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시사] “소방관들, 수면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로 시달려…상담 통한 해소 필요해”

입력 2020.07.0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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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출동 소방관, 수면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해소차원에서 상담 필요해
- 소방관 슈퍼맨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약한 모습 드러내 치료받는데 부담감 있어
- 언론에 나오는 것보다 자괴감 느끼는 때 비일비재해

■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방송시간 : 7월 1일(수) 07:20-08:57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
■ 출연 : 이숙진 소방위 (경기도 북부소방재난본부 소담센터)


▷ 김경래 : 우리 사회 곳곳에 작은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시간입니다. <지금을 을밀때>. 오늘은 소방관들 이야기 좀 들어보겠습니다. 국민들, 시민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분들이죠. 그런데 이분들이 스스로 현장들을 다니다 보면 굉장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최근에 법원이 사고 현장에서 구조 업무를 하다가 정신질환을 얻어서 안타깝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방관의 죽음에 대해서 순직으로 인정을 해야 된다, 이런 판결도 나왔어요. 그런데 순직으로 인정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런 소방관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 이런 것들은 일반 사람들의 10배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이 숫자로는 감이 안 오시죠.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동료 소방공무원들의 상담을 맡고 계신 분입니다. 소담센터라는 곳을 운영하고 계신 이숙진 소방위 연결해서 관련 이야기 좀 여쭤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숙진 : 안녕하세요? 경기도 북부 소방재난본부 소담센터에 근무하는 소방관 이숙진입니다.

▷ 김경래 : 이숙진 소방관님도 원래는 현장에서 근무하셨던 분인 거죠?

▶ 이숙진 : 네, 저도 구급대원입니다.

▷ 김경래 : 구급대원으로 활동하시다가 지금은 이런 상담 업무를 하게 되셨는데 이건 한 얼마나 되셨어요?

▶ 이숙진 : 제가 2007년부터 상담학부 공부를 시작했고요. 16년에 석사를 마치고 17년부터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 김경래 : 그러면 지금 구급대원도 하시면서 상담 업무도 하시고 이런 상황인 건가요?

▶ 이숙진 : 아니요, 지금은 소담센터에서 상담 업무만 하고 있고요.

▷ 김경래 : 소담센터라는 것은 이름이 뭐죠?

▶ 이숙진 : 소담은 원래 소방공무원 동료 상담의 약자로 시작됐고요.

▷ 김경래 : 그런데 이 일을 처음에 공부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계기신가요?

▶ 이숙진 : 저도 2001년에 소방서에 구급대원으로 들어와서요. 구급차를 타면서 현장 활동을 지속적으로 7년, 8년 하다 보니까 그 당시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인지 몰랐는데 마음이 어렵고 힘들고 근무를 더 이상 못하겠다는 그런 상황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회사에서 신청해준 곳에 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그 상담사님이 제 얘기를 전혀 공감을 못하시는 거예요. 인터넷에서 보셨던 소방관들 고생하신다, 되게 어려움 많다. 그런 거 힘드시겠다, 이런 이야기만 하시면서 저에게 계속 질문만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그다음 상황은 어떻게 됐는지 현장 활동은 그러면 어떤 거였는지 이런 질문을 계속 받으면서 내가 과연 이것에 대한 공감을 전혀 받고 있는 게 맞는 건지, 돌아왔을 때 좀 해소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공부를 내가 직접 해봐야겠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 김경래 : 그런데 구급대원 활동을 하시면서 업무를 하시면서 그리고 또 불 끄러 화재현장 가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 부분이에요? 직접 경험하신 부분도 있고 상담을 하신 내용도, 동료분들한테 들었던 내용도 있으실 텐데 어떤 부분을 가장 힘들어하십니까?

▶ 이숙진 : 소방관들도 사실은 소방관이기 전에 사람이고 가정을 이끄는 가장 그렇잖아요. 그런데 현장 활동 저희가 일반인들이 잘 경험하지 못하는 외상 사건이나 교통사고, 위급한 상황에 늘 출동을 하잖아요. 처음에는 그냥 업무처럼 받아들이고 일이니까 일을 열심히 맡아서 하다가 어느 순간 그게 누적되고 쌓이면서 본인도 모르게 그런 증상들이 신체나 정신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 김경래 :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 거죠?

▶ 이숙진 : 우리 소방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사실은 수면장애거든요. 불규칙한 근무 패턴을 계속 진행, 몇 년쯤 하다보면 쉬어야 되는 시간에 집에 가서 잠을 푹 자야 되는데 잠을 잘 못 자고 출근해서는 또 일을 해야 되는데 피곤하고 그런 게 계속 누적되면 신체도 문제가 되고 바이오리듬도 틀어지고 그러면서 생활도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사실은 그냥 저도 일반 사람이니까요. 일반인인데 가장 힘든 게 혹시 공포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죽음에 대한 공포. 이런 것들은 정말 인간이 극복하기가 힘든 부분이잖아요. 이런 부분들도 많이 있겠죠?

▶ 이숙진 : 같이 현장 근무했던 선배님들이 얘기해주신 부분인데 어떤 선배님은 지하 화재를 나갔는데요. 지하실 화재를 나갔는데 그 지하실 화재에서 아차하는 순간에 본인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그랬을 때 굉장히 공포가 극대화되고 내가 여기에서 살아나가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몇 초 동안에 굉장히 힘들었다고 해요. 그리고 그 경험이 계속 근무를 하면서도 되살아나고 다시 비슷한 지하실 현장 같은 데를 나가면 또 생각나고 그랬던 경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 김경래 : 그게 현장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지하실을 가도 그런 걸 느낄 정도일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게 그런 공포를 겪었으면 그거를 해소하거나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게 사실 우리나라가 여러 분야 다 마찬가지지만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잖아요. 소방관들은 어떤가요?

▶ 이숙진 : 그러니까 외상 후 스트레스라는 게 사실 본인이 인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이 모르는 경우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거든요. 그래서 저희 상담 같은 경우에는 동료 상담이 사실은 미리 그런 부분을 알아채주고 이런 부분은 어려움이 있으니까 해소가 필요하고 힐링이 필요하다. 좀 비워내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를 옆에서 해주는 게 사실 동료 상담이에요.

▷ 김경래 : 그러면 직접 찾아가셔서 현장에 가셔서 동료분들 만나시는 거예요? 기다리는 게 아니라?

▶ 이숙진 : 그러니까 저희를 찾아오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희가 항목을 정해놓고 어떤 현장을 출동했거나 어떤 이벤트가 있을 때는 이거는 심리적 외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럴 때는 이러이러한 해소 프로그램을 하면 좋겠다, 이렇게 저희가 만들어놓고 부르기도 하는 거죠.

▷ 김경래 : 이게 그런데 지금 인력이 한 몇 명 되십니까?

▶ 이숙진 : 저희가 17년에는 둘이 시작해서 작년까지 2명이 계속 활동을 했었고요. 올 4월 1일자로 저희가 조직 개편이 되면서 현재는 상담사 3명에 행정하시는 분이랑 소장님이랑 해서 5명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아니, 그런데 5명이 이게 가능해요? 소방관 조직이 엄청 큰 조직인데.

▶ 이숙진 : 그런데 아직은 뭐 많이 어려움이 있지만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앞으로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경래 : 시작하는 단계다. 혹시 상담 업무를 하실 때 거부감이나 이런 걸 느끼십니까? 동료분들이? 내가 왜 상담을 받아야 되느냐? 이런.

▶ 이숙진 : 그런 것도 있어요. 왜냐하면 기존에 직원분들 중에는 저희가 소방관이 슈퍼맨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 김경래 : 그렇죠. 영웅, 이런 이미지가 강하죠.

▶ 이숙진 : 그래서 일반인보다 나는 좀 건강해야 되고 강해야 되고 용감해야 되고 이렇게 좀 늘 생각하고 있다가 본인이 약해지는 모습이나 어디가 아프다는 것을 드러내서 치료를 받거나 얘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요, 직원들이. 그래서 상담을 받으면 일단 내가 뭔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객관화하는 것 같아서 직원들이 꺼려하는 부분이 아직까지도 있습니다.

▷ 김경래 : 그럴 때 뭐라고 이야기하십니까, 동료분한테 상담을 시작할 때?

▶ 이숙진 : 일단 저 같은 경우는 직무 상담을 할 때 저도 구급대원으로 근무했었고 소방관이니까 이러이러한 상황일 때는 사실 본인도 모르고 있지만 해소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 상담 치료나 뭔가 근거가 남는 게 아니니까 나랑 같이 이야기하고 필요한 부분을 전문기관에 가서 치료도 받는 게 좋겠다고 계속 이렇게 독려하는 편입니다.

▷ 김경래 : 평가들은 어떠세요, 동료분들? 나중에 받고 나서 여러 가지 개인적으로나 아니면 공식적으로나 평가나 후기나 이런 거 남길 텐데, 뭐라고들 하십니까?

▶ 이숙진 : 제가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는데 사실 저희 동료 상담이 맛집처럼 가보니까 좋았어, 너도 가봐, 이게 좋아, 먹어보니 정말 맛있더라, 이런 평을 받는 것은 사실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저희 센터를 다녀가고 저와 만나고 저와 동료 상담을 통해서 현재 건강하게 근무하고 있는 소방관들이 가끔 저희에게 잘 지내고 있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이렇게 연락을 주면 좀 보람이 있고 하다가 요즘에 다시 힘들어질 것 같아요, 그러면 다시 또 방법을 찾고 이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아까 죽음에 대한 공포를 말씀하셨는데, 그것 말고도 많이 있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 같은 것들. 몇 가지 좀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어떤 부분이 구급대원이나 소방대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들인지.

▶ 이숙진 : 그러면 저랑 상담했던 사례는 오픈하기가 조금 예민한 부분이 있어서요. 제가 구급대원이었을 때랑 상황실에 근무했을 때 상황을 말씀드리면 저희는 사실 도와주러 어떤 상황에서 그분들에게 도움을 주러 현장에 가는데 그분들 중에는 만취가 되신 분도 계시고 굉장히 화가 난 상태에서 저희를 만나는 분들도 계세요. 그러면 그 화가 사실은 화살이 저희한테 오거든요. 조금이라도 말을 불편하게 하면 그거에 대해서 꼬투리를 잡고 계속 물고 넘어진다거나 아니면 이유 없이 그냥 만취자에게 뺨이라도 한 대 맞는다거나 이런 일들이 솔직히 사실은 비일비재해요, 언론에 나온 것보다도 사실은 많아서 그럴 때 느끼는 자괴감이나 직원들이 내가 도와주러 갔는데 왜 이렇게 모르는 사람한테 비난을 받고 맞기까지 해야 될까? 내가 이러려고 소방관을 하고 있나, 이런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지금 아까 말씀하셨는데, 인력이 5명이라고 하셨잖아요, 소담센터가. 조금 더 지원이나 이런 것들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어떤 부분들이 더 필요한지 정책적으로. 그런 것도 좀 들어봐야겠네요.

▶ 이숙진 : 저희가 사실은 소방공무원이 현장직이 80%라 교대근무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현장 활동은 사실 24시간 진행이 되고 있고 24시간 내내 심리적 외상을 받을 사건이 많이 있는데, 저희 상담사는 사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18시에 퇴근을 하고 주말은 쉬거든요. 그럴 때 상황이 발생되면 저희가 투입되기도 하지만 인력이 최대한 한 9명 이상은 돼서 3교대로 돌아가면서 직원들과 함께하면 더 좋을 것 같고 그리고 경기 북부만 11개 소방서 3천 명 정도 돼요. 그런데 그 직원을 저희가 3명이 나눠도 1명당 1천 명 정도 맡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부분이 조금 상담사가 보강이 된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경기 북부는 그런데 다른 지역들도 이런 게 마련되어 있습니까?

▶ 이숙진 : 저희 같은 경우에는 16년부터 상담사 특채가 임용이 됐고요. 지금 전남이랑 경북, 부산, 인천, 충남 저희 센터를 벤치마킹하고 가서 올해부터는 순차적으로 그쪽 지역도 이런 동료 상담 센터를 만들려고 구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사실 소방관들의 안전이라든지 건강이라든지 사실 우리 일반 시민들을 위해서 지켜야 될 부분인데, 마지막으로 소방관님 하시고 싶은 말씀, 국민들에게 혹은 정책당국자에게 동료들에게 뭐든지 좋으니까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듣고 마무리하죠.

▶ 이숙진 : 저희가 아프거나 불편한 것은 사실 창피하거나 숨길 일이 아니거든요.

▷ 김경래 : 그럼요.

▶ 이숙진 : 고장나면 고치고 아프면 치료받고 불편하면 불편한 부분을 해결하면 되는데 내가 이게 불편한 게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몰라요, 직원들이. 나 스스로 잘 돌아보고 살펴서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라고 그러면 국민들에게는 코로나가 모두 힘든 시기에 코로나로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잖아요. 모두가 하루빨리 평범했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그날까지 힘내시고 그리고 감염의 위험 속에서 현장 활동 중인 저희 소방관들을 위해서도 항상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저희들도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연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숙진 : 감사합니다.

▷ 김경래 : 경기도 북부 소방재난본부 소담센터의 이숙진 소방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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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강시사] “소방관들, 수면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로 시달려…상담 통한 해소 필요해”
    • 입력 2020-07-01 11:56:43
    최강시사
- 현장 출동 소방관, 수면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해소차원에서 상담 필요해
- 소방관 슈퍼맨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약한 모습 드러내 치료받는데 부담감 있어
- 언론에 나오는 것보다 자괴감 느끼는 때 비일비재해

■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방송시간 : 7월 1일(수) 07:20-08:57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
■ 출연 : 이숙진 소방위 (경기도 북부소방재난본부 소담센터)


▷ 김경래 : 우리 사회 곳곳에 작은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시간입니다. <지금을 을밀때>. 오늘은 소방관들 이야기 좀 들어보겠습니다. 국민들, 시민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분들이죠. 그런데 이분들이 스스로 현장들을 다니다 보면 굉장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최근에 법원이 사고 현장에서 구조 업무를 하다가 정신질환을 얻어서 안타깝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방관의 죽음에 대해서 순직으로 인정을 해야 된다, 이런 판결도 나왔어요. 그런데 순직으로 인정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런 소방관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 이런 것들은 일반 사람들의 10배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이 숫자로는 감이 안 오시죠.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동료 소방공무원들의 상담을 맡고 계신 분입니다. 소담센터라는 곳을 운영하고 계신 이숙진 소방위 연결해서 관련 이야기 좀 여쭤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숙진 : 안녕하세요? 경기도 북부 소방재난본부 소담센터에 근무하는 소방관 이숙진입니다.

▷ 김경래 : 이숙진 소방관님도 원래는 현장에서 근무하셨던 분인 거죠?

▶ 이숙진 : 네, 저도 구급대원입니다.

▷ 김경래 : 구급대원으로 활동하시다가 지금은 이런 상담 업무를 하게 되셨는데 이건 한 얼마나 되셨어요?

▶ 이숙진 : 제가 2007년부터 상담학부 공부를 시작했고요. 16년에 석사를 마치고 17년부터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 김경래 : 그러면 지금 구급대원도 하시면서 상담 업무도 하시고 이런 상황인 건가요?

▶ 이숙진 : 아니요, 지금은 소담센터에서 상담 업무만 하고 있고요.

▷ 김경래 : 소담센터라는 것은 이름이 뭐죠?

▶ 이숙진 : 소담은 원래 소방공무원 동료 상담의 약자로 시작됐고요.

▷ 김경래 : 그런데 이 일을 처음에 공부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계기신가요?

▶ 이숙진 : 저도 2001년에 소방서에 구급대원으로 들어와서요. 구급차를 타면서 현장 활동을 지속적으로 7년, 8년 하다 보니까 그 당시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인지 몰랐는데 마음이 어렵고 힘들고 근무를 더 이상 못하겠다는 그런 상황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회사에서 신청해준 곳에 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그 상담사님이 제 얘기를 전혀 공감을 못하시는 거예요. 인터넷에서 보셨던 소방관들 고생하신다, 되게 어려움 많다. 그런 거 힘드시겠다, 이런 이야기만 하시면서 저에게 계속 질문만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그다음 상황은 어떻게 됐는지 현장 활동은 그러면 어떤 거였는지 이런 질문을 계속 받으면서 내가 과연 이것에 대한 공감을 전혀 받고 있는 게 맞는 건지, 돌아왔을 때 좀 해소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공부를 내가 직접 해봐야겠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 김경래 : 그런데 구급대원 활동을 하시면서 업무를 하시면서 그리고 또 불 끄러 화재현장 가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 부분이에요? 직접 경험하신 부분도 있고 상담을 하신 내용도, 동료분들한테 들었던 내용도 있으실 텐데 어떤 부분을 가장 힘들어하십니까?

▶ 이숙진 : 소방관들도 사실은 소방관이기 전에 사람이고 가정을 이끄는 가장 그렇잖아요. 그런데 현장 활동 저희가 일반인들이 잘 경험하지 못하는 외상 사건이나 교통사고, 위급한 상황에 늘 출동을 하잖아요. 처음에는 그냥 업무처럼 받아들이고 일이니까 일을 열심히 맡아서 하다가 어느 순간 그게 누적되고 쌓이면서 본인도 모르게 그런 증상들이 신체나 정신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 김경래 :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 거죠?

▶ 이숙진 : 우리 소방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사실은 수면장애거든요. 불규칙한 근무 패턴을 계속 진행, 몇 년쯤 하다보면 쉬어야 되는 시간에 집에 가서 잠을 푹 자야 되는데 잠을 잘 못 자고 출근해서는 또 일을 해야 되는데 피곤하고 그런 게 계속 누적되면 신체도 문제가 되고 바이오리듬도 틀어지고 그러면서 생활도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사실은 그냥 저도 일반 사람이니까요. 일반인인데 가장 힘든 게 혹시 공포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죽음에 대한 공포. 이런 것들은 정말 인간이 극복하기가 힘든 부분이잖아요. 이런 부분들도 많이 있겠죠?

▶ 이숙진 : 같이 현장 근무했던 선배님들이 얘기해주신 부분인데 어떤 선배님은 지하 화재를 나갔는데요. 지하실 화재를 나갔는데 그 지하실 화재에서 아차하는 순간에 본인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그랬을 때 굉장히 공포가 극대화되고 내가 여기에서 살아나가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몇 초 동안에 굉장히 힘들었다고 해요. 그리고 그 경험이 계속 근무를 하면서도 되살아나고 다시 비슷한 지하실 현장 같은 데를 나가면 또 생각나고 그랬던 경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 김경래 : 그게 현장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지하실을 가도 그런 걸 느낄 정도일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게 그런 공포를 겪었으면 그거를 해소하거나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게 사실 우리나라가 여러 분야 다 마찬가지지만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잖아요. 소방관들은 어떤가요?

▶ 이숙진 : 그러니까 외상 후 스트레스라는 게 사실 본인이 인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이 모르는 경우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거든요. 그래서 저희 상담 같은 경우에는 동료 상담이 사실은 미리 그런 부분을 알아채주고 이런 부분은 어려움이 있으니까 해소가 필요하고 힐링이 필요하다. 좀 비워내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를 옆에서 해주는 게 사실 동료 상담이에요.

▷ 김경래 : 그러면 직접 찾아가셔서 현장에 가셔서 동료분들 만나시는 거예요? 기다리는 게 아니라?

▶ 이숙진 : 그러니까 저희를 찾아오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희가 항목을 정해놓고 어떤 현장을 출동했거나 어떤 이벤트가 있을 때는 이거는 심리적 외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럴 때는 이러이러한 해소 프로그램을 하면 좋겠다, 이렇게 저희가 만들어놓고 부르기도 하는 거죠.

▷ 김경래 : 이게 그런데 지금 인력이 한 몇 명 되십니까?

▶ 이숙진 : 저희가 17년에는 둘이 시작해서 작년까지 2명이 계속 활동을 했었고요. 올 4월 1일자로 저희가 조직 개편이 되면서 현재는 상담사 3명에 행정하시는 분이랑 소장님이랑 해서 5명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아니, 그런데 5명이 이게 가능해요? 소방관 조직이 엄청 큰 조직인데.

▶ 이숙진 : 그런데 아직은 뭐 많이 어려움이 있지만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앞으로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경래 : 시작하는 단계다. 혹시 상담 업무를 하실 때 거부감이나 이런 걸 느끼십니까? 동료분들이? 내가 왜 상담을 받아야 되느냐? 이런.

▶ 이숙진 : 그런 것도 있어요. 왜냐하면 기존에 직원분들 중에는 저희가 소방관이 슈퍼맨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 김경래 : 그렇죠. 영웅, 이런 이미지가 강하죠.

▶ 이숙진 : 그래서 일반인보다 나는 좀 건강해야 되고 강해야 되고 용감해야 되고 이렇게 좀 늘 생각하고 있다가 본인이 약해지는 모습이나 어디가 아프다는 것을 드러내서 치료를 받거나 얘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요, 직원들이. 그래서 상담을 받으면 일단 내가 뭔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객관화하는 것 같아서 직원들이 꺼려하는 부분이 아직까지도 있습니다.

▷ 김경래 : 그럴 때 뭐라고 이야기하십니까, 동료분한테 상담을 시작할 때?

▶ 이숙진 : 일단 저 같은 경우는 직무 상담을 할 때 저도 구급대원으로 근무했었고 소방관이니까 이러이러한 상황일 때는 사실 본인도 모르고 있지만 해소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 상담 치료나 뭔가 근거가 남는 게 아니니까 나랑 같이 이야기하고 필요한 부분을 전문기관에 가서 치료도 받는 게 좋겠다고 계속 이렇게 독려하는 편입니다.

▷ 김경래 : 평가들은 어떠세요, 동료분들? 나중에 받고 나서 여러 가지 개인적으로나 아니면 공식적으로나 평가나 후기나 이런 거 남길 텐데, 뭐라고들 하십니까?

▶ 이숙진 : 제가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는데 사실 저희 동료 상담이 맛집처럼 가보니까 좋았어, 너도 가봐, 이게 좋아, 먹어보니 정말 맛있더라, 이런 평을 받는 것은 사실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저희 센터를 다녀가고 저와 만나고 저와 동료 상담을 통해서 현재 건강하게 근무하고 있는 소방관들이 가끔 저희에게 잘 지내고 있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이렇게 연락을 주면 좀 보람이 있고 하다가 요즘에 다시 힘들어질 것 같아요, 그러면 다시 또 방법을 찾고 이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아까 죽음에 대한 공포를 말씀하셨는데, 그것 말고도 많이 있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 같은 것들. 몇 가지 좀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어떤 부분이 구급대원이나 소방대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들인지.

▶ 이숙진 : 그러면 저랑 상담했던 사례는 오픈하기가 조금 예민한 부분이 있어서요. 제가 구급대원이었을 때랑 상황실에 근무했을 때 상황을 말씀드리면 저희는 사실 도와주러 어떤 상황에서 그분들에게 도움을 주러 현장에 가는데 그분들 중에는 만취가 되신 분도 계시고 굉장히 화가 난 상태에서 저희를 만나는 분들도 계세요. 그러면 그 화가 사실은 화살이 저희한테 오거든요. 조금이라도 말을 불편하게 하면 그거에 대해서 꼬투리를 잡고 계속 물고 넘어진다거나 아니면 이유 없이 그냥 만취자에게 뺨이라도 한 대 맞는다거나 이런 일들이 솔직히 사실은 비일비재해요, 언론에 나온 것보다도 사실은 많아서 그럴 때 느끼는 자괴감이나 직원들이 내가 도와주러 갔는데 왜 이렇게 모르는 사람한테 비난을 받고 맞기까지 해야 될까? 내가 이러려고 소방관을 하고 있나, 이런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지금 아까 말씀하셨는데, 인력이 5명이라고 하셨잖아요, 소담센터가. 조금 더 지원이나 이런 것들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어떤 부분들이 더 필요한지 정책적으로. 그런 것도 좀 들어봐야겠네요.

▶ 이숙진 : 저희가 사실은 소방공무원이 현장직이 80%라 교대근무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현장 활동은 사실 24시간 진행이 되고 있고 24시간 내내 심리적 외상을 받을 사건이 많이 있는데, 저희 상담사는 사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18시에 퇴근을 하고 주말은 쉬거든요. 그럴 때 상황이 발생되면 저희가 투입되기도 하지만 인력이 최대한 한 9명 이상은 돼서 3교대로 돌아가면서 직원들과 함께하면 더 좋을 것 같고 그리고 경기 북부만 11개 소방서 3천 명 정도 돼요. 그런데 그 직원을 저희가 3명이 나눠도 1명당 1천 명 정도 맡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부분이 조금 상담사가 보강이 된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경기 북부는 그런데 다른 지역들도 이런 게 마련되어 있습니까?

▶ 이숙진 : 저희 같은 경우에는 16년부터 상담사 특채가 임용이 됐고요. 지금 전남이랑 경북, 부산, 인천, 충남 저희 센터를 벤치마킹하고 가서 올해부터는 순차적으로 그쪽 지역도 이런 동료 상담 센터를 만들려고 구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사실 소방관들의 안전이라든지 건강이라든지 사실 우리 일반 시민들을 위해서 지켜야 될 부분인데, 마지막으로 소방관님 하시고 싶은 말씀, 국민들에게 혹은 정책당국자에게 동료들에게 뭐든지 좋으니까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듣고 마무리하죠.

▶ 이숙진 : 저희가 아프거나 불편한 것은 사실 창피하거나 숨길 일이 아니거든요.

▷ 김경래 : 그럼요.

▶ 이숙진 : 고장나면 고치고 아프면 치료받고 불편하면 불편한 부분을 해결하면 되는데 내가 이게 불편한 게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몰라요, 직원들이. 나 스스로 잘 돌아보고 살펴서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라고 그러면 국민들에게는 코로나가 모두 힘든 시기에 코로나로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잖아요. 모두가 하루빨리 평범했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그날까지 힘내시고 그리고 감염의 위험 속에서 현장 활동 중인 저희 소방관들을 위해서도 항상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저희들도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연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숙진 : 감사합니다.

▷ 김경래 : 경기도 북부 소방재난본부 소담센터의 이숙진 소방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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