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죽지 않게]① 죽은 자리에서 또 죽다
입력 2020.07.04 (06:50)
수정 2020.07.04 (07:4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KBS는 일터에서 숨지거나 다치는 노동자들의 산업 재해 문제를 연속 기획으로 고민해봅니다.
오늘은 노동자들이 일하다 숨진 바로 그곳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숨지는 이른바 죽음의 일터를 고발합니다.
먼저 고아름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내 2위 규모의 철강업체, 면적이 여의도 2배에 이르는 현대제철 당진 공장입니다.
지난 10년간 이곳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24명.
그 가운데 6명은 가스 사고였습니다.
[현대제철 하청 노동자A : "가스가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딱히 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위험한 건 알고 있는데 급하게 (작업을) 하다 보니까..."]
사람이 죽어가도 일터는 여전히 '죽음의 경계' 어딘가에 있습니다.
지난 3월 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됐고, 그다음 달에도 13명이 가스 누출로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현대제철 하청 노동자 B : "응급차에 탔는데 엄청 서럽더라고요.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위험한 곳에서 작업해야 할까, 더 나은 환경에서 작업하면 안 되는 걸까..."]
사고 당시 작업장 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측정 불가'였습니다.
정상 범위는 30ppm이지만, 500ppm을 초과해 측정 자체가 불가능했던 겁니다.
노동자들에게 제공된 보호장비는 가스 측정기가 전부였습니다.
[현대제철 하청노동자 A : "30ppm 이상이면 원래는 쉬었다가 작업을 하든 매뉴얼이 있기는 한데, 빨리빨리 진행하는 게 일상화 된 것 같아요."]
가스 농도가 올라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작업을 바로 중단할 수 있게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요청을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전체 공정이 늦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현대제철 노동자B : "사람보다는 효율이구나… 일회용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작업하다가 다쳐도 다른 사람이 하면 되니까..."]
62살 김 모 씨에게 시멘트 공장은 30년 세월을 바친 곳이었습니다.
지난 5월 김 씨는 혼자 설비 점검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어 숨졌습니다.
[김수찬/유가족 : "누가 있었다면 바로 얘기하고, 그래도 어떤 조치를 해보고… 사실 언제 돌아가신지도, 언제 낀지도 모르는 거예요."]
사고 두 달 전에도 같은 설비에서 일하던 또 다른 일용직 노동자가 다쳤습니다.
마찬가지로 몸이 낀 사고였습니다.
삼표 측은 사고 이후 2인 1조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얘기는 다릅니다.
[전 삼표시멘트 하청 노동자/음성변조 : "그거를 2인 1조로 한 달 동안 유지했었어요. 근데 운영상 이유로 어느 순간부터 한 사람은 생산 1팀, 한 사람은 생산 2팀 이렇게 나눠가지고..."]
지난 1년간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숨지거나 다친 노동자는 18명이나 됩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KBS는 일터에서 숨지거나 다치는 노동자들의 산업 재해 문제를 연속 기획으로 고민해봅니다.
오늘은 노동자들이 일하다 숨진 바로 그곳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숨지는 이른바 죽음의 일터를 고발합니다.
먼저 고아름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내 2위 규모의 철강업체, 면적이 여의도 2배에 이르는 현대제철 당진 공장입니다.
지난 10년간 이곳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24명.
그 가운데 6명은 가스 사고였습니다.
[현대제철 하청 노동자A : "가스가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딱히 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위험한 건 알고 있는데 급하게 (작업을) 하다 보니까..."]
사람이 죽어가도 일터는 여전히 '죽음의 경계' 어딘가에 있습니다.
지난 3월 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됐고, 그다음 달에도 13명이 가스 누출로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현대제철 하청 노동자 B : "응급차에 탔는데 엄청 서럽더라고요.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위험한 곳에서 작업해야 할까, 더 나은 환경에서 작업하면 안 되는 걸까..."]
사고 당시 작업장 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측정 불가'였습니다.
정상 범위는 30ppm이지만, 500ppm을 초과해 측정 자체가 불가능했던 겁니다.
노동자들에게 제공된 보호장비는 가스 측정기가 전부였습니다.
[현대제철 하청노동자 A : "30ppm 이상이면 원래는 쉬었다가 작업을 하든 매뉴얼이 있기는 한데, 빨리빨리 진행하는 게 일상화 된 것 같아요."]
가스 농도가 올라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작업을 바로 중단할 수 있게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요청을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전체 공정이 늦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현대제철 노동자B : "사람보다는 효율이구나… 일회용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작업하다가 다쳐도 다른 사람이 하면 되니까..."]
62살 김 모 씨에게 시멘트 공장은 30년 세월을 바친 곳이었습니다.
지난 5월 김 씨는 혼자 설비 점검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어 숨졌습니다.
[김수찬/유가족 : "누가 있었다면 바로 얘기하고, 그래도 어떤 조치를 해보고… 사실 언제 돌아가신지도, 언제 낀지도 모르는 거예요."]
사고 두 달 전에도 같은 설비에서 일하던 또 다른 일용직 노동자가 다쳤습니다.
마찬가지로 몸이 낀 사고였습니다.
삼표 측은 사고 이후 2인 1조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얘기는 다릅니다.
[전 삼표시멘트 하청 노동자/음성변조 : "그거를 2인 1조로 한 달 동안 유지했었어요. 근데 운영상 이유로 어느 순간부터 한 사람은 생산 1팀, 한 사람은 생산 2팀 이렇게 나눠가지고..."]
지난 1년간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숨지거나 다친 노동자는 18명이나 됩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일하다 죽지 않게]① 죽은 자리에서 또 죽다
-
- 입력 2020-07-04 07:32:42
- 수정2020-07-04 07:40:52
[앵커]
KBS는 일터에서 숨지거나 다치는 노동자들의 산업 재해 문제를 연속 기획으로 고민해봅니다.
오늘은 노동자들이 일하다 숨진 바로 그곳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숨지는 이른바 죽음의 일터를 고발합니다.
먼저 고아름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내 2위 규모의 철강업체, 면적이 여의도 2배에 이르는 현대제철 당진 공장입니다.
지난 10년간 이곳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24명.
그 가운데 6명은 가스 사고였습니다.
[현대제철 하청 노동자A : "가스가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딱히 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위험한 건 알고 있는데 급하게 (작업을) 하다 보니까..."]
사람이 죽어가도 일터는 여전히 '죽음의 경계' 어딘가에 있습니다.
지난 3월 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됐고, 그다음 달에도 13명이 가스 누출로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현대제철 하청 노동자 B : "응급차에 탔는데 엄청 서럽더라고요.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위험한 곳에서 작업해야 할까, 더 나은 환경에서 작업하면 안 되는 걸까..."]
사고 당시 작업장 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측정 불가'였습니다.
정상 범위는 30ppm이지만, 500ppm을 초과해 측정 자체가 불가능했던 겁니다.
노동자들에게 제공된 보호장비는 가스 측정기가 전부였습니다.
[현대제철 하청노동자 A : "30ppm 이상이면 원래는 쉬었다가 작업을 하든 매뉴얼이 있기는 한데, 빨리빨리 진행하는 게 일상화 된 것 같아요."]
가스 농도가 올라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작업을 바로 중단할 수 있게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요청을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전체 공정이 늦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현대제철 노동자B : "사람보다는 효율이구나… 일회용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작업하다가 다쳐도 다른 사람이 하면 되니까..."]
62살 김 모 씨에게 시멘트 공장은 30년 세월을 바친 곳이었습니다.
지난 5월 김 씨는 혼자 설비 점검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어 숨졌습니다.
[김수찬/유가족 : "누가 있었다면 바로 얘기하고, 그래도 어떤 조치를 해보고… 사실 언제 돌아가신지도, 언제 낀지도 모르는 거예요."]
사고 두 달 전에도 같은 설비에서 일하던 또 다른 일용직 노동자가 다쳤습니다.
마찬가지로 몸이 낀 사고였습니다.
삼표 측은 사고 이후 2인 1조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얘기는 다릅니다.
[전 삼표시멘트 하청 노동자/음성변조 : "그거를 2인 1조로 한 달 동안 유지했었어요. 근데 운영상 이유로 어느 순간부터 한 사람은 생산 1팀, 한 사람은 생산 2팀 이렇게 나눠가지고..."]
지난 1년간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숨지거나 다친 노동자는 18명이나 됩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KBS는 일터에서 숨지거나 다치는 노동자들의 산업 재해 문제를 연속 기획으로 고민해봅니다.
오늘은 노동자들이 일하다 숨진 바로 그곳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숨지는 이른바 죽음의 일터를 고발합니다.
먼저 고아름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내 2위 규모의 철강업체, 면적이 여의도 2배에 이르는 현대제철 당진 공장입니다.
지난 10년간 이곳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24명.
그 가운데 6명은 가스 사고였습니다.
[현대제철 하청 노동자A : "가스가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딱히 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위험한 건 알고 있는데 급하게 (작업을) 하다 보니까..."]
사람이 죽어가도 일터는 여전히 '죽음의 경계' 어딘가에 있습니다.
지난 3월 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됐고, 그다음 달에도 13명이 가스 누출로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현대제철 하청 노동자 B : "응급차에 탔는데 엄청 서럽더라고요.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위험한 곳에서 작업해야 할까, 더 나은 환경에서 작업하면 안 되는 걸까..."]
사고 당시 작업장 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측정 불가'였습니다.
정상 범위는 30ppm이지만, 500ppm을 초과해 측정 자체가 불가능했던 겁니다.
노동자들에게 제공된 보호장비는 가스 측정기가 전부였습니다.
[현대제철 하청노동자 A : "30ppm 이상이면 원래는 쉬었다가 작업을 하든 매뉴얼이 있기는 한데, 빨리빨리 진행하는 게 일상화 된 것 같아요."]
가스 농도가 올라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작업을 바로 중단할 수 있게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요청을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전체 공정이 늦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현대제철 노동자B : "사람보다는 효율이구나… 일회용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작업하다가 다쳐도 다른 사람이 하면 되니까..."]
62살 김 모 씨에게 시멘트 공장은 30년 세월을 바친 곳이었습니다.
지난 5월 김 씨는 혼자 설비 점검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어 숨졌습니다.
[김수찬/유가족 : "누가 있었다면 바로 얘기하고, 그래도 어떤 조치를 해보고… 사실 언제 돌아가신지도, 언제 낀지도 모르는 거예요."]
사고 두 달 전에도 같은 설비에서 일하던 또 다른 일용직 노동자가 다쳤습니다.
마찬가지로 몸이 낀 사고였습니다.
삼표 측은 사고 이후 2인 1조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얘기는 다릅니다.
[전 삼표시멘트 하청 노동자/음성변조 : "그거를 2인 1조로 한 달 동안 유지했었어요. 근데 운영상 이유로 어느 순간부터 한 사람은 생산 1팀, 한 사람은 생산 2팀 이렇게 나눠가지고..."]
지난 1년간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숨지거나 다친 노동자는 18명이나 됩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
-
고아름 기자 areum@kbs.co.kr
고아름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