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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홍콩보안법 표적 54인 그들은 누구인가?
입력 2020.07.03 (07:01) 특파원 리포트
홍콩보안법은 예정대로 제정됐고, 홍콩 민주세력은 기약 없는 싸움을 시작했다. 평생을 감옥에 갇혀 지낼 수도 있는 싸움이다. 7월 1일 보안법 시행 첫날, 10명이 이미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15살 청소년도 포함됐다.

지금 홍콩 상황은 한국 현대사를 빼닮았다. 한국의 많은 의로운 이들도 과거 권위주의 군사정부 체제에 맞서 싸웠다. 당시 그들의 심정도 지금 홍콩인들과 마찬가지였을 거다. '이 싸움의 끝은 어디일까?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위 사진은 5월 28일 홍콩 인터넷에 올라온 이른바 홍콩보안법 표적 54인이다. 홍콩을 혼란에 빠트린 책임을 물어 처벌해야 할 인물이라는 거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친중세력이 게시한 건 분명해 보인다. 그들은 무슨 죄를 지은 걸까? 포스터에 적힌 죄목을 있는 그대로 읽어보자.


조슈아 웡은 국제사회에 가장 많이 알려진 홍콩의 민주화 운동 인사다. 17살의 나이에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을 주도했다. 미국의 '홍콩 인권법' 제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를 "중국인 신분으로 사방팔방 다니면서 외국에 내정 간섭을 구걸하는 자"로 평가했다.

지미라이는 의류 상표 '지오다노(Giordano)' 창업자이자 홍콩의 대표적 반중국 매체 '빈과일보' 사주다. 중국 광둥 성 출신으로 성공한 사업가였던 지미라이가 민주화 운동가로 변신한 건 1989년 천안문 사건 때문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민해방군 진압으로 수천 명이 숨진 역사적 사건이 평범한 사업가를 투사로 만든 것이다.


마틴 리는 홍콩 최대 야당 민주당을 창당한 주역이다. 리척얀은 매년 6월 4일 홍콩에서 천안문 사건 추모 집회를 주도하는 단체의 대표다. 모두 중국 정부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우리 국회 격인 홍콩 입법회 의원들도 무더기로 이름을 올렸다. 모두 16명이다. 범민주파 계열로 모두 야당 소속이다. 이들 이름 아래에도 외국 세력과 결탁해 중국 정권을 전복하려 했다는 죄목이 붙어 있다.


이들 외에도 작년 송환법 반대투쟁을 주도했던 단체의 인물, 진보적 성격의 학자와 변호사, 노동단체 대표 등도 포함됐다. 이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23년 전 중국이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한 약속을 지키라는 거다. 홍콩은 홍콩인이 통치하고,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고도의 자치를 보장한다는 약속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일국양제'를 지키라고 주장하는 건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다만 중국 정부는 '일국'에, 이들은 '양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

중국이 생각하는 홍콩 민주화운동

홍콩의 자율성을 보장하라는 이들의 주장을 중국 정부는 불순한 독립 시도로 해석한다. 그것도 미국 등 서방세계를 등에 업고 벌이는 '체제 전복' 불장난이라는 거다. 지난해 터져 나온 송환법 반대 시위도 색깔 혁명으로 규정한다. 송환법 반대로 포장됐지만, 핵심은 체제 전복 시도라는 거다.

그래서 안타까운 건 이들이 표적 명단에 오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거다. 홍콩에 설립된 중국 정부 '국가안보처'가 이들을 놔둘 리 없다.

중국 정법대 문일현 교수는 중국 정부가 보안법을 만든 이유가 민주화 세력이 중심이 된 홍콩 내 시민운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 교수는 "홍콩 내 민주세력을 내버려둘 경우 같은 요구가 중국 본토로 확산할 수 있고, 또 타이완과 손을 잡기라도 하는 날에는 통치 이념인 타이완 통일과 일국양제 모두 물거품이 될 것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또 서방세계가 홍콩을 반중국 전초기지로 활용해 중국 문제에 계속 개입하려는 시도를 차제에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방세계가 아무리 압박한 들 중국은 되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거다. 표적 명단 54인과 홍콩 민주세력의 운명이 걱정스러운 이유다.


이 싸움의 끝은 어디일까?

대한민국에서도 과거 질 게 뻔한 싸움을 했던 사람들이 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권위주의 군사정부 시절 이야기다. 어떤 이는 제 몸에 불을 살랐다. 또 어떤 이는 모진 고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러졌다. 용케 고문을 이겨내도 오랜 시간을 교도소 독방에서 또 버텨야 했다.

그러기를 수십 년, 한국 민주화운동은 세대를 이어가며 계속됐다. 철옹성 같았던 군사정부의 서슬도 한순간 눈 녹듯 녹아내렸다. 이 싸움의 끝은 어디일까? 그 끝을 보려고 수많은 사람이 생겨나고, 또 생겨난 덕분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들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2001년 관련 법까지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홍콩 민주인사들도 한국과 같은 상황을 꿈꾸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맞서야 하는 대상은 과거 한국 상황과 비교해 보아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홍콩인들도 세대를 이어가며 버틸 수 있을까? 홍콩의 미래가 궁금하다.
  • [특파원리포트] 홍콩보안법 표적 54인 그들은 누구인가?
    • 입력 2020-07-03 07:01:37
    특파원 리포트
홍콩보안법은 예정대로 제정됐고, 홍콩 민주세력은 기약 없는 싸움을 시작했다. 평생을 감옥에 갇혀 지낼 수도 있는 싸움이다. 7월 1일 보안법 시행 첫날, 10명이 이미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15살 청소년도 포함됐다.

지금 홍콩 상황은 한국 현대사를 빼닮았다. 한국의 많은 의로운 이들도 과거 권위주의 군사정부 체제에 맞서 싸웠다. 당시 그들의 심정도 지금 홍콩인들과 마찬가지였을 거다. '이 싸움의 끝은 어디일까?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위 사진은 5월 28일 홍콩 인터넷에 올라온 이른바 홍콩보안법 표적 54인이다. 홍콩을 혼란에 빠트린 책임을 물어 처벌해야 할 인물이라는 거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친중세력이 게시한 건 분명해 보인다. 그들은 무슨 죄를 지은 걸까? 포스터에 적힌 죄목을 있는 그대로 읽어보자.


조슈아 웡은 국제사회에 가장 많이 알려진 홍콩의 민주화 운동 인사다. 17살의 나이에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을 주도했다. 미국의 '홍콩 인권법' 제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를 "중국인 신분으로 사방팔방 다니면서 외국에 내정 간섭을 구걸하는 자"로 평가했다.

지미라이는 의류 상표 '지오다노(Giordano)' 창업자이자 홍콩의 대표적 반중국 매체 '빈과일보' 사주다. 중국 광둥 성 출신으로 성공한 사업가였던 지미라이가 민주화 운동가로 변신한 건 1989년 천안문 사건 때문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민해방군 진압으로 수천 명이 숨진 역사적 사건이 평범한 사업가를 투사로 만든 것이다.


마틴 리는 홍콩 최대 야당 민주당을 창당한 주역이다. 리척얀은 매년 6월 4일 홍콩에서 천안문 사건 추모 집회를 주도하는 단체의 대표다. 모두 중국 정부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우리 국회 격인 홍콩 입법회 의원들도 무더기로 이름을 올렸다. 모두 16명이다. 범민주파 계열로 모두 야당 소속이다. 이들 이름 아래에도 외국 세력과 결탁해 중국 정권을 전복하려 했다는 죄목이 붙어 있다.


이들 외에도 작년 송환법 반대투쟁을 주도했던 단체의 인물, 진보적 성격의 학자와 변호사, 노동단체 대표 등도 포함됐다. 이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23년 전 중국이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한 약속을 지키라는 거다. 홍콩은 홍콩인이 통치하고,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고도의 자치를 보장한다는 약속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일국양제'를 지키라고 주장하는 건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다만 중국 정부는 '일국'에, 이들은 '양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

중국이 생각하는 홍콩 민주화운동

홍콩의 자율성을 보장하라는 이들의 주장을 중국 정부는 불순한 독립 시도로 해석한다. 그것도 미국 등 서방세계를 등에 업고 벌이는 '체제 전복' 불장난이라는 거다. 지난해 터져 나온 송환법 반대 시위도 색깔 혁명으로 규정한다. 송환법 반대로 포장됐지만, 핵심은 체제 전복 시도라는 거다.

그래서 안타까운 건 이들이 표적 명단에 오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거다. 홍콩에 설립된 중국 정부 '국가안보처'가 이들을 놔둘 리 없다.

중국 정법대 문일현 교수는 중국 정부가 보안법을 만든 이유가 민주화 세력이 중심이 된 홍콩 내 시민운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 교수는 "홍콩 내 민주세력을 내버려둘 경우 같은 요구가 중국 본토로 확산할 수 있고, 또 타이완과 손을 잡기라도 하는 날에는 통치 이념인 타이완 통일과 일국양제 모두 물거품이 될 것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또 서방세계가 홍콩을 반중국 전초기지로 활용해 중국 문제에 계속 개입하려는 시도를 차제에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방세계가 아무리 압박한 들 중국은 되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거다. 표적 명단 54인과 홍콩 민주세력의 운명이 걱정스러운 이유다.


이 싸움의 끝은 어디일까?

대한민국에서도 과거 질 게 뻔한 싸움을 했던 사람들이 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권위주의 군사정부 시절 이야기다. 어떤 이는 제 몸에 불을 살랐다. 또 어떤 이는 모진 고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러졌다. 용케 고문을 이겨내도 오랜 시간을 교도소 독방에서 또 버텨야 했다.

그러기를 수십 년, 한국 민주화운동은 세대를 이어가며 계속됐다. 철옹성 같았던 군사정부의 서슬도 한순간 눈 녹듯 녹아내렸다. 이 싸움의 끝은 어디일까? 그 끝을 보려고 수많은 사람이 생겨나고, 또 생겨난 덕분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들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2001년 관련 법까지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홍콩 민주인사들도 한국과 같은 상황을 꿈꾸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맞서야 하는 대상은 과거 한국 상황과 비교해 보아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홍콩인들도 세대를 이어가며 버틸 수 있을까? 홍콩의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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