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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19년 무임금 노동·폭행…‘지옥의 섬’
입력 2020.07.04 (16:47) 수정 2020.07.04 (16:52) 취재후
[취재후] 19년 무임금 노동·폭행…‘지옥의 섬’
1998년 경남 통영의 한 섬마을. 중학교를 졸업한 지적장애인 A 씨는 가두리양식장에서 일을 시작해 36살이 된 2017년까지 고된 일을 도맡아 했습니다.

인생의 대부분을 양식장에서 보내면서 성인이 된 A 씨의 통장에는 월급이 들어온 내역이 없었습니다.

양식장을 운영하는 주민은 19년 동안 임금 착취를 한 것도 모자라 지속해서 A 씨를 폭행했습니다. A 씨의 약점을 이용해 일한 대가를 주지 않고, 일을 못 한다는 이유로 때리고, 심지어 장애인 수당까지 손을 댄 '인면수심' 주민 3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일 잘하면 잘 보살펴주겠다."


통영의 한 섬에서 우럭 가두리양식장을 운영하는 58살 B씨가 A 씨에게 건넨 말은 "보살펴주겠다"였습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A 씨는 가로 6m, 세로 3m의 열악한 컨테이너 공간에서 식사와 잠을 해결했습니다. 물고기 사료 주기 등 고된 일을 이어갔지만, 급여는 받지 못했습니다. '무임금 노동'이었지만,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폭행까지 당했습니다.

B 씨는 심지어 A 씨 통장을 건네받아 매달 들어오는 장애인 수당까지 손을 댔습니다. 노동 착취와 지속적인 폭행을 당한 세월은 무려 19년, A 씨가 성인이 될 때까지도 주민들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경찰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A 씨가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계산했더니, 2억 원에 달했습니다. 당시 A 씨의 부모도 같은 섬에 살고 있었지만,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섬에서 겨우 벗어났는데…또 다른 지옥


A씨가 19년 동안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는 병원 치료였습니다. 2017년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크게 다친 A 씨는 경남의 한 도시로 나와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한 달 가까이 입원한 A 씨가 퇴원할 무렵, 병원으로 누군가 찾아왔습니다. B 씨와 고향이 같고, 거제에서 정치망어업을 하는 46살 C 씨였습니다.

C 씨는 A 씨가 섬에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찾아가 "같이 일해볼 생각이 없냐"라고 설득했습니다. A 씨는 그해 6월부터 1년 정도 배에서 일했습니다.

하지만 거제에서도 통영의 섬 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배를 타며 한 달에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았지만, A씨가 일한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C 씨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A 씨의 얼굴을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폭행했습니다. 경찰은 1천만 원 정도의 임금을 덜 받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장애인 수당 수령 통장으로 '침대' 구매한 주민

섬 주민의 착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같은 마을에 사는 46살 여성 D 씨는 A 씨의 신분증까지 빼앗았습니다. D 씨는 물건을 할부로 살 때 통장과 신분증을 제시하면 대리인 계약이 된다는 것을 알고 매장을 찾았습니다.

D 씨는 A 씨의 통장과 신분증을 제시해 A 씨 명의로 300만 원 상당의 침대와 전자레인지를 할부로 샀습니다. 통장에는 A 씨의 유일한 소득원이었던 장애인 수당이 쌓여있었습니다. 최소한의 생활을 하기 위해 입금된 수당이 D 씨의 침대 구매 비용으로 지출됐습니다.

19년 동안의 착취, 누구도 알지 못했다


"보살펴주려 했는데, 경제 상황이 안 좋았다.", "갚으려 했다". 피의자들이 경찰에 진술한 내용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같은 섬마을 주민, 혹은 섬마을 출신이었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무려 19년 동안이나 피해를 봤지만, 신고는 없었습니다.

A씨가 당한 피해는 A 씨의 동생 가족이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방문하면서 알려졌습니다. 20년 가까이 일을 했는데 급여 이체 내역이 없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경찰에 신고한 것입니다.

A 씨는 그동안 발달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아 관리 대상에서도 벗어나 있었습니다. 섬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학대와 착취가 이뤄진 탓에 주변 사람들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 관계자는 "피해자는 발달장애를 갖고 있어 의사 결정 능력 부족으로 폭행 피해나 금전적 피해를 외부에 알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지원센터는 A 씨가 자립할 수 있도록 기초생활 수급권 신청, 임대아파트 입주 신청 등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추가 범행이 있었는지 등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통영해양경찰서]
  • [취재후] 19년 무임금 노동·폭행…‘지옥의 섬’
    • 입력 2020.07.04 (16:47)
    • 수정 2020.07.04 (16:52)
    취재후
[취재후] 19년 무임금 노동·폭행…‘지옥의 섬’
1998년 경남 통영의 한 섬마을. 중학교를 졸업한 지적장애인 A 씨는 가두리양식장에서 일을 시작해 36살이 된 2017년까지 고된 일을 도맡아 했습니다.

인생의 대부분을 양식장에서 보내면서 성인이 된 A 씨의 통장에는 월급이 들어온 내역이 없었습니다.

양식장을 운영하는 주민은 19년 동안 임금 착취를 한 것도 모자라 지속해서 A 씨를 폭행했습니다. A 씨의 약점을 이용해 일한 대가를 주지 않고, 일을 못 한다는 이유로 때리고, 심지어 장애인 수당까지 손을 댄 '인면수심' 주민 3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일 잘하면 잘 보살펴주겠다."


통영의 한 섬에서 우럭 가두리양식장을 운영하는 58살 B씨가 A 씨에게 건넨 말은 "보살펴주겠다"였습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A 씨는 가로 6m, 세로 3m의 열악한 컨테이너 공간에서 식사와 잠을 해결했습니다. 물고기 사료 주기 등 고된 일을 이어갔지만, 급여는 받지 못했습니다. '무임금 노동'이었지만,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폭행까지 당했습니다.

B 씨는 심지어 A 씨 통장을 건네받아 매달 들어오는 장애인 수당까지 손을 댔습니다. 노동 착취와 지속적인 폭행을 당한 세월은 무려 19년, A 씨가 성인이 될 때까지도 주민들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경찰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A 씨가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계산했더니, 2억 원에 달했습니다. 당시 A 씨의 부모도 같은 섬에 살고 있었지만,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섬에서 겨우 벗어났는데…또 다른 지옥


A씨가 19년 동안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는 병원 치료였습니다. 2017년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크게 다친 A 씨는 경남의 한 도시로 나와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한 달 가까이 입원한 A 씨가 퇴원할 무렵, 병원으로 누군가 찾아왔습니다. B 씨와 고향이 같고, 거제에서 정치망어업을 하는 46살 C 씨였습니다.

C 씨는 A 씨가 섬에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찾아가 "같이 일해볼 생각이 없냐"라고 설득했습니다. A 씨는 그해 6월부터 1년 정도 배에서 일했습니다.

하지만 거제에서도 통영의 섬 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배를 타며 한 달에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았지만, A씨가 일한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C 씨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A 씨의 얼굴을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폭행했습니다. 경찰은 1천만 원 정도의 임금을 덜 받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장애인 수당 수령 통장으로 '침대' 구매한 주민

섬 주민의 착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같은 마을에 사는 46살 여성 D 씨는 A 씨의 신분증까지 빼앗았습니다. D 씨는 물건을 할부로 살 때 통장과 신분증을 제시하면 대리인 계약이 된다는 것을 알고 매장을 찾았습니다.

D 씨는 A 씨의 통장과 신분증을 제시해 A 씨 명의로 300만 원 상당의 침대와 전자레인지를 할부로 샀습니다. 통장에는 A 씨의 유일한 소득원이었던 장애인 수당이 쌓여있었습니다. 최소한의 생활을 하기 위해 입금된 수당이 D 씨의 침대 구매 비용으로 지출됐습니다.

19년 동안의 착취, 누구도 알지 못했다


"보살펴주려 했는데, 경제 상황이 안 좋았다.", "갚으려 했다". 피의자들이 경찰에 진술한 내용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같은 섬마을 주민, 혹은 섬마을 출신이었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무려 19년 동안이나 피해를 봤지만, 신고는 없었습니다.

A씨가 당한 피해는 A 씨의 동생 가족이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방문하면서 알려졌습니다. 20년 가까이 일을 했는데 급여 이체 내역이 없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경찰에 신고한 것입니다.

A 씨는 그동안 발달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아 관리 대상에서도 벗어나 있었습니다. 섬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학대와 착취가 이뤄진 탓에 주변 사람들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 관계자는 "피해자는 발달장애를 갖고 있어 의사 결정 능력 부족으로 폭행 피해나 금전적 피해를 외부에 알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지원센터는 A 씨가 자립할 수 있도록 기초생활 수급권 신청, 임대아파트 입주 신청 등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추가 범행이 있었는지 등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통영해양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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