 워킹그룹'은 북한 측이 남북 정상 간 합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관계 진전의 걸림돌'로 지목했던 대표적 협의기구입니다. 이에 더해 북한의 추가 도발 자제를 요청하거나 북미 협상으로 복귀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한미 사이 가장 큰 현안 가운데 하나인 방위비 협상에 대한 압박도 예상됩니다.

지난해 12월 스티브 비건 당시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을 상대로 직접 만나자고 제안하고 있다.지난해 12월 스티브 비건 당시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을 상대로 직접 만나자고 제안하고 있다.

비건 부장관이 판문점 등을 통해 북한과 직접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해 12월 방한 당시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직접 만나자고 북측에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비건 부장관은 "지금 우리의 일을 할 때다. 이제 그 일을 끝내자.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어떻게 접촉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습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연말' 시한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 시점이었지만 비건 부장관의 바람대로 대화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에 앞선 8월 방한 때 역시 애초 2박 3일 일정을 3박 4이라 연장하면서까지 북한의 응답을 기다렸지만 끝내 성사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북한이 국경까지 전면 폐쇄한 상황에서 이번 방한 기간 도중 비건 부장관 측과 북한 측이 직접적인 면담을 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 전망입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현지시각 29일 한 싱크탱크가 주최한 화상 행사에 참석해 향후 북미 협상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현지시각 29일 한 싱크탱크가 주최한 화상 행사에 참석해 향후 북미 협상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10월 '깜짝 선물' 가능성은?

비건 부장관은 현지시각 29일 한 싱크탱크가 주최한 화상 회의에 참석해 "북한을 향한 외교의 문을 항상 열어두겠다"며 "미국과 북한이 양쪽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당한 진전을 만들어낼 시간이 여전히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11월에 예정된 미국 대선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입니다.

최근 한 외신은 트럼프 행정부 인사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이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의 의중을 살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1월 대선 직전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10월쯤 '깜짝 선물'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었습니다. 이 선물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낮은 단계'의 합의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대량 살상무기 일부를 동결하고,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협상이 추진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이 이런 장밋빛 전망에 부응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비건 부장관 자신도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미국 대선 전에 또 다른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북한과의 협의는 "우리한테만이 아니라 북한에 달려있다"며 북한의 호응이 모든 진전의 전제조건임을 공연히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이렇다 할 호응이 없다면 비건 부장관의 방한은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발 악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메시지 관리 차원에 머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대선 전 북한과 협상 진전을 타진할 마지막 시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에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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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북협상 대표 방한’ 가시권…‘판문점 접촉’ 시도할까?
    • 입력 2020-06-30 14:20:18
    • 수정2020-06-30 14:30:58
    취재K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이르면 다음 주 초 방한할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부와 미 국무부는 방한 여부를 확정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어느 경로를 통해서 입국할지, 며칠을 머물지, 누구를 만날지, 어디를 방문할지 세부 계획 조정만 남았다는 것입니다. 방한 기간은 대략 2박 3일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군용기를 타고 공군기지로 입국할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코로나 19 탓에 방문 시기는 유동적이라는 전언입니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입니다.

외교부는 방한 여부에 대해 "현재 정해진 바 없음"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입니다. 지난 17일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이 비건 부장관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모든 일정을 비공개한 것과 맥이 닿아있습니다. 이 본부장은 당시 비건 부장관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지금까지 일체 함구하고 있습니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 '판문점 접촉' 시도할까?

비건 부장관은 당장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 행동 보류 결정을 내리기까지 악화일로로 치닫던 남북 관계 현안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의도 분석과 정보 교환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한미 당국 차원의 대응 방안이 논의될지, 논의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될 지도 관심사입니다. 구체적으로 비건 부장관이 '한미워킹그룹'의 미국 측 실무대표인 만큼 이와 관련된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미 워킹그룹'은 북한 측이 남북 정상 간 합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관계 진전의 걸림돌'로 지목했던 대표적 협의기구입니다. 이에 더해 북한의 추가 도발 자제를 요청하거나 북미 협상으로 복귀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한미 사이 가장 큰 현안 가운데 하나인 방위비 협상에 대한 압박도 예상됩니다.

지난해 12월 스티브 비건 당시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을 상대로 직접 만나자고 제안하고 있다.
비건 부장관이 판문점 등을 통해 북한과 직접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해 12월 방한 당시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직접 만나자고 북측에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비건 부장관은 "지금 우리의 일을 할 때다. 이제 그 일을 끝내자.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어떻게 접촉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습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연말' 시한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 시점이었지만 비건 부장관의 바람대로 대화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에 앞선 8월 방한 때 역시 애초 2박 3일 일정을 3박 4이라 연장하면서까지 북한의 응답을 기다렸지만 끝내 성사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북한이 국경까지 전면 폐쇄한 상황에서 이번 방한 기간 도중 비건 부장관 측과 북한 측이 직접적인 면담을 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 전망입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현지시각 29일 한 싱크탱크가 주최한 화상 행사에 참석해 향후 북미 협상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10월 '깜짝 선물' 가능성은?

비건 부장관은 현지시각 29일 한 싱크탱크가 주최한 화상 회의에 참석해 "북한을 향한 외교의 문을 항상 열어두겠다"며 "미국과 북한이 양쪽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당한 진전을 만들어낼 시간이 여전히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11월에 예정된 미국 대선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입니다.

최근 한 외신은 트럼프 행정부 인사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이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의 의중을 살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1월 대선 직전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10월쯤 '깜짝 선물'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었습니다. 이 선물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낮은 단계'의 합의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대량 살상무기 일부를 동결하고,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협상이 추진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이 이런 장밋빛 전망에 부응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비건 부장관 자신도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미국 대선 전에 또 다른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북한과의 협의는 "우리한테만이 아니라 북한에 달려있다"며 북한의 호응이 모든 진전의 전제조건임을 공연히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이렇다 할 호응이 없다면 비건 부장관의 방한은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발 악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메시지 관리 차원에 머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대선 전 북한과 협상 진전을 타진할 마지막 시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에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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