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폰으로 남의 집 거실이 보여?!…어느 가정용 CCTV의 ‘오류’

입력 2020.07.01 (17:00) 수정 2020.07.0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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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CCTV 보려고 내 휴대전화를 켰더니 남의 집 거실이 실시간으로 보였다면 어떨까요? 황당하고 섬뜩할텐데요. 지난 주말 실제로 있었던 한 가정용 CCTV 이용자의 이야기입니다.

■"남의 집 거실 상황이 내 폰에서 보여?!"

충남 아산에 사는 42살 유초은 씨는 말티즈 두 마리 '랑이', '미니'를 키우는데요. 집을 비울 때 '랑이'와 '미니'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LGu+ 가정용 CCTV '맘카'를 집에 설치한 지는 4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던 지난주 토요일(27일), 유 씨는 집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맘카를 작동하려고 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연결이 끊어졌는데요. 서둘러 귀가해 다시 연결하기로 했습니다.

집에 도착한 유 씨, 맘카 앞으로 다가가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맘카 기기 등록을 해지하는 등 초기화부터 했습니다. 그리고 LGu+가 제공한 매뉴얼대로 기기 재등록을 시도했습니다.

스마트폰 맘카 앱에서 "AJ"로 시작하는 맘카 기기 신호가 하나 떠서 그걸 선택했습니다. 비밀번호 칸에는 매뉴얼에 따라 "uplus + (신호가 잡힌 기기 고유번호 6자리)"를 입력해 설정을 마쳤습니다. 물론 와이파이는 유 씨가 수시로 비밀번호를 바꾸는 유 씨 집 와이파이를 잡았습니다.

스마트폰과 맘카 기기 연결 화면, 비밀번호는 “uplus”에 신호가 잡힌 기기 뒷번호 6자리를 조합하는 패턴이다스마트폰과 맘카 기기 연결 화면, 비밀번호는 “uplus”에 신호가 잡힌 기기 뒷번호 6자리를 조합하는 패턴이다

그러자 유 씨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낯선 장면이 떴습니다. 분명 가정집 거실이긴 했는데, 벽지 색은 유 씨의 집과 달랐습니다. 소리를 켜보니 아기 소리와 그 아기의 엄마 같은 여자의 목소리, TV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남의 집 거실이었던 겁니다. 깜짝 놀란 유 씨는 곧바로 기기등록을 해지하고 맘카의 전원선을 뽑아버렸습니다.

■LGu+ "절대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이해 안 돼"

"절대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

유초은 씨의 전화를 받은 LGu+ 고객센터 기술부의 첫 반응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 믿지 않았던 LGu+는 유 씨 집으로 서비스 기사를 보냈는데요. 월요일인 지난달 29일 유 씨네 집 맘카를 살펴본 서비스 기사는 "고객의 집 기기가 아닌 기기 신호가 떴고 그 신호를 누르고 들어가서 남의 집이 보인 것", "이런 일은 처음, 잘 모르겠다"라고 말할 뿐 왜 유 씨의 스마트폰에 남의 집 맘카 신호가 뜬 건지 어떻게 쉽게 접속이 된 건지는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넷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LGu+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다음날인 30일 유 씨에게 고객만족실 팀장의 전화가 왔는데요. 맘카 개발 담당자와 상급부서에서 유 씨를 방문해 사과하겠다는 겁니다. 오늘(1일) 오전에도 고객보호실 팀장이 유 씨에게 또 전화해 방문 사과를 약속했는데요. 일단 비춰진 '남의 집'이 어느 집인지는 모르겠지만, 놀란 유 씨한테 사과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스마트폰과 맘카 기기 연결 ‘로그인’ 화면, 신호가 잡힌 기기 뒷번호 6자리를 조합한다스마트폰과 맘카 기기 연결 ‘로그인’ 화면, 신호가 잡힌 기기 뒷번호 6자리를 조합한다

하지만 LGu+는 아직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할 뿐인데요. 예상하지 못했던 오류에 대해 이해가 안 된다면서도 당시 상황과 관련된 로그 분석 등 다각도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2018년 국내 가정집 등에 설치된 IP 카메라 약 5천 대가 해킹되는 사례가 있은 뒤, 유사 사례가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남의 집 거실이 보이는 문제'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과 보안 강화 대책은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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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폰으로 남의 집 거실이 보여?!…어느 가정용 CCTV의 ‘오류’
    • 입력 2020-07-01 17:00:26
    • 수정2020-07-01 17:24:49
    취재K
우리집 CCTV 보려고 내 휴대전화를 켰더니 남의 집 거실이 실시간으로 보였다면 어떨까요? 황당하고 섬뜩할텐데요. 지난 주말 실제로 있었던 한 가정용 CCTV 이용자의 이야기입니다.

■"남의 집 거실 상황이 내 폰에서 보여?!"

충남 아산에 사는 42살 유초은 씨는 말티즈 두 마리 '랑이', '미니'를 키우는데요. 집을 비울 때 '랑이'와 '미니'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LGu+ 가정용 CCTV '맘카'를 집에 설치한 지는 4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던 지난주 토요일(27일), 유 씨는 집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맘카를 작동하려고 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연결이 끊어졌는데요. 서둘러 귀가해 다시 연결하기로 했습니다.

집에 도착한 유 씨, 맘카 앞으로 다가가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맘카 기기 등록을 해지하는 등 초기화부터 했습니다. 그리고 LGu+가 제공한 매뉴얼대로 기기 재등록을 시도했습니다.

스마트폰 맘카 앱에서 "AJ"로 시작하는 맘카 기기 신호가 하나 떠서 그걸 선택했습니다. 비밀번호 칸에는 매뉴얼에 따라 "uplus + (신호가 잡힌 기기 고유번호 6자리)"를 입력해 설정을 마쳤습니다. 물론 와이파이는 유 씨가 수시로 비밀번호를 바꾸는 유 씨 집 와이파이를 잡았습니다.

스마트폰과 맘카 기기 연결 화면, 비밀번호는 “uplus”에 신호가 잡힌 기기 뒷번호 6자리를 조합하는 패턴이다
그러자 유 씨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낯선 장면이 떴습니다. 분명 가정집 거실이긴 했는데, 벽지 색은 유 씨의 집과 달랐습니다. 소리를 켜보니 아기 소리와 그 아기의 엄마 같은 여자의 목소리, TV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남의 집 거실이었던 겁니다. 깜짝 놀란 유 씨는 곧바로 기기등록을 해지하고 맘카의 전원선을 뽑아버렸습니다.

■LGu+ "절대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이해 안 돼"

"절대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

유초은 씨의 전화를 받은 LGu+ 고객센터 기술부의 첫 반응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 믿지 않았던 LGu+는 유 씨 집으로 서비스 기사를 보냈는데요. 월요일인 지난달 29일 유 씨네 집 맘카를 살펴본 서비스 기사는 "고객의 집 기기가 아닌 기기 신호가 떴고 그 신호를 누르고 들어가서 남의 집이 보인 것", "이런 일은 처음, 잘 모르겠다"라고 말할 뿐 왜 유 씨의 스마트폰에 남의 집 맘카 신호가 뜬 건지 어떻게 쉽게 접속이 된 건지는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넷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LGu+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다음날인 30일 유 씨에게 고객만족실 팀장의 전화가 왔는데요. 맘카 개발 담당자와 상급부서에서 유 씨를 방문해 사과하겠다는 겁니다. 오늘(1일) 오전에도 고객보호실 팀장이 유 씨에게 또 전화해 방문 사과를 약속했는데요. 일단 비춰진 '남의 집'이 어느 집인지는 모르겠지만, 놀란 유 씨한테 사과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스마트폰과 맘카 기기 연결 ‘로그인’ 화면, 신호가 잡힌 기기 뒷번호 6자리를 조합한다
하지만 LGu+는 아직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할 뿐인데요. 예상하지 못했던 오류에 대해 이해가 안 된다면서도 당시 상황과 관련된 로그 분석 등 다각도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2018년 국내 가정집 등에 설치된 IP 카메라 약 5천 대가 해킹되는 사례가 있은 뒤, 유사 사례가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남의 집 거실이 보이는 문제'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과 보안 강화 대책은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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